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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14일 수요일
『통찰의 시대』(The Age of Insight)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2016.1.19./ (주)알에이치코리아/ 709쪽
뇌와 신경세포, 기억과 무의식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세계적 석학인 에릭 캔델(Eric R. Kandel, 1929~)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한 후, 뉴욕대 의대에 입학해 정신과 의사의 길을 걷다가, 인간 정신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세포 단위에서부터 하나씩 접근하는 ‘정신의 생물학’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연 금세기 최고의 뇌과학자이다.
새로운 형태의 학제 간 학문을 정립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기획한 첫 출판물 중 하나인 이 책에서, 저자는 설득력 있고 유려한 문체에 해당 전문 분야의 역사와 최근의 연구에 이르기까지 꿰뚫는 지식을 잘 짜인 체계로 제시하면서 뇌과학과 예술사, 심리학, 인문학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통섭적인 접근을 통해 예술에 빠져드는 인간의 무의식을 풀어낸다.
그는 뇌의 생물학을 이해하여 이를 예술과 인문학에 적용하는 환원론적 접근법이 인간 사고의 풍성함과 복잡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물학적 현상과 심리적 현상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지각할 수 있게 하여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고 예술, 과학, 인문학에서 창의성을 가능하게 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즉 ‘통찰’함으로써) 지성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고 하였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내가 1890년부터 1918년까지의 빈의 지성사에 푹 빠져 지낸 매혹의 산물이자, 오스트리아 모더니즘 예술, 정신분석, 예술사에 대한 내 관심과 평생에 걸쳐 연구한 뇌과학을 종합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에서 세기말의 빈에서 기원하여 지금도 계속되는 있는 예술과 과학 사이의 대화를 살펴보고, 그 대화가 주요한 세 단계를 거쳐 왔음을 밝히고자 한다. p.7
21세기 과학의 핵심 도전 과제는 인간의 마음을 생물학적 용어로 이해하는 것이다. 20세기 말에 인지심리학, 즉 마음의 과학이 뇌의 과학인 신경과학과 융합되었을 때 이 도전 과제의 해결 가능성이 열렸다. 그 융합의 새로운 마음의 과학을 낳았고, 덕분에 우리는 우리 자신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규명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대체 어떻게 지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 것일까? 정서, 감정이입, 생각, 의식의 본질은 무엇일까? 자유의지의 한계는? 이 새로운 마음의 과학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줄 뿐 아니라, 뇌과학과 다른 지식 분야들 사이에 의미 있는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p.8
나는 현재의 뇌과학을 ‘빈 1900’의 모더니즘 그림과 연관 지음으로써, 일반 독자와 예술사 및 지성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지각, 기억, 정서, 감정이입, 창의성의 인지심리학적·신경생물학적 토대를 현재 우리가 어느 정도까지 이해했는지 쉬운 용어로 개괄하고자 한다. 그런 뒤에는 인지심리학과 뇌생물학이 어떻게 서로 협력하여 관람자가 미술을 지각하고 미술에 반응하는 방식을 탐구해 왔는지 살펴볼 것이다. 나는 모더니즘 미술, 특히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미술을 사례로 들었지만 관람자가 미술에 반응하는 원리는 모든 시대의 미술에 적용할 수 있다. p.10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Ⅰ〉 초상화는 과거의 미술과 결별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 과학, 특히 현대 생물학이 클림트의 미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도 보여 준다. ‘빈 1900’, 즉 189년에서 1918년에 걸친 기간에 빈의 문화 중 상당 부분이 생물학에 영향을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 클림트는 다윈의 책을 읽었고, 모든 생물의 기본 구성단위인 세포의 구조에 매료되었다. 따라서 아델레의 옷에 그려진 작은 도상학적 이미지들은 아르누보 시기의 다른 이미지들처럼 단순히 장식적인 것이 아니다. 그 이미지들은 남성과 여성의 생식세포를 뜻하는 상징이다. 직사각형 정자와 타원형 난자다. 생물학에 영감을 받아 나온 이 번식력의 상징들은 유혹적인 얼굴을 완전히 성숙한 그녀의 번식 능력과 연결 짓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p.21
