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기 드림공화국 대표. 대담
‘영업의 달인’ 두진문 리인터내셔날 특허법률사무소 상임고문(전 웅진코웨이 대표이사)
열정 하나로 바닥부터 시작해 ‘판매왕’에 오르며 웅진코웨이 대표이사 자리까지 꿰찼다. 국내 최초 세일즈맨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이름도 날렸다. 하지만 지나친 자기 과신은 창업 실패로 이어졌고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롤러코스트 같은 삶을 살며 깨달은 건 세상에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 절망 속에 피어난 희망의 싹을 벗 삼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두진문 리인터내셔날 특허법률사무소 고문을 만났다.
손진기 대표(이하 손) : 오늘 대한민국 영업의 달인 두진문 대표를 모시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매우 기쁩니다.
두진문 고문(이하 두) : 반갑습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손 : 경영하면 제일 어렵고 힘들어 하는 것이 영업인데요. 제일 먼저 파신 게 어떤 제품이었나요?
두 : 예~ 전 제일먼저 웅진 출판사에서 영어 교재 판매를 했습니다.
손 : 그거 방판 아닌가요?
두 : 예! 방문판매 맞습니다.
손 : 방문판매는 쉽지 않은 세일즈인데 일단 들어가기도 어렵고 시간을 내 주지도 않을 텐데….
두 : 저는 건물 경비원과 비서를 공략하는 차별화 작전을 썼지요. 우선 잡상인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래서 저는 옷도 가방도 신경을 많이 쓰고 마치 CEO를 만나러 온 사람처럼 표정도 아주 당당하게 지어보였어요. 그렇게 경비원하고 눈을 맞추고 하면 오히려 경비원이 인사하고 친절하게 안내도 해줍니다.
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당함입니다.
‘미래 CEO 두진문’ 진짜 CEO 되다
손 : 그러면 처음 상품을 팔았을 때 기억나십니까?
두 :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영업 시작하고 한 달 반 만에 처음 계약을 하고 계약금으로 1만원을 받았어요. 그때 영어 교재 한 세트가 20만원이 훨씬 넘었는데 당시로서는 적은 돈이 아니었거든요. 뛸 듯이 기뻤지요. 그렇게 만원을 들고 마구 좋아하며 껑충껑충 뛰면서 돌아갔는데 웬일인지 그 계약자가 다음날 해약한다고 하는 거예요. 아마도 만원을 받고 뛸 뜻이 기뻐하는 저를 창밖으로 바라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나 봐요. 그 일은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손 : 참 아쉬운 일이었네요. 어떤 꿈을 가지고 책 영업을 하셨어요?
두 : 그런 일이 있었지만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명함 직함에 영업 사원이라고 쓰지 않고 웅진의 ‘미래 CEO 두진문’ 이라는 글자를 박아 나를 만나는 사람과 내 자신에 선포하고 다녔어요. 제 아내와 가족들에게는 월급 1억을 받는 사람이 되겠다고 비전을 제시했는데 그것도 39세의 나이에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결국 꿈을 이루고 CEO가 되었지요.
손 : 대단하십니다. 그럼 웅진 출판사 이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두 : 그 이후에 웅진에서 그룹사를 만들어 보자고 해서 웅진식품, 코리아나화장품, 웅진코웨이 등으로 옮겨가며 젊은 시절을 종횡무진 쉴 새 없이 참 열심히 살았네요. 제가 일했던 곳을 가만히 살펴보면 전부 새롭게 셋업하거나 새로 회사를 설립하는 곳이었는데 어느 정도의 성과는 냈던 것 같아요. 모두 기라성 같은 대기업 경쟁사와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아이템이어서 어렵기도 했지만요. 그래서 저는 계란으로 바위를 칠 수 있고 계란으로도 바위는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떤 방법으로 바위를 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요.
손 : 아~ 네~~ 정말 책으로부터, 식품, 화장품, 물까지 안 판 것이 없네요.
두 : 음~ 그 이후에 한샘에서 가구도 팔았고, 오니기리와 이규동에서 프랜차이즈 점포도 팔아봤지요. 저는 안판 것이 없는 게 아니라 못 팔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와이프와 자식 빼놓고 다 팔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와이프와 자식 빼놓곤 다 팔 수 있었다”
손 : 대표님 그렇게 꿈을 이루고 나니까 더 큰 목표가 생기지 않던가요?
