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제 시인의 동시집
날개가 아닌 걸 알면서
날지 못하는 걸 알면서
쉬지 않고 하늘거린다
나비처럼
날고 싶은 꽃
- '날고 싶은 꽃'의 일부 -
날고 싶은 꽃
김갑제 시인은
충북 충주에서 출생하셨다
단월초, 충주중, 충주고, 강릉교육대학을 졸업하였다.
1993년 아동문예문학상에 당선되었다.
제3회 우리나라 좋은 동시, 오늘의 동시문학 등에 작품이 선정되었다.
할미꽃
김갑제
꽃도
아픔이 있는 가 보다
피기도 전에
등이 먼저 굽은 꽃
그래서
더 슬퍼 보이는 꽃
( 동시집: <날고싶은 꽃> 중에서 )
김갑제 동시집 평설문
자연과 생활에서 묻어나는 아름다움의 향기
남 진 원(시인)
1. 글을 열며
김갑제 선생님이 그간 꾸준히 써온 동시를 모아 동시집을 낸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몰랐습니다. 김갑제 선생님은 저와 교육대학 동창입니다. 같은 길을 걷는 교육자이며 문학가입니다. 전에 여러 문예지에 발표되는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면서 내심 감탄과 놀라움에 마음속으로 큰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묶어 보내온 동시를 읽으면서 또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신(神)은 자연이란 커다란 정원에 나무와 꽃을 심어놓았습니다. 김갑제 선생님은 신이 만들어놓은 나무와 꽃의 향기를 시로 빚어 우리 앞에 내어놓았습니다. 이제 그 비밀의 꽃 숲을 따라가며 아름다움의 향기에 흠뻑 빠져 볼까요?
선생님의 작품을 읽으면 한 편 한 편 모든 작품들이 즐거움과 감동을 줍니다. 그 중에서 몇 편 소개하면서 시 속에 담긴 뜻을 헤아려보려고 합니다. 선생님의 동시는 진동항아리에서 되울려 나오는 그윽한 소리 같습니다.
2. 선생님의 작품 감상하기
선생님이 쓰신 작품은 꽃과 나무, 새, 돌 등 자연에서 얻은 것들이 많습니다. 그 외에 생활 속 이야기를 동시로 쓰기도 하였습니다. 모두 재미있고 신선하고 즐거움을 줍니다.
(1)자연을 글감으로 한 동시에 대한 이야기
선생님이 쓰신 동시는 따뜻한 고향과 어머니, 할머니를 생각하게 합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어른들이 읽어도 마음에 닿는 좋은 글입니다.
아린 가슴으로/꽃을 피웠다.//어머니의 사랑/하얀 싸리꽃//가지마다 송이송이/ 바람에 흔들리고//흔들리며 내뿜는/어머니의 향기.
‘싸리꽃’이라는 동시입니다. 고향집과 시골에서 가까이 볼 수 있는 나무가 싸리나무입니다. 싸리꽃을 보면 가족을 위해 헌신하시던 시골집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머니 생각을 잊었다가도 하얗게 핀 싸리꽃을 보면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워져서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지친 날개 짓으로/어떻게 날아왔을까?//나비 한 마리가/쉴 곳을 찾고 있다.// - 여기 앉아 쉬세요.//민들레꽃은/노란 방석이 되었다.
‘민들레’ 동시입니다. 노란 민들레꽃을 찾아 온 지친 나비를 위해 민들레는 노란 꽃방석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할 수 있지요? 어머니가 아니라도 누군가를 위해 도움을 주는 친구나 선생님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동시입니다.
꽃도/아픔이 있는가 보다//피기도 전에/등이 먼저 굽은 꽃//그래서/더 슬퍼 보이는 꽃.
‘할미꽃’이라는 이 동시를 읽으면 할머니 모습이 떠오릅니다. 예전에는 산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던 꽃이었지요. 특히 무덤가에 피어나던 할미꽃은 반갑기도 하고 슬퍼 보이기도 했습니다. 등이 굽은 할미꽃 모습이 마치 고생하시던 우리들의 어머니, 할머니 모습 같아 반갑고도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일 년 사계절 중에 여름은 무더운 계절입니다. 그렇지만 시골의 여름은 정겹고 낭만이 있습니다. 우거진 나무와 숲, 쟁쟁 우는 매미소리, 물고기들은 신나게 쏘다니고,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무럭무럭 익어가는 옥수수 냄새는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활력을 주는 에너지입니다.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도시 생활과는 딴판입니다.
동그란 멍석 깔고/옹기종기 둘러앉아/이야기꽃 피운다.//매캐한 모깃불에 눈은 아려도/옛날이야기만큼이나 구수한/옥수수 익는 냄새//잠 못 이룬 어미 소 워낭소리에/졸고 있던 누렁이도 두 귀를 기울이고// 태극부채 모시바람 날릴 적마다/할머니 곁에 다가앉으면/이야기도 줄줄 흘러/무더운 여름밤은 깊어만 간다.
