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齋晩筆](27-N)김삿갓(金笠)과 韓漢語 漢詩(한한어 한시)
심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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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齋晩筆](27-N)김삿갓(金笠)과 韓漢語 漢詩(한한어 한시)
심 영 보
(1)김삿갓의 파격 한시(漢詩)
*諺文眞書섞어作(언문진서섞어작)
諺文眞書섞어作 국문과 한문을 섞어서 지은 나의 시를 보고
是耶非耶皆吾子 옳으니 그르니 하는 놈은 모두 내 아들놈이다.
*諺文風月(언문풍월)
靑松듬성듬성立 푸른 소나무는 듬성듬성 서 있고
人間여기저기有 사람들은 여기저기 앉아 있네
所謂엇뚝뺏뚝客 소위 이러쿵저러쿵 말만 많은 나그네
平生쓰나다나酒 그러니 한평생 쓰나 다나 술일세.
이 두 편의 시(詩)는 방랑시인 김삿갓(金笠)의 시 모음집 [풍자와 해학의 방랑 30년] (권영한 편저, 1998년, 전원문화사 간)에 나오는 많은 ‘색다른’ 한시(漢詩?) 중의 일부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본명 김병연(金炳淵, 字는 蘭皐난고, 1807-1863)의 “김삿갓(金笠)”은 선비 집안에서 태어나 글공부로 입신하고자 한학(漢學)을 깊이 익혔으나, 그가 과거(科擧)에 급제(及第)할 때 지은 글 “논정가산충절사 탄김익순죄통천천(論鄭嘉山忠節死 嘆金益淳罪通千天)”이 홍경래난 때 반역의 죄를 지은 선천부사(宣川府使) 김익순(金益淳)이 그의 조부(祖父)인줄을 모르고 준열하게 탄핵한 것이었음을 뒤늦게 알고, 삿갓으로 하늘을 가린 채 방랑생활로 여생을 마친 사람이다. <다소의 이설은 있으나 여기서는 생략>
그런 내력에 어울리게 그의 시집에 나오는 4백여 편의 시(詩)가 거의 대부분 정통한시(正統漢詩)이지만, 일부 풍자와 해학이 곁 드려진 작품들에서 파격적인 모습의 한시(漢詩?)를 자주 만난다.
모두에 언급한 두 편의 시(詩)만 하더라도 그 형태가 한시(漢詩)와 같으나 이를 어찌 한시(漢詩)라 이를 것인가?
김삿갓이 이런 시를 노래하던 19C 중반쯤은 한글이 반포(1446년)된 지 어언 4백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국가기록이나 공문서는 물론이고 식자층의 서간(書簡) 조차 주로 한문(漢文)에 의존하던 시대인데, 비록 한시의 틀을 빌렸으나 과감하게 언문(諺文, 한글)을 섞어 작시(作詩)한 사실은 족히 국문학사적(國文學史的)으로도 주목할 만한 쾌거가 아닐까 싶다.
(2)한한어(韓漢語), 한한어(漢漢語), 일한어(日漢語)
당시(唐詩)를 기조로 하는 정통한시(正統漢詩)가 오언(五言)과 칠언(七言) 그리고 운율(韻律)을 엄격히 존중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의 중국인(中國人) 한족(漢族)은 물론이고 한문문화권(漢文文化圈)의 우리나라(韓民族)나 일본(日本)의 시인(詩人)들도 이 정통한시의 정형(定型)을 벗어나지 못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좀 더 살펴보면, 같은 한자(漢字)를 쓰는 한중일(韓中日) 세 나라가
쓰는 한문(漢文) 또는 한어(漢語)가 서로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글자를 서로 다르게 발음(發音)하고 있고, 발성(發聲)에서도 4성(四聲)과 평측(平仄)을 가진 중국(中國)의 한어(漢語)와, 장단(長短) 뿐인 우리가 쓰는 한어(漢語), 한문(漢文)이 서로 운(韻)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자(漢字)가 같은 단어를 서로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수두룩하고
<愛人(아내, 내연녀), 工夫(학습, 궁리), 大丈夫(건장한 남자, 괜찮아)... 등>,
같은 뜻(개념)을 서로 다른 한자(漢字)로 표기(表記)하기도 하며 <饅頭, 包子, 餃子>,
그러다 보니 한자(漢字)만 보고는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려운 단어도 부지기수다
<項目, 關係, 球迷, 刺身, 面白, 迷惑...>.
-게다가 한(韓) 일(日)이 각각 서로 비슷하지만 다른 약자(略字)를 쓰고 있고,
중국(中國)이 그들의 문화혁명(1960년대) 이후에 6천 자(字) 이상의 간자(簡字, 半字)를 개발해서 보급하면서 한자(漢字) 조차 이젠 서로 알아볼 수 없게 달라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간자(簡字)는 이제 점차 표음문자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모양새여서 자전(字典)에 의존하지 않고는 그 원자(原字, 繁字)가 어떤 자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이렇듯 음(音)과 운(韻)과 뜻(意)이 다르고 그 문자(文字) 조차 세 나라가 서로 다르니 한중일(韓中日) 세 나라가 쓰고 있는 한문(漢文) 또는 한어(漢語)는 각각 한한어(韓漢語), 한한어(漢漢語) 또는 중한어(中漢語) 그리고 일한어(日漢語)로 구분해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하겠다.
