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용의자 있지만 물증 못찾아"
2001년 영동 여고생 살인 미스테리 <上> 공소시효 코앞 … 지지부진
충북경찰청 수사팀, 영동서와 공조수사 진행
용의자 현재 건강 악화 투병중 … 꼭 찾아내야
2015년 04월 07일 (화) 22:43:36
속보=2001년 3월 충북 영동에서 손목이 절단된 채 사체로 발견된 여고생 정소윤 양의 사건이 장기 미제사건을 분류돼 내년 공소시효를 앞두고 있다. 당시 사건 담당인 현 청주흥덕경찰서 강서지구대 이배근 경위는 본보 인터뷰 <4월 7일자 3면 보도>를 통해 아직 끝나지 않은 수사의지를 확실히 밝혔다. 이 경위는 "장기미제 사건의 경우 흐지부지되는 일이 허다하다"며 지방청 수사의지를 부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는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정소윤양 사건'을 재조명하고 관련 당사자들과 피해 유족 등의 인터뷰를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집중 점검한다. / 편집자
2001년 3월 8일 오전, 충북 영동의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신축 공사장 지하에서 인근 향수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고생 정소윤 양의 시신이 발견됐다.
◆영동 여고생 손목 절단 살인사건 전말은= 전교 1등 우등생이면서 효녀인 정소윤 양의 시신은 성폭행 흔적은 없었지만 양 손목이 잘린 채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밝고 활달한 모범생이었던 정 양은 전날 인근 식당 아주머니의 목격을 마지막으로 사라져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정소윤 양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목격자는 "연장을 가지러 (공사장) 밑으로 내려하는 데 무슨 신문지가 있었다. 발로 차보니 (사람이) 안 움직이고 발 한 쪽이 나와있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소윤 양 사건을 맡은 이 경위는 "당시 (정소윤 양에게) 현금이 조금 있었는데 그것도 그대로였고, 정액도 발견되지 않았다. 모든 건 다 그대로인데 두 손목만 사라져버렸다"고 전했다. 정 양의 손목은 인근 하천에서 발견됐다. 손목은 사후 절단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손상이 심해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
프로파일러 표창원 박사는 지난해 방송을 통해 면식범 가능성을 제시하며 우발적인 면식범의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표 박사는 "정소윤 양이 경부압박 질식사로 숨진 것 같다"하며 "소윤양의 죽음에 불안해진 범인이 손목을 잘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청-영동서 공조 수사체계 확대해야"= 이배근 경위는 "솔직히 당시 과학수사체계 부재로 미진한 수사가 진행됐다"며 "지금도 눈을 못 감고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을 것만 같은 불쌍한 소윤이의 모습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예쁜 딸을 잃은 소윤이 아빠, 엄마 등 피해자 유족들을 보면 죄책감만 들어 잠을 설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거짓말 같지만, 불현듯 소윤이가 생각나기도 하고, 한참이나 멍하니 그때의 수사기록이 남아있는 수첩을 바라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며 "정말 불쌍하고, 가엾고, 그리고 유력 용의자를 확보해 놓고도 증거가 없어 체포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경위는 "이 억울한 살인 사건은 시간의 흐름 속에 기억과 관심이 자꾸 퇴색돼 가고 있으며, 이젠 살인 공소시효가 1년 밖에 남지 않았다"며 "영동경찰서와 충북지방청은 유력용의자에 대한 진술의 모순점을 재검토하고 ▶프로파일러와 거짓말탐지기 검사 ▶미세먼지기법 등 새로운 수사기법으로 용의자의 자백과 증거를 찾아내는데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충북청 장기미제수사팀, 수사 진행…"끝까지 범인 잡을 것"= 이 같은 이 경위 주장에 대해 충북지방경찰청 수사팀 관계자는 "영동 미제 사건은 지금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방송이 나간 후 본청과 지방청의 수사 지시로 영동서와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유력 용의자에 대해 만나 몇 번이고 설득했다"며 "용의자는 현재 건강악화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으며, 심증만 확보된 상태인데다 정확한 증거가 없어 보다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관련 증거를 더욱 확보해 끝까지 범인을 검거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수사팀은 "유족들에게 전화나 방문을 하지 않는 이유는 유족들의 슬픔을 안겨 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범인 검거 등 정확한 팩트에 입각한 것을 제외하고는 연락하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은밀히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유력 용의자를 