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뭄과 전염병의 참상을 적은 임계탄
실시한 이丈夫여 慷慨는 어디간고 실시한 이 장부여 강개는 어디 간고
塵埋한 三尺劍을 强忍하여 빼여잡고 진매한 삼척검을 강인하여 빼어 잡고⑭
泰山第一峯의 寸寸이 쉬여올라 태산 제일봉의 촌촌이 쉬어 올라
天下을 聘目하며 歎息하고 領略하니 천하를 빙목탄식하고 영략하니⑮
十二諸國 東一隅의 우리 朝鮮偏小하다 12제국(16) 동일우의 우리 조선 편소하다
地利도 죠커니와 禮義之邦이로다 지리도 좋거니와 예의지방이로다
萬物이 자자커니 大國을 부러하랴 만물이 갖췄거니 대국을 부러하랴
우리나랏 八道中의 하삼남 더욱죠타 우리나라 팔도중의 하삼남(17) 더욱 좋다
□□□ 죠커니와 □□□節 사치한다 □□□ 좋거니와 □□□절 사치한다
五十三州 湖南道의 長興은 海邑이라 오십삼주 호남도의 장흥은 해읍이라
地出도 크거니와 山海珍味 갖졸시고 지출도 크거니와 산해진미 갖출시고
冠山 삼긴후의 樂土라 有名터니 관산(18) 삼긴 후의 낙토라 유명터니
□□이 否塞하고 時運이 罔極하야 □□이 비색하고 시운이 망극하야
連値 大殺年의 가지록 慘酷하다 연치 대살년의 갈수록 참혹하다
萬古에 이런詩節 듯기도 처암이요 만고에 이런 시절 듣기도 처음이요
生來에 이런詩節 보기도 처음이라 생래에 이런 시절 보기도 처음이라
슬프다 四海蒼生 自家의 罪惡인가 슬프다 사해창생 자가의 죄악인가
우흐로 父母同生 아래로 妻子息이 위로 부모동생 아래로 처자식이
一時의 둑게되니 이아니 罔極한가 일시에 죽게 되니 이 아니 망극한가
(각주)
⑭ 진매한 빼어 잡고: 먼지 앉은 3척의 칼을 잡고 기어이 뽑아들고.
⑮ 聘目, 領略: 빙목은 눈을 돌려 봄. 영략은 대강을 헤아림.
(16) 12제국: 동방에 있는 12개 나라. 중국 전국시대의 상황에서 유래함.
(17) 하삼남: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총칭.
(18) 冠山: 전라남도 장흥군 관산읍
曾前의 지낸凶年 歷歷히 헤어보니 증전(19)의 지낸 흉년 역력히 헤어보니
乙亥 丙子 凶年 癸丑 甲午 凶年 을해(20) 병자① 흉년 계사② 갑오③ 흉년
慘酷하다 하려니와 이대지 滋甚한가 참혹하다 하려니와 이다지 자심한가
그례도 머긴 따히 곳곳이 나마 잇고 그래도 머긴④ 땅이 곳곳에 남아 있고
조련한 □凶年은 陳谷도 있거니와 조련한⑤□흉년은 진곡(陳穀)⑥도 있거니와
移粟이 넉넉하니 賑財들 업슬넌가 이속이 넉넉하니 진재⑦인들 없을런가
그 나문 許多 凶年 無數히 經歷하니 그 남은 허다 흉년 무수히 경력하니
千萬古 以來로 이時節 처엄이다 천만고 이래로 이 시절 처음이다.
乙亥水 丙辰旱은 새발의 피랏닷다 을해수 병진한⑧은 새발의 피랏닷다⑨
癸酉年 戊戌農形 免凶을 계유하니 계유년⑩ 무술⑪ 농형 면흉을 겨우 하니
그로사 豊年이라 別虛費 업슬넌가 그로사⑫ 풍년이라 별허비 없을런가
朝廷 大議하야 榻前의 定頉하고 조정 대의하야 탑전의 정탈⑬하고
(각주)
(19) 曾前: 일찍이 지나간 적, 曾往.
(20) 乙亥: 1695년(숙종 22) 숙종실록 4월 1일 이 해에 큰 가뭄이 들었다. 거센 바람이 연이어 불고 서리가 여러 번 내려 보리와 밀이 여물지 않았으며, 파종시기를 놓쳐 큰 흉년이 들었다고 기록 되어 있음.
