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옛날에는 생각하기를, ‘노자와 신선의 도가 다를 것이 없다.’고 여겼는데, 지금 《통감강목(通鑑綱目)》을 보니, 노자의 도는 허무(虛無)로 종지(宗旨)를 삼아서 말하기를, ‘사람이 이 세상에 난 것은, 비유하면 집을 떠나서 나다니는 것과 같으니, 생사(生死)의 더디고 빠른 것을 구애하지 말고 빨리 본곳으로 돌아가라.’ 하였으니, 이것은 생사를 맡겨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을 귀히 여기는 것이고, 신선은 오래 살고 늙지 않는 것을 귀히 여겨, 약을 먹고 살기를 구하고 죽으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석씨(釋氏)의 도는 천당(天堂)·지옥(地獄)의 설(說)이 있는데, 착한 일을 한 자는 천당에서 살고, 악한 일을 한 자는 지옥에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과연 천당에 살고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보지는 못하였습니다."
임금이 말하기를,
"일찍이 들으니, 유도(儒道)에서는 사람이 음양(陰陽) 두 기운을 받아서 났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선도(仙道)·노자(老子)·석씨(釋氏)의 말과 유가(儒家)의 말은 어떤 것이 옳은가?"
하니, 이첨이 말하기를,
"유가의 도(道)는 묘명(杳冥)하고 혼묵(昏默)한 데에 있지 않고 사물(事物) 위에 있으니, 옛날 성현들이 대개 일찍이 논한 것입니다. 사람이 천지의 음양(陰陽)을 받아서 나는데, 음양이 곧 귀신(鬼神)입니다. 사는 것은 신(神)이고, 죽는 것은 귀(鬼)입니다. 사람의 동정(動靜) 호흡(呼吸)하는 것과 일월(日月)이 차고 이즈러지고 하는 것과 초목이 피고 떨어지고 하는 것은 귀신(鬼神)의 이치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러면 귀신(鬼神)의 이치가 곧 천지(天地)의 이치로군! 사람이 죽으면 정신이 있는가? 또 속담에 말하기를, ‘귀신(鬼神)이 화복(禍福)을 내리고, 책(責)하고 취(取)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러한가?"
하니, 이첨이 말하기를,
"사람이 죽어서 정기(精氣)가 흩어지지 않는다면, 책(責)하고 취(取)하는 이치가 있겠으나, 이것은 천지 귀신의 정기(正氣)가 아니고 부정(不正)한 기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