프로이트의 이론, 슈니츨러의 저술, 클림트와 실레와 코코슈카의 그림은 한 가지 공통적인 깨달음을 통해 인간의 본능적인 삶의 본질을 간파했다. 1890년에서 1918년에 이르는 동안 이 다섯 명은 통찰력을 발휘하여 일상생활의 비합리성을 간파함으로써, 빈이 모더니즘 사상과 문화의 중심지가 되는 데 기여했다. 우리는 지금도 그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 p.29
빈의 모더니즘은 세 가지 주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첫째는 인간의 마음이 본래 대체로 비합리적이라고 보는 새로운 관점이었다. ~ 두 번째 특징은 자기분석이었다. 프로이트, 슈니츨러, 클림트, 코코슈카, 실레는 인간 성격의 본성을 지배하는 법칙들을 탐구하면서 남들을 살펴보는 데에만 열심이었던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살펴보는 일에 더욱더 열의를 보였다. ~ 세 번째 특징은 지식을 통합하고 일관화하려는 노력이었다. ~ ‘빈 1900’은 의학, 미술, 건축, 비평, 디자인, 철학, 경제학, 음악에 새로운 전망을 열었다. 생물학과 심리학, 문학, 음악, 미술 사이에 대화를 열었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오늘날까지도 몰두하고 있는 지식의 통합을 시작했다. p.33~36
오토 바그너가 산뜻한 직선을 써서 현대 건축을 과거의 형태들로부터 해방시켰듯이 프로이트, 슈니츨러, 클림트, 코코슈카, 실레는 무의식적인 본능적 욕구에 관한 선배들의 개념을 통합하고 확장하고, 그것들을 압도적이면서 현대적인 양식으로 제시했다. 그들은 억압되어 있던 남녀 모두의 정서적 삶을 해방시키는 데 기여했고, 본질적으로 오늘날 서구에서 누리는 성적 자유가 펼쳐질 무대를 마련하는 데에도 한몫했다. p.35
빈 의대는 ‘빈 1900’의 특징이었던 지식을 통합하려는 시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아르투어 슈니츨러는 그곳에서 의사 교육을 받았고, 그 대학은 클림트의 미술과 과학에 관한 사유에 영향을 미쳤다. ~ 빈 의대는 오늘날까지 의료 행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과학적 의학의 표준을 확립했다. p.39
로키탄스키는 진리를 발견하려면 겉모습 아래를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개념은 테오도어 마이네르트, 리하르트 폰 크라프트에빙과 그들에게 영향을 받은 요제프 브로이어, 지그문트 프로이트, 아르투어 슈니츨러를 통해 신경학, 정신의학, 정신분석, 문학으로 확산하였다. 빈 모더니즘의 발전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특히 흥미로운 점은 로키탄스키의 영향력이 동료 해부학자인 에밀 주커칸들을 통해 클림트를 비롯한 빈의 표현주의 화가들에게까지 미쳤다는 것이다. ~ 그의 견해는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빈 의학계만이 아니라 빈 문화 전체에 영향을 미쳐, 인간 행동을 지배하는 심층에 놓인 생물학적 규칙들을 탐색하려는 모더니즘의 흐름을 촉발했다. p.48~49
클림트가 표면 아래 숨은 진실을 전하기 위해 생물학적 상징을 이용했듯이, 지그문트 프로이트, 아르투어 슈니츨러, 오스카어 코코슈카, 에곤 실레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이 다섯 모더니스트의 작품과 연구는 모두 무의식적으로 베르타 주커칸들과 그녀의 살롱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과학자와 예술가 사이의 대화를 자극함으로써, 로키탄스키의 사상을 ‘빈 1900’의 문화에 통합한 지적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p.59
과학적 심리학을 정립하려 시도했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와 윌리엄 제임스는 시대를 거의 한 세기나 앞선 셈이었다. 사실 마음의 과학을 생물학이라는 토대 위에 올려놓겠다는 그들의 목표는 21세기 초인 지금 우리가 이제야 겨우 추구하기 시작한 목표에 완전히 부합된다. 하지만 제임스가 이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 반면, 프로이트는 그 시도에 나선 직후에 포기하고 말았다. p.82
프로이트는 ~ 명쾌하고 흥분을 자아내는 글솜씨 덕분에 인간 행동과 무의식적 과정에 관한 그의 연구는 마치 인간 정신의 작동이라는 비밀을 다루는 추리소설처럼 읽힌다. ~ 결함이 있고 결론 중 상당수가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프로이트는 현대사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압도적인 성공을 거둠으로써 그는 마음이라는 개념을 철학의 영역에서 빼내어 심리학이라는 새로 출범한 과학의 핵심 연구 과제로 삼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마음의 정신분석학을 지배하는 원리들이 궁극적으로 임상 관찰 수준을 넘어서서 로키탄스키가 몸의 과학에 적용하고 라몬이카할이 뇌의 과학에 적용하고 있었던 것과 똑같은 실험 분석의 적용 대상이 되리라는 점을 이해하고 역설했다. p.109~110
