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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이사야서(40-55장) 전체 보기
제2이사야서를 여는 40,1은 위로의 외침으로 시작한다. 40장이 선포하는 내용은 위로와 복역 기간의 마무리, 죗값이 치러짐, 죄악에 대한 갑절의 벌(40,2)을 언급하며 바빌론 유배를 암시한다. 아울러 위로의 외침과 처벌의 마무리를 암시하는 이 구절은 바빌론 유배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따라서 40,1은 바빌론 유배를 이미 과거의 사건으로 간주한다.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는 40장부터 등장하지 않는다. 예언의 선포는 이름 없는 익명의 인물을 통해 이뤄지고, 익명의 예언자를 역사적 인물 이사야 예언자와 구분하기 위해 ‘제2이사야’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사야 예언자가 등장하는 1-39장(제1부)과 이사야 예언자가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 40~55장(제2부)은 아무런 상관이 없는 별개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사야 예언서는 1-66장까지 한 권의 책으로,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1-39장)가 이사야 예언서 전체의 예언자로 전환되어 그의 음성과 선포를 통해 하느님 백성과 모든 민족의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한다. 그러므로 40~55장은 예언서의 전반부(1~39장)와 같은 주제를 전개한다. 다시 말해 전반부의 주제가 여기서 유배라는 시대적 배경과 맥락 안에서 심화되어 전개됨으로써, 이사야서를 전반부와 후반부로 분명하게 분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물론 1-39장과 40-55장의 차이점도 존재한다. 우선, 40-55장은 전반적으로 찬양가적 장르로 구성되었다(42,10; 44,23; 48,20~21; 49,13; 52,7-10; 55,12-13). 하느님을 찬양하는 이 장르는 시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특히 야훼-임금 시편의 전통과 관계된다(시편 96 ; 98편). 아울러 “새로운 노래”로 표현되는 찬양가적 표현도 시편에서 전형적인 찬양을 이끄는 중심 모티브로 쓰인다(시편 33,3 ; 40,4; 96,1; 98,1; 144,9; 149,1). 시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문학적 장르에 비춰보면, 40-55장은 전례적 요소도 많이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0-55장 곧 제2부가 제시하는 신학적 기본 입장은 하느님에 관한 이야기다. 우선, 하느님께서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역사에 개입하신다. 그분은 키루스를 ‘나의 목자’, ‘기름부음받은이’(44,28; 45,1)로 부르시어 바빌론을 처벌할 도구로 선택하신다. 바빌론에 대한 심판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구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바빌론 심판 이후, 이집트 탈출 사건을 능가하는 새로운 탈출이 예고된다. 이 과정에서 하느님의 구원 행위는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니라 모든 민족과 이방 신들의 눈앞에 펼쳐지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야훼 하느님의 통치권이다. 40-55장은 하느님께만 임금이라는 호칭을 부여하고(41,12; 43,15; 44,6; 52,7) 하느님 홀로 참된 임금이라는 사실을 선포한다. 하느님의 왕권과 함께 강조되는 것은 시온이다. 1-39장은 하느님의 왕권과 시온, 그리고 시온의 백성을 중심으로 하느님 구원의 드라마를 전개하였다. 이 주제는 40-55장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예언서의 후반부를 이끌어간다.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지상 거처는 시온이며, 이스라엘 백성은 물론 모든 민족이 시온으로 초대된다. 단, 하느님의 초대에 응할 수 있으려면 그들이 우상숭배를 거부해야 한다. 여기서 하나의 신학적 강조점이 드러난다. 우상숭배의 문제는 1-39장에서도 중요한 주제였고, 하느님 심판의 이유였다. 40-55장은 우상숭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일신론을 전제하고 하느님과 우상들과 법리논쟁을 전개하며, 하느님만이 유일하고 참된 신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40-55장은 모든 이에게 개방된 하느님 백성 공동체를 지향한다(45,22). 이를 전통적인 신앙고백과 비교하면 새로운 방향성이 보인다. “너 이스라엘아 들어라”(신명 6,4)라는 전통적인 신앙고백은 이스라엘 백성이라는 혈통 중심의 소속감을 강조한다. 반면에 40-55장은 이러한 하느님 백성의 경계를 허문다. 유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야훼-종교는 새로운 방향성을 갖게 된다. 다만 이러한 방향성을 갖추는 데 조건이 필요하다. 유배지에서 눈 멀고 듣지 못하는 주님의 종 야곱/이스라엘의 장애 상황이 극복되고 제거되어야 하며, 동시에 그가/그들이 하느님 백성과 민족들 앞에서 유일하신 주님을 증언하는 증인이 될 때 그 조건이 채워진다(43,10; 44,8). 40~55장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1~39장의 흐름과 주제를 단절하지 않고 계승하고 심화하면서 자신의 신학적 입장을 전개한다.
