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과 대리만족(代理滿足)
이영호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이다. 행복은 삶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를 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만족하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주위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이나 사물 모두가 만족의 대상이다.
그동안의 생활과 현실을 살펴보면
사회공동체의 구성조직과 틀 안에서 현대문명의 이기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왔으며, 현재의 생활이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일상적인 면에서 많이 편리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복잡다단한 삶의 방식으로 변천함에 따라 만족보다는 불만족이, 행복하고 다정하며 평화로운 사회보다는, 불안하고 이기적이고 개인 중심주의로 흘러가고 있다.
빈부의 격차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행복지수는 점점 떨어지고 삶 속에 만족보다는 오히려 대리만족代理滿足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본인의 노력 결과로 얻어진 성취감과 만족보다도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좋아하고 만족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에 대한 관심이 지나쳐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만든 팬클럽이나 단체들이 해당 클럽이나 단체의 목적 달성이나 승리를 위해 열광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일반적으로 예체능 문화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나 작품들이 대리만족의 주 대상이 된다.
생각나는 대리만족의 극치를 이룬 때는 2002년 6월 월드컵 축구 경기 때 우리나라 선수들이 예선에서 16강, 8강, 4강 승리할 때마다 ‘대-한민국’ 하며 선수들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들의 함성이 경기장에서 중계 TV 전광판이 설치된 거리마다, 시청 앞 광장에서, 안방 TV 앞에서까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감동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선수가 한골 넣는 순간순간마다 만족감은 극대화된다.
TV 드라마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성공해서 화려하게 재탄생해 행복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는 시청자는 잠시나마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부모 자신이 못다 한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는데 뜻을 이루지 못한 자신의 소망과 한을 자식에게 기대를 걸고 어린 시절부터 학원, 과외, 개인 랫슨 등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가혹하게 몰아세워 마침내 뜻 한 바를 성취함으로써 자신의 보상심리로 대리만족을 얻기도 한다.
소문난 맛집에서 단골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주인이 만족감을 느끼는 것과 같이 우리의 삶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것이 만족과 대리만족의 대상이다.
지금 지구촌에서는 코로나19, 신종바이러스 감염전파(팬데믹)로 인해 온 나라가 공포에 떨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이다, 감염 확진자와 사망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비대면, 스포츠 경기, 예술 활동, 해외여행, 각종 모임 등이 집합금지 되거나 통제로 인해, 지옥 같은 하루하루가 우울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불만족을 토로하며 야단들이다.
지구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 환경오염, 지구온난화로 자연생태계의 질서가 무너지게 되면서 인간에게 내려진 죄 앙 이요, 천벌天罰이다
옛 속담에 ‘등 따시고 배부르면 최고’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 하듯, 인간으로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만족을 위한 욕구는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생계에 힘들어하는 아우성이 메아리로 이어지고 있다. 치료제와 예방백신으로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되기를 기대한다.
우려되는 것은 대리 불만족으로 인해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세상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간신문이나 TV 뉴스에는 매일같이 사건 사고, 미투, 성추행, 부정부패, 등으로 나라 안이 시끄럽고 걱정스럽다.
나라의 발전과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해줄 것을 믿고 뽑아준 국민의 대표자들이 민생을 챙기기는커녕 당리당략을 위해 싸우고 있는 모습들이나, 가장 정직하고 청렴해야 할 위정자나 공직자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마땅한데 사리사욕에 연루되는 모습들을 볼 때, 국민주권의 기대심리를 저버리는 가장 대표적인 대리 불만족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는 말년에 ‘세 가지 질문’이라는 단편소설을 남겼다. 첫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 이순간, 둘째,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 셋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선善을 행하는 일, 이라고 했다.
황혼길을 걷고 있는 이들에게는 가슴에 새겨둘 가르침이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함께하는 큰 만족은 성공으로 빛난다.
소학小學에 사람은 뒤를 돌아볼 때마다 어른이 된다고 하였다.
만족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보다 목표를 향해서 나아가는 과정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4차 산업혁명과 백세시대에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건강은 몸을 단련해야 얻을 수 있고, 행복은 마음을 단련해야 얻을 수 있다. 나의 하루하루가 마음속에 근심이 사라지고, 생활 가운데 작은 만족이 행복으로 이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