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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차 산행후기
스물 둘! 번호 끝!
정정희 산행대장을 선두로 22인의 산벗들이 오늘도 유쾌하게 길을 나선다. ‘연분홍 치마를 바람에 휘날리며~’요란뻑쩍지근하게 왔다가도 총총히 뒤태를 보이고 마는 얄궂은 봄의 속성을 모르지 않으니 이중삼중으로 시간의 그물망을 치고 하루쯤 질펀하게 봄과 더불어 놀아볼 일이다. 문산의 작정이 그러하니 제 아무리 깍쟁이 같은 봄이라 한들 별 수 있으랴.
오감을 간질이며 나긋나긋 말을 걸어오는 햇살과, 바람과, 이제 막 부푼 몸을 열어 아뜩한 색과 향으로 사방 도배를 하는 꽃들의 향연. 일상이 번잡하다는 이유로 저만치 물려 두었던 계절, 봄이 빗발처럼 사정없이 들이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봄의 강렬한 포스에 하나, 둘 무너지고…. 뭐니 뭐니 해도 오늘 22인 플러스 알파가 될 우리 문산인들에게 하사된 작전 명령은 무차별로 난사하는 봄의 생생한 기운에 그저 무너지는 것이리라. 눈도, 코도, 입도, 그리하여 끝내 지켜야 할 마지노선처럼 펄떡펄떡 내 안을 뛰고 있는 심장부마저 온전히 내어 주고 무조건 항복하는 일이다. 비로소 겨울을 벗고 봄이 되는 일이다.
날이 날이니 만큼 뉴 페이스들이 여러분 등장을 하셨다. 『문장 21』의 발행인이신 최철훈 시인과 신기영 평론가, 윤승희시인, 무엇보다도 前거제문인협회 회장이신 김무영시인의 깜짝 등장은 문산의 새바람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오랜만에 배상호 『문예시대』발행인과 갈뫼 최만조선생님께서도 걸음을 하셔서 너무 감사하다. 처음 참석하신 선생님들, 반가웠습니다. 먼 데서 오신 손님, 또한 반가웠습니다. 문산의 첫인상이 따뜻했기를, 그리하여 분주한 와중에서도 문산을 기억하고 다시 동참하시기를…. 어느 드라마에서 유행했다는 말 ‘내 안에 너 있다.’처럼 ‘문산 안에 있는 정(情)’이 얼마나 도타운지를 눈치 채셨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러 멎어 있고, 더러는 유유히 흐르는 사람의 물살 속에서 마냥 행복하다. 수원지를 돌아 백양산의 초입에서 중간 점검을 하니 정은정, 감윤옥시인, 그리고 박지현, 강현호 아동문학가께서 합류를 하셨다. 분위기는 더욱 고무되고, 사열하듯 늘어선 편백나무와 발맞추어 그들이 풀어 놓는 숲의 정기를 들숨날숨으로 호흡한다. 흙 한 줌, 물 한 모금 보태지 않은 염치로도 나무들의 은혜로운 기운, 피톤치드를 오감으로 먹고 마시며 봄날의 산행은 이어진다. 편백림 속에서 가진 휴식의 시간, 일일이 사탕 한 알을 권하는 천성수 시인의 손이 뜨시다. 차 한 잔으로 갈증을 다독이며 내려다 본 저기, 아득히 멀어진 콘크리트표 치열한 삶의 현장. 이 순간만은 그들도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리니.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
선두를 책임진 산행대장의 전화다. 예정보다 하산이 빨라져서 코스를 좀 늘카야(?)겠단다. 산행대장답다. 코스가 고무줄인 양 줄캈다, 늘캈다 하는 만능의 손 그녀, 정정희. 잘 보고 따라 오라는 명령에 걱정 말라고 씩씩하게 대답을 하고. 더불어 걷는 선생님들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마주 오는 알록달록한 산사람들을 구경하느라, 한창 물이 오르는 산의 요모조모에 한 눈을 파느라 아뿔싸, 건망증에 발목이 잡혀버렸다. 회장님을 비롯해서 문산에서 힘 좀 쓰신다는 분들이 모두 계시는 몸통을 잃어버리고, 잘려 나간 도마뱀의 꼬리처럼 후미만 덩그러니 남았다.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가 따로 있으랴. 그런들 ‘백양산이 내 손 안에 있소이다.’ 다부진 이말라 선생님을 길라잡이로 세우고 느긋하게 산을 내려온다. 결국 두 팀으로 나뉜 채,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하산을 한 셈이다.
작은 물이 바다에서 만나지듯 한 분, 두 분 식당에 도착하시고 땀 흘린 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파전에 막걸리 한 잔. 식당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김소해 시조시인님, 알고 보니 동네분이라 더더욱 반가웠습니다. 오며가며 뵙게 되면 달려가 넙죽 인사 올리겠습니다. 홀로 금정산을 넘어 오시겠다 하셨던 김광수 부회장님, 무사히 당도하셔서 반갑습니다. 귀여운 여인, 송소현 시인께서 봄처럼 화사한 얼굴로 도착하시고.
