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항 속에 금붕어
이재부
집을 몇 일간 비웠다가 돌아와 방문을 여니 제일 먼저 어항에 시선이 간다. 금붕어가 혹시 굶어 죽지나 않았을까? 축 늘어져 움직임이 둔하기에 가까이 가니 물을 헤집고 반색을 한다. '오죽 배가 고팠을까' 사실 나는 금붕어에는 애착이 없었다. 아내의 관심이 머무는 곳이요, 외로움 달래주는 친구이며, 눈빛 맞추면 아양을 떨어주는 귀염둥이였다.
굶주림 때문인지 주인이 아닌데도 춤추듯 꼬리를 흔든다. 아침을 먹고 나면 늘 아내는 밥상도 치우기 전에 어항 앞에 다가가 먹이를 주며 대화를 나누는 듯 금붕어 재롱에 푹 빠져 있었다.
자식들 다 분가하여 멀리 떠나간 빈자리에 작은 어항 하나 사다 놓고 늙어 가는 외로움을 달래는 모양이다. 아내의 자리가 비어 있으니 금붕어 어항이 정물화 같이 침잠(沈潛)해 있어 그것 또한 측은 해 보인다. 철모르는 금붕어는 같이 놀아주던 주인이 없는데도 넓은 바다인양 유영하며 세월을 보내나보다.
사랑했던 주인이 주는지, 아닌지 의심도 없이 먹이 다툼에 정신이 없다. 관심이 쏠리는 것과 사랑은 별개인가보다. 투병생활을 하는 아내도 집에 왔다 가면 병원 침대에 앉아 물끄러미 내 얼굴만 바라볼 뿐 금붕어 소식을 묻지 않는다. 마음속에는 애지중지 키우던 금붕어가 유유히 노는 듯 눈에 어리겠지만 관심의 초점은 생명을 위협하는 암세포를 떼어내는 것과, 갑자기 손을 놓게되는 가정 일이 마음에 걸리나보다.
아내가 입원해 있는 동안은 병원과 집을 왕복하며 지낸다. 집에 올 때마다 먼저 아내가 마주앉아 망중한(忙中閑)을 달래던 어항 앞에 앉아 먹이를 준다. 좁은 어항에 갇히어 살면서도 쉼 없이 헤엄 치는 금붕어와 가정 일에서 평생을 헤어나지 못하고 일에 골몰한 아내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자식과 남편 뒷바라지하는 일로 일생을 갇히어 살아온 고된 생활이 얼마나 갑갑했을까. 이제 자유롭게 살 기회가 되었는데 병마와 싸우게 되었으니 측은하기 그지없다. 해탈의 자유를 얻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병들면 만사는 다 담 밖에 세상인걸…….
곱게 지는 노을 같이 아름다운 노년을 꿈꾸며 살았다. '내일이면 행복하리라' 땀흘리며 불행의 고개를 넘었다.
세월 잘못 만나 어려서 양친 잃고, 교육의 기회도 놓쳤으니 넓은 세상이 보이겠는가. 어항에 갇혀 살 듯 홀 시아버지 모시고 농사지으며, 손님같이 왔다가는 학생 남편 뒷바라지로 서툰 살림을 시작했다. 살림살이를 혼자 익히며 세월 따라 철 들며 살았다. 고생의 연속이 운명인 듯 수 없이 맴도는 외톨이 금붕어 같았다. 이제 근심 없이 살만한데 벌써 병들면 어이하니. 가슴을 짓누르는 아픔이 한으로 남는다.
단벌 교복 급히 빨아 밤새워 손질하고, 새벽 밥짓고, …… 아픈 추억, 고달픈 과거가, 주마등 같이 달려온다. 자식 키우며 객지로 떠도는 남편 기다리며 꽃다운 청춘을 보냈데, 그 허공을 무엇으로 채워줄까. 얼마나 농촌 삶이 힘들었으면 퇴직 후 귀향은 꿈도 꾸지 못하게 했겠는가. 70고개를 같이 오르며 즐기고 살려 했는데 늦게 핀 가을꽃이 첫 설이 맞아 주저앉듯 축 처진 모습이 가슴에 멍으로 남는다.