슈니츨러의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여성들은 세기말 빈의 여성성의 원형들과 유사점이 있다. 그의 여성들은 급진적이고 복잡하며 성적이다. 그들의 내면화한 목소리들은 억압된 욕망의 합창이 되어 그것들을 침묵시키려 애써 온 사회 구성물에 맞서 한 세기 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남성 지배적인 세계, 남성인 슈니츨러가 살던 세계, 하지만 작가로서의 슈니츨러가 맞섰던 세계를 헤쳐 나가고 거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여성들의 목소리다. p.126
오스트리아 모더니즘 미술은 미술이 진정으로 현대적이려면 현대적 감성을 표현해야 할 뿐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무의식적 충동을 정직하게 묘사해야 한다는 믿음에서 나왔다. 클림트와 그의 피후견인인 오스카어 코코슈카와 에곤 실레는 그림도 창의적 저술 및 정신분석과 마찬가지로 성과 공격성을 대하는 빈의 구속적인 태도의 밑을 파헤쳐서 인간의 진정한 내면 상태를 드러낼 능력을 지닌다는 점을 입증했다. p.127
시대를 막론하고 예술가들이 관람자에게 똑같은 감정을 환기해 왔는데도, 사람들은 예술을 결코 지겨워하지 않는다. 왜 질리지 않는 것일까? 왜 계속 새로운 형태의 미술을 추구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것일까? 미술사학자 알로이스 리글은 모든 시대의 예술가들이 미술을 새롭게 바라보고, 그것에서 진리의 새로운 차원을 찾도록 암묵적으로 대중을 교육한다고 답한다. ~ 취향은 진화하며, 그것은 어느 정도는 예술가들이 그 취향을 만들어 내고 관람자가 그것에 반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p143
편평한 이차원 표면에 인간 정신의 깊이를 묘사하고자 한 클림트에게는 새로운 미술 전략이 필요했다. ~ 바로 비잔틴 미술이었다. ~ 클림트는 비잔틴 미술의 특징인 이차원적 표현의 현대적인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삼차원 현실을 포기했다. 그는 평면적인 금박 장식을 입힌 넓은 영역과 삼차원 인물 묘사를 결합해 그림의 부분들이 서로 삐걱거리면서 밀고 당기는 듯한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 냈다. 이 효과는 작품의 관능적인 분위기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 이차원성을 강조하는 화풍은 20세기 내내 입체파를 비롯한 여러 화가에게 채택되어 널리 퍼졌다. p.153~154
평면성과 장식이라는 이 두 양식 변화를 통해 클림트의 황금기가 열렸다. 이 시기는 그가 빈으로 돌아온 1903년부터 1910년까지의 비교적 짧은 기간이었다. 평면성과 금박 장식의 결합은 아마도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유명한 1907~08년 작 〈키스〉에서 정점에 이른다. ~ 클림트 연구자인 알렉산드라 코미니는 이를 “원 형태와 수직 형태의 화려한 교합 속에서 아름답게 펼쳐지는 욕망의 상호 관계의 궁극적 절정”이라고 표현했다. p.156
클림트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애쓴다. 아마도 가장 유명한 것은 생활사라는 맥락에서 다룬 그림들일 것이다. 1911년에 그린 〈죽음과 삶〉에는 ~ 별개의 색깔 영역을 통해 죽음을 삶에 통합한다. 죽음은 밤의 색깔로 자신을 감싸고 있고, 삶과 사랑을 나타내는 인체들은 다채롭고 화려한 장식으로 풍부한 다양성을 표현한다. 사랑과 죽음은 〈희망 Ⅰ〉에 더 뚜렷하게 표현되어 있다. 여기서 자랑스럽게 드러낸 음모와 어울리는 빛나는 붉은 머리칼을 지닌 나체의 임신부는 아기 생각에 잠겨 있지만, 죽음의 해골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p.164
오스카어 코코슈카는 자신의 초상화에서 정신분석적 통찰과 표현주의 양식을 결합했다. 그는 미술에서 진리는 내면의 현실을 보는 데 달려 있다고 믿고서 그림을 그렸다. ~ 그는 모델의 심리적 핵심을 드러내고자 했다는 점에서 오스트리아 최초의 표현주의 화가였다. ~ 덴마크의 미술평론가 카린 미셀리스는 코코슈카가 “정신과 의사처럼 사람을 꿰뚫어 보았으며, 사람들의 가장 은밀한 약점이나 슬픔, 악덕을 한눈에 알아차렸다.”고 썼다. p.165~168
코코슈카는 정원의 늑대 인간처럼 빈의 미술 경관에 갑자기 등장했다. 그는 인간의 정신―모델뿐 아니라 자신의 정신―깊숙이 놓여 있는 무의식적 본능을 화폭에 포착했다. 프로이트처럼 그도 에로스가 어른뿐 아니라 아이와 청소년에게도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했다. 클림트, 슈니츨러와 마찬가지로, 그도 빈 모더니즘 화가들의 특징적인 태도인 성적인 본능과 공격적인 본능 사이에 긴밀한 상호작용이 일어난다는 관점을 일찍부터 받아들였다. ~ 곰브리치는 그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초상화가라고 평했다. p.204
실존주의적 불안을 가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에곤 실레는 현대 회화의 프란츠 카프카다. 구스타프 클림트와 오스카어 코코슈카가 당대의 지식인들에게 자극받아 모델의 내면생활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실레는 당대의 그 어느 화가보다도 자신의 불안에 관심을 쏟았다. 그는 수많은 자화상에서 이 깊은 불안을 표현하며 ~ 자신이 그림 모든 사람에게 상응하는 불안을 덧씌운다. ~ 실레는 행동화를 이용하여 자기 내면의 동요, 불안, 성적 절망을 표현한 최초의 화가였다. p.206~208
