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그리기를 유독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다.
매 쉬는 시간이면 연습장에 만화를 그린다.
만화를 그리는 전용 연습장이 있어 어디를 가든 그 연습장을 들고 다니며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장을 꺼내 만화를 그린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을 꺼내는데 성은이는 연습장과 연필을 꺼낸다.
그리는 만화의 대부분은 사람이다.
그 모습을 3월부터 지금까지 난 관찰해 왔다.
그러다가 퍼뜩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성은이에게 정식으로 만화를 그릴 기회를 제공하면 어떨까?
성은이의 만화를 누군가가 봐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
성은이와 상의하여 학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한주에 한편씩 나에게 만화를 그려 보내기로 했다.
매주 일요일 저녁까지.
4컷 혹은 6컷 혹은 8컷 만화로 하기로 한다.
시작은 4컷이다.
종이에 그려 사진을 찍어 보내도 되고, 아니면 학교에서 나눠준 태블릿에 그려서 사진 파일로 보내도 된다.
그랬더니 성은이는 종이에 그려 보내겠단다.
아직은 종이에 그리는 만화가 좋단다.
나도 실은 화면상에서 보는 만화가 아닌 종이 냄새가 나는 만화책이 더 좋다.
만화책만의 그 특유의 냄새가 있다.
어린 시절이 생각나는 그 냄새가 좋다.
나는 그 만화를 받아 약간의 편집을 통해 학교홈페이지 학생마당에 게시판을 만들어 매주 1편씩의 만화를 올려주기로 했다.
실제 ‘학교홈페이지 – 학생마당 - 세포23의 지사이야기’ 게시판을 만들어 놓았다.
주소는 세포23의 지사 이야기<학생마당<지사중학교 (jbedu.kr) 이다.
한번 들어와 보셔도 좋겠다.
성은이는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필명을 만들어 보랬더니 많은 고민을 하다가 정한 ‘세포23’.
23은 성은이가 태어난 날이란다.
필명 좀 멋진 것 같다.
어제 일요일 오후 집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보고 있는데 성은이에게서 카톡이 왔다.
첫 번째 만화가 배달되었다.
성은이의 첫 만화이다.
처음이라 그런지 4컷이다.
좋다.
만화를 거의 못 그리는 나에게는 성은이가 대단해 보일 뿐이다.
내용을 보니 지난주에 진로체험갔던 대전과학관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주는 2, 3학년 시험 기간이라 1학년은 자유학기 진로체험을 나갔다.
대전과학관에서 만난 애벌레가 징그러웠는지 그 느낌을 4컷 만화로 담았다.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의 감성을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바로 이를 편집하여 학교 게시판에 올리고 학생들과 공유했다.
겨우 4컷 만화이지만 학생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만화의 형태로 담겨 공개된다고 하니 좋은가보다.
재미난 이야기를 제공하겠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주라고 성은이를 귀찮게 한다.
이렇게 우리 학교 만화 작가님이 탄생했다.
앞으로 재미난 학교 생활을 연재할 예정이다.
많은 관심으로 인해 성은이의 만화가 주목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성은이가 좋아하는 만화로 인하여 기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매주 만화를 그려나갈 성은이의 앞날을 응원하는 바이다.
다음번은 어떤 학교의 이야기를 만화로 재탄생시킬까?
궁금하고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