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기차의 추억
하늘 김주현
생각해 보니 오래된 이야기다
아이들이 고등학생 때이니 벌써 10년 가까이 된 것 같다.
나의 병적인 주말여행은 늘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토요일 밤이면 예고도 없이 차에 태우고 동해안으로, 서해안으로, 중부 내륙으로
또는 저 먼 남쪽으로 떠나는 게 나의 취미였으며, 아이들이 고3일 때도 예외없이
제주도를 몇 번씩 다닐만큼 가족 모두를 동행하여 여행을 다니곤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밤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가잔다. 물론 우리 네 가족은 무조건 OK다.
서울역에서 토요일 밤 늦은 시간에 부산행 열차를 타고 제법 오붓한 기차여행을 하게 되었으니
나는 말 할 것도 없고 아이들은 얼마나 좋아 했겠는가?
하여튼 차창에 어리는 밤 풍경을 모두 즐겁게 구경하고 열차에서 파는 오징어랑, 땅콩이랑,
맥주도 마시면서 우리들의 부산행은 신나고 즐거움 바로 그것이었다.
아내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었다. 생년월일이 똑 같은 친구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부산역에 내리자 마자 우리들을 남겨두고 약속장소로 가버리고,
두 딸과 나는 낯선 부산역에서 바다를 향해서 출~~~발.....
우선 아이들에게 태종대를 한 바퀴 주욱 구경을 시켜주고 해운대, 광안리 백사장에서 싫도록 놀게 하고
평소에 모자랐던 아빠와의 대화도 많이 나눌 수 있어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있다.
우리에게 아내의 일정은 관심이 없었고, 신나게 구경하고 먹고 부산을 주름(?)잡으며 돌아 다녔다.
우리는 귀경 시간에 맞추어 부산역에서 만나기로 되었었는데,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막막하기 그지 없었다.
저녁이 되어서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고 낯선 도시는 어두워지고.....
아이들과 나는 역전이 잘 보이는 포장마차에 들어 가기로 했다.
아이들과 나는 꼼장어에 대합구이를 곁들여 멋을 내려 했지만
비는 쏟아지고, 시간은 흐르는데 아내는 오지않고.....
우리는 포장마차를 나와 대합실에서 몇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야 했다.
미리서 표를 사 들 형편도 아니니 마냥 기다리는 수 밖에....
여하튼 늦은 밤이 되어서야 나타난 아내는 무척 흡족한 모습이었고
우리는 여행 기분이 이미 상당히 퇴색해 버린 멋적은 만남...
그렇지만 아내의 모처럼의 여행이니 내색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일박이일의 기차여행은 끝나가고 있었다.
돌아 오는 밤기차는 낭만도 없고 그저 피곤한 몸으로 잠을 잘 수 밖에,,,,,
오래된 이야기지만 생가해 보니
정말 그립고 아름답던 한편의 추억이다.
우리 네 가족이 언제 다시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