① 丙子: 1696년(숙종 22) 숙종실록 7월 1일 '이 해 가을에 큰 흉년이 들었다. 재해는 빠진 것이 없었으며 또 해손(蟹損)으로 게가 전야(田野)에 편만(遍滿)하여 싹을 끊 어버려 곡식이 자라지 못했다. 고금에 듣지 못한 재앙'이라는 기사가 보임.
② 계사(癸巳): 숙종 39년(1713), '숙종실록' 10월 4일 '국가가 불행하여 팔도에 흉년이 들었는데 양호(兩湖)와 기전(畿甸)이 더욱 심해 아픔이 내 몸에 있는 것 같아 금의(錦衣)와 옥식(玉食)도 편안치 못하였다' 며 백성들은 이산하지 말 것이요, 수령들은 백성의 진휼에 각별히 힘쓸 것을 하교하고 있음.
③ 갑오(甲午): 숙종 40년(1714), '숙종실록' 7월 21일조에 전국 각지에 천재지변이 일어났으며 특히 '제주에는 큰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모두 소와 말을 잡아먹었으며, 심한 가뭄으로 소와 말이 목이 타 죽었다' 는 기사가 보임.
④ 머긴: 먹게 된, 즉 농사의 소출이 있었던 땅.
⑤ 조련: 만만한 정도로 헐하거나 쉬운.
⑥ 진곡(陳穀): 묵은 곡식.
⑦ 이속(移粟)․진재(賑財): 이속은 다른 지역의 양곡을 이관하는 것, 진재는 구휼에 쓰기 위한 재물.
⑧ 을해수(乙亥水)․병진한(丙辰旱): 을해년의 홍수와 병진년의 가뭄. 을해는 숙종 21년(1695), 병진은 숙종 2년(1676). '숙종실록' 1676년 2월 3일조에 보면 왕은 '넓은 하늘 밑은 왕의 땅이 아님이 없고, 신하가 아님이 없다. 팔도가 흉년이 든 것은 예전 에 없던 바인데, 그 가운데 관서(關西)․해서(海西)․기전(畿甸)은 더욱 심하다' 며 백성의 구제책을 당부한 기록이 보임.
⑨ 새발의 피랏닷다: 새발의 피라고 하더구나
⑩ 정유(丁酉): 숙종 43년(1717)
⑪ 무술(戊戌): 숙종 44년(1718)
⑫ 그르사: 그제야
⑬ 탑전의 정탈(定奪)학: 임금의 결재를 얻음.
各道의 行關하야 量田으로 作亂하니 각도의 행관하야 양전⑭으로 작난하니
己亥年 庚子年을 亂離로 지내여다 기해년⑮ 경자년(16)을 난리로 지내여다
그밧긔 남은 凶年 乙丙丁 지낸후의 그 밖의 남은 흉년 을․병․정 지낸 후의
疊疊한 公私債는 뫼같이 싸혀닛고 첩첩한 공사채는 뫼같이 쌓여 있고
汨汨한 憂患疾病 물같이 깁퍼도다 골골한 우환질병 물 같이 깊었도다
十生九死 이百姓이 그리져리 사라나서 십생구시 이 백성이 그리저리 살아나서
歎하느니 흉년이요 願하니 逸民이라 탄하느니 흉년이오 원하느니 일민이라
大旱 陽春 못보와셔 辛亥還甲 만나도다 대한양춘 못 보아서 신해환갑 만났도다
砂哨佹 險한時節 이辛亥 便할소냐 옛 신해 험한 시절 이 신해에 편할소냐
人言이 이러하니 疑慮들 업슬넌가 인언이 이러하니 의려인들 없을넌가
祝融이 南來하야 火龍을 채질하니 축룡이 남래하야 화룡(17)을 채질 하니
旱魃이 肆惡하니 乾坤이 紅爐로다 한발이 사악하니 건곤이 홍로로다
山原이 불리나니 田野 다타거다 산원의 불이 나니 전야 다 타거다
赤地 千里하니 惶怯이 절로난다 적지 천리하니 황겁이 절로 난다
時雨를 못어드니 移秧을 어이하리 시우를 못 얻으니 이양 어이 하리
不違農時 이말씀 人力으로 못하리라 불위농시(18) 이 말씀 인력으로 못하리라
六月望 오는비는 鳴呼晩兮 그러나마 유월망(19) 오는 비는 오호만의 그러나마
제판의 패게된모 옴겨두고 試驗하세 제판의 패개된 모(20) 옮겨 두고 시험하세
南村 北村 사람 時刻을 쟁선하다 남촌 북촌 사람 시각을 쟁선(爭先)한다
슬프다 農民드라 이畢役 못하야서 슬프다 농민들아 필역① 못 하야서
獰惡코 凶한風波 被害도 慘酷하다 영악코 흉한 풍파 피해도 참혹하다
곳곳지 남은田地 낫낫치 섯는禾穀 곳곳이 남은 전지 낱낱이 섯는 화곡②
이後나 무病하면 生道를 보라더니 이 후나 무병하면 생도를 보라더니
(각주)
⑭ 행관(行關)․양전(量田): 행관은 공문을 하달하는 것, 양전은 조정이 경작상황을 파악하기 위하여 토지를 측량하는 일. 양전의 과정에서 허다한 폐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여기서 '양전으로 전락하니' 라고 표현 한 것임.