실레는 1918년 10월 31일 폐렴에 걸려서 갑자기 요절하고 말았다. ~ 실레의 죽음은 빈에서 표현주의 시대가 끝났음을, 과학과 미술 사이의 대화로 이어지는 첫걸음을 뗀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했다. ‘빈 1900’에 출현한 다섯 거장들이 정신분석, 문학, 미술 분야에서 거둔 엄청난 성취는 겉모습은 기만적이며 진실을 얻으려면 표면 밑으로 깊숙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로키탄스키의 과학적 견해에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다섯 명 중 그다음 걸음을 내디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하지만 그러한 심리학적·생물학적 깨달음은 곧 출현하려 하고 있었다. 그 깨달음은 1930년 빈에서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p.229
미술사학자 크리스는 화가가 자신의 인생 경험으로부터 강력한 이미지를 도출할 때, 그 이미지가 본질적으로 애매하다고 주장했다. 이 이미지의 애매성(ambiguity)은 관람자의 의식적·무의식적 인지 과정을 유도하며, 관람자는 자신의 인생 경험과 갈등에 비춰 그 이미지에 감정적·감정이입적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화가가 미술 작품을 창작하는 것처럼, 관람자는 작품에 내재한 애매성에 반응하여 그것을 재창작한다. 관람자가 기여하는 정도는 미술 작품의 애매성이 어느 정도인가에 달려 있다. p.240~241
크리스-곰브리치의 협력이 이루어진 뒤로 수십 년이 흐르면서 활짝 꽃을 피운 현대의 인지심리학은 여전히 감각 정보가 관람자를 통해 지각, 감정, 감정이입, 행동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분석하는 데, 즉 자극이 어떻게 특정한 역사적 맥락에서 특정한 지각적·감정적·행동적 반응을 일으키는지를 살펴보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전환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밝혀내야만, 우리는 개인의 행동과 그 사람이 보거나 기억하거나 믿는 것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p.265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들은 원초적인 성욕뿐 아니라 뿌리 깊은 공포와 공격적인 충동도 분석했고, 단순한 회화 언어로 그것을 전달하고자 애썼다. 그럼으로써 그들은 미술에 반응하여 우리의 감정을 야기하는 요소들, 즉 감정적 기본 요소들(emotional primitives)을 묘사하려 했다. 더 넓게 볼 때 남들의 감정을 지각하고, 남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남의 의식적·무의식적 정신 상태를 읽는 능력을 이끌어내는 요소들을 말이다. p.266
크기, 모양, 밝기, 거리가 변하는데도 대상을 한결같다고 지각하는 능력은 뇌가 망막에 비치는 덧없는 이차원 빛 패턴을 일관적이고 안정된 삼차원 세계로 해석하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p.289
커플러의 연구는 망막이 이미지를 수동적으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망막은 엄청나게 많은 광수용체 신경세포와 다른 신경세포의 수많은 세포는 병렬적으로 작동하여, 즉 병렬 처리를 통해 엄청난 연산 능력을 제공한다―를 이용해 시각 세계의 이미지를 능동적으로 변형시켜서 활동전위의 패턴으로 부호화한다. 이 활성 패턴은 시상의 외측 무릎핵으로 전달되며, 그곳에서 다시 대뇌피질로 향한다. 대뇌피질에서는 해체가 더 일어난 뒤 이미지의 내적 표상으로 재구성된다. 따라서 대비가 망막의 신호 전달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커플러의 발견은 시각피질 연구를 통해 시각에 관한 더욱 놀라운 깨달음들이 이어질 길을 닦았다. 다음 장에서 그 깨달음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p.307
데이비드 허블과 토르스텐 비셀의 발견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일차 시각피질의 신경세포가 단순히 선이 아니라 특정한 방향의 선―수직선, 수평선, 빗금―에 반응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검은 선이나 가장자리가 우리 눈앞에서 한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각 가장자리의 각도가 서서히 변한다면, 그 각도 변화에 따라 서로 다른 신경세포가 발화할 것이다. ~ 게다가 망막(그리고 외측 무릎핵)이ㅡ신경세포처럼, 일차 시각피질의 신경세포도 명암의 불연속성에 가장 잘 반응한다. 이 연구 결과들은 포유동물의 눈이 카메라가 아니라는 것을 인상적으로 보여 준다. 즉 눈은 풍경이나 사람의 이미지를 화소 단위로 기록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지의 색깔을 정확히 포착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시각계는 정보를 고르고 선택하고 버릴 수 있다. 카메라나 컴퓨터는 그렇게 할 수 없다. p.313
