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안 우리 방은 늘 시끌벅적했어요.
우리는 2등칸 4인실 쿠페 객실에 묵었는데요, 먹고 마시고 친구를 사귀느라 즐거웠어요.
우리 일행은 청소년 넷, 성인 넷, 모두 8명이었어요.
하나의 묘기!
열차 안에는 2층 침대가 있고, 1층 의자엔 모두 8명이 나란히 앉을 수 있어요.
러시아 친구를 여러 명 사겼는데, 이 러시아 아저씨는 아예 우리 방으로 와서 눌러앉아 버렸어요.
횡단열차를 타면 고요하게 책을 읽고, 혹시 무료하지 않을까 상상했는데, 무료할 틈이 없었어요.
일행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창밖의 시베리아 풍경을 바라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거든요.
낮에는 의자였다가...
등받이를 내리면 저녁엔 침대로 변신해요.
침대 시트와 베개보, 수건, 실내화(일회용)는 열차에서 나눠주는데, 실내화를 제외하고는 내릴 때 돌려줘야 해요.
도시락도 한번은 나와요. 일회용기에 담겨 나와서 좀 그렇지만...
객실에는 수납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어요.
한 평 반 정도 좁은 공간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열차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잘 마련되어 있어요.
식당칸도 있어요.
음식 맛이 별로 없다는 게 흠이지만, 객실에 머물다가 답답할 때면 식당칸에서 놀아요.
복도에서는 예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요.
러시아 아기가 참 예쁘죠?
울거나 옹알거리는 소리가 우리나라 아기와 똑같았어요. ^^
열차 안에는 사모바르(러시아 전통 주전자 이름)라고 하는 온수기에서 끓는 물이 나와요.
이 물을 받아 차를 마시거나 컵라면을 먹을 수 있어요.
너무 뜨거우니 조심해야 해요.
과자나 음료, 기념품도 살 수 있어요. 우리 객차 차장에게 얘기하면 돼요.
화장실은 좁고 냄새가 나지만
화장지와 비누, 변기커버 등 있을 건 다 있어요.
물절약을 위해 수도꼭지를 누르고 있어야 물이 나와요.
열차가 정차역에 멈추면 차장이나 기차역 직원들이 열심히 얼음을 깨요.
화장실에서 흘려버린 물이 얼어서 그런가 봐요.
여행자들은 여러 날을 열차에서 머물지만,
출장이나 볼 일 보기 위해 열차를 탄 러시아 사람들은 1박2일 정도로 짧게 타고 내려요.
열심히 사는 러시아 사람들의 활기가 느껴지지요?
001호 열차 10번칸 우리 차장이에요.
차장은 승객들의 표와 여권을 확인하고, 객실과 화장실 등을 청소하고, 물건도 판매하고,
손님이 내리기 1시간 전에 알려주는 등 여러 가지 일을 챙기느라 매우 바빠요.
특히 문을 꼭 닫지 않고 다니거나 떠들면 야단을 치거나 잔소리를 하곤 했어요.
그 표정과 행동에서 강인한 러시아 여인의 모습이 보였어요.
이르쿠츠크 역에서 내릴 때, 아이들이 기념사진을 찍자고 달려드니
그때서야 우리 차장이 활짝 웃었어요.
웃는 표정을 처음 봤어요. ^^
횡단열차는 힘차게 달리다가 정차역에서 2분에서 1시간 가량 멈추는데,
열차가 10분 이상 멈추면 승객들도 플랫폼에 잠깐 나와 바깥 바람을 쐬거나 물건을 살 수 있어요.
너무 멀리 가면 기차를 놓칠 수도 있어서 조심해야 해요.
열차가 정차역에 멈추면 사람들은 분주하게 움직여요.
러시아 경찰들도 열차에 다가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