地紋
제천은 지문은 아사달의 개국신화다. 한반도 역사의
단양의 지문은 바다다. 지구 최초 생명의 탄생하는 순간의 지문이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바다의 지문이다. 며 생명이 지구에
윤도(輪=羅=삼라만상= 圖)는 태극을 상징하는 가운데 나침반을 중심으로 하늘의 별자리, 방위, 천간과 지지 등을 새겨 넣은 내비게이션이다. 단지 방위나 위치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원리와 함께 산수의 흐름까지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서 역(易)의 이치와 천문학, 점술, 지리학이 그 하나에 다 담겨 있다
본래 허공에는 동서남북이 없는데, 사람은 한계가 없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어디인지, 어느 하늘 아래인지 늘 규정하고 확인하고 싶어 한다. 오늘날 우리가 지구 위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쉽다. 자동차를 타고 내비게이션을 눌러봐도 되고,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구 위에 떠 있는 위성이 보내주는 신호로 우리 위치를 북위 몇 도 몇 분까지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위성항법장치(GPS)를 우리는 아무 때나 이용할 수 있다.
저 먼 하늘에서 보내준 신호로 내 위치를 알게 된다는 것은, 실감은 잘 안 나도 생각해보면 흥분되는 일이다. 그러나 윤도를 들여다보면, 현대의 똑똑하고 깜찍한 장치는 흉내도 못 낼 세계가 들어 있다. 항상 남쪽을 가리키는 지남철(指南鐵) 바늘이 담긴 한가운데 부분을 김종대 윤도장은 ‘태극(太極)’이라고 말한다. 태극기의 흰 바탕이 음양으로 나뉘기 전의 태극(無極이라고도 한다)을 상징하듯, 윤도의 가운데 흰 바탕도 태극이라는 말이다.
우주 삼라만상을 담아내다
“윤도에는 태극을 비롯해 8괘, 간지와 육갑, 음양과 오행, 24방위, 별자리 28수, 24절기까지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 뜻을 다 헤아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김종대 장인은 윤도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한때 서당에도 다녔지만, 윤도의 비밀을 다 풀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침반이나 현대인이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이 단지 위치나 방위만 표시하는 데 반해 윤도는 하늘의 별과 땅의 시간까지(천체의 운행에 따른 시간과 세월 즉 지구의 자전과 공전 달의 자전과 공전 태양계 우주 원자먼지의 자전과 공전 천간의 태양에너지 비로자나 일광
태양에너지를 받은 삼라만상 보살도 공간 즉 시간과 공간은 상호관계 인간= 간)모두 담고 있으니 이를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특히 풍수를 살피는 지관이 참고하는 ‘천산(穿山)’이니 ‘투지(透地)’ 등의 윤도 내용은 용맥(산의 흐름)과 땅의 기운을 측정하는 것이요, 풍수의 대미라고 할 수 있는 ‘분금’(分金·관을 묻을 때 위치를 정확히 정하는 것) 역시 방위가 아니라 윤도로 기맥을 정확히 측정해내는 일이니, 윤도가 나타내는 세계는 저 우주 공간부터 땅속까지, 그리고 카오스 상태의 무극의 시간부터 정확한 절기까지, 시공간을 총망라한다고 하겠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윤도를 ‘나경(羅經)’이라 한다. 삼라만상을 다 포함하며(包羅), 천지를 날줄과 씨줄(經緯)로 조직해냈다는 뜻이다.
이처럼 윤도는 단순히 길을 찾는 도구가 아니라 우주와 산천을 이해하고, 그 사이에 사는 인간이 자연에 맞춰 조화를 도모하는 지혜를 담고 있다. 그 지혜는 역(易)과 천문학, 점성술, 지리학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조선시대에는 관상감에서 윤도를 제작했다.
윤도는 태극에 해당하는 한가운데 나침반을 중심으로 말 그대로 바퀴살처럼 동심원으로 퍼져 나가는 모양을 하고 있다.(즉 자기장과 테양에너지 시공간에 영향을 받는 羅網이다) 작은 것은 3층짜리도 있고 큰 것으로는 24층까지 만들기도 한다. 중국 나경을 설명한 책에는 36층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각 층은 특별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정보 내용에 따라 층의 이름을 붙인다.
