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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여행 스크랩 가시리 디자인까페/사랑방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149 11.03.19 11:51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가시리라는 마을은 조금 신기한 분위기를 간직한 마을입니다.  삼거리를 중심으로 몇집의 식당과 가정집들.. 그리고 도로를 벗어난 시골길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은 흡사 내륙의 한적하고 깊은 시골마을 같기도 하고, 제주의 산간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중산간마을의 전형같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사실 이곳은 위치상 자본자체가 매력을 느낄만한 장소는 아닌 듯 합니다.  표선과 가깝지만 성읍과 표선을 있는 도로와 서귀포 해안일주도로에서도 멀리 위치하기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요. 

 

  사실 한국이라는 나라의 거의 모든 시골에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젊은 사람들은 모두 외지로 나가고 나이드신 노인들만 남아 활기라고는 점점 느낄 수 없는 마을이 되어간다는 것이겠죠.  제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시리 역시 그러한 마을인데, 옛모습을 간직한 마을이라는 것은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을 때 느끼는 추억이 어린 감상과 포근함의 긍정적인 느낌일 뿐, 실제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에겐 적적함과 나이들어서도 몸을 움직여야 하는 노동에의 지긋함만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런 활기가 사라지는 마을 분위기를 살리는 사람들은 일부 마을을 떠나지 않는 젊은 사람들과 뜻을 품고 귀농한 사람들이기도 하죠.  제주는 그런 움직임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편이긴 합니다.

 

  전 문화연대 사무총장이자 지난 총선때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출마하셨던 지금종씨는 몇년 전 제주에 내려오셨습니다.  봉개라는 지역에 머물다가 지금은 가시리에 감귤밭이 있는 아늑한 집을 구해 살고 계신데, 가시리에서 그분이 하시는 일은 마을의 활력을 끌어올리는 일들입니다.  가시리의 문화요소들을 발굴하고 가시리 밴드도 결성했으며, 가시리 마을사람들이 참여하는 음식, 문화활동을 위한 문화센터를 만들고 계시기도 하죠.  가장 먼저 하셨던 일은 가시리 디자인까페를 만드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디자인까페가 온전한 까페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모여 토론하거나 함께 영화를 보는 그런 공간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잘 어울린만한 공간이죠.  게다가 공간의 3분의 1 정도는 간단한 칸막이로 구분된 사무공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곳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공간이자 잠깐씩 들러 쉬는 휴식처, 그러니까 말 그대로 사랑방의 역할이 큰 곳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음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커피머신으로 내린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가시리 주민들은 공짜라는 커피는 방문객들에게는 얼마간의 가격을 제시하는데..  음 2천원이었던가?  암튼 그 정도로 기억이 되네요.

 

  외부와 내부의 디자인을 연필을 이용하여 구상한 것이 독특합니다.

 

  별다를 것 없고 책도 그다지 많지 않지만 커피 한 잔 놓고 책도 읽을 수 있답니다.

 

 

  이렇게 가시리를 주제로 한 문화행사도 추진하여 행사를 열기도 합니다.

 

  자그마한 마을에서 이렇게 문화지도와 안내책자가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신기했습니다.  가시리의 모든 문화요소와 창출가능한 문화를 모두 모아 안내지도와 안내책자를 만들어내었습니다.  사실 가시리는 옛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많은 이야기거리가 나올 수 있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제주라는 섬 자체가 수많은 풍광과 이야기거리를 간직하고 있지만 이곳은 그중에서도 또다른 느낌의 마을이기도 한데 이를 구체화 한 작업이 이런 안내서를 만들어 낸 것이겠죠.

 

  마을지도에는 가시리 가름길과 갑마장길이라는, 제주의 올레길과 비슷한 마을길을 조성하여 옛모습 그대로의 마을과 유채로 가득한 중산간의 평원길을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해 놓았죠.  올레길이 점점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자본이 점점 손을 대면서 옛모습을 잃어가고 있을 때, 가시리 마을길은 여전한 제주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는 의미에서 값진 작업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리사무소 앞에 형상화한 가시리 10경까지..

 

  외지인이 들어와 한 마을에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그 마을에 전통적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어떤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복잡한 관계와 구조를 설명하게 되는 일이라 단지 몇마디로 말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고, 그 변화가 마을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면 그 변화는 상당한 저항과 파국까지 겪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입장에서는 고질적인 안일주의와 관행에 묶여 움직이지 않으려는 현지민들의 모습이 너무도 역력합니다.  긍정적인 변화를 통한 공생과 조화가 분명히 가능하고 보이는데, 귀찮다며 또는 자신들의 입지변화에 대한 두려움에 움직이지 않으려는 모습들이 상당이 안쓰럽게 보이기도 하죠.  제주라는 지역은 그런 모습이 특히 강한 곳이라 외지인의 움직임들, 시도하는 변화들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고 부정적 시선이 팽배합니다.  그런 여건에서 지금종씨는 많은 어려움과 여건들을 조율하면서 부드럽게 추진하며 설득하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짧았지만, 함께 다니며 만나는 현지인들, 리사무소 사람들과 만나 보여주신 그 모습은 거대자본의 도움 없이 가시리의 모습을 간직하면서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하고 이끌 수 있는 변화라는 면에 있어 많은 동의와 협조를 끌어내신 듯 해 보였습니다. 

 

  가시리를 바라보는 외부인의 입장에서 가시리는 참 아늑한 곳입니다.  그런 아늑하고 평온한 곳을 두루 살피는 데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가시리 디자인까페는 정말 의미있는 곳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전 요즘 제주에 놀러오겠다는 분들께 가시리는 반드시 가보라고 말씀드립니다.  이제 봄이 완연해지면 유채꽃도 만개할테니, 가시리에서 정석비행장쪽으로 나가는 중산간벌판을 가로지르는 도로에는 노란 유채꽃도 아름다울테죠.  정말 보고싶은 광경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가시리는 돼지고기와 순대국밥도 유명해서 참 작은 공간에 많은 것들을 간직한 알찬공간이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한동안의 맛집기행은 가시리 특집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모든 것을 떠나 이 디자인까페를 중심으로 가시리라는 곳을 꼭 방문해보셨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제주에 점점 익숙해져간다는 생각이 만연해질 때, 우연히 제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던, 제주의 또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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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9.07 21:47

    첫댓글 민욱아빠는 정말 섬세한 분이신듯합니다,
    사진과 글에 따뜻함과 정감이 많이 묻어나는 느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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