아마도 뇌는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누군가나 덤불 뒤에서 걸어 나오는 사자를 볼 때처럼, 이미지를 제대로 지각하려면 가려진 윤곽을 완성해야 하는 상황을 자연에서 종종 접하기 때문에 선을 완성하는 것인지 모른다. 리처드 그레고리는 이렇게 상기시킨다. “우리 뇌는 거기에 ‘있어야 하는’ 것을 덧붙임으로써 우리가 보는 것의 상당 부분을 창조한다. 우리는 뇌가 잘못된 추측을 하여 명백히 허구적인 것을 창조할 때만 뇌가 추측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p.316
우리 시각계가 선화의 가장자리를 윤곽으로 해석하는 능력은 이차원 배경에서 삼차원 형상을 보는 우리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 주는 한 가지 사례일 뿐이다. 망막에서 오는 정보의 처리를 토대로 하는 이 창의적인 재구성은 미술에서 특히 명백히 드러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망막은 바깥의 시각 세계로부터 한정된 정보만을 추출하므로, 뇌는 눈앞에 무엇이 보이는지에 관해 계속 창의적인 추측과 가정을 해야만 한다. 회화나 선화가 제아무리 사실적이라고 해도 그 그림은 언제나 이차원 표면 위에 존재하며, 그 위에서 정교하게 그려야만 한다. p.331~332
미술 작품에서의 착시, 즉 단순화한 물리학을 뇌가 용인할 수 있다는 사실은 뇌가 시각적으로 놀라운 유연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이 유연성 덕분에 시대를 막론하고 화가들은 이미지의 신뢰성을 희생하지 않고서도 시각 장면을 원하는 대로 표현할 엄청난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빛과 그림자를 미묘하게 조작하고 변형한 르네상스 화가들에서부터 노골적이고 대담하게 공간과 색채를 왜곡한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들에 이르기까지, 화가들은 이 자유를 만끽했다. p.333
얼굴 인식의 토대가 되는 뇌 메커니즘은 유년기 초에 출현한다. ~ 생후 3개월 된 아기는 얼굴들의 차이를 알아보고 개별 얼굴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유아는 보편적인 얼굴 인식자가 된다. 즉 그들은 각기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만큼 쉽게 서로 다른 원숭이의 얼굴도 알아볼 수 있다. 그러다가 6개월쯤 되면 사람이 아닌 동물들의 얼굴을 구별하는 능력을 잃기 시작한다. 발달의 이 중요한 시기에 다른 동물들의 얼굴보다는 여러 사람의 얼굴에 주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얼굴 식별 능력이 종 특이성을 띠는 쪽으로 지각이 세밀하게 조정되는 시기는 언어 인지 측면에서 세밀한 조정이 이루어지는 시기와 같다. 즉 생후 4~6개월 사이의 유아는 모어뿐 아니라 다른 언어들의 음성 차이도 식별할 수 있지만, 10~12개월 무렵에는 모어의 음성 차이만을 구별할 수 있게 된다. p.345~346
사진술이 등장하자 현대 화가들은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방법을 실험해 보기 시작했다. 13장에서 살펴보았듯이 폴 세잔, 파블로 피카소, 피터르 몬드리안, 카지미르 말레비치, 바실리 칸딘스키를 비롯한 화가들은 형태를 해체하여 형태적 기초 요소를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리가 경관, 대상, 사람에게서 보는 것의 기본 요소인 형태와 색깔을 살펴보는 새로운 언어를 모색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에드바르 뭉크, 이어서 오스트리아 모더니즘 화가들인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어 코코슈카, 에곤 실레,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들은 감정의 기초 요소를 찾기 위해 감정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풍경과 사람에, 특히 얼굴, 손, 몸에 강한 의식적·무의식적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요소들을 찾고자 했다. p.384~385
화가들은 오래전부터 직관적으로 색깔과 형태를 분리해 왔으며, 때로는 한쪽을 강조하기 위해 다른 쪽을 희생시켰다. 세심하게 부드러운 윤곽선과 모호한 윤곽을 만들어 내고, 빛과 어둠의 등급 범위를 최소화함으로써 인상파와 후기인상파 화가들은 관람자가 뇌의 한정된 주의 자원을 원색을 지각하는 쪽으로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그림들은 더 이전의 전통적인 그림들이 구현한 사진 같은 선명함이 없긴 해도, 그 폭발적으로 증가한 색깔들은 유례없는 정서적 충격을 가한다. 그 그림들을 통해 세기말의 관람자들은 빈 모더니즘 미술이라는 새로운 세대의 풍부한 미술 전통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p.412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샤흐터는 개인의 의식적 감정 반응이 생리적 신호 자체의 특성뿐 아니라 그 신호가 일어나는 맥락을 통해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캐넌의 개념을 입증했다. 시지각에서 우리는 뇌가 카메라가 아니라 호머 같은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배웠는데, 감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뇌는 맥락에 의존하는 하향 추론을 써서 세계를 적극적으로 해석한다. 제임스가 지적했듯이, 느낌은 뇌가 몸의 생리적 신호의 원인을 해석하고 우리의 예상 및 당면한 맥락과 들어맞는 적절한 창의적 반응을 도출할 때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p.418