가운데 태극 속의 나침반이 남북을 가리키는 것은 이미 음양으로 나뉜 것이나 마찬가지니 바로 다음 칸인 제1층에는 8괘를 표시한다. 이런 식으로 각 층은 8괘와 오행, 간지, 천산, 투지, 물이 들고 나는 것(黃泉)은 물론이고 겁살과 길흉까지 자세히 살필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내용이 있지만, 몇 층짜리를 만드느냐에 따라, 또 주문자의 편의에 따라 내용과 차례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요. 특별히 몇 층에 무슨 내용을 넣어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합니다.”
윤도를 가장 많이 쓰는 지관들이 흔히 사용하는 윤도는 9층짜리다.(김종대는 ‘태극까지 합해 10층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9층짜리일 경우 1, 2층에는 묏자리나 집터의 향(向)을 잡는 데 필요한 정보를 넣고, 3층에는 오행의 삼합을, 4층에는 용(龍·풍수에서 말하는 산이나 능선의 흐름)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담는다. 5층 ‘천산’으로는 후룡(혈 뒤의 산)을 볼 수 있고, 6층 ‘중침 24산’은 배경이 되는 산수를 전체적으로 판단하는 데 쓰인다. 7,8층에는 입수와 득수의 길흉을 가늠하는 내용을 포함하며 마지막 9층은 하관할 때 망자의 사주에 맞춰 관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120분금을 새겨 넣는다. 특히 분금을 잘 맞추면 집안의 발복과 후손에서 큰 인물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예부터 분금하는 것이 지관의 능력을 결정짓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기도 하여, 윤도로 정확한 각도를 재어야만 제대로 분금(남향의 집 5시 방향 여름 겨울 에너지 효율. 태양에너지는 우리가 바로 감지가 되는데 地磁氣는 우리가 감지하지 못한다. 동물적 감각에 영 못미친다 )할 수 있다.
거북바위에 윤도를 올려놓고 남북을 확인하는 김종대 윤도장.
낙산마을 윤도는 만들어진 다음 이 거북바위에서 남북이 제대로 맞춰졌는지 확인해야 비로소 ‘흥덕 패철’로 인정받는다.
24층, 36층짜리 윤도는 더욱 정밀하다. 120간지에 360도수를 나누어두어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정도면 윤도와 풍수지리는 미신이 아니라 과학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실제로 예전에는 사람이 사는 양택(집)이든 죽어서 들어가는 음택(산소)이든 풍수가의 정확한 진단 없이 함부로 터를 잡는 것은 위험한 일로 보았다. 터럭 같은 호리(毫釐)의 차가 나도 한 집안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사람의 목숨을 좌우하는 의원보다 지관의 책임은 더욱 무거웠다.
역의 이치부터 산수의 위치와 흐름, 땅속의 맥까지 치밀하게 계산하고 연구했던 예전 지관들 입장에서는 오늘날 몇몇 지관이 윤도도 필요 없다며 그저 산수를 눈으로 훑어보고 터를 잡는 행위야말로 위험한 미신으로 보일 것이다.
김종대 장인이 나서 살고 있는 전북 고창군 성내면 낙산마을은 조선시대 흥덕현(興德縣)에 속했다. 조선시대 윤도를 만드는 곳은 많았지만 일찍이 흥덕 패철(佩鐵· 지관이 윤도를 몸에 차고 다니기에 패철이라고 불렀다)은 정확하기로 명성이 자자했다.
흥덕 패철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인지 이 고장은 윤도와 남다른 인연을 강조한다. 우선 낙산(洛山)이라는 지명부터 그렇다. 역의 원리를 담은 괘의 원형이라 할 하도(河圖=태양에너지=시간)와 낙서(洛書=지자기=공간) 가운데 낙수에서 나온 거북의 등에 새겨진 점이 바로 낙서다. 마을 사람들은 이 고장 지형이 마치 낙수에서 나온 거북을 닮았다 하여 낙산이라 이름 붙인 듯하다.
‘흥덕 패철’의 명성 잇는 낙산마을
“그뿐만 아니라 마을 뒷산인 제성산에 거북바위(낙서= 북현무 =물= 지기=만물)가 있어요. 동서로 놓인 이 바위에 새로 만든 윤도를 놓으면 남북이 제대로 맞춰졌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고장에서 만든 윤도를 놓으면 잘 안 맞지만 이곳에서 만든 윤도는 꼭 들어맞지요.”
