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구간 : 보문산길
보문산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친숙한 산이기에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대전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산이다. 시내에서 멀지 않으면서 그리 높지 않으나(457m) 산자락의 품새가 넓어 접근로도 다양하다.
1구간은 보문산의 남쪽 능선으로 정상인 시루봉에서 시작한다. 문화동 청년광장에서 이어지는 길은 가파르기에 고촉사에서 숨을 고르고 정상에 오르면 시내는 물론 겹겹이 펼쳐지는 산줄기 조망에 가슴이 탁 트인다(여기서 가까이 보이는 보문산성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오도산을 향하면 이사동에서 구완동을 넘어 다녔던 옛고개를 만나고 산길은 호젓하게 이어진다. 남부순환도로가 지나는 구완터널 지나 오똑한 오도산에 오르면 왼편으로 늠늠한 식장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오도산에서 금동고개까지 오르락 내리락 숨을 고르며 소나무 세그루가 반기는 금동고개에 도착한다.
주변 볼거리 : 보문산성, 보문산 마애불, 보문사지, 봉소루, 월송재
2구간 : 만인산길
만인산(537m) 능선에 이조 태조 이성계의 태실이 있기에 태봉산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대전천이 만인산 봉수레 골자기에서 발원한다.
금동고개에서 이어지는 산줄기는 동구와 중구의 경계를 이루며 떡갈봉과 400m급 봉우리 서너개를 지나며 힘은 들지만 능선 타는 맛이 아기자기 하다. 천비산 쪽으로 뻗은 시경계 능선으로 빠지지 않도록 표시기에 주의하며 안산을 지나면 안부에서 하소동에서 금산군 추부면 목소리로 넘어가는 고개(먹치)를 만난다. 다시 만인산을 가파르게 오르면 남동쪽으로 서대산과 정기봉이, 멀리는 지나온 보문산 능선이 아득하다. 내리막 길은 태실에서 만인산 휴게소로 이어진다.
주변 볼거리 : 태실, 만인산 휴양림, 푸른 학습원
3구간 : 머들령길
보문산에서 뻗은 능선이 만인산을 지나며 동쪽으로 꺾여 북진하는 3구간은 2구간과 비슷하게 쉽지 않은 구간이다. 능선에서 산성의 흔적이 보이며 옛고개길과 여러번 만난다. 추부터널 위 태봉재와 태실에서 가파르게 정기봉에 오르고 다시 떨어지면 상소동 골남이 마을에서 추부 요광원으로 넘어 다녔던 골냄이 고개가 있다. 다시 541봉을 넘으면 머들령이다. 말 한필이 다닐 수 있는 고개라 마달령 또는 머들령이라 불렸다는 정취있는 머들령에서 우리는 정훈시인의 시 “머들령”과 만난다.
요광원 지나 머들령
옛날 이길로 원님이 내리고/ 등짐장수 쉬어 넘고/ 도적이 목지키던 곳
분홍 두루막에 남빛 돌띠 두르고/ 할아버지와 이 재를 넘었다
뻐꾸기 자주 울던 날/ 감장 개명화에 발이 부르트고
파란 갑사댕기/ 손에 잡고 울었더니
흘러 간 서른 한 해/ 유월 하늘에 슬픔이 어린다
이제는 잊혀진 머들령을 지나 국사봉을 넘으면 머들령길이 끝나는 닭재에 이른다.
4구간 : 식장산길
식장산은 대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598m) 보만식계라 불리는 보문산,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 산줄기들을 모두 조망할 수 있다. 금산과 옥천으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데 위치에 웅장하게 솟은 식장산은 골이 깊어 물이 좋고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다. 먹을 걱정이 없이 쌀이 끊임없이 솟아 나는 맷돌이 있었다는 설화도 식장의 식생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대청댐이 생기기 전에는 이곳 세천저수지에서 대전에 물을 공급했다. 세천유원지에서 오르는 길도 부드럽다.
식장산길의 시작은 삼괴동 덕산마을에서 옥천으로 넘어 가는 옛고개 닭재에 부드럽게 오르면 계현성이 있다.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계속되는 산성터를 지나면 망덕봉 넘어 곤룡터널 위 곤룡재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늠늠하게 다가오는 잘 생긴식장산을 보면서 걷는 맛에 몸은 고되도 힘든 줄도 모른다. 둘레산 구간 중 가장 장쾌한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봄에는 능선에 진달래가 지천이다.
동오리 고개와 고산사로 가는 표지판을 지나 가파르게 오르면 동서로 뻗은 식장의 주능선과 만난다. 여기서 독수리봉과 구절사 쪽을 아쉬워하며 해돋이 전망대에 도착하면 눈에 가득 첩첩한 산과 아파트 천지인 시가지가 펼쳐진다. 송신탑을 빗겨 활공장에 이르면 새가 되어 날아오르고 싶다. 세천유원지 까지 내리막길, 아스팔트를 버리고 계곡길로 들어 식장의 시원한 공기로 달군 몸을 식힌다.