(3)김삿갓의 또 다른 변형시(變形詩)
그런 의미에서 “시인 김삿갓”은 그가 애초부터 공부한 한한어(漢漢語)로 정통한시(正統漢詩)를 짓기 시작해서 방랑생활 30년 동안에 풍자와 해학의 시를 노래하면서 틈틈이 한한어(韓漢語) 한시(漢詩), 그리고 ‘언문진서섞어작’ 같은 변형(變形) 된 시(詩)를 자연스레 개척해 간 것이라고 본다.
그의 변형시(變形詩) 몇 편을 더 열거해 본다.
*開春詩會作(개춘시회작) 봄 시회에서
대걱대걱登南山 대걱대걱 남산으로 올라오니
씨근벌떡息氣散 씨근벌떡 숨이 매우 차구나
醉眼朦朧굽어觀 취한 눈으로 몽롱하게 경치 굽어보니
울긋불긋花爛漫 울긋불긋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네.
*諺文詩(언문시) 언문으로 지은 시
腰下佩기억(ㄱ) 허리에 ㄱ자 모양의 낫을 차고
牛鼻穿이응(ㅇ) 소 코에는 ㅇ자 모양의 코뚜레를 뚫었네
歸家修리을(ㄹ) 집에 돌아가서 자기(ㄹ,己) 스스로를 닦으라
不然点디귿(ㄷ) 그렇지 않으면 ㄷ자에 점 하나 더(亡)하리.
*覓字韻(멱자운) 멱(覓)자를 압운(押韻)으로 하여 지은 시
許多韻字何呼覓 허다한 운자 가운데 하필이면 멱(覓)자를 부르는가
彼覓有難況此覓 먼젓번 멱(覓)자도 어려운데 하물며 또 멱(覓)자랴
一夜宿寢懸於覓 하루 밤 숙침이 오직 멱(覓)자에 달렸구나
山村訓長但知覓 산촌의 훈장님 단지 멱(覓)자만 아는구나.
(4)이런 韓漢語(한한어) 漢詩(한시)
필자가 한 때 정통한시(正統漢詩)에 흥미를 갖고 틈틈이 습작을 즐기던 시절, 앞에서 언급한 한중일 삼국에서의 한시(漢詩)의 괴리(乖離)를 감지하고 다소 엉거주춤해 있던 중에, 이런 ‘김삿갓’의 변형(變形)된 시(詩)에 접하면서 필자 나름대로의 ‘또 다른 형태의 변형(變形)된 한한어 한시(韓漢語 漢詩)’를 시작(試作)할 용기를 얻었다.
다음의 세 작품이 그 예의 일부이다.
*弔詩 哀悼 金光宇 교수 弔詩 金光宇 교수를 哀悼함
<제1,2,4,6,8 련(聯)에 ‘哀悼金光宇’자(字)를 운자(韻字)로 넣은 七言律詩>
五族九友會慕哀 가족 벗 스승제자 다 모여 애도하네
先輩後學同追悼 빼어난 지혜와 학문 뭇사람에 앞서고
慧智博文千人勝 남다른 근검의용은 두고두고 귀감이라고.
勤儉義勇萬年金
當事至誠無不成 맡은 일에 지성이요 책 들면 꾸준 터니
硏鑽不息得輝光 한 평생 남긴 업적 장 하도다 빛나도다
六十遺績已壯大 즐겁던 일 되새겨가며 편안히 잠드소서.
反芻一生安幽宇 (1999년 작)
*印度風情 인도(印度)의 풍정을 노래한 시
<제1,2,4 련의 끝 음(音)이 우리말 발음 ‘인도’로 끝나게 지은 七言絶句 시>
慧超探査北印度 혜초 따라 북인도 길 간곳 마다 서민마을
處處目睹庶人島 때깔도 생김새도 풍속마저 별다른데
異色變容別風俗 정이나 마음씀씀이 사는 도리는 한 가지.
同情恒心合人道 (2005년 작)
*美癡雅號獻詩 미치(美癡)라는 아호를 지어주면서 지은 五言絶句 헌시
中原黃大癡 中原의 元나라에는 黃大癡가 있고
海東許小癡 海東의 韓半島에는 許小癡가 있는데
洋外孫美癡 大洋 밖 美國 땅에는 孫美癡가 있으니
三癡未致狂 세 바보가 모두 거의 미치광이구나. (2007년 작)
註: 黃公望 (1269-1354); 중국 元말의 南宗畵 4大家의 한 사람.
蘇州人, 호는 大癡道人, 朝鮮 小癡에 큰 영향을 줌.
許 維(許 鍊,1808-1893); 朝鮮 후기의 畵家.
珍島人, 호는 小癡, 艸衣禪師와 秋史(金正喜)에 배움.
美癡; 지금 美國에 살고 있는 대학동기생 孫基勇의 雅號.
그는 木浦에 있는 南農美術館에서 小癡의 작품과 아호의
내력을 접한 이래 그에 심취해 가히 小癡매니아가됨. (2016.2. .)大尾.
첫댓글 언문진서섞어작(諺文眞書섞어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