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방송 녹화가 있다
'여성장애인 미적 추구에 대해'
엄마가 식탁에 차려준 달걀 장조림과 멸치 볶음을 먹었다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니 또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녹화를 하러 가기 위해 나드리콜을 불렀다
기다리는 동안 부부클리닉 tv 프로를 보는데
남편의 역할을 맡은 남자 주인공
어릴 때 아빠로 부터 폭력이 학습이 되어있는 상태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엄마에게 폭력을 쓰는데
폭력을 견디다 못한 엄마는
주인공만 집에 두고 나가버렸다
그날 이후 주인공은 아빠 밑에서 자랐고
아빠는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널 버리고 간거야...'
남자 주인공은 커서 아내에게 폭력을 쓰게 된다
다음날이면 장미 꽃다발을 여자에게 안기고
또 폭력을 하고 난 뒤면
그 다음날엔 어김없이 장미 꽃다발을 여자에게 주었다
한 날은 여자가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어느 담벽락에 붙혀 있는 한 글을 읽게 된다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제 생일이거나,
특별한 날도 아니었는데요
우리는 지난밤 처음으로 말다툼을 했지요
그리고 그는 잔인한 말들을 해서,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지요
그가 미안해 하는것은,
제가 알아요
왜냐하면 오늘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결혼기념일이나,
무슨 특별한 날도 아닌데.
그날 밤 그는 저의 목을 조르기 시작 했어요
마치 악몽 같았어요
정말 믿을 수가 없었어요
온몸이 아프고, 멍투성이가 되어,
아침에 일어났어요
그가 미안해하는 것은 저도 알아요
왜냐하면 오늘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머니 날이나
다른 특별한 날도 아니였어요
지난밤 그는 또 저를 두들겨 팼지요
그런데 그전의 어느때보다,
훨씬 심했어요
제가 그를 떠나면, 그는 어떻게 할까요?
아이들은 어떻게 하구요
저는 그가 무섭지만 떠나기도 두려웠어요
그렇지만 그는 틀림없이 미안해 할거예요
왜냐하면 오늘 저에게 꽃을 보냈거든요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왜냐하면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요
바로 제 장례식이거든요
결국 그는 저를 죽이고 말았어요
저를 때려서 죽음까지 이르게 했지요
만약 제가 용기를 갖고
그를 떠났더라면
저는 아마
오늘 꽃을 받지 않았을 거예요
아직도 아빠 그늘을 못 벗어난 엄마와 함께
tv를 보는 동안 나드리콜이 왔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창밖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검고 비가 내렸다
대구 동구 신천동에 있는 콘텐츠코리아랩 입구는
자동으로 열리는 문이 아니다
손으로 밀어야 들어갈 수 있는 문
이런 시설에서 장애인이 공부를 하다니
아, 이 문을 어떻게 열고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방송 수업을 듣고 있는 보건학교 학교 후배인 준희가
이곳에서 수업을 듣는 또 다른 장애인들은
*폴레트 켈리는 미국의 평범한 여성으로 13년간 남편에게 맞고 살다가 탈출한 미국여성으로 현재 폭력 가정에서 벗어난 피해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1992년 어느날 그녀는 인터넷에 ‘저는 오늘 꽃을 받았어요’ 라는 시를 올렸고 이 시가 한국에 소개 되었다.
첫댓글 잘 읽었어 해주야
이렇게 나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