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남시장이 내년부터 청년들에게 100만원씩을 배당하겠다고 나서 포퓰리즘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내년에는 24세. 첨차 늘려서 19세까지 소득 여부에 관계없이 배당을 한다는 정책이다. 실현 여부는 보건복지부의 정책과 관련법규와의 상치 등이 맞물려 불투명하지만 그만큼 청년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노인문제는 청년문제보다 더욱 심각하다. 생활력을 상실한데다 질병까지 겹쳐 의료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진주 인근 농어촌지역에서 운행하는 아침나절의 버스승객은 학생을 제외하면 진주시내의 병의원을 찾는 노령의 환자들이다. 이들로 인해 시내의 병의원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농촌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노동력이 없어 서부경남 일대의 시설농가 인부는 대부분이 진주시내에서 역유입되는 도시노동력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남도내 노령화율(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10.6%였으나 올해는 14.1%로 10년새 3.5%포인트나 늘어났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은 노령인구로 분류되지 않는 60세 이상이 촘촘한 연령층을 이루고 있어 실제로 노령화는 더욱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남해, 산청, 합천 등 서부경남은 이미 노령화율이 30%를 넘어서고 있어 자치단체가 노인문제를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노령화를 따라잡기에는 힘이 한참 보챈다. 이들 지자체들은 대부분이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권에서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시대, 그 중심에 있는 농어촌지역 의료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한 해에 3000여명의 의사가 배출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99%이상이 임상의학을 지원해 졸업후에는 큰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거나 개업을 한다. 대부분이 도시에서 개업, 의료기관 과잉상태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지만 정작 농촌은 의료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다. 이제는 고령화시대에 대비한 의료체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노동력이다. 쌀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수익성도 문제지만 노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토지 이용료가 없어진지 오래이지만 대리경작도 희망자가 없다. 기업영농을 제외하면 현재 농촌의 영농은 자급자족형이다. 고령화가 노동력 없는 농촌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귀촌·귀농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고령화의 영향이지만 지자체가 이를 권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미 도시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이 농촌에 정착하기에는 각종 복지시설이 열악한데다 장기간의 지도와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귀촌·귀농인들의 노동력 부담은 그들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 전에 고령화를 멈추고 새로운 정주생활권으로 자리잡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60, 70년대에 새마을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타올라 농촌의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면, 지금 우리 농어촌은 제2의 지형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수록 외면당하는 농촌문제, 그 중심에 고령화가 자리잡고 있다. 청년배당이 아니라 농촌복지정책이 더욱 시급하다. 그들은 어렵고 배고플 때 조국근대화와 잘 살기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고 오늘날의 국부를 이끌어낸 주역들이다. 병든 몸을 이끌고 아침마다 진료를 받기 위해 도시로 향하는 농촌의 실상을 산업구조의 재편과정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그 문제가 심각하다. 지자체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경일시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