⑮ 기해(己亥) 숙종 45년(1719)
(16) 경자(庚子): 숙종 46년(1720)
(17) 축융(祝融)․화룡(火龍): 축융은 불을 맡은 신, 화룡은 불을 등에 진 용을 가리킴.
(18) 불위농시: 농사의 적기를 어기지 말도록 해야 한다는 뜻. 맹자가 통치자에게 당부한 말이다.(孟子․梁惠王)
(19) 유월망: 음력 유월 보름.
(20) 제판의 패게 된 모: 모판에서 미쳐 이앙을 하지 못해 너무 자라 벼이삭이 나올 지경이 된 모. 이렇게 된 모는 좋지 않지만 그래도 이앙을 해보라고 한 것임.
① 필역(畢役): 어떤 일을 마치는 것.
② 화곡(禾穀): 벼 종류를 통틀어 일컫는 말.
(144-043일차 연재에서 계속)
첫댓글 (144-042일차 연재)
(장흥위씨 천년세고선집, 圓山 위정철 저)
42일차에서도 '간암공(세옥)의 유작(임계탄)'이 밴드에 게재됩니다.
'전국에 걸친 살인적인 흉년과 가뭄으로 백성들의 고통과 참상이 무척 심하다'는 표현이 여러군데 보입니다.
※ 주) 41-46일차에는 간암공의 유작 중 '임계탄'이 계속이어집니다.
[본문내용- 선조님들의 유시 등(임계탄) 계속]/ 무곡
지리도 좋고 예의도 있는 우리나라(하삼남 지방)가 수년째 흉년과 재해로 부모와 처자식이 일시에 다 죽게 생겼다고 절규하는 모습이 참으로 어제의 일같이 마음을 몹시도 아프게 합니다. 그저 안타깝습니다./ 무곡
살인적인 흉년에다가 가뭄으로 벼의 모종을 때에 맞추어 이앙을 못할 지경이니, 현재는 물론 장래도 기약하기 어려운 참혹하고 극한적인 상황이 계속되었던것 같습니다.- 무곡
"冠山 삼긴후의 樂土라 有名터니 관산(18) 삼긴 후의 낙토라 유명터니
□□이 否塞하고 時運이 罔極하야 □□이 비색하고 시운이 망극하야
連値 大殺年의 가지록 慘酷하다 연치 대살년의 갈수록 참혹하다
萬古에 이런詩節 듯기도 처암이요 만고에 이런 시절 듣기도 처음이요"
저자의 가사 중에 관산이 언급되고 있네요. 비색, 시운, 망극, 살년, 참혹 등 단어의 선택이 가히 절망적이네요./ 벽천
https://m.blog.naver.com/wdr462/222692668830
간암공 위세옥의 임계탄(壬癸歎)
간암공 블로그에 다양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청연
위두량 님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정통성과 지명도가 높은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같은 곳을 보니 저작자가 '미상'으로
되어 있어 후손으로서 많이 아쉬운점이
있습니다만 ᆢ
직계후손으로서 한말씀 부탁 드립니다./ 무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