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창조
(창세기 1,1-2,4a)
지거 퀴더
세상은 누가 창조하셨을까? 세상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셨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을 창조주라 부른다. 하느님께서는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첫째 날에는 빛을 창조하셨고, 둘째 날에는 궁창에 있는 물을 위와 아래로 가르셨다. 셋째 날에는 바다와 땅을 만드셨고, 땅에는 풀과 나무가 돋아나게 하셨으며, 넷째 날에는 해와 달과 별들을 창조하셨다. 다섯째 날에는 물고기와 새들을 창조하셨고, 여섯째 날에는 온갖 짐승들과 인간을 창조하셨다. 그래서 인간이 창조의 꽃이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당신 모습으로 창조하셨고,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으며, 그들에게 복을 내리시어 세상을 다스리게 하셨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이 참 좋았고, 하느님께서는 하늘과 땅을 모두 창조하시고 이렛날에는 쉬셨으며, 이날을 거룩한 날로 정하셨다.
20세기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가톨릭 사제 화가 지거 퀴더(Sieger Köder, 1925-2015)는 주로 표현주의 기법으로 성경을 그렸고, 밝고 강렬한 색채로 신학적 통찰을 그림 속에 담았기에 <그림으로 하는 설교가>로 불렸는데, 그가 그린 <천지창조>는 성경을 깊이 묵상한 흔적이 엿보인다.
지거 퀴더, 천지 창조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두 손으로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손 위에 빛과 세상과 사람이 있다는 것이 놀랍고, 하느님께서 창조한 세상을 두 손으로 떠받들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하느님의 손 위에는 두 개의 지구가 있다. 아래의 지구에는 빛이 있고, 바위와 땅과 푸른 풀과 황금 곡식들이 있다. 빛이 세상에 생명을 주기 때문이다. 위의 지구에는 꽃들과 온갖 과일나무 한가운데 남자와 여자가 마주 안고 있다. 사랑이 세상에 생명을 주기 때문이다. 가운데를 경계로 위의 배경에는 창공이 있고, 창공에는 해와 달과 수많은 별 등 빛물체들이 밤하늘에 빛나고 있으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도 보인다. 또 아래의 배경에는 푸른 바다가 있고, 바닷속에는 물고기들이 우글거린다. 이렇게 하늘과 땅과 그 안의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
하느님께서 만드신 세상은 참 아름답다. 그렇다면 빛과 사랑으로 아름답게 창조한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의 손은 지금 무엇을 창조하고 있는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28) 하셨으니, 세상의 창조는 지금 우리 손에 달려있다. 그런데 아래 있는 지구에서 사람이 있는 위에 지구로 뱀 한 마리가 꾸물꾸물 올라가고 있다. 이것으로 세상에 원죄가 시작되려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천주교 광주대교구
남동 5.18 기념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