40-55장은 신학적 주제와 유배 상황의 변화가 드러나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전반부는 40-48장으로, 바빌론 신들과 논쟁하면서 유일하고 참된 신인 하느님을 증명하고 바빌론으로부터 주님의 종 야곱/이스라엘의 귀환을 준비한다. 이어지는 후반부는 49-55장으로, 여기서는 전반부의 주제였던 바빌론과 그들의 신들이 더는 언급되지 않는다. 후반부의 시선은 전반부와 달리, 바빌론이 아닌 시온을 향한다. 여기의 중심인물은 더 이상 눈멀고 귀먹은 주님의 종 야곱/이스라엘이 아니다. “백성을 위한 계약”이 되고 “민족들의 빛”(42,6)으로 자신의 사명을 수행하는 ‘주님의 종’과, 자신을 향해 선포되는 위로를 신뢰하지 않으면서 비판적이고 의심 가득한 모습을 보여주는 시온이 후반부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1) 제2이사야서에 대하여
오늘날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사야 예언서가 구별되는 시대적 바탕 위에 전개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을 갖기까지 중요한 연구의 과정이 있었다. 이 부분을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18세기 이전, 곧 계몽주의가 발생하기 이전, 이사야 예언서의 저자는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였다. 그는 하느님으로부터 권위를 받아서 앞으로 다가올 일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 아무런 의심 없이 수용되었다. 그러나 18세기에 계몽주의가 퍼지면서 인간 이성이 강조되고 성경도 이성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자, 이사야서에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는 이사 40장 이후에 언급되지도, 등장하지도 않는다. 아울러 38,6~7에서 예고된 바빌론 유배와 다윗 가문의 몰락은 이미 전제된 상황에서 40장 이후의 본문이 전개된다. 그리고 페르시아 임금 키루스의 실명이 본문에 언급되었기에 기원전 8세기의 예언자 이사야가 기원전 6세기의 인물인 키루스를 안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매우 중요한 사실에 주목한다. 이러한 시간의 격차에서, 이사야가 이사야 예언서 전체의 저자는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으며, 40-66장은 아모츠의 아들 이사야가 아닌, 다른 인물에 의해 기록되었다는 논리적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주장을 본격적으로 전개한 인물이 되더라인(J. C. Döderlein,1746-1792)이다. 그는 유배 시기 마지막에 이사야 예언자가 아닌 익명에 의해 이사야라는 이름으로 이사 40-66장이 기록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관점을 수용한 베른하르트 둠(B. Duhm, 1847-1928)은 40장 이후에 등장하는 익명의 예언자에게 ‘제2이사야Deuterojesaja’라는 가공의 이름을 부여한다. 더 나아가 그는 이사 56-66장의 저자로 제2이사야서와 다른 시대적 배경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제시하며 ‘제3이사야Tritojesaja’라는 또 다른 가공의 이름을 부여한다. 이 외에도 그는 네 개의 단락을 구분하여 고난받는 주님의 종의 노래(42장; 49장; 50장; 53장)라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역사-비평적 관점의 접근이 그리스도교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하여 40장 이후의 본문이 제시하는 모든 민족을 향한 구원은 신약성경에서 중요한 구원관의 토대로 제시되고, 둠이 주장한 주님의 고난받는 종의 노래는 신약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성취되었다고 수용된다.
2) 제2이사야서의 저자 그룹에 관하여
제2이사야서가 보여주는 문학적 특징은 찬양가적 구성이며, 그것은 시편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특히 야훼-임금 시편(시편 96 ; 98편)의 영향 속에서 야훼 하느님의 왕권을 전개하며, 하느님의 통치력은 이방 신들을 넘어서는 유일한 것으로 증명된다. 아울러 제2이사야서는 구약의 다양한 전통을 수용하였다. 창조 신학, 성조 전승, 탈출 전승과 함께 제1이사야서의 중요한 신학적 주제를 계승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온 신학과 연관하여 모든 백성을 향한 하느님의 왕권을 주창한다. 다채로운 신학적 요소들을 광범위하게 전개한다는 점에서 제2이사야서를 기록한 이들이 문학적(시편과의 연관성), 신학적(다양한 구약 전승)으로 교육된 이들임을 추론할 수 있다. 아마도 이들은 찬양가와 전례음악을 맡은 전문가 집단이었으며, 바빌론 유배 시기에 예루살렘에 남아 있던 성전성가대로 추정된다. 유배지에 끌려간 이스라엘 백성의 첫 번째 대규모 귀환은 기원전 520년에 이뤄졌다. 성전성가대는 예루살렘으로 귀환하는 이들에게 위로의 노래를 선포했다. 따라서 그들을 향한 위로와 예루살렘 재건이 제2이사야서의 중심 주제를 구성한다.
