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촉석 정충단비
새벽마다 순위단 앞 광장을 돈다.
사람들도 이 광장을 돈다.
팔을 열심히 흔들며 씩씩하게 걷는 젊은이
손도 흔들지 않은 채
앞으로 몸을 약간 숙이고 얌전히 걷는 여인.
너무 많이 걸어서 등에 땀이 배어 있는 중년
모두가 열심이다.
김시민장군전공비(金時敏將軍戰功碑)곁에
말없이 조용히 서 있는 비각 하나 경남 유형문화 유산 제 2호
진주 촉석 정충단비(晉州 矗石 旌忠檀碑)다.
늘 지나면서도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외로운 비
하지만
이 비엔 7만 영혼들의 아픔이 하나하나 새겨져 있다.
1차 전투에 패한 왜병들
그 설욕을 만회하려고 악다구니처럼 달려든 2차 전투
방어하기 위해 싸우다
투신한 삼장사와 이름 모를 7만의 군과 백성들
그 아픔을 읽어달라고 서 있는 비
이젠 풍상에 그 아픔조차 사라지고 있다.
사라진들 어떠랴
잊혀진들 어떠랴
이름을 내려는 것도 아닌걸
그저
그분이 내려 주신 땅이기에
그것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고
자식에게 주고 싶었던 거지.
여기 당신들이 원했던
그들이 이렇게 걷고 있지 않은가?
그 아픔 위에 나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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