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째주 토요일 맑음 세수도 안하고 기냥 계속 놀았다. 노는 날은 이래서 좋다.
다음날은 일요일 또 신나게 놀고 있다. 턱에 수염이 까칠까칠하다. 며칠 신나게 놀고 있으니 수염도 신나게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휴폰이 울린다. 친구가 바람 쐬러 가잔다. 오케바리(좋다는 뜻이라는데... ) 겨우 세수만 하고 따라 나섰다.
어디로...? 구인사... 왜? 저거 마누라 요양하기에 어떤 곳인가 싶어 사전 답사... 조아조아...
단양까지 한 시간 반은 걸려야 도착하던 곳인데... 죽령터널을 빠져서 휘리릭~~~ 히야 40분 정도에 도착한다. 참 좋은 세월이다.
산이야 파헤쳐지던 말던, 자연 경관이 구겨지던 말던 참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영춘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다. 아마도 수해의 영향인가 보다. 도담삼봉 쪽으로 돌아서 가는데... 처음 가는 길이다.
도담삼봉이 보인다. 지나서 가다가 보니 저쪽 좁은 길이 개울 건너 보인다. 우리 국민학교 때 소풍 가던 길...
도담역에서 내려 도담삼봉까지 걸었으니 상당히 먼 길이었다. 아련한 옛 생각을 해본다.
세멘트공장을 지나간다. 뿌연 먼지가 항상 존재하는 그런 곳이다. 사람 살 곳이 정말 못 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산 능선 쪽으로 차가 내달으니 석회석 광산이 아래로 보인다. 산을 석회석 산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모습이 운동장 관람석처럼 계단 계단을 이루고 있다. 언젠가는 평지가 이루어질 것이다.
어설픈 동네를 지나 사람 냄새 보이지 않는 한적한 길이다. 이야호... 이런 자연만이 있는 곳만 보면 왜 이렇게 설랠까...? 오직 자연과 나만이 있다면... 상당히 두려울 것인데... 어쨌든 나는 즐겁다.
구비를 돌아서 온달동굴 동네를 지나서 한참을 가다가... 드디어 구인사.
참으로 사람들이 많다. 우리 고장 부석사도 사람이 많지만 관광객이 주류인데 반해 여기는 모두 아픈 사람들이다. 혹은 구도자들도 있겠지만..
병든 사람들이 치료를 하기 위해 꾸역꾸역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아픔은 마음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여기 아니더라도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면 안 될 일도 없건만. 여기로 모여드는 것이다.
어쨌거나 아픈 분들이여 여기 오셔서 타의 힘을 빌리더라도 아픈 곳을 말끔히 치료하고 가시기를... 이렇게 빌어본다.
병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니 결국은 자기 마음으로 다스려지는 것이나. 부처를 불러서 부처가 자기를 다스려 준다고 믿는 강한 자율적 신경의 활동으로 결국은 자기 자신의 자아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모르더라도 당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 그거 또한 바람직한 것일지니...
우리는 예수가 있다고 예수가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기 최면적 예수를 불러내게 되니 이 또한 자율적 신경의 활동에 의한 구원을 받게 되는 것이니... 과정이야 어쨌든 좋은 결과가 있다면 이 또한 바람직한 것일지니...
모두 구원되어 행복한 삶들을 살게 해 주소서 병든 삶에서 구해 주소서...
이렇게 오늘 하루도 나의 역마살을 실감하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