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현시점에서 합격수기를 올리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합니다만, 제 수험생활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글을 올려 봅니다. 저는 2004년부터 행정고시준비를 시작하여 2008년도에 재경직에 합격했습니다. 모범이 될 만한 수험생활을 하지는 못했지만, 三人行, 必有我師焉이라는 말처럼 다른 분들께서는 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글을 씁니다.
Ⅱ 거시적 관점에서의 수험생활
1 목표의식 없이 시작한 행정고시
진정한 목표의식도 없이 전역 이후 넘치는 자신감에 2004년 처음 행정고시 1차 시험에 처음 응시해 보았습니다. 물론 불합격이었습니다. 그 때 더 많은 고민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많이 후회됩니다. 왜 본인이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지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동기를 부여해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고 공부하다가 흔들릴 때는 이정표가 되어주기도 하니까요.
2 방법도 모른 채 시작한 공부
좋든 싫든 공부를 시작했다면 과감하게 밀고 나가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하나를 완전히 이해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공부방법 때문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습니다. 분명 행정고시에 적합한 공부방법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뭐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혼자 학교 독서실에 앉아 공부하다 보니 긴장감도 사라지고 실력도 늘지 않았습니다.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다가 2005년도 1차에 응시를 했습니다. 당시에는 헌법이 있었는데, 다행히 헌법에서 고득점을 하며 1차에 합격했습니다. 하지만 2차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지금이라면 신림동에라도 들어가서 순환을 따라갔을테지만, 당시에는 '어차피 첫 2차시험이니까 안될거야 차라리 내년을 준비하자.'라는 생각에 시간만 보내다가 2차 시험장에서는 결국 백지를 제출하고 말았습니다.
3 시험을 가볍게 여기다 불합격
아는 것도 하나 없는 주제에 시험기간 내내 출석해서 백지만 바라보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혹시나 하며 잔뜩 기대했던 여자친구와 부모님에게도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에 고시반의 실원모집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만 나오는 어설픈 실력으로 시험을 보러 갔습니다. 최선을 다하여 쓴 답안은 학교 필기 수준이었고 5페이지를 채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실원을 많이 뽑았기에 다행히 고시반에 들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고시반의 생활은 즐거웠습니다. 처음으로 목표가 같은 사람들을 만났고 공부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하지만 PSAT가 문제였습니다. 컨디션만 잘 조절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문제를 거의 풀어보지 않은 채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PSAT를 너무 가볍게 여긴 나머지 2006년도 1차 시험에서 불합격하였습니다.
4 미루고 미루다 발목을 잡은 행정법
요즘도 가끔 그 때가 생각납니다. 다른 고시반 실원들은 2차 준비에 바쁜데 저 혼자 뒤쳐지는 듯한 그 느낌... 2차 시험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황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바보같은 짓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1년 더 일찍 사회생활을 하고 1년 더 늦게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아니라는 친구의 격려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해이해진 마음을 다잡고 다시 2007년도 행정고시를 목표로 공부를 했습니다. 1차 시험은 많이 준비했습니다. 2007년 1월부터 시험 전까지 100회 정도의 모의고사와 기출문제를 풀고 들어갔습니다. 노력한 만큼 좋은 성적으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차 시험 준비가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공부가 잘 되지 않아 미루어 두었던 행정법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이해가 되지 않던 것이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이해가 될 리는 만무했습니다. 결국 다른 과목 공부를 줄여가며 행정법 공부를 하다가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엉망이었습니다. 행정법 성적도 좋지 않았고 다른 과목도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5 마지막 시험
2차 시험이 끝나고 주변을 돌아보니 어느 새 고시반 선배들과 동기들이 모두 떠나고 없었습니다. 합격해서 나간 사람도 있었고 다른 길을 찾아 나간 사람도 있었습니다. 2008년도가 마지막 시험이 될 것이라는 것을 주변의 상황들이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여름방학동안 그렇게 발목을 잡던 행정법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고시반에서 진행한 특강도 충실하게 들었습니다. 식사시간을 줄이고 공강시간을 활용하여 인터넷 강의도 들었습니다. 고시반 실원들과 떨어져서 혼자 밥을 먹어야 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1차 시험은 2007년도와 유사하게 준비했습니다. 점수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신림동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져 허송세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면시간을 5~6시간 정도로 유지했고 술은 전혀 먹지 않았습니다. 답안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썼습니다. 2차 시험 마지막 날에는 그 자리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공부를 했습니다.(그냥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 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Ⅲ 미시적 관점에서의 수험생활