지구의 자기장은 장소와 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본래 나침반은 쓸 때마다 미세하게 조정해주어야 한다. 그러니 다른 지방에서 만든 윤도의 자침(磁針)이 이곳에서 꼭 들어맞지 않는 건 큰 흠이 아니겠건만, 그래도 흥덕 사람들은 흥덕 패철에 대한 자부심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김종대 윤도장과 함께 그가 만든 윤도를 들고 제성산에 올라 거북바위 위에 놓아보니 과연 남북을 가리키는 바늘이 바위와 직각을 이룬다. 거북바위 등에는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듯 구멍이 일곱 개 파여 있다. 이 마을과 윤도의 깊은 인연을 증명하고 싶었던 어느 누군가 팠을 법하다. 실제로 윤도의 전신이라 할 낙랑고분에서 나온 식점천지반(式占天地盤)은 하늘을 나타내는 둥근 원반과 땅을 나타내는 네모난 방반(方盤)이 짝을 이루고 있는데, 하늘을 상징하는 원반 가운데는 북두칠성이 새겨져 있고 주변에는 간지가 적혀 있다. 또 땅을 나타내는 방반에는 8괘와 10간, 인간의 운명에 영향을 준다는 28수(북두칠성 윷판석)가 새겨져 있는데, 방반 위에 원반을 얹고 돌려 북두칠성이 가리키는 지점으로 점을 쳤다. 나중에 원반 대신 북두칠성을 상징하는 국자를 놓고 돌려서 점을 쳤다. 결국 하늘과 땅을 상징하는 방반과 원반, 북두칠성(=곧 생물 인간 상징)이 하나가 되어 윤도가 완성된 셈이다.
나침반에 들어갈 자침을 만들기 위해 활비비(돌대 송곳)로 쇠에 구멍을 뚫고 있다.(오른쪽)
바늘을 다 만들어 아래쪽 바늘만 자석 원석에 30분간 붙여두면 남극을 가리키는 자성을 띠게 된다.(전자의 배열이 질서를 잡느다 카오스에서 코스모스) 이 작은 자석 원석은 한 씨가 만주에서 구해온 것이라는데, 본래 물속에 있던 것이라고 한다. 이 돌로 자력을 입히면 바늘이 매우 정확해진다고.
“집중이 잘 안될 때 무리해서 하다보면 실수하게 되니, 그때는 차라리 조금 쉬는 게 좋아요. 백부는 일이 잘 안될 때면 들에 나가 단소를 불며 긴장을 푸셨고, 저는 농사일을 하거나 산책을 하면서 풀었습니다.”
. 각자를 한 다음 먹물을 칠하고, 글자에는 백옥가루를 입힌다.
가운데 층의 빨간색 네 글자는 동서남북을 뜻하는 자오묘유(子午卯酉)다.
윤도 사라지면, 윤도 사상도 사라진다
윤도에 담긴 사상도 같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신라시대 말 도선선사가 풍수도참설을 들여온 이후 고려시대 천문학은 세계적인 수준에 달했고, 조선시대에도 성리학과 주역을 숭상하는 유학의 학풍 덕에 하늘과 땅을 관찰하고 인간은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고 믿었던 철학이 있어서 풍수지리와 윤도는 실용적인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오늘날 최첨단 내비게이션에 밀려 윤도는 더 이상 실용가치를 잃고 말았다.
오늘날 위치정보장치는 자신의 위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위치나 목적지의 교통상황까지 정확히 파악해주는 놀라운 성능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놀라운 현대의 이기에도 몇 가지 약점은 있다. 우선 위성 4개(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잡기 위해서는 신호가 네 개 필요하다)와 지상 제어국, 그리고 수신할 기기가 필요하다. 더구나 위성을 띄우고 제어하는 기술은 몇몇 나라가 독점하고 있기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은 이를 빌려 쓰는 신세다. 또한 사용자 역시 이 뛰어난 기기에 지나치게 의지한 나머지 기기가 없으면 곧잘 길을 잃게 되고, 이 기기의 작동원리는 사용자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기기와 사용자인 인간은 가까운 듯하나 철저하게 소외된 관계다.
윤도는 땅 위의 위치만 알려주는 최첨단 기기보다 더 넓고 깊은 세계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하늘과 자연, 물의 흐름과 땅속의 내용까지 관찰하고 가늠해보라고 윤도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단지 목적지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우주와 자연 속에서 인간이 가야 할 길도 가르쳐주고 있다. 그것도 원리 그 자체를 훤히 펼쳐 보이면서. 역의 원리를 궁구하던 옛사람들은 윤도를 들여다보며 무한한 우주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길을 찾아나갔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