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 오늘 아내가 다시 풀코스를 완보(完步)했다."
아내는 지난 12월 중순경 무릎관절 염증제거 수술을 하고 나서 회복중이고
최근에 걷는 거리를 서서히 늘려 나가는 중이었는데
오늘 드디어 나와 같은 거리를 같이 걸엇다.
병원에 다녀온 후 5개월만이다.
그러나 아직도 완전한 정도는 아니어서
조심하고 아끼면서 적응해야 할 일이다.
- 걸었던 날 : 2026년 4월 30일(목요일)
- 걸었던 길 : 여수구간 62코스 (거차마을~벌교갯벌~부용교)
- 걸었던 거리 : 20km.(29,000보.4시간30분)
- 누계거리 : 926.1km
- 글을 쓴 날 : 2026년 5월 1일. (금요일)
순천만에서 조금 더 밖으로 나가면 여자도(汝自島)라는 섬이 있다.
오늘은 여자도(汝自島) 섬 투어를 하려고 출발했다가
최근 무릎 관절 상태가 좋아진것 같아서 더 먼 거리를 걸어 보기로 하여
트래킹 코스를 바꾸었다.
그래서 남파랑길 62코스중 남은거리 20km를 걷기로 하고
순천시 거차마을로 향했다.
8시30분 거차마을 뻘배 체험장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걷기 시작했다.
오늘 걸어야 할 코스는 보성군 벌교읍내에 있는 부용교(다리)까지이다.
거리는 20km쯤이지만 높낮이가 평편하고 갈대와 농경지의 농로를
걷는 편안한 길이다.
순천시 별량면은 햇볕이 따뜻하여
4월말인데 모내기가 끝난 논들도 있다.
거차마을 갯벌에 바닷물이 상당하게 들어와 있는 모습이다.
뻘배를 타거나 칠게를 추스르는 사람도 없고
조용한 바다와 인적이 없는 이른 아침 어촌마을이다.
다만 바다에서 불어 오는 바람은 아직 차가운 기운이 있어
바람막이 옷을 챙겨 입고 걷기 시작했다.
막대기에 묶어놓은 뻘배가 절반은 물속에 잠겨 있고
뻘배 앞머리와 로프만 밖으로 나와 있는 모습을 보고 걷는다.
온전히 바닷가 제방길과 마을 농로길을 걷다가
구룡리 마을길 초입에서 간수가 없는 경전선 철도 건널목을 건넜다.
나름 자동 차단기와 비상밸등 안전창치가 있는 모습이지만
마을 입구여서 왠지 자연스럽지 않다.
갓길을 걷다가 노란 소국(국화)꽃을 본다.
노지에서 국화가 꽃을 피우는 계절이 아니니 핸드폰으로
"너는 누구니?" 라고 묻는다.
핸드폰이 답하길 "고들배기 꽃"이란다.
영락없는 작은 국화꽃 모양인데 고들배기 나물이 꽃을 피우면
국화를 닮은 꽃이 핀다.
마을 송산 삼거리 안내판을 보니 구룡리는 고들배기 특산지 마을이엇다.
구룡마을의 뒷산 비탈아래 작은 제재소의 기계톱 모터소리가 요란하다.
아주 작은 꼬마 재제소여서 귀엽게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날카로운 톱날을 다루는 사람은 까만 썬그라스를 쓴 젊은 여인이다.
소형 방앗간이나 재제소들은 모두 사라진 형국인데 다소 의외였고
아직 톱날이 돌고 있는 모습이 반가웠다.
인근의 야산에서 수목 갱신을 할때 나오는 소나무나 참나무를 가져다가
쓰임이 있는 목재로 만드는것 같았다.
송산 삼거리 이정표가 간결하고 자세하다.
트래킹로는 새우 양식장옆을 지나고 있었다.
마침 양식장 주인분께서 지하수 관정에 펌프 연결작업를 하고 있었는데
가벼운 인사를 드리고 몇가지 질문을 했더니 자기는 바쁘다며 짜증을 내신다.
갈 길을 어서 가시라는 표정이다.
지나가는 사람이 왠 호기심이냐는 것이엇고 당황스러웠다.
"미안합니다!" 라고 하고 벗어나려는데
몇마디 말씀을 하시면서 자기 양식장 옆으로 수시로 자전거가 달리고
수 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있어 양식장에 피해가 있다는 설명이시다.
새우는 예민한 생명체이고, 바이러스 전염 우려가 있으며
양식장 수조가 깊어서 익사 사고날까 두렵다는 이야기였다.
이 길이(둑방길) 공도(公道)라도 어민의 생업에 지장을 주는 것이라면
아래 농로쪽으로 남파랑길 이정표을 옮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엇다.
아니면 입구에 이곳은 새우 양식장 시설이 있으니
조용히 지나시라는 안내 현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3시간쯤 걸었고 보성군 벌교갯벌 지역에 도착했다.
보성갯벌도 크게보면 여자만 갯벌이다.
