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들의 아침맞이를 보며 왕송호를 거닐다
1. 일자: 2021. 3. 7 (일)
2. 왕송호수 한바퀴 / 4.6km
일기예보를 살핀다. 이른 아침 잠깐 날이 맑다. 미세먼지도 좋음이다. 기회를 놓칠 새라 호수로 차로 몬다. 동틈을 보러 가는 길은 언제나 벅차다.
식어 가는 커피의 맛은 텁텁했다. 새벽녘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며 묵었나 보다. 몸이 달가워하지 않음에도 습관적으로 마시게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각성, 의식, 이국적 문화…. 어쩌면 어디에도 없는 쌉쌀한 맛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호수 물빛에 여명이 깃든다. 수리산 공군부대를 밝히는 불빛은 점점이 선명하다. 데크를 돌아든다. 연못에 비친 나무 그림자의 대칭이 멋지다. 하늘을 본다. 반달에서 이우는 달이 선명하다. 아침의 고요와 서정이 참 좋다.
라디오를 듣다가 꺼 버린다. 오늘 같이 좋은 아침에 양다리는 호수에 대한 배반이다. 뚝방에 선다. 오늘따라 광교산에서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선명하다. 동녘의 일출의 후광이려니 한다. 오봉산과 모락산의 존재가 헷갈리더니 이내 구분된다. 관악산은 연구소 건물에 가려 희미하다. 결국 우리네 사는 동네는 어딜 가나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셈이다.
서편에 서니 오렌지 빛으로 물드는 동편이 선명하다. 오리들은 물가에 내려앉아 아침을 맞는다. 퍼덕이는 소리에 놀란다. 닭이 늦은 홰를 친다. 요란하다. 왜가리가 그림처럼 요동도 하지 않고 서 있길래 다가가니‘감히’하며 곁을 뿌리친다. 그 모습에서 품격을 느낀다. 생명이 는 것들은 제각각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호수 물 위로 햇살이 넘실거린다. 유영하는 오리가 잔물결을 일으킨다. 호수는 살아있었다.
연꽃의 잔재들이 못을 더욱 검게 만든다. 초여름 화려하게 이곳을 장식할 희고, 옅은 분홍의 꽃을 상상해 본다.
호수를 한바퀴 돌아 제자리에 선다. 아직 8시가 채 되지 않았다. 잘 쉬었다는 기쁨과 더불어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든다.
오는 주말에는 먼 산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