주변 볼거리 : 고산사, 세천유원지, 구절사
5구간 : 계족 산성길
산이라고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대전 동쪽으로 길게 누운 계족산(423m) 능선의 하늘금은 대청호수를 가리고 숱한 산성을 품고 산자락은 슬그머니 동네까지 내려와 있다. 계족산성으로 대표되는 계족산 능선에는 삼정동 산성, 갈현성, 능성, 질현성으로 이어지는 산성들과 작은 보루들을 합치면 10 여개가 넘는다. 가히 계족산성길은 산성의 도시 대전에 부족하지 않다. 계족 산성길은 완만한 등산로도 잘 정비되어 있어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걷기에 그만이다.
산행기점인 비룡동 줄골마을 입구에는 미모에 반할만한 돌장승이 반기고 삼국시대부터 신라와 백제의 경계로 대전을 지킨 산성들을 차례로 거치며 우측으로 잔잔한 대청호를 내려다보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임도 삼거리에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계족산성을 다녀올 수도 있고, 대전이 자랑하는 14.5km의 계족산 임도를 한 바퀴 돌 수도 있지만 계족산 봉황정에 올라 용화사로 빠져 산행을 마무리 한다.
주변 볼거리 : 남간정사, 비례동 고인돌, 옥류각, 동춘당, 제월당
6구간 : 금강길
150리의 보만식계가 금강을 만나 비단처럼 흐르는 6구간은 금강길이다. 용화사 석불입상을 보고 봉황정에 올라 북쪽 장동고개로 뻗은 산길은 고산지대를 걷는 것 같이 조망이 특별하다.
장동고개를 지나면 능선상에 군부대 철책이 가로막아 서쪽으로 우회해야 한다. 철도차량 정비창 옆길을 이용하여 다시 능선에 붙어 진행하다 보면 문득 발아래 금강이 열린다. 건너편 노산리 들녘을 바라보며 새여울에서 강따라 5km를 걷는다. 국도, 고속도로, 철로 밑을 지나면 갑천과 금강이 몸을 섞는다. 갑천 하류 불무교를 건너 구즉(봉산동) 버스 종점에서 마침표를 찍느다. 금강길은 12개 구간에서 가장 긴 길이나 산과 강을 같이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7구간 : 금병산길
너른 벌 한밭은 북쪽으로 금병산(364m)이라는 비단 병풍을 두르고 있다. 뒷바구니 마을을 지나 오봉산에 오르면 대전천과 유등천의 물을 차례로 받아 금강으로 유유히 흘러드는 갑천을 잘 볼 수 있다. 고려시대 덕진현이었던 보덕봉을 지나 왼편으로 원자력 연구소를 끼고 용바위 고개로 이어지는 산길에는 구룡동 마을이 깊숙이 들어와 있다. 여기서 용바위 고개 까지는 부드럽고 아늑하면서 깊은 산의 맛이 우러나는 곳이다. 숨가쁘게 용바위 고개를 올라 연기군 금남면과 경계를 이루는 금병산 능선에 오르면 왼편으로 자운대의 시원한 벌판이 깔리고 눈을 들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산들, 우산봉과 갑하산, 도덕과 금수봉, 빈계산 능선이 하늘금을 긋고 그 너머로 계룡의 연봉들이 머리를 내민다.
노루봉부터 거칠메기 고개까지(5km)는 국방과학연구소가 능선을 철책으로 가로막고 있어 철조망 밑으로 비탈진 경사면을 뚫고 나가야 하는 난코스이다. 힘에 부치면 자운대로 하산할 수도 있지만 대전의 산이 온전하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 올 날을 기대해 본다.
주변 볼거리 : 적오산성, 자운대, 수운교 본부
8구간 : 우산봉길
한밭대로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언제나 늠늠하게 다가서는 하늘금이 우산봉과 갑하산이다. 아늑한 안산동 어두니 마을에서 가볍게 산에 올라 서문지가 완벽하게 남아 있는 안산동 산성을 돌아보고 우산봉(573m)을 향한다. 산길은 평탄한 육산으로 부드럽고 숲냄새도 향긋하다. 공주 반포면 송곡리와 경계를 이루는 우산봉 산길에는 우산봉과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하나 더 있어 계룡산을 잘 조망할 수 있다. 다시 갑하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걸으면 동학사 골자기를 끼고 장군봉에서 천황봉으로 다시 황적봉으로 말발굽같이 휘도는 계룡의 주능선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갑하산에서는 풍수가 뛰어난 갑동 현충원 묘역을 감상할 수 있다. 삽재로 내려가는 길이 급경사이어서 계룡휴게소 방향으로 내려와 조망 좋고 부드러운 산행을 마친다.
