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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공동체 스크랩 희망나무 공동체
멩이 추천 0 조회 75 08.01.26 09:3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공동체에 주목한다 / 생태적 생산공동체 '희망나무'

차를 타기보다는 걷기를,

세탁기보다는 손빨래를.

 

경기 안성시에 있는 '희망나무'는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생산공동체다. 희망나무에서는 일체의 첨가물을 넣지 않아 시중에서 파는 두유보다 맛이 없고 고온 멸균을 하지 않았기에 상온에 조금만 둬도 금방 상하는, 제대로 된 두유를 만든다. 희망나무 구성원들에게, 제품을 파는 것은 곧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 희망나무
생태공동체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으며 지금도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들이 계속 실험되고 있다. 생태공동체를 구분하면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신념이 같은 사람들이 삶까지 공유하는 '계획공동체', 전통적인 마을이 생태 지향적으로 바뀌거나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마을을 꾸린 '생태마을', 일정한 터전에 공동으로 주거하며 자연을 존중하며 사는 '에코빌리지' 등이다. 

경기 안성시에 있는 '희망나무' 공동체는 이 중 두 번째인 생태마을 쪽에 가깝다. 희망나무는 대표일꾼 정요섭 씨(48)를 중심으로 생태적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하지만 이 공동체의 성격을 보다 정확히 얘기한다면 생태공동체와 생산공동체가 느슨하게 합쳐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생태적 삶을 추구하면서 전 구성원이 소규모 식품회사를 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 키우지 않고, 정직하게, 이웃과 나누며

희망나무의 구성원은 4가구 9명으로, 대표일꾼 정요섭 씨 가족, 건축가 윤병기 씨(64) 가족, 농부 김연옥 씨(50) 가족, 발전소 기계설비기사 출신인 김주형 씨(36) 가족 등이다. 이들의 생활공간은 안성시 양성면 방축리에 있는 방축분교 폐교와 대덕면 진현리에 있는 희망나무 두유 사업장이다. 방축분교가 집이고 두유 사업장이 직장인 셈이다.

희망나무의 모태는 대표일꾼 정씨가 2001년 경북 경산에서 문을 연 식품회사 '희망나무'(공동체의 이름과 회사명이 같음)이다. 공동체적 삶에 눈을 뜬 정씨는 평소 꿈꿔온 생태적 삶을 공동체를 통해 실현하자는 생각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동체 자립 기반 조성을 위해 두유 회사를 차린 것이다. 그때만 해도 희망나무는 공동체라기보다는 좀 삐딱한 생각을 가진 사장이 직원 몇을 거느리고 있는 형태였다.

그러다가 2004년 안성에 터전을 마련하며 희망나무는 공동체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방축분교에 입주하며 뜻을 같이하는 세 가구가 합류한 것이다. 안성에 자리를 잡은 건 안성의료생협이라는 지역 공동체에 매료됐기 때문. 두레•품앗이하듯 건강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농민 병원이 있다는 것에 감동한 정씨는 일찌감치 대상지를 안성으로 정해두고 있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희망나무의 경제적 기반은 두유 사업장이다. 희망나무에서는 세 종류의 두유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여기서 만드는 두유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두유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콩을 이용해 재래식 방법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기름을 넣지 않고 고온 멸균하지 않은, 한마디로 '대안 두유'다. 때문에 참 맛이 없고(일체의 첨가물을 넣지 않음) 상온에 조금만 둬도 금방 상하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게 특징이다. 희망나무의 두유는 현재 초록마을•한살림 등 유기농 매장과 직거래로 판매되고 있다.

"판매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그렇다고 대량 생산이나 사세 확장을 꾀하지는 않습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다짐한 게 규모를 키우지 않겠다는 것, 어떠한 경우에도 정직하겠다는 것, 나누는 삶을 실천하겠다는 것이었기에, 우리 두유를 사 먹는 소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정도의 규모, 그 정도의 일감에 만족합니다." 

근무는 주5일제를 원칙으로 하며, 하루 중 일과 시간은 농부들이 들일하는 리듬에 맞춘다. 업무 외 시간에는 철저히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

 

부양가족 수에 따라 소득 분배

희망나무에서는 두유 사업장 외에 3000평의 공동 밭도 운영하고 있다. 밭농사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매월 1•3주 토요일을 전 구성원이 모여 공동 작업하는 날로 정해놓기는 했으나, 모두가 식물 가꾸는 것을 좋아하기에 주말에는 다들 밭에서 사는 편이다. 밭에는 배추•무•감자•고추 등 주요 채소와 수박•토마토•참외 등 각종 과채류를 재배하는데, 공동체 구성원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다른 공동체와 달리 정례 모임 날짜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공동 작업하는 날 모두 모여 저녁식사를 함께한다. 이때 공동체 운영에 관한 사항, 생태적 삶을 위해 지켜나가야 할 가치 등이 허심탄회하게 얘기되는데, 대부분의 의사 결정은 이 자리에서 이뤄진다.