이러한 가설이 가능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유배와 유배 이후 시기에 선포되고 낭독된 백성의 탄원을 담고 있는 애가가 제2이사야서와 유관하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된 뒤 예루살렘에 남은 이들은 유배를 떠나게 된 이들을 위해 기원전 520년 이후에 성취된 희망의 드라마를 소개한다. 이 부분에서 애가와 제2이사야서는 많은 연관성을 갖는다. 예루살렘 파괴 이후의 절망적 상황을 배경으로 삼는 애가는 위로자가 없음을 탄식한다(애가 1,2.9.16.17.21). 이러한 탄식에 대응하여 제2이사야서는 시작과 함께 위로를 선포한다(이사야 40,1). 또한 애가와 제2이사야서는 바빌론에서 귀환을 암시하는 ‘떠남’에 대해 선포한다(애가 4,15; 이사 52,11). 이처럼 애가와 제2이사야서가 보이는 연속성과 유사성은 제2이사야서의 저자가 예루살렘 성전성가대일 것이라는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
▶ 39장과 40장의 시간적 간격
이사야 예언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다른 예언서처럼 특정 시대만 배경으로 삼지 않고, 바빌론 유배를 중심으로 유배 이전, 유배와 유배 이후 시기로 시대적 배경이 폭넓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근거로 이사야 예언서를 세 부분으로 나눈다. 그런데 시대적 배경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제1부와 제2부 사이에 제법 긴 시간적 공백이 존재한다. 39장은 제1부를 마무리하며, 바빌론 유배와 다윗 가문의 몰락을 예고한다(39,6-7). 이어지는 40장은 유배지에서 울리는 위로의 외침과 함께 제2부를 시작한다. 39,8과 40,1 사이에 약 150년에 가까운 시간적 공백이 존재한다. 예언서 가운데 유일하게 유배 시기의 전, 중, 후를 배경으로 삼는 이사야서가 유다 왕국을 전환시킨 엄청난 역사적 사건인 바빌론 침공과 예루살렘 파괴에 대해 침묵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유배 시대 직전의 예언서 예레미야서가 예루살렘의 파괴 장면을 묘사한 것과 대조된다(예레 52장 참조). 예루살렘의 파괴 장면에 대한 언급 혹은 묘사는 이사야 예언자의 심판 예언이 역사적으로 실현되었음을 입증하는 좋은 근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사야서는 이 부분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한다. 그 이유를 종합하면, 이 침묵은 우연이 아닌 저자(최종 편집자)의 의도적인 생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곧 이사야 예언서가 신학적 의도를 주장하거나 지지하기 위하여 일부러 예루살렘의 파괴 장면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1부에 따르면 시온은 매우 중요한 장소이다. 시온은 하느님의 심판을 받고, 심판으로 정화되어 하느님의 구원이 실현되는 거룩한 장소이다. 이방 민족이 시온을 침범할 수 있지만 그들의 공격이 성공하여 시온을 점령할 수는 없다. 이유는 유일하고 참된 임금이신 하느님께서 보호하시고 지켜주시기 때문이다(6,5; 24,23; 33,22 참조). 그러므로 시온은 주님의 보호를 받는 이들을 위한 안전한 장소이고, 그곳에는 의로운 이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간다. 또한, 그곳에는 주님께서, 품질이 입증되고 튼튼한 기초로 쓰일 값진 모퉁잇돌을 놓으셨다(28,16). 시온이 이러한 신학적 성격을 지녔다고 보면 외부의 침입으로 파괴되거나 정복당하는 시온을 생각할 수 없다. 이에 근거하여 이사야 예언서는 네부카드네자르에 의한 예루살렘 점령 이야기가 아닌, 산헤립에 대한 승리만 보도한다.
시온은 하느님께서 임금으로 통치하시는, 하느님만을 온전하게 신뢰하며 의로운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 살아가는 주님의 거룩한 산이며 도성이다. 그러므로 이사야서의 저자(최종 편집자)는 예루살렘이 역사적으로 파괴되었다고 할지라도, 적어도 이사야 예언서 안에서만큼은 주님의 도성이요 안식처라는 시온의 역할이 훼손되지 않도록 예루살렘 파괴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생략했다고 볼 수 있다. 참되고 유일한 임금이신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시온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하느님 구원의 드라마가 이사야 예언서가 전하는 신학적 중심 주제이다. 그러므로 저자(최종 편집자)는 39장과 40장의 긴 시간적 공백을 의도했으며, 이로써 이사야서의 중심 신학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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