9구간 : 수통골길
학하, 계산동 마을에서 흑룡산으로 부르기도 하는 도덕봉(534m)은 도둑들이 숨기 좋은 도둑굴이 있는데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높이가 거의 같은 도덕봉, 백운봉, 금수봉의 물을 받아 흐르는 계곡 수통골은 계룡산 국립공원 지역이지만 가깝고 주차료와 입장료가 없다. 게다가 계룡산 못지않게 아기자기하고 빼어난 전망을 즐기며 원점회귀할 수 있는 한나절 산행이 가능해 요즘은 대전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최근에 안식년이 끝나 삽재에서 도덕봉에 오르는 코스가 가능해 졌다. 삽재에서 가파른 된비알을 한 시간 가량 숨가쁘게 오르면 도덕봉이다. 땀과 깊은 호흡으로 도시에 찌든 몸에 다시 생기를 불어 넣어 주는 고마운 산, 짙어가는 숲은 숨통을 트이게 하고 적당한 습기를 머금은 부드러운 흙에 나뭇잎이 깔린 산길은 최상의 카페트다.
도덕봉을 지나자 심심찮게 등산객들과 마주친다. 오른쪽으로 동월계곡, 봉우리에 서면 황적봉과 이어지는 계룡의 연봉들이 아스라하고 왼편으로 금수봉 정자가 까마득하다. 힘들만하면 산책로같이 평탄해지니 리듬을 타고 가파른 금수봉에 오르면 마운틴 오르가즘. 숨 고르고 지나온 능선들을 건너다보며 내리막길, 안부에서 다시 한번 빈계산에 올라 수통골 주차장으로 하산한다.
10구간 : 성북동 산성길
성북동 산성길은 빈계산에서 진잠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12구간 중 가장 짧고 산책로 같이 코스도 순탄하다. 빈계산(415m)은 산의 모양이 암탉과 같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수통골 주차장에서 돌탑이 세워져 있는 빈계산 정상까지는 1시간가량 숨 가쁘게 올라야 한다. 정상에서 남쪽으로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며 바위모양이 특이한 용바위와 범바위를 만날 수 있다. 범바위에서 성재를 지나면 성북동 산성이다. 성북동의 옛이름은 ‘재의 뒤’라고 해서 ‘잣뒤’ 또는 ‘잣띠’인데 성북동에는 잣뒤마을이 있고 수백년된 느티나무 보호수들이 마을의 허약한 부분을 보충하고 있다. 성북동 산성과 진잠의 진산인 산장산을 거쳐 남쪽으로 내려오면 방동저수지이다.
주변 볼거리 : 석조 보살입상, 성북동 휴양림, 진장향교, 기성관, 내동리 고인돌
11구간 : 구봉산길
산은 계절에 따라 방향에 따라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논산쪽에서 대전으로 들어올 때 언제나 특징있게 다갇오는 구봉산은 대전의 관문으로 작지만 아기자기한 명산이다.
구봉산길은 방동저수지에서 출발한다. 국도 4호선 지하통로를 통해 서구 봉곡동으로 들어가는 마을길을 따라 약 1km 가다보면 호남고속도로 지하통로를 지나 바로 등산안내판에서 산으로 들어선다. 봉우리가 아홉 개인지 세면서 구봉정에 오르면 남쪽으로 갑천이 아름답게 휘도는 노루벌이 절경이다. 구봉산을 종주하고 괴곡동 새뜸마을로 내려와 대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650년) 느티나무의 장한 모습과 고리골 왕버들(100년)에 감탄하고 갑천보를 건넌다. 정림중학교를 지나 효자봉 거쳐 유등천변에 오똑 솟은 쟁기봉을 넘어야 구봉산길이 끝난다.
12구간 : 동물원길
보문산 시루봉에서 시작해 대전을 한바퀴 도는 둘레산길 삼백리를 마무리 하는 구간이다. 12구간 동물원길은 안영교에서 유등천 좌안으로 1km걸어 쟁기봉에 다시 오른다. 쟁기봉을 휘돌아 장안봉거쳐 장군바위에서 샛고개 차도로 내려선다. 침산으로 오르는 능선에서 사행하는 유등천을 발견하면 정겹다. 뿌리공원에서 유등천을 건너 보문산 자락으로 들어선다.
국사봉 거쳐 동물원 울타리 옆으로 숲길 따라 까치고개를 오르면 가끔 맹수의 포효소리도 들을 수 있다. 다양하고 쉽지 않은 마지막구간은 보문산 서쪽능선으로 시루봉과 만나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다시 시루봉에 서니 지나온 산들로 둘러싸인 대전시내가 저녁햇살에 환하게 빛나고 있다.
주변 볼거리 : 사정성, 유회당, 삼근정사, 산신당, 여경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