"대표일꾼이 있기는 하나 상징적인 의미 외에 권한이 더 주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일에서 전원합의제를 원칙으로 합니다. 원활한 의사 결정을 위해 초창기 한때는 대표중심제로 운영을 해보기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 반목도 생기고 구성원들이 수동적이 되더라고요. 물론 지금도 대표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들 주인의식을 가지고 각자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주종 관계는 없습니다."

희망나무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웬만한 거리는 차보다는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세탁기보다는 손빨래를 선호하는 등 생태적인 삶에 기본적으로 동의해야 한다. 희망자의 경우 1주일을 함께 살아본 후 전 구성원이 동의하면 새 식구가 될 수 있다. 희망나무에서는 앞으로 새로운 식구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분교 1층을 살림집용으로 개조 중이다.

수익의 분배는 직책•연공•나이가 아니라 부양가족 수에 따라 이뤄진다. 이것은 다른 공동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로, 희망나무 공동체에서는 구성원의 형편에 따라 소득을 나누는 게 가장 타당한 분배 방식으로 보고 있다. 신입 구성원의 경우에는 3개월 동안은 월급을 받고, 이후부터 공동체의 분배 방식을 따르게 된다. 대부분의 재산은 사유제를 원칙으로 하며, 자동차•공구 등 공유할 수 있는 것은 공동으로 구입해 사용한다.

더불어 사는 삶이란 이웃과도 사랑을 나누는 삶이기에, 희망나무에서는 수익금의 일정량을 불우 이웃이나 장애우들을 위한 성금으로 기탁한다. 그리고 두유 판매 수익의 1%를 매달 적립해뒀다가 양성면 미리내 마을에 있는 노인 보호시설인  '우슬라의 집'에 보내준다.

이 외 희망나무에서는 공동체 사업 활성화를 위해 '버팀목 회원' 제도와 어린이 체험 캠프를 운영한다. 버팀목 회원이란 두유 값 100만 원을 선납하는 회원으로, 이들은 원하는 두유 제품을 30% 에누리한 값에 100만 원이 소진될 때까지 받아먹게 되며 희망나무 공동체의 학교 시설이나 공동 밭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어린이 체험 캠프는 '살림을 위한 체험과 성찰'이라는 주제로 방학 때 열리며, 몸 살림•시간 살림•관계 살림 등의 수업을 통해 생태적이고 대안적인 삶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다양성 인정할 때 조화 이뤄져

희망나무는 아직 틀이 완성된 공동체는 아니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고 있기에 아직은 걸음걸이가 뒤뚱거린다. 하지만 뒤뚱뒤뚱 걷더라도 방향은 바로 잡고 있기에 이들의 미래는 밝다. 부족하거나 모자란 점이 있으면 '안성의료생협', 경기 화성의 '야마기시마을' 등 잘 꾸려지고 있는 공동체들을 방문해 시스템도 벤치마킹도 하고 공동체의식도 공고히 한다.

지금까지 3년여를 꾸려오면서 물론 제명과 탈퇴도 있었다. 제명은 딱 한 번 있었는데, 구성원들과의 계속되는 충돌로 인해 전원 합의 하에 제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사람의 경우 자신과 다른 사고를 인정할 줄 몰랐던 것이다. 공동체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왔던 사람들 역시 서로 맞춰가는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알아서 떠나갔다.

"결국 소통의 문제입니다. 부부 간에도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데, 하물며 남남끼리야 어떻겠어요. '언제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다양성을 인정할 때 조화가 이뤄집니다. 그리고 마찰이나 갈등은 공동체를 다듬어가는 과정에서 겪게 마련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것들을 어떻게 극복하는가 하는 것이지요."

희망나무 공동체의 내년 계획은 '장독농장'을 여는 것. 터전의 규모는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아야 하는데, 사실 방축분교는 네 가족으로 꾸려진 희망나무 구성원들에게는 너무 넓다. 장독농장은 일반인들에게 부분적으로 터전을 개방함으로써 공간 활용의 조화를 꾀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장독농장이란 주말농장이 확대된 개념으로, 텃밭 가꾸기뿐 아니라 수확해서 김장하고 장 담그기까지를 체험하는 총괄적인 생태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 밖에 희망나무에서는 급전이 필요할 때 누구나 자유롭게 대출을 받아 쓸 수 있도록 공동체 내부 신용협동조합도 준비 중이다. 문의 0505-386-1009

 

글•이승환 기자|사진•임승수(사진가)
출처 : 전원생활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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