뇌섬엽(anterior insular cortex)은 우리의 느낌이 표상되는 뇌 영역이다. 즉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단순하든 복잡하든 간에 감정이 밴 자극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을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뇌섬엽은 우리가 그런 자극을 의식적으로 평가할 때 그에 반응하여 활성을 띠며, 따라서 흡연 욕구에서부터 갈등과 허기에 이르기까지, 모성애에서부터 관능적인 접촉, 낭만적인 사랑, 성적 오르가슴에 이르기까지 온갖 수많은 본능적 충동과 자율 반응을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일을 한다. 뇌섬엽은 이런 자극이 감정적 측면 또는 동기부여의 측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평가하고 종합할 뿐 아니라, 외부 감각 정보와 내부 동기 상태 사이의 조정 중추 역할도 한다. ~ 이 신체 상태의 의식은 우리가 자신을 정서적으로 자각했음을 말해 주는 척도다. 바로 ‘내가 있다’라는 느낌이다. p.421
편도체와 전전두엽이 연결되어 있다는 이런 연구들 덕분에, 사고와 감정이 정반대라는 전통적인 개념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다. 현재 우리는 안다. 감정과 인지가 협력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스철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기원전 400년의 데모크리토스부터 올바른 도덕 판단을 내리려면 이성에 의지하고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한 18세기 독일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에 이르기까지, 합리주의자들은 아마 이 결론에 놀라 자빠질 것이다. 하지만 감정이 도덕적 의사 결정의 핵심에 놓인다고 주장한 프로이트는 결코 놀라지 않을 것이다. p.439~440
미술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화가가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인지적·감정적·감정이입적) 창작 과정을 우리 자신의 뇌 속에서 재창조하려는 거역할 수 없는 충동에서 비롯한다. ~ 본질적으로 어떤 시대에서든, 세계의 어느 곳에서든 간에 모든 인류 집단이 미술이 생존에 물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었는데도 이미지를 창작해 온 이유를 아마도 화가와 관람자의 이 창작 충동이 설명해 줄지 모른다. 미술은 화가와 관람자가 모든 인간의 뇌를 특징짓는 창작 과정을 서로 전달하고 공유하려는 본질적으로 즐겁고 유익한 시도다. 아하! 하는 순간, 즉 우리가 남의 마음을 들여다보았음을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으로 이어지며, 화가가 묘사한 아름다움과 추함의 바탕에 깔린 진리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는 바로 그 과정을 말이다. p.466~467
아마 화가가 모사한 감정을 관람자가 재연하고 재생할 수 있는 것도 이 뇌의 생물학적 운동 영역, 거울 뉴런, 마음의 이론 영역의 협력 덕분일 것이다. 화가는 이 뇌 영역들이 일상생활에서 남의 감정과 마음을 읽는 데 쓰는 얼굴과 모의 단서를 교묘하게 선택하고 때로 과장함으로써, 우리가 타고난 남의 마음을 모형화하는 능력을 활성화한다. ~ 관람자의 몫은 특정한 초상화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다른 비슷한 경험들과 비교함으로써 하향식으로 조절된다. 하지만 남의 행동을 이해하는 능력은 유대를 비롯한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뇌의 두 화학적 전달물질인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을 통해 상향식으로도 조절된다. p.498~499
하향 조절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는 전뇌, 특히 전전두엽에 있는 반면, 상향 조절을 담당하는 신경세포는 대개 중뇌나 후뇌에 모여 있다. 상향 조절계는 축삭을 통해 감정, 동기, 주의, 기억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 선조체, 해마, 전전두엽 등 뇌의 여러 영역으로 정보를 보낸다. 그 뒤에 이 구조들은 상향 조절계로 정보를 되돌려 보냄으로써 하향식 조절을 한다. 조절계들은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며, 각 신경전달물질은 생리 및 행동 측면에서 서로 다른 효과를 낸다.
