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무엇이든 손을 대기만 하면 황금으로 변하여 크게 곤욕을 치르고 난 미다스 왕이 부귀영화를 버리고 시골에서 조용히 지낼 때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목신인 판과 가깝게 지내게 되었고, 미다스 왕은 판의 숭배자가 되었다.
어느 날, 판은 리라의 명수로 신들의 세계에서도 유명한 아폴론에게 누가 더 연주를 잘하는지 겨루자고 나섰다.
판은 아폴론의 리라보다 자신의 피리가 훨씬 더 좋은 소리임을 증명하고 싶었다.
심사는 트몰로스 산의 신 트몰로스가 맡기로 했다.
먼저 판이 자신의 피리를 들고일어나 연주를 시작했다.
판은 구슬픈 자인 미다스 왕의 귀에만은 그 어떤 음악보다 감미롭게 들렸다.
이번에는 아폴론의 차례였다.
아폴론은 자신이 가장 아끼는 리라를 들고 일어섰다.
심사를 맡은 트몰로스가 아폴론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다른 모든 나무들도 주인을 따라 함께 고개를 돌렸다.
아폴론의 리라 연주는 판의 피리 연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이었다.
아폴론은 월계수 관을 머리에 쓰고 지면을 스치는 비단옷을 나부끼며 왼손에 리라를 잡고 오른손으로 현을 뜯었다.
그 소리는 풀잎을 흔드는 바람 소리 같은가 하면 어떤 때는 폭풍우 속의 파도처럼 우렁찼다.
리라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진 심판 트몰로스조차 한참만에 그 선율의 여운에서 깨어날 정도로 뛰어난 연주였다.
트몰로스는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즉석에서 아폴론의 승리를 선언했다.
물론 그 자리에서 연주를 들은 모든 이들도 한결같이 아폴론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미다스만은 판의 피리 소리가 아폴론의 리라 연주보다 더 훌륭하다며 심사에 불만은 나타냈다.
아폴론은 화가 치밀었다.
이런 무식한 귀를 더 이상 사람의 귀로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보기 흉한 귀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생각한 아폴론은 미다스 왕의 양쪽 귀를 잡아당겨 늘이고 털이 수북하도록 했다.
귀볼 양쪽의 근육을 연결하여 귀가 좌우로 움직이도록 했다.
그랬더니 영락없는 당나귀 귀였다.
그 우스운 모습을 본 아폴론은 그제야 화가 풀렸다.
미다스 왕은 그래도 인산의 나라에서는 가장 존귀한 왕인데 아폴론이 자신의 귀를 당나귀 귀로 만든 것이 화가 나기도 하고 수치스러웠다.
그러나 상대가 아폴론이다 보니 목숨이라도 부지한 것이 다행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할 뿐이었다.
미다스 왕은 특별한 모자를 만들어 늘 귀를 가리고 다녔다.
그러나 이발사 앞에 갈 때만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미다스는 왕실 이발사에게 말했다.
"국왕이 큰 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백성들에게 알리면 안 돼. 만약 비밀을 누설하면 너의 목을 자르겠다."
이발사는 미다스 왕의 비밀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난 뒤부터 식욕이 떨어지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날이 많아졌다. 혼자만 알고 있다는 것이 이렇게 괴로운 일인 줄 몰랐다.
그렇다고 잘못 말하면 목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는 고민 끝에 초원으로 나갔다.
그리고 땅에 구덩이 팠다.
이발사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구덩이에 대고 가만히 속삭였다.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그리고 재빨리 흙을 덮었다.
비밀이 새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초원에는 갈대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갈대는 무럭무럭 자라 사람의 키를 넘는 숲이 되었다.
가을이 되어 갈대들이 서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
갈대들의 속삭임은 바람이 일 때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갈대이야기2
외눈박이 거인 포리페모스는 바다의 신 가라티아를 사랑했습니다.
어느 날 포리메모스는 가라티아가 목동 청년 아키스의 가슴에 안겨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질투로 불타오른 포리페모스는 아키스에게 돌을 던져 그를 죽이고 말았습니다.
이때 가라티아는 피투성이의 죽은 아키스를 보고 깊이 슬퍼하며 아키스의 피를 물로 바꾸어 영원히 흐르는 강을 만들었습니다.
피의 빛깔이 완전히 물로변했을 때 아키스의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가라티아는 강변에 서서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팔은 점점 길게 뻗어 나갔고, 어깨에서는 녹색 가지가 나와 갈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