벌교 갯벌은 모래가 섞이지 않은 순수갯벌이어서 널판지를 이용한 뻘배 어업활동은
" 국가중요어업유산 제2호"로 지정하여 보존하고 있는 어업이다.(현판글 참조)
특히 한국의 갯벌은 서산갯벌,고창갯벌,신안갯벌,그리고 보성과 순천갯벌은
2021년 7월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에 "세계의 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현판글 참조)
바다가 그리울때 사람들은 바다로 달려 갈것이고.
바다는 보고 싶은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의 바다로 보일 것이다.
변화하면서 존재하는 바다는 늘 같은 모습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바다는 각각 다른 모습으로 보여 줄수 있겠다.
오늘은 조용하고 평온한 바다다.
갯벌의 진흙내음과 소금기 나는 바람은 종일 내 뺨을 스쳤고
나는 오늘 내가 걷는 길이 내 삶의 연결선상에서
소중하고 행복한 하루의 일상이길 바랬다.
시간을 잇는 길,
내가 걸어야 할 코리아 둘래를 이어가는 길,
내가 살아가는 내 인생의 나의 길!
이제 더 깊숙하게 벌교읍내로 들어 간다.
질퍽한 갯벌위로 두툼한 판자로 만든 목교(木橋)가 설치되어 있다.
목교는 곡선으로 설치되어 있어 칠개나 흰다리 농게를 관찰 할 수 있게 한 모습인데
이름을 알 수 없는 검붉은 게들의 천국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침략자이고 불편한 인간들인 것이다.
4월에 여수 여자만 해안에서 만났던 " 마님과 돌쇠" 부부가 붙인 스티커를 본다.
반가웠다. 그분들은 10여일전에 이 코스를 지났다.
아마도 순천에서 한달살이를 하면서 한나절 이곳을 걸었을 것이다.
나름의 노후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 평범하지 않은 용기있는 모습이고
오손도손 둘래길을 걷는 모습이 아름답고 가상하다.
이분들은 직장에서 은퇴를 하고 그 모든것을 내려 놓고
해안도시에서 한달씩 살며 한반도를 한바퀴 돌아 걸으며 살아가는 부부이다.
보성갯벌 생태 탐방로에 도착한다.
갯벌제방 탐방로가 이쁘다.
황금측백나무가 이름다움을 더하고 넉넉한 바다가 품은 갯벌과 들녁이 평화롭다.
거리는 알수 없으나 벌교 중도방죽까지 이어진 제방위를
한바탕 땀나게 뛰는 건강 달리기도 좋을듯 하고
친구나 부부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도 좋을것 같은 길이다.
순천친구 김기곤이 도착지점 벌교 부용교에 도착했다는 연락이다.
그는 우리 부부를 마중 나온건데 사실 내가 불러낸거다.
나는 걷다가 내가 아는 사람이나 친구가 있다면 하루쯤 같이 걷고 싶어서
연락을 했었으나 매번 서로 스케줄이 달라서 쉽지 않았었다.
오늘은 그가 사는 순천시와 다소 거리는 있으나
친구 얼굴도 보고 짧은 거리라도 같이 걸어 보고파서 불러냈다.
"친구야 반대 방향으로 걸어 오시게! "
세상에서 가장 큰 꼬막일듯!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는 도시이다.
조정래 작가님의 "태백산맥 문학관"이 이곳에 있으니 한번 둘러봐 주시길 권한다.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었던 철다리(철교)를 지나고 부용교을 향하다가
친구 김기곤을 만난다.
그리고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부용교에 도착하여 오늘 트래킹을 마친다.
벌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어업과 해상문류가 활발했던 도시이다.
일제가 수탈해간 곡식을 일본으로 실어내기 위한 활동과 금융조합(은행)이 설립되어
금융의 지배까지 받아온 치욕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로 기억하고 있다.
벌교에 오면 아직 철다리와 부용교,중도방죽 등등의
소설 태백산맥 속의 지명들이 남아 있어
아픈 근현대사와 소설 "태백산맥"을 기억하게 된다.
친구 김기곤을 만나고 거차마을로 가서 내 차를 회수하고
순천 거목순대국밥집으로 갔다.
밥먹는 지식에게~~
천천히 씹어라
공손히 삼켜라
봄에서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 바람 땡볕으로 익어 온 쌀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삼켜버리면
어느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운 줄을 모르면
그게 사람이 아닌거여
(이현주,목사)
국밥집 액자에 걸린 시(詩)를 읽고 한그릇의 국밥도
소중함으로 알고 꼭꼭 씹어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 광주로 돌아와 봉선 팥죽 서경문집에 들러
강원서 친구와 막걸리 4병을 마시고 헤어졌다.
내일 새벽 강샘부부는 해남 땅끝마을로 가서
4박 5일 동안 남파랑길을 역방향으로 걷는다고 했다.
징허게 용감하고 부지런하게 중년을 사는 부부이다.
친구님 부부의 늘 건강하고 즐거운 트래킹을 응원하네!
2026년 4월 30일 걷고
2026년 5월 1일 새벽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