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개머리 송사
중국 명태조 주원장이 부인 마씨 황후를 데리고 남행 순찰을 하게 되었다.
하루는 그가 작으만한 고을에 이르게 되었는데, 이때 어느 한 집 대문 위에 높이 걸린 휘황찬란한 편액을 보게 되었다.
"이 대체 무슨 편액이관대 저리도 현란한가?"
급급히 다가다 보니 편액에 씌여 있기를, <천하 제일가(天下第一家)>라 했다.
그 글을 본 주원장의 얼굴에는 노기가 서렸다.
"천하 제일가는 당연히 이 짐이 거처하는 황궁이 되어야 옳겠거늘 하필 이런 편벽한 고을의 아둔한 평민 집에 이런 현판이 걸려있는가,
이거야 말로 세상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제멋대로 부리는 방자함이 아닌고?~~"
주원장은 즉시 집주인을 호령해 불러내다가,
"이것이 웬 망발한 현판이냐?"고 따져 물었다.
불려나온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황제에게 읍하고 나서 말하기를,
"황제폐하, 지금 소인네 집에는 5대가 동거해 살고 있사온데 그 식솔은 무려 300여 명에 달하나이다.
그런데도 누구 하나 없이 화목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일하며 의좋게 살아가니, 이웃들이 이렇게 편액을 만들어 걸어주었으니 이 모든 것은 황제폐하의 크나큰 감은인가 아뢰옵나이다."
"오호라! 그런고?~"
노인의 말을 들은 주원장은 대뜸 노기가 풀려 노인을 극구 칭찬하면서,
"오, 짐의 나라에 이런 집이 있음은 실로 광채롭다 하리로다."
그런데 그날 밤, 잠자리에서 황후가 주원장의 귀에 대고 소곤거려 말하기를,
"황제폐하께서는 절대로 그 노옹의 말꼬임에 들지 마소서!"라고 했다.
"그건 웬 소린공?"
"황제폐하, 이렇듯 몇 세대, 몇 백 명 식솔을 거느린 집에서 이것이 본보기가 되어 온 나라에 퍼지는 날, 이런 무리의 집이 조정을 배반하는 날이면 우리가 어이 이 대명강산을 보존해 나가오리까?"
그 말을 들은 주원장은 마침내 머리를 끄덕이었다.
"오!~ 황후의 말에 과연 일리가 있도다."
주원장은 그 즉시 사람을 급파하여 그 편액을 뜯어 깨버리고, 그 집 식구들 중에 나이든 사람들은 몽땅 끌어내 옥에 가두어 버렸다.
이로부터, 세간에는 <벼개머리 송사>라는 속담이 생겨 널리 유전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