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BAL4k5w4lkU
타일/ 수훈 시인
낡은 화장실
인테리어 업자에
수리를 의뢰했었다
벽도 바닥도
덮어 쉬우기 아닌가
진행은 빨라 좋은지 몰라
샤워할 때마다
넘쳐흐르는 문지방
이야기하자 구시렁 데면
조심히 사용하시기---
깨끗해서 사용하기는
좋은데 미비한 기술력
아직도 내 맘에 영---
https://youtu.be/oVQ_k-Qa83M
산불 3/ 조 한순 수필가
최근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강릉 등, 곳곳에서 산불이 났다. 강풍 때문에 진화작업에 진땀을 쏟고 있다. 영월에서 화재를 당한 주민은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힘없이 말을 한다. 작은 불씨가 큰 화재롤 일으켰다. 이웃이 화가 난다고 불을 지르기도 하였고, 울진에서는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 안에서 담뱃불을 던져 밖으로 날아가면서 불씨에 붙어 삽시간에 산을 점령해버렸다.
이렇게 설마 했던 실수는 바람의 기세를 타고 불길이 산으로 나무로 엄청난 속도로 번져 동해안 산을 뒤덮고 8일을 넘기면서도 꺼질 줄을 모른다.
어찌 이런 일이 해마다 일어나는 가? “불이 안 나면 좋을 텐데” 하니까 누군가는 “그러면 소방대원이 할일이 없게요” 한다. 진정 그런 의미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만 소방대원들의 임무란 엄청난 재산과 인명 피해를 예방하고, 큰 화재를 막는 어려움이 있다.
산새가 험한 곳은 물을 들고 가기가 어렵다. 좁은 길도 문제다. 고무통을 이용한 물 저장소를 산 중턱에 마련해놓고 물을 연속으로 길어와 붓고, 다시 그 물을 헬기가 빨아들여서 뿌린다. 이렇게 어려운 작업을 자원봉사자들과 많은 협조자가 하고 있어 주민들 마음은 덜 외롭다. 농약을 뿌리는 통도 메고 나왔다. 물 한통이라도 뿌려서 잔불을 끄겠다는 그들의 마음이 존경스럽다. 동해안 피해면적이 여의도의 83배라고 한다.
어른들이 쓰시던 식기 도구가 다 타버렸다. 화마에서 소를 구한 농부는 소를 먹여야 하니 집터를 찾아오기는 하나 오기 싫다고 한다. 불나던 날 태어난 송아지가 앉아 있다. 무슨 운명일까? 송아지는 주인의 심정을 모르는 듯 평안히 있다.
버섯 농사도 망쳤다고 한다. 버섯재배는 먹고 사는 그들의 전 재산이었다. 자연산의 보고인 터전이 몽땅 타버렸다. 그 터전이 회복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30여 년이라고 하니 그 회복시기까지 무얼 먹고, 어찌 살라는 건가! TV로 보는 내 마음도 아프다.
농토가 있는 농부는 그래도 살아야 하니 농기구를 빌려서라도 농사를 지어볼 것이란다. ‘땅은 남아 있으니까!’라고 자신을 위로하는 그 속이 오죽 하겠는 가?
봄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에 진화를 못하여 온 동네가 다 타버렸다. 여름철 수해로 고생을 하는 가하면 이렇게 화마로 고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김치 공장 주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이재민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힘을 내고 있는 것이다. 타버린 공장을 다시 지어 생업을 재개 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는 단골들에게 맛있는 김치를 보급 할 것이라고 굳게 마음을 다진다. 강릉 마을 36채가 다 탔다니, 이런 일이 어찌 일어난단 말인가. 가족의 사진도 다 타고, 돌아가신 분 영정 사진도 타버렸다. 제사 지낼 때 사진도 못 놓게 되었다고 한숨이 길다. 구구절절 탄식의 목소리다.
해병대 지원부대도 있고, 자원 봉사 소방지원대도 있다. 일몰이 되자 헬기가 돌아온다.
피해자들은 꿈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이다. 노인정에 모여 급식을 배급 받아 먹으면서 ‘고맙다, 맛있다’고 인사를 한다. 체념한 목소리에 기운 없이 웃는 다. 한 할머니는 잿더미를 헤치고 무엇을 찾는다. 항아리에 넣어둔 돈을 찾아보지만, 항아리도 잿더미요, 그 돈도 재로 변해 보이지 않는 다.
와중에 뛰어나오느라 옷가지도 못 챙겼다는 하소연이다.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언제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2019년 강릉에 화재가 났었다. 그곳을 1년 후에 여행을 가는 중에 휴게소에서 바라보았다. 타고 남은 나뭇가지들은 앙상하니 힘을 잃었다. 바닥은 여전히 검은 빛이 남아 있었다. 복구 되지 않은 점포도 있었다.
나는 안성에서 몇 년간 농사를 지은 적이 있다. 봄에 밭에 남아 있는 채소밭 쓰레기가 많았다. 별 생각 없이 밭에서 잡풀과 함께 말끔히 태웠다. 안성에서 담당이 연기를 보고 달려왔다. 봄철에는 나뭇가지나 쓰레기를 태우지 말라고 당부를 한다. 바람을 타고 불씨가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논둑을 태우다 불똥이 튀어 산으로 마을로 옮겨 붙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울진과 삼척경계에서 8일 째나 불 진화가 되지 않는 다. 금강송 군락지까지 번져간다고 야단이다. 숭례문 화재사고 후 복원에도 사용했다는 금강송이었다. 군락지에 번지면 소나무가지는 불쏘시개가 돼 겉잡을 수 없다는 논리다. 비좁은 도로 탓에 물자동차가 들어가기 어렵다. 물대기가 여의치가 않아 금강송 군락지 응봉산에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울진의 화재원인은 지나가던 차량 4대 중 그 안의 누군가가 담뱃불을 던졌다는 추측이다. 바닥에서 번져 산으로 옮겨 붙었다는 이야기다. 지금 산에는 낙엽이 쌓여있다. 두텁게 쌓여서 불쏘시개가 된다. 이렇게 가뭄과 건조한 날씨는 주민들의 마음을 태우기도 한다. 일기 예보대로 봄비가 주룩주룩 내려 잔불도 진화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늘이 기어이 도우셨다. 하루같이 평생 동안 그 생활의 터전을 지켜왔던 노령 층 주민들이 콧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봄날을 다시 맞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