주요 하향 조절계는 다음과 같다. 학습 관련 보상을 예상하거나 예측하고, 놀라움을 일으키는 두드러진 사건을 기록하는 데 관여하는 친숙한 도파민 체계, 쾌락을 일으키고 고통을 차단하는 엔도르핀 체계, 유대·사회적 상호작용·신뢰감에 관여하는 옥시토신-바소프레신 체계,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게 하며 특정한 유형의 두려움에도 관여하는 노르아드레날린(노르에피네프린) 체계, 안전·행복·슬픔 등 다양한 감정 상태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체계, 주의와 기억 저장에 관여하는 콜린 체계가 그것이다. p.502~503
갈등, 실패, 상실은 때로 우리를 파멸시키기 위해 공모를 하는 듯하지만, 우리는 그런 위협이 일으키는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런 조절 작용에 따라 그런 문제들이 우리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얼마나 충격을 미칠지가 정해진다. 상향 조절계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케빈 오스너는 셰익스피어가 인간의 마음과 그 인지 조절 능력을 꿰뚫어 본 심오한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그 점은 햄릿의 대사에서 잘 드러난다. “세상에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없다. 그저 우리가 그렇다고 생각할 뿐이다.” p.513~514
조절과 조절계 연구 덕분에 우리는 감정과 감정의 신경미학을 생물학적으로 이해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즉 미술 작품에 묘사된 감정 상태를 관람자의 뇌가 어떻게 재창조하는지, 그리고 감정·모방·감정이입이 뇌에서 어떻게 표상되는지를 말이다. 이런 깨달음으로부터 나온 지각, 감정, 감정이입의 생물학과 인지심리학은 미술이 왜 그토록 강력하게 우리를 감동시키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p.515
감정의 서로 다른 범주를 담당하는 각 조절계는 동일한 표적(이를테면 전전두엽이나 편도체)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한 미술 작품을 볼 때 당신의 감정이 정확히 연속체 상의 어디에 있는지는 어느 정도는 편도체, 선조체, 전전두엽을 통해, 또 어느 정도는 다양한 조절계를 통해 결정된다. 사실 우리가 한 감정 상태에서 다른 감정 상태로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은 이 서로 별개이면서 겹치는 기능을 지닌 조절계들 덕분이다. p.515
궁극적으로 클림트의 〈유디트〉 같은 이미지를 그토록 매혹적이고 역동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미지의 복잡성, 즉 이미지가 뇌에서 각기 다르면서 때로 충돌하는 수많은 감정 신호를 활성화하고 그것들을 결합하여 엄청나게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방식이다.
감정과 감정이입의 생물학적 조절계 연구는 이제 막 시작된 상태이지만, 그것은 앞으로 미술이 그토록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를 알려줄 깨달음을 제공할 것이다. 빈 모더니즘 화가들의 작품은 얼굴, 손, 몸의 인지에 관여하는 체계들이 감정, 모방, 감정이입, 마음의 이론에 관여하는 뇌 영역들을 조절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풍부한 감정적 의미를 지닌 작품을 통해 화가가 전달하는 감정을 지각하고 식별하고 느낄 수 있다. p.516
예술철학자 데니스 더턴은 우리의 흘러넘치는 상상력이 엄청난 생존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우리가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야기하기가 세계와 그 문제들을 가상으로 생각할 기회를 주어 우리의 경험을 확장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쾌락을 준다고 설명한다. 재현적인 시각 예술은 예술가와 관람자 모두 각자의 마음속에 다양한 사회적 상황과 환경에서 활동하는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시각화하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이야기하기의 한 형태다. 이야기하기와 재현적인 시각 예술은 위험 부담이 적은 가상의 문제 해결 방식이야. 언어, 이야기하기, 몇몇 유형의 예술 활동을 통해 예술가는 우리 세계를 독특하게 모형화하고 그 모형을 남에게 전할 수 있다.