제3차 총회다. 박달수회장님께서 간략하게 문산의 다사다난을 말씀하신다. 그간 억척스레 문산의 안살림을 꾸려 오신 손순이 재무 국장의 재무보고가 이어지고 배병채 감사의 따끔한 감사 보고. 자칫 소홀하기 쉬운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 주시는 그의 예리함에 역시 무인(武人)의 기질이 철철 흘러넘치고…. 다음 운영진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었으리라. 1집에 이어 2집, 3집까지 『문산』의 출간을 위해 날마다 출판사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이말라편집장님께도 뜨거운 박수가 쏟아진다. 두루 두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순을 밟아 신임 회장 선출건이 남았다. 지난 3년 간 우리 문산호의 선장이 되어 물심양면으로 분주하게 뛰셨던 박달수 회장님. 그간의 노고를 일일이 말로 열거한다는 것이 외려 죄송할 정도라 그저 오래토록 박수만 드린다. 최연근 시조시인께서 만장일치로 문산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시고, 아직은 가야할 길이 먼 문산에 새 회장님께서 또 하나의 서광이 되시리라 믿는다. 전, 현직 회장님 두 어르신께서 손을 맞잡으셨으니 문산의 내일은 어제보다 더 밝을 터. 박옥위, 강현호, 정옥금 선생님의 즉석 낭송이 축하의 분위기에 고명처럼 얹힌다. 산에 취하고, 글에 취하고, 사람에 취하고, 한 잔 막걸리에 취하고…. ‘연분홍 치마를 봄바람에 휘날리며’ 봄날이 간다한들 무작정 서럽지만은 않으리!
단체 사진 한 장에 오늘을 담고 문산의 제36차 산행 및 2011년 정기 총회, 『문산』 제3집의 출판기념회를 마무리 한다.
문산의 3년을 있게 하신 박달수 前회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시 문산의 승승장구를 위해 마음을 아끼지 않으실 최연근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참가하신 모든 분들께서 맛난 점심, 즐겁게 드셨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참석하셔서 문산의 오늘을 적어 주신 여러 선생님들, 감사드립니다. 『문산』 제3집의 출판을 위해 지원을 해주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너무 가까워서 멀어지고, 멀어 다시 영영 멀어지는 이율배반으로 속앓이를 하게 되는 것이 사람과 사람이 엮어가는 관계였음에 비추어보면 한 달에 한 번 안온한 자연의 품에서 만나는 일이란 그리 멀지도, 그리 가깝지도 않은 곳에 서로를 세우고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한 보약과도 같은 처방이 아닐는지요. 다시 삼십일의 후에 약속처럼 만나지기를 바랍니다.
최연근 신임 회장님과 새로운 집행부의 선전을 기대합니다!!
* 참석자 총 29명 (가나다순, 호칭생략)
감윤옥. 강현호. 김광수. 김명옥. 김무영. 김소해. 문경희. 문석경. 박달수.
박옥위. 박지현. 박혜연. 박희선. 배상호. 배병채. 손순이. 송소현. 신기영.
윤승희. 이말라. 정옥금. 정은영. 정은정. 정정희. 조성순. 천성수. 최만조.
최연근. 최화수.
첫댓글 참으로 맛깔난 산행후기를 접하며......
문산을 기웃댄 것도 故 황국장님의 산행후기 덕분이었습니다.
문경희 국장님, 대단하십니다.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가지런하고 정갈하게...
칭찬의 글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후기를 더 기다리는지도 모릅니다.
오감을 간질이는 봄꽃 닮은 글에 푹~ 취합니다. (막걸리와 파전이 아니어도...^^)
박달수 전 회장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최연근 신임 회장님, 문산 잘 부탁합니다.
이말라 선생님, 편집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도 '문산 - 제 3집' 한 권 주실거죠?? ㅎㅎ)
새 임원진과 더불어 문산의 승승장구를 기원하면서~~ ♣
노선생님!!...왜 안오시나 했습니다....다음엔 꼭 뵈어요~~~~~~~
역쉬

좀 아이러니 합니다 


수회장님의 노고가 빛이 났던것 같습니다.
후기보면서 오감을 느낌니다.
다른것은 민감한테 요 후기 대목에서는 봐야 알듯 하니
나의 마력 같은 손아귀에 늘렸다 줄였다 고생 많으셨네요^^*
머리 짤라진 꼬랑지 모두 낙오자 없이 한 곳에 모여 총회 다운 총회를 한것 같아 박
전임회장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로운 집행부의 앞날은 문산이여 영원하라
맘님...센스쟁이~~~~~~~~~~~~ㅎㅎㅎ
오랜만에 산에 갔더니 산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있어서 산은 나보다 더 즐겁게 웃어 주었습니다.
나무는 나무대로 우리가 가는 길을 따라가면서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배낭에는 술냄새 묻은 정겨움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글을 읽으니 모처럼 갔던 그 날처럼 즐거워집니다.
고맙습니다. 긴 글 쓰시느라....
아무래도 천선생님께서 문산에 낚이신 거 같습니다....다음 달에도 꼭 나오실 것만 같은 예감....ㅎㅎㅎ
역시나...사무국장답습니다. 무엇하나 빠뜨리지않는 예리함에 많이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회이팅!......
왜 그러슈.....당신이 많이 도와 주니까 가능한 거였시유........알라뷰~~~~~~~~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