생로병사가 천도의 진리인 것 누가 모르리요. 긴 고생 짧은 행복이 욕심을 부추기니 마음만 아플 뿐이다. 저 어항의 금붕어 허기진 배 채우고, 생기 되찾듯 쾌유되리라 믿지만 텅 빈 아내의 자리가 인생의 공포로 다가온다. 오늘따라 물끄러미 바라보는 작은 어항 속에 아내의 외로움도, 불쌍함도, 삶의 허무함까지 모여들어 금붕어의 유영을 초점 없이 따라다닌다. 참 어리석은 삶이었다. 50년을 동행하며 내가 머물러 있는 자리가 아내의 품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요즘 머무를 곳을 잃은 나는 저 붕어 같이 자리를 찾지 못하고 떠돌아만 다닌다.
(2007년 4월 13일 병원을 다녀온 밤에)
첫댓글 회장님, 가슴이 메입니다. 눈물이 납니다. 하루속히 사모님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어서빨리 꼭 쾌차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제게 한살이라도 덜 먹어 잘하라는 말씀으로 알고 마음에 담겠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꼭 건강찾으시길 빌겠습니다, 회장님 힘내십시오
봄비가 내리는 아침 이글을 읽습니다. 가슴이 짠해 옵니다. 살만하면 병이 온다더니 옛말 틀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오늘보다 내일을 위해 살지 않나 싶어요. 정작 내일이 왔을때는 낯선 손님이 우리를 황당하게 하지요. 어떤 삶이 진정한 값진 삶인지 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하루 속히 자리를 털고 그토록 꿈꾸던 오늘을 오붓하게 사시길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회장님! 괘유되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모두 기도하고 있습니다. 믿는자여! 능치못할일이 없느니라.
사모님께서 빠른 시일내 쾌유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기도드립니다.
쾌유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살만하면 병이 온다는 얘기는 정말이지 가혹한 일입니다. 환자도 고생이고 가족도 고생인 병마를 꼭 이기고 툴툴 일어서시는 모습을 기대합니다.
꼭 쾌차 되실겁니다. 빠른 쾌유을 기도드립니다. 회장님 힘내세요.
문우 님들의 정성어린기도와 위로해주시고, 격려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회장님 늘 웃는 모습이었는데 요즘 아니보이더니 사모님이 편찮으시다니 그러나 회장님의 옳바른 삶을 하나님도 아실꺼에요 간절이 기도드릴께요쾌유를 빕니다
사모님과 살아오신 수많은 날 들이 눈에 어른 거려 마음이 짠합니다. 빠른 시일내에 꼭 쾌유되시리라 믿습니다.
사모님께서 빠른 시일내 쾌유 하시길 기도 드립니다. 그럴수록 선생님께서 더욱 건강 하셔야 사모님을 도와 드릴수 있습니다 선생님 건강 하시고 힘내세요
선생님의 쾌유의 기도가 하늘에 닿아서 꼭 건강하시리라 믿습니다 . 차쯤 좋아지신다니 너무나 반갑구요 .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 드립니다 ....
회장님 힘내세요. 마음이 많이 아픔니다. 사모님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빕니다.
병상을 지키다 와서 카페를 열어보니 많은 문우님들이 다녀가셨군요. 용기주시고, 기도해주셔서 차츰 좋아지고 있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바쁘지도 않으면서 바쁜척 산 제가 부끄럽습니다. 사모님의 건강 회복되시길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선생님도 건강하시길 빌어드리면서 늦은 인사 죄송하다고 말씀드릴뿐 입니다.
저는 항상 한발늦습니다. 모르고 있었습니다. 글을읽고 가족이란 단어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사모님의 쾌유를 빕니다. 선생님 건강도 챙기시고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