‘여름밤’ 동시입니다. 시골 마당에서 가족들이 모여 앉은 정다운 모습, 옥수수 냄새, 어미 소 워낭소리, 할머니 옛이야기 등은 지금도 우리들을 평화롭게 하는 천연의 에너지입니다. 김갑제 선생님의 동시에는 이런 자연의 따뜻한 풍경들이 마냥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이렇게 자연 속에서 피운 아름다움의 향기는 다른 많은 작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연물을 글감으로 쓴 동시에서 또 하나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읽고 나면 깊은 감동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깨달음을 주는 점입니다.
모난 돌이라고/정을 맞지 않으려/돌돌돌/파도로 몸을 깎았습니다.//걸림돌이라고/손가락질 받지 않으려/촤르를 촤르르/파도로 마음을 닦았습니다.
‘몽돌’이라는 동시입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읽고 나면 생활의 지혜를 얻는 글입니다. 모나지 않게 생활하는 것,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게 생활하는 것은 훌륭한 생활이면서도 실천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물에 씻기는 몽돌처럼 처음에는 모가 나도 계속 노력하면 나중에는 존경받는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숨은 뜻이 담겨 있는 좋은 동시이지요!
누구를 오라고/나무는 날마다/가지를 벋어 손짓하는 걸까?//누구를 안아주려고/ 나무는 날마다/두 팔을 벌리고 있는 걸까?//누구를 기다리기에/나무는 날마다/그 자리에만 서 있는 걸까?
동시 ‘기다림’이라는 작품입니다. 의문을 사용하여 궁금증을 강하게 불러일으키고 있지요? 나무가 기다리는 건 누구일까요? 자꾸 읽어 보세요. 나무가 마치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님 같은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자식에 대한 사랑이 부모님만큼 강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김갑제 선생님은 이렇게 자연의 나무나 꽃 바위를 통해 아름다운 모습도 그려내고 ‘사랑’이라는 큰 보물을 독자들에게 함께 선물하기도 합니다.
(2)생활을 글감으로 한 동시에 대한 이야기
김갑제 선생님의 동시는 자연물을 대상으로 하여 쓴 것만이 아닙니다. 어린이의 피부에 닿는 생생한 생활 경험 속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들도 많이 쓰고 계세요. 아빠의 사랑이 담긴 동시 ‘배추 묶기’를 읽어 볼까요?
아빠가/배추를 묶어준다/속이 꽉 차라며/꼭꼭 안아준다.//아하!/아빠가 나를/‘꼬옥’/안아 준 이유를/이제야 알겠구나.
짧은 글이지만 큰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동시라는 걸 알겠지요. 아마 모든 아버지는 자식이 속이 꽉 찬 사람이 되길 바랄 거예요.
친구와 다투고/혼자 가는 길//왜 그랬을까?/곰곰이 생각하다/툭툭 돌멩이를 차며 간다.//휴대폰에 찍히는/친구의 전화번호/몇 번을 망설이다 받지 않았다.//궁금해서 열어본/문자메세지// -친구야, 미안해//토라졌던 내 모습이/자꾸만 미워진다.
‘문자메세지’라는 동시입니다. 읽어보니 아주 실감이 나지요. 여러분도 한 번 쯤 이런 일을 겪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생활경험을 동시로 쓰니 이렇게 재미나고 자꾸 읽고 싶어지는 글이 되었네요. 자신의 잘못을 반성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책임감도 강해지고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동시를 읽으면 숨어있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친구와 다투고 나면 빨리 화해하고 용서도 해야 한다고요…….
아빠와 엄마에 관한 생활 동시를 또 하나 볼까요?
말이 별로 없는/우리 아빠/술만 취하면/한 말을 또 한다.//그런데/우리 엄마는/술 한 모금 먹지 않고/한 말을 두 번도 더 한다.
‘잔소리’라는 동시입니다. 이 동시를 읽고나면 “어, 바로 우리 엄만데!” 하는 말이 입에서 나올 듯하지요? 김갑제 선생님이 쓴 많은 동시는 어린이들이 읽기에 참 좋습니다. 길이가 길지 않아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3. 글을 맺으며…
선생님의 동시 몇 편을 소개했습니다. 많은 작품들을 일일이 다 소개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 여러분이 직접 읽어보면 더 많은 재미와 감동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소개한 작품 이외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꽃향기처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시의 진한 향기를 직접 맡아 보기를 바랍니다. 동시집 출간을 기뻐하면서 손바닥이 닳을 정도로 축복의 박수를 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