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하리 민보단장 피습사건
1949년 2월 15일 자 동아일보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있다.
“武裝暴徒蠢動 民保團長被襲 [淸道] 지난 八일 하오 七시경 경상도 청도군 매전면 관하동(淸道郡梅田面舘下洞) 민보단장 이성기(李盛基씨)댁에 무장폭도 三十여 명이 침입하여 이 단장을 살해하고 가족을 전부 결박한 후 의류(衣類) 재봉기(裁縫機) 등 시가 삼백만원에 해당한 물품을 약탈 후 도주하였는데 경찰에서는 방금수사에 대 활동 중이라고 한다.”
당시에는 전국적으로 이런 일이 수없이 많았던 시기라 신문도 사회면의 한 모퉁이에 작은 기사로 다루었다.
관하리는 옛 종도면(終道面) 때는 면 소재지였고, 해방 후에는 원정자(院亭子·지금의 관하보건소 부근)에 청도경찰서 관하지서(舘下支署)가 있었다. 민보단(民保團)은 1948년 6월에 전국적으로 조직된 경찰의 ‘협조기관’ 성격의 단체다. 지역 민보단은 관할지역 경찰서장이, 마을 단위 민보단은 지서장이 단원을 실질적으로 인솔하였다.
그런데 과감하게도 지서가 있는 마을의 민보단장의 집에 침입하여 단장을 살해하고 약탈한 무장폭도 30여 명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때는 해방공간의 어수선한 시기라 후속 보도나 경찰의 공식적인 수사 결과 발표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다음 해 6·25 전쟁이 발발하면서 좌익인사 교화 및 전향을 목적으로 조직된 국민보도연맹(國民保導聯盟) 인사들에 대한 검속(檢束)과 즉결처분을 단행하는 등 전란 속에 휩싸여 이들의 정체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시기 초저녁에 30여 명 규모의 무장 세력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조직은 있다. 바로 조선노동당(朝鮮勞動黨) 산하 남조선인민유격대(南朝鮮人民遊擊隊)다. 이들은 빨치산, 야산대(野山隊), 공비(共匪), 공산 게릴라, 산사람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는데 1948년 이후 청도군당(유격대)이 본격적인 무장 투쟁을 전개하면서 청도 지역의 밤은 유격대의 세상이 되었다. 이들은 낮에는 주로 깊은 산속에 은신하다가 밤이 되면 마을로 내려와 좌익 사상 선전·교육 및 식량과 생활용품 약탈을 하고 우익 인사들에 대한 살상·방화 등의 테러를 거침없이 자행하였다.
관하리의 테러는 시작에 불과했다. 매전면 일대에 출몰하던 유격대는 1949년 5월 25일 밤 11시경 국군 복장으로 위장한 유격대 10여 명이 매전면 남양리 마을회관에 주민들을 모아놓고 이 마을 민보단장 박순형 등 민보단원 7명을 살해하고 주민 28명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같은 해 11월 19일 밤에는 곰티재를 넘어 청도읍 부야리에 국군 복장을 하고 들어가서 이 마을 경비본부인 권수복의 집에서 김정현 씨 등 7명을 살해하고 시체를 쌓아 불을 지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일이 끝난 뒤에도 마을 곳곳을 다니며 방화와 약탈을 하고 돌아가다가 곰티재에서 민간인 박현채 등 2명을 만나자 이들마저 살해했다.
전쟁 중 청도군 유격대는 영남 유격 지구에 편성되어 군내 곳곳에 출몰하며 경찰과 양민을 괴롭혔다. 따라서 정부는 대구 주둔 제3 여단 제6 연대를 비롯한 여러 부대를 청도에 파견하여 본격적인 공비토벌에 들어갔고, 1950년 11월 중순경 유격대 근거지 중 한 곳인 가지산 학소대 골짜기를 포위 공격하여 운문산 빨치산 대장으로 활동하던 박모(某) 등 7명을 생포하였다.
그 후 잔당들은 운문면 오진리 웅기산 유격대와 제휴하면서 겨우 명맥만 유지해 오다가 1952년에 국군 제875 부대가 운문사에 주둔해 토벌 작전을 시작하면서부터 1953년에 완전히 소탕되기 까지 한국전쟁 당시 우리 고장은 남침한 북한군에 점령당하지는 않았으나 전쟁 전부터 끝날 때까지 출몰하는 유격대의 괴롭힘에 내내 시달려야 했다.
[참고자료]
‘동아일보’(1949.2.15.)
‘청도군지’(청도군, 1991)
‘마을지명유래지’(청도문화원, 1996)
‘청도민간인희생사건’(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 2008)
‘디지털청도문화대전’(청도군, 2014)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아픔의 역사를 절대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베트남도 그렇고 .... 우리나라의 휴전선은 남북 분단을 넘어서 공산주의 소련 중국 북한과 자유민주주의 한국 일본 미국의 경계선이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 처럼 강한 대한민국이 되어야 겠습니다. 절대 믿어슨 안되는 공산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