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작복작 차들도 오르내리고 모두 미소 띤 얼굴로 입장한다. 이 날은 숫제 자기가 주인공이 된 양 이쁘게 단장하고 화장과 향수가 감미롭다.
끝나기가 무섭게 저마다 자기 할 도리는 다 했다는 듯 무게를 잡고 단체사진 촬영에 들어가고 왁자지껄 식당으로 향하며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 친척들 인사하기 바쁘다.
단체로 와서 굳이 식당에서 식사 안 하고 가겠다면 따로 식비를 마련해 건내고 멀리서 와 가기 바쁜 어르신들은 차비를 넉넉히 챙겨드린다.
요즘은 일부러 폐백을 빼고 한복도 안한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친척 어르신을 모시고 가까운 친척은 신랑신부로부터 절을 받았다. 덕담과 절값을 챙겨 주었다. 대추 밤 등을 신부 치마에 던져주며 복을 빌어주었다. 아들 딸 많이 낳고 다복하게 잘 살라 아낌없이 빌어 주었다. 남편은 모를리 없을텐데 챙겨주는 것은 하나도 챙기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내게서 다 빠져나갔다.
식이 끝나니 시집 식구부터 친정식구. 밤엔 시외에서 온 친구들까지 한 팀이 가기 무섭게 또 한 팀이 참 절도있게 왔다. 절도있게 사라졌다. 남편 친구들은 그 오랜세월 만나지 못한 회포를 푸는 양 밤이 새는지도 몰랐다. 이렇게 밀어 닥칠것을 예상했다면 집에 이것저것 마련해 두었을 텐데... 아니 사실 그럴 형편도 안되었다. 우리가 살 집. 이제 막 결혼한 아들 내외가 살 집을 마련하느라 군대 갔다 온 두 아들 학비대랴 그동안 바빴다.
혼주 음식을 성대히 따로 잘 차려 주었다. 마침 큰 가방을 챙겼다. 혹시나 해 이것저것 한데 모으려 했다. 흩어지지 않게 하려고 했다. 음식엔 위생팩이 꼭 필요해 잘 챙겼다. 보기만 해도 배부른 음식. 사돈네도 소식했다. 처음 혼사 준비 하느라 긴장한 탓인가 도무지 음식이 먹히질 않았다. 떡도 과일도 고기도 보이는데로 많이 차곡차곡 넣어 왔다. 남편이 눈치를 주었다. 휴대폰도 그 가방으로 라는 생각이 미쳤다. 나중에 냉장고에서 결국 휴대폰을 찾았다. 덕분에 정신없이 손님도 잘 치루었다.
인륜지대사인 혼인성사도 모든 분 덕분에 별탈없이 축복속에 잘 이루어졌다.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남편과 나는 부조화임을.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함께 사는것이 정말 신비이다. 같이 의논하지 않기로 유명하고 오죽 했으면 아버님 병실에서 어머님이 ''너희는 네 말 다르고 아 아범말 다르다. 열 번 물으면 열 번 다 달리 서로 말한다. 저거는(형님네) 물으면 물을때마다 말이 똑같다. 입을 맞춘 듯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말한다. 너거는 어찌 말이 다 달라.'' 처음엔 이 말 뜻이 무슨 뜻일까 했다. 척 하면 삼척이란 뜻일까. 며느리를 맞고보니 그 심정을 알 듯 했다. 어찌 하였든 남편과 나는 신비이다. 신비중의 신비이다. 이때껏 살아 온 것이 신비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20230708)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카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