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명- 책 읽기 좋은 날
저-이다혜
출-책 읽는 수요일(2012.9.14.398쪽)
독정-2019년 4월 12일
·<행인> 나쓰매 소세키 저 문학과 지성사
산이 좋다는 사람은 몸과 마음의 균형을 찾는데 좋단다. 논어에서는 “지자요수, 인자요산” 인간관계에 좋다는 사람도 많다. 등산에서는 하산이 중요하다며 산 아랫자락에서 마시는 막걸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유난히 뒤처지는 사람을 도와주면서 “오르는 게 능사가 아니다” 며 주변을 둘러보고 즐길 때 산행이 완성된다고 했다. “기차가 지나간다.”는 소리를 듣던 내게 산을 즐길 여유는 없었다. 몇 개 봉우리를 정복하는 일에 평생을 거는 사람도 있고 정상에서 맛보는 성취감에 중독되는 사람도 있다. 많은 이들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일이 인생을 닮았다고 한다.
<명탐정의 규칙>히가시노 게이고 저
그런 탐정물의 클라세를 ‘놀려 먹겠다’고 작정한 책이다. 미스터리 단편집이지만 화자는 지방 경철본부 경감, 탐정물에서 명탐정의 보조역으로 등장하는 유의 인물이다. 최소연부터 시작한다. 조연에게도 고충이 있다. 실수로라도 탐정보다 먼저 미스터리를 풀면 안 된다. 그러니 탐정보다 미스터리를 푼 뒤 오답만을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100점 만큼 맞기 어려운 게 0점이라지) 종종 분위기를 띄우는 어벙한 코미디도 잊지 말아야 한다. 심지어 탐정이 폼 잡는데 무관심한 등장인물을 다독여서 환호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래서 이 책 화자는 투덜거리면서 탐정의 뒷바라지를 한다. 이 책은 탐정물 작가의 고충을 토로하는 책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대부분 직감과 경험으로 범인을 간파해낸다. 독자들의 꿰맞추기 추리의 예를 드는 대목은 독자의 의심은 피해자의 죽음을 유난히 슬퍼하는 사람으로 시작해 의심받을 일 없는 인물을 거쳐 동기는 있지만 존재감이 희미한 인물, 대반전이 가능한 인물을 지나 ‘번외’ 즉 자살이거나 조작, 전원이 범인인 경우로까지 간다. 작가 입장에서는 누굴 범인으로 세워도 독자가 ‘그럴 줄 알았어.“라고 할 테니 골치가 아플 수밖에, 이 책은 2009년 봄에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사라 베이크웰 저
그의 아버지는 아침에 아이들을 깜짝 놀라게 해 깨우면 뇌를 손상시킨다는 생각에 매일 류트나 다른 악기로 애조 띤 곡조를 연주하여 아들이 마법에 걸린 코브라처럼 침대에서 일어나게 했다. “아버지를 능가하기 위해 기를 쓰면 안 된다. 그러면 건강을 해친다.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엘런 베넷 저 문학동네 출
이것은 시종무관이 이전에는 전혀 깨닫지 못했던 여왕의 진짜 인간적 면이었고 시종무관은 그런 모습이(가짜 인간적 면과는 달리)전혀 달갑지 않았다. 여왕 자신은 그런 감정이 책 읽기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반면, 젊은 시종무관은 여왕이 자기 나이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 여겼다. 감수성이 싹트는 것을 노망이 시작되는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기적의 사과> 이시카와 다쿠지 저
무농약 사과를 만들려고 한 농부의 10년 넘은 집요한 노력의 기록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 했던 무농약 사과의 꿈을 위해 장인과 장모까지 죽으로 연명해야 했고 그 자신도 삼십대에 노인의 얼굴이 되어 자살 하려고 산에 올랐다. 밧줄을 엉뚱한 곳에 던지는 바람에 숲속 나무 한 그루를 보고 깨닫는다. 숲속 사과나무는 어째서 농약 없이 건강한가. 그날 밤부터 몇 년이 걸려 썩지 않는 무농약 ‘기적의 사과“수확에 성공했다. 그러나 도쿄에서 비싸게 팔려나가는 그 사과의 주인공은 여전히 빠진 이빨을 새로 해 넣지 않은 채 흙과 나무와 사과와 즐겁게 살고 있다. 건강한 사과와 건강한 인간을 본다. 온 세상이 등을 벼랑 끝으로 떠미는 것 같아 괴롭다는자에게 건넨 책이다.
<황홀한 글감옥>-조정래 저 시사IN 북. 이 책은 그의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 그 자체다. <황홀한 글감옥>은 그에게 묻고 싶은 거의 모든 질문이 총망라되며 이 책으로 그 자신이 헌신하고 노력해온 삶을 보여준다.
종교는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려는 것,
철학은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말하려는 것
과학은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하는 것
문학은 꼭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는 것
<스님의 주례사> 법륜. 휴
결혼식에 와서 축하해준 하객들도 신혼부부에게 도움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 결혼생활에 실패한 사람들이라 새롭게 결혼한 두 사람이 잘 살면 심술을 부립니다. 같이 살 거면 상대를 그냥 날씨나 꽃처럼 생각하세요. 피는 것도 저 알아서 피고 지는 것도 저 알아서 질 뿐, 도무지 나하고 상관없이 피고 지잖아요. 다만 내가 맞추면 돼요. 꽃 피면 꽃구경 가고 추우면 옷 하나 더 입고 가고, 더우면 옷 하나 벗고 가고, 비 오면 우산 쓰고 간다고 생각하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벚꽃은 일 년에 딱 일주일만 핀다.
이 책은 당신만을 위해 쓰인, 머나먼 땅에서 온 엽서처럼 읽는 이에게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 밀콤 글레드웰 저 감영사
타인의 행복에 자극받기보다 타인의 불행으로 이해받고 싶었다.
<섬> 장그르니에의 서문에 알베르 카뮈가 쓴 글
나는 다시 그날 저녁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거리에서 이 작은 책을 펼치고 나서 겨우 처음 몇 줄을 읽어보고 다시 덮고는 가슴에 곡 끌어안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정신없이 읽기 위해 내 방에까지 달려왔어, 그날 저녁으로. 그리고 나는 아무런 마음의 고통도 느끼지 못하고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책을 열어보게 되는 저 알지 못하는 젊은 사람을 너무나도 열렬히 부러워한다.
<짜릿하고 따뜻하게> 이시은 저 달 출
‘두면 고물, 주면 보물’ 광고 카피다. 아름다운 가게의 광고인데 내가 안 쓰는 물건이라도 새 주인을 찾으면 잘 스일 수 있음을 전하는 간략 명료한 카피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다우어 드라이스마 저
보통 사람은 우리 시대 영화를 꼽아달라는 설문에 평균 22세 때 상영된 영화를 꼽는다. 80세를 살아도 100세를 살아도 20~25세쯤의 기억이 가장 또렷하다.(어른들과의 술자리에서 왜 청춘시대 무용담을 반복해서 듣게 되는지)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이라면서 사진이 기억을 지배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의 부제 ‘기억과 시간 그리고 나이’는 나이듧과 기억에 대한 문제를 기억력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치매 전고라고 걱정하는 기억의 감퇴는 실제 기억의 상태로 판별할 수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