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정치경제학적 경향성과 한미 FTA 논쟁
어기구(경제학 박사, 민주당 정책위부의장)
세계화는 국가단위의 경제를 하나의 세계경제로 통합하는 것을 말한다. 즉, 국가나 지역 안에 있는 상품(서비스), 자본, 노동, 정보 등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는 인위적 장벽을 없애 ‘국경 없는 세계’를 만들자는 취지다. 세계화는 흔히 “상품, 노동, 자본시장에서 세계적 통합이 높아져 경쟁이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현상”으로 정의되는데, 이는 국가규제의 철폐, 엄격한 재정운영, 금융시장의 개방 등을 통한 세계시장으로의 편입을 골자로 하는 친시장주의적 정책구도가 전 세계적 규모로 확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기업가, 노동자, 농민들이 이제는 국경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무한경쟁을 하는 것이며, 국가 간 상호 의존성을 심화시키고, 개별 국가들이 민주주의 방식으로 합의한 정책들을 실행할 수 없도록 하기 때문에 개별국가들의 정치사회적 의사결정이 다국적 자본들과 세계기구들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제연합(UN),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기구들이 세계화라는 명목 하에 세계시장 질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부정책을 강요하고 민주적 선거를 통하여 선출된 정부 위에 군림하면서 개별 국가의 정부나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날 이와 같이 진행되는 세계화 모습에 대해 논자에 따라 의견이 극과 극을 달린다. “세계화란 자본주의 경제 질서에서 불가피한 현상으로 이를 거부하기보다는 세계질서의 역사적 현실로서 인정하고 각국은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세계화에 대한 옹호론자가 있는가 하면, 반대론자들은 “세계화란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자본이 세계적인 규모에서 저개발 국가들의 경제를 지배하기 위한 국제적인 전략”이라 규정하고, 그 동안 세계화 이후 누적된 강대국과 저개발 국가들 사이의 엄청난 부와 권력의 격차가 세계화로 인한 불평등한 결과물이라며 세계화 자체를 반대한다.
이처럼 세계화는 한편으로는 ‘세계발전의 원동력’으로 추앙받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모든 ‘악의 근원’으로 규탄 받고 있다. 세계화를 찬양하는 전도사를 자임하는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의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은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고 주장하면서 세계화라는 좋은 기회에 편승해서 많은 나라가 성장하고, 빈곤을 줄일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반대로 세계화를 비판하는 진영에는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포진해 있다. 1999년 미국 시애틀의 대규모 집회를 시발로 해서 그 후 세계정상급 회담이 열리는 곳마다 세계 각국의 시민단체들이 집결하여 반세계화의 구호를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 아주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성인 노암 촘스키(Noam Chomsky)는 세계화의 수레바퀴라 할 만한 세계무역기구(WTO)를 가리켜 “WTO는 다국적기업의 이익에만 봉사 한다”, “WTO는 세계 서민을 죽이고 있다”고 열을 올린다. 누구의 주장이 진실일까?
2005년에 발표한 유엔 경제사회국(DESA)의 ‘세계사회상황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0%를 선진국 국민 10억 명이 차지한 반면 나머지 20%를 놓고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50억 명이 경쟁하고 있다면서, 최빈국 20개국 국민 1인당 평균 GDP는 지난 1960~62년 당시 212달러에서 2000~2002년 267달러로 거의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최부국 20개국의 1인당 GDP는 같은 기간에 1만1417달러에서 3만2339달러로 껑충 뛰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보고서는 세계화는 지구촌의 불평등, 급속한 자원 고갈, 환경훼손 등의 문제를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지구공동체의 가치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침식시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가장 큰 피해자는 개발도상국들과 지구촌의 사회적 취약계층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한미 FTA 체결 때문에 나라가 두 동가리 날 지경이다. 지금까지 세계화로 인한 정치경제적 경향성을 볼 때 한미 FTA는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는 우리나라의 농축산업, 교육, 문화, 의약산업 등 각종 공공서비스업 분야에 상당한 피해를 줄 것이 뻔하다. 그래서 FTA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선진화된 미국식 시스템을 대한민국에 이식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논리는 허구이기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이외에도 지금 논의되지 않은 많은 분야에서 미처 예상치 못한 피해와 위험성은 없는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한미 FTA는 시장에서 물건 고르듯 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맺으면 자손대대 영원히 물릴 수 없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대부분의 빌딩들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의 소유가 되었고 주요 산업 대부분도 다국적기업의 손아귀에 넘겨줘 극심한 빈부격차와 사회혼란을 겪고 있는 멕시코는 미국과의 FTA를 “악마와 키스를 했다(We kissed the devil)”고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멕시코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필요가 있다.
첫댓글 얼마나 더 ~~ 답답함을 넘어서는 단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