우리는 미술을 통하여 소설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야기하기에 참여할 수 있다. ~ 우리는 소설과 미술을 감상할 때, 자신의 마음의 이론을 이용한다. 그 이론 덕분에 우리는 세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경험할 수 있고, 안전하게 문제와 대변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진화적으로 적응성을 띠는 이유는 나중에 마주칠지도 모를 위험한 상황을 시연하고 그것에 대비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p.522~523
뇌 좌반구의 전두측두엽 치매에 걸린 사람들에게서 출현하는 예술적 재능, 자폐적 석학(autistic savant)의 존재 자체, 난독증에 걸린 화가의 창의성은 뇌 과정 중 일부가 예술적 재능과 창의성에 이용될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한다. 이 흥미로우면서도 유용한 사례들은 창의성으로 이어지는 많은 경로 중 극소수를 대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는 마음의 생물학이 앞으로 50년 동안 이런 문제를 해명함으로써 우리에게 지적 만족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p.593
우리는 철학자들의 빈 학파에서, 정신분석의 기원에서, 프로이트가 나뉘어 있던 정신분석과 예술을 잇기 위해 창시한 학술지 〈이마고〉에서 지식의 통합이라는 꿈을 볼 수 있다. ~ 신경미학은 시각의 생물학과 심리학을 결합하며, 그것을 예술 연구에 적용한다. 감정신경미학 분야는 더 나아가 인지심리학과 지각, 감정, 감정이입의 생물학을 예술 연구와 결합하려 시도한다. 시각이 창의적인 과정이라는 지식은 관람자의 몫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뇌과학과 미술 사이에 생산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는 출발점이 된다. ~ 과거에 그랬듯이 미래에도 지각과 감정, 감정이입 반응의 생물학을 연구하여 얻은 새로운 깨달음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새로운 재현 양식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 시지각과 감정 반응의 신경생물학을 연구하여 얻는 깨달음은 마음의 생물학에게는 중요한 목표일 뿐 아니라 새로운 예술 형식과 창의성의 새로운 표현 역시 자극할 것이다. p.604~605
곰브리치가 옹호하고 내가 이 책에서 개괄한 형태의 환원론적 접근법은 과학의 핵심이지만, 많은 이가 인간의 사유를 환원론적으로 접근하다가는 우리가 마음의 활동에 흥미를 잃게 되거나 하찮게 여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심장이 몸 전체로 피를 내보내는 근육 펌프임을 알아차렸다고 해서, 그 대단한 기능을 탄복하는 심정이 한순간이라도 변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1628년 윌리엄 하비는 심장과 순환계를 실험한 결과를 처음 발표하려 할 때 세상의 여론이 이 낭만적이지 못한 환원론적 견해에 너무나 적대적이었기에, 자기 자신과 자신의 발견이 어떤 처지에 놓일지 무척 걱정했다. p.605
뇌의 생물학을 이해한다고 해서 사고의 풍성함과 복잡성을 부정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환원론적 접근법은 한 번에 한 가지씩 정신 과정의 구성 요소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생물학적 현상과 심리적 현상 사이에서 전에는 예측하지 못한 관계를 지각할 수 있게 하여 우리의 시야를 확장할 수 있다. ~ 나는 새로운 마음의 생물학이 지성의 힘으로서, 자연과학과 인문학 및 사회과학 사이의 새로운 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지식의 원천으로서 잠재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설파했다. 이 대화는 예술에서든 과학에서든 인문학에서든 간에 창의성을 가능하게 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도울 것이며, 지성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다. p.606~607
《목차》
서문
Ⅰ 무의식의 감정을 향한 정신분석 심리학과 예술
01 내면으로 돌아서다: 빈 1900
02 겉모습에 감춰진 진리의 탐구: 과학적 의학의 기원
03 주커칸들의 살롱에서 만나는 빈의 화가, 저술가, 과학자
04 머리뼈 아래의 뇌 탐구: 과학적 정신의학의 기원
05 마음, 뇌를 만나다: 뇌 기반 심리학의 발달
06 뇌와 별개로 마음을 탐구하다: 역동적 심리학의 기원
07 문학에서의 내면의 의미 탐구
08 미술에 묘사된 현대 여성의 성욕
09 미술에 묘사된 심리
10 미술에서의 에로티시즘, 공격성, 불안의 융합
Ⅱ 인지심리학으로 본 예술 앞에서의 감정 반응과 시지각
11 관람자의 몫을 발견하다
12 관찰은 발명이다: 창작 기계로서의 뇌
13 20세기 회화의 출현
Ⅲ 생물학으로 본 예술 앞에서의 시각 반응
14 뇌의 시각 이미지 처리 과정
15 시각 이미지의 해체: 형태 지각의 기본 구성단위
16 우리가 보는 세계의 재구성: 시각은 정보처리 과정이다
17 높은 수준의 시각과 뇌의 얼굴, 손, 몸 지각
18 정보의 상향 처리: 기억을 이용한 의미 찾기
19 감정의 해체: 감정의 기초 요소 탐색
20 화가는 어떻게 얼굴, 손, 몸, 색깔로 감정을 묘사하는가
21 무의식적 감정, 의식적 느낌, 그것들의 신체적 표현
Ⅳ 생물학으로 본 예술 앞에서의 감정 반응
22 인지적 감정 정보의 하향 통제
23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생물학적 반응
24 관람자의 몫: 타인의 마음이라는 내밀한 극장에 들어서다
25 관람자 몫의 생물학: 타인의 마음을 모형화하기
26 뇌는 감정과 감정이입을 어떻게 조절하는가
Ⅴ 시각 예술과 과학의 진화하는 대화
27 예술의 보편성과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들
28 창의적인 뇌
29 인지적 무의식과 창의적인 뇌
30 창의성의 뇌 회로
31 재능, 창의성, 뇌 발달
32 예술과 과학의 새로운 대화: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하여
감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