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 성 안과 밖 깊숙이 걷다
겨울 아침, 수원 화성을 걸었다.
창룡문 성곽을 따라 성 안을 걷다가, 성 밖에서 나간다. 키 크고 잘 생긴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풍경 뒤쪽에 포루가 보인다. 수원 화성에서만 볼 수 있는 시그니처 풍광이다.
팔달문에서 가파른 계단을 올라 서남각루 문 앞에 선다. 이곳에서 화양루로 향하는 길은 명품이다. 근데 어인 일인지 군데 군데 소나무들이 쓰러져 있었다. 지난 11월의 습설은 이곳 소나무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수어장대를 지나 다시 성 밖으로 내려선다. 지난 가을 억새의 잔재는 폐허미를 느끼게 해준다. 성곽 그늘 끝, 난간에 솟은 누각 뒤로 수원 시가지가 펼쳐진다. 화성은 수원과 함께 살아가는 성이다.
장안문 앞에서 도로로 내려선다. 차 없는 한가한 도로, 길가 카페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용연을 지나 다시 성 안으로 올라선다. 빛이 참 좋다. 겨울 햇살이 찬란하게 고성을 비춘다.
2시간, 화성의 안과 밖 그리고 깊숙이를 천천히 살피며 걸었다. 귓속에 울리는 해바라기, 이문세의 감미로운 노래가 이 계절을 더 깊게 만들어 주었다.
여러 번 올수록, 더 많이 보고, 걸을수록 수원 화성의 매력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