1 이성교제에 관한 문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험가에서 떠도는 말이 정답인 것 같습니다. “없는 여자(남자)친구 만들지 말고, 있는 여자(남자)친구 깨지 말라.” 수험생활은 가급적 안정적이어야 하므로 수험생활 중에 변화를 만드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여자친구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보았습니다. 토요일에 주로 만났는데, 공부하다가 저녁을 같이 먹거나 영화를 같이 보는 정도였습니다. 공부를 하는 본인도 힘든 시간이겠지만, 상대방에게도 힘든 시간이 될 수 있으므로 서로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2 인간관계에 관한 문제
지난 3년 동안 친구들은 거의 만나지 않았습니다. 결혼식에서만 잠깐 얼굴을 보는 정도였고 그 밖의 모임에는 거의 나가지 않았습니다. 가끔 전화통화를 하거나 학교로 찾아오면 음료수 마시며 이야기하는 정도였습니다. 진정한 친구라면 술 한 번 안먹었다고 잊지 않습니다. 그렇게 떠날 친구라면 한시라도 빨리 보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3 거주지에 관한 문제
저는 집이 남양주시입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립니다. 오가는 시간은 3시간 정도이지만,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아니므로 4시간 정도는 길에 버리고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가는 길에는 주로 프린트를 들고 다니면서 외우거나, 공부하면서 의문이 났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았습니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자는 곳에서 공부하는 곳이 멀지 않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남들보다 길에서 버리는 시간만큼 더 공부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가는 길에 몸도 지쳐버려서 그 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4 공부방법에 관한 문제
저는 의문이 나면 꼭 해결을 해야 다음으로 넘어가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수험가에서는 금기시 되는 이 책, 저 책 보기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부하면 수험기간만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합격을 위한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중요한 의문이라면 교수님께 물어보셔도 좋고, 학원수업을 들으며 강사에게 물어 보아도 좋습니다. 그러나 주변에서 불필요한 의문이라고 지적하면, 덮고 넘어가실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 외에도 알아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많기 때문입니다.
Ⅳ 마치며
중ㆍ고등학교 시절처럼 부모님께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시지도 않고, 선생님께서 이끌어 주시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수험생활을 지속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고,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열등감에 좌절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힘들면 힘들수록 합격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으시기 바랍니다. 수험생활이 즐거우면 결코 합격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행정고시를 시작하는 분들이라면 명확한 목표를 갖고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저처럼 '그냥 한 번'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하는 분들이 없기를 바랍니다. 왜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자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법률저널에서 발표한 예상 커트라인 때문에 많은 분들이 불안해 하시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안을 이겨내고 공부에 집중하셔야 기회가 옵니다. "자신과의 싸움"이란 말이 흔해서 그런지 감흥이 없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자신이 느끼는 불안, 초조, 피곤, 졸림, 우울, 외로움..... 그 모든 것들과 싸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 싸움에서만 승리하신다면 합격은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입니다.
첫댓글 수기 잘 읽어 보았습니다. 목표를 더 확실히 세워야겠네요.. 자기 관리도 더욱 철저해야 할것 같구요.. 감사합니다^^
도움되는 수기 감사합니다.
수고하셨구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옷, 많이 보던 분이다+_+
정답이네요/ 사실 공부방법은 자기한테 맞는것을 본인이 빨리 찾고 충고되는 부분만 들어야죠.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잘 읽었어요~
감사요~
감사드립니다.
좋은 수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