두 : 처음엔 ‘자본주의 시대엔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 보람 있는 일을 하면서 남에게도 나에게도 유익한 일을 하자’고 마음먹고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고객과 직원들을 섬기고 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하다 보니 임원진으로 승진하고 그 꿈이 이뤄진 거예요. 그런데 목표로 세운 것이 다 이뤄졌는데도 어쩐지 더 교만해지고 욕심이 많아지더라구요. 나보다 더 돈 많은 사람, 나보다 더 유명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 욕망이 끝이 없었어요. 어느 정도 지위로 올라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행복하지 않았어요. 더 불안하고 더 경쟁해야하고…. 시장이란 게 전쟁이잖아요. 한 때 잘 나가던 소니, 닌텐도도 몰락하고 모토로라, 노키아도 시장에서 사라지는 걸 보면 정말 시장은 전쟁터 같아요. 생물도 관리 안하면 죽어버리 듯이 시장도 관리를 안 하면 남에게 치여서 죽게 돼요.
손 : 웅진코웨이 대표이사로 승승장구 하셨는데 좀 더 욕심을 냈고 그 욕심이 결국 창업으로 이어진 거군요?
두 : 돈을 벌어야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어느 샌가 그 목적이 수단으로 전락해 머릿속을 지배하더군요. 정수기 시장에서 자신감을 얻은 저는 ‘우리나라에서 물을 파는 사람은 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으로 제 이름 ‘진문’의 이니셜을 다서 ‘JM글로벌’이란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2001년 11월 6일 <조선일보>에 제 얼굴로 지면 절반을 채운 과감한 광고도 싣고 해서 창업 3개월 만에 100억 매출을 돌파하고 첫해 매출 870억, 정수기 렌탈 계정 12만대, 각종 히트 상품 선정, 전경련 강의 및 인터뷰 쇄도 등등 그야말로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습니다. JM글로벌은 산소경영을 모토로 산소정수기뿐만 아니라 산소공기청정기, 비데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한국의 에디슨으로까지 불리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성장했습니다.
손 : 아니 그럼 그렇게 잘 나가던 회사가 왜 망하게 되었어요?
두 : 계정 상에서 매출은 어마어마하게 올랐지만 그것이 실제 돈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렌탈 사업이라는 것이 모두 외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수기를 만들어서 공급해야하고 그러려면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마침 홍콩에 투자전문회사가 제 능력을 보고 투자하겠다고 해서 그런 저의 능력을 자만하고 일을 벌인 것이지요. 그런데 그 당시 투자를 받아야 하는 시점에 홍콩에 사스가 온 거예요. 그러니 투자사들이 모두 철수를 하게 됐고, 돈이 들어와야 할 날짜엔 돈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은행으로부터 부도라는 통보가 날아 온 것이지요. 이미 공장에서는 정수기 12만대가 만들어졌는데….
▲ 토크쇼 참석자들이 두 고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다.
성공이 가져다 준 끝없는 욕망, 창업 실패로 이어져
손 : 회사가 부도가 나고 이제 난 망했구나 라는 현실을 인정하게 되던가요? 그 때 심정은 어떠셨나요?
두 : 허허벌판에 혼자 서있는 느낌, 장난 같았다가도 어느새 춥고 외롭고… 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도 위로가 되지 못했고 철저하게 혼자라는 생각에 서해안 고속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는데, 라디오에선 제 옆에서 검찰 조사를 받던 건설사 사장이 자살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거예요. 불현 듯 죽음이란 단어가 떠오르고 속력은 점점 올라가는데 시속 200km 즈음에 눈물을 흘리며 눈을 감았어요. 그 순간 늦둥이 딸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다가오더군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아빠 죽지 마’. 그 때 눈을 떴어요. 220km 속도계를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그래도 속력이 150km 밑으로 금방 떨어지진 않더라구요. 서해안 고속도로가 직선이고 또 차들이 없던 야밤이었기에 겨우 살았지요. 돌이켜보면 정말 큰일 치를 뻔 했어요. 그 때 죽었으면 어쩔 뻔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손 : 그거 경험해 본 사람만 알지요. 마치 저를 보는 듯하군요.(웃음)
두 : 그 후에 저의 교만과 철저히 싸우는 작업을 했는데 그때 만난 분이 하나님이예요. 그래서 인간은 종교의 힘이 정말 큰 것 같아요.
손 : 아~ 그래서 망한 CEO들 중에서 기독교인이 그렇게 많군요.(웃음)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게신가요?
두 : 지금은 ‘리인터내셔널’이라고 하는 특허법률회사에서 상임고문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도 좋고 제품 경쟁력도 있는데 상용화를 못하고 있는 제품들을 그 동안 제가 쌓아온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해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해 하게 됐습니다. 이제 저도 세상에서 좋은 일 좀 하려구요.(웃음)
손 : 네~에~ 좋은 아이템 있으면 저도 좀 끼워주세요. 오늘 나와 주셔서 영화와 같은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시는 일 전부 잘 되기를 기대하고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두 : 재미없는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진기
드림공화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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