대상으로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또 "올해 들어서도 용의자 등 관련자들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당시 담당수사를 진행했다던 이배근 경위는 뒤늦게 사건에 합류했으며, 사건 초기부터 수사를 진행한 형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언론 제보를 통해 경찰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은 도무지 납득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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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영동 여고생 살인 미스터리 <下> 유족들 "공소시효 10개월 남아" … 수사박차 호소
용의자 영동 거주 … "물증 빨리 찾아 검거해야"
2015년 04월 26일 (일) 21:29:10
지난 2001년 3월 8일 새벽에 발생한 충북 영동 여고생 손목절단 살인 사건. 영동에서 손목이 절단된 채 사체로 발견됐던 여고생 정소윤 양 사건의 공소시효는 이제 10달도 남지 않았다. <4월 7일자 3면, 8일자 1면 보도>
이 사건의 유력 용의자는 아직도 영동읍 인근에 생존해있다. 이에 따라 '정소윤 양 사건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에 대해 유가족을 만나 이들의 가슴속에 맺힌 '한(恨)' 들어봤다.
영동 살인사건이 장기 미제로 접어들자 정양의 아버지(63)와 어머니(58)의 평화롭던 일상은 산산조각났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자식 잃은 슬픔은 둘째치고, 용의자를 확보해놓고도 정확한 물증이 없어 소윤이의 원한을 풀어주지 못해 소리내 울지도 못하겠더라고요."(정양 아버지)
"당시 충격으로 소윤이 아버지는 물론이고 저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힘겨운 세월을 버텨오고 있어요. 그 사건만 생각하면 지금도 충격이 가시지 않아요."(정양 어머니)
정양 아버지는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로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우리 가족의 생활이 어느덧 14년이 넘었어요. 현재까지도 그 아픔과 원한이 지속되는 것 같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아버지는 "고교 2학년 소윤이는 전교 1등 우등생이며, 교우관계도 원만한 효녀였다. 그런 소윤이는 부모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겠다며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결국 화근이 됐다"며 "당시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했음에도 불구, 자백 실패와 시대적 환경(목격자·CCTV·블랙박스), 그리고 증거불충분으로 용의자를 입건하지 못하고, 어느덧 14년의 긴 세월을 보냈다"고 하소했다.
"중부매일 보도후 수사 간부진이 집을 방문해 안부를 묻는 등 수사진행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사건의 진행사항은 전혀 알 수 없었다. 수사는 여전히 답보상태에 있다. 충북지방청과 영동경찰서가 의지를 갖고 범인 검거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물증을 찾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공소시효가 1년도 남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정씨의 아내 역시 그날의 고통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지인이 '세월이 지났으니 잊혀질 만도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집사람이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내 몸 아파 낳은 새끼를 어떻게 잊겠느냐고….'"
정씨는 먼저 떠난 딸이 사무치게 그리울 때면 인근 복숭아 밭으로 올라가 소리 없이 울음을 토해내곤 한다.
영동이 고향인 정씨 부부는 "그 차가운 콘크리트바닥에서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요. 몇번이고 그 사건을 생각하면 눈물만 흘린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정씨는 "현재 생존해있는 유력 용의자에 대한 진술의 모순점을 재검토하고, 프로파일러와 거짓말탐지기검사, 미세먼지기법 등 새로운 수사기법으로 용의자의 자백과 증거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 반드시 범인을 검거해 소윤이의 '한(恨)'을 풀어줘야 한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번 수사의 공시시효가 10개월 남으면서 충북지방청과 영동경찰서는 공조수사 강화에 주력하고 있으나, 해결의 실타래는 풀지 못하고 있는 상황. 충북청 장기미제팀은 유력 용의자를 반드시 검거할 계획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끝>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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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윤 살해사건에 대한 정보나 단서가 있으면 꼭 제보해 주세요.
조만간 영동을 한번 방문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