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전깃줄 당기느라 온몸이 쑤시고 결려 몰살기가 있더니
아들 딸 마눌님에게까지 번갈아 지압과 안마, 온갖 관심을 다 받아서인지 아침에 일어나니 거뜬하다.
햇살도 찬란하고 날씨도 포근하다.
음.... 일하기 좋은 날이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벌써 3차 자재가 도착.
구조재 등 부족한 자재가 좀 들어와서인지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아깝다, 운송비)
꼼꼼히 검수하시는 장원철 팀장님.
남는 건 좋지만 모자라는 건 절대 넘기지 않는다. (사실은 모자란 적은 없지만....)
어?
그런데 처마끝 비흘림재인 드립엣지가 없다.
팀장님에게 보강을 요청하니 조금 고민 끝에 흔쾌히 수용.
예스우드에 급 주문하여 내일 받기로 했다.
아무래도 목조주택은 습기에 약하다고 하니 사소한 공법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이
건축주의 욕심이 아닌가 (덕분에 팀장님은 맘 고생이 막심하시다^^)
천창과 벽난로 굴뚝도 자리를 잡았다.
제법 있어(?)보인다.
참, 굴뚝의 타이벡이 좀 너덜거리는 건 타이벡이 새로 들어오면 보강해 주실예정(?)
드뎌 인슐레이션 작업 돌입.
방진 마스크를 쓰고 이층부터 시작.
새로 두분의 팀원이 오셨는데 아직 성함을 물어보지 못했다.
너무 열심히 하셔서 좀 어영부영하라고는 했지만 진심은 아니다^^
구석구석,
작은 틈새라도 꼭 단열재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웃으면서)
워낙 성실하게 해주시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따뜻하게 살 욕심에.....
팀장님은 벽난로 굴뚝을 만들고 계신다.
항상 제일 어려운일, 힘든일을 도맡아하신다.
좌우명은 말보다 실천.
참, 굴뚝 속에는 내화석고보드를 두르고 나머지는 벽난로 업체의 매뉴얼에 따라
초고온 단열재등으로 보강할 생각이다. (이건 아직 공부해야함)
오후 들어 정화조 자리를 잡기 시작.
화장실과 최단거리인 집 뒤쪽이다.
냄새가 날까 약간 걱정은 되지만 일단 미관상 안보이는 곳에,
그리고 멀어지거나 구배가 너무 세면 고형물이 잘 안내려갈 수 있으니까 (이건 정말 재앙이다)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오수합병정화조다.
길이는 210, 높이는 대략 160, 가격은 140만원이다.
한푼이라도 아낄 욕심에 내가 직접 시공에 나섰는데....
위치도 난감하고, 맨홀도 안사왔고, 터는 너무 좁아서 배수로가 빠질지도 의문이고......
후회가 막급이다.
역시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다.
어쨌거나 정화조 업체에 전화를 몇 통씩 하면서 작업에 돌입.
박병인 이장님과 김동희 포크레인 기사님이 내일처럼 도와주는 덕에 겨우겨우 자리를 잡았다.
요건 정화조 배출수가 나갈 배수로다.
정화조에서 최종 배출구까지 대략 45m,
포크레인이 파면 이장님과 내가 달라붙어 본드를 발라 배관을 했다.
마지막엔 상수도 인입용 엑셀(15mm)를 38mm cd관에 넣어 이중배관으로 옆에 묻었다.
상수도가 될 우물 위치가 최종 배출구 부근인 관계로..... (배출수는 도랑으로 직접, 우물물은 지하 27m)
요건 셀카로 찍은 내 모습이다.
어제는 전기 데모도,
오늘은 설비팀장,
어제는 선 땅기느라 죽을동,
오늘은 엑셀 밀어넣느라 죽을동,
그래도 나름 재미있기는 하다.
아무도 안찍어주니 혼자서 셀카.
한마디 덧붙이자면....
장팀장님과 나사모의 장점에 대한 새로운 생각...
사실은 시공과정에서 몇 차례 의견 충돌이 생겼다.
래프터 벤트 시공과 창문 이지실 시공, 그리고 추녀의 드립엣지 까지...
팀장님 입장에서는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하고 의견을 내는 건축주가 당연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
그래도 최대한 건축주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하신다.
그건 나사모의 특징이자 기본이념이라고 하신다.
목수 입장에선 힘들겠지만 건축주 입장에선 꽤나 매력적인 시스템이다.
솔직히 그동안 건설 현장에서 속된 말로 각자 자가 고집만 세우는 곤조(?)들이 꽤나 있었는데.....
그래서 건축주건 누구건 한마디 의견을 낼라치면 기분나빠하고 싸움도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거기에 비해서 나사모는 분명 업그레이드 된 시스템이다 싶다. (이건 너무 아부성인가?)
또 하나,
목수들이 세미나를 통해 각자의 현장에서 터득한 기술이나 새로운 공법에 대한 것을 공유한다고 하니
이건 정말 바람직한 일이구나 싶다.
물론 문제점도 좀 느껴지지만......
아직 까지는 대체로 만족.
힘은 들어도 재미있는게 집 짓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