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활동중심 수업과 동아리 활성화로
교실과 학교를 바꾸겠습니다.
이영우 경상북도 교육감
최창의가 만난 열여섯 번째 교육감은 경상북도교육청 이영우 교육감이다. 2016년 4월 6일에 교육감 집무실에서 대담을 나누었다.
최창의: 새로 교육청사를 옮겨서 많이 바쁘실 텐데 이런 대담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동에서 경북교육청의 새 역사가 시작되는군요.
이영우: 안동으로 새 청사를 옮기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막상 옮기고 나니 부족한 점도 많고 그렇지만 여기 터가 참 좋답니다. 건물 모습도 전통식이고 안동이 유교적인 고장이니까 기와지붕을 올렸습니다. 대구에 50년 동안 있다가 새 청사로 왔는데 저로서는 참 영광이고 보람입니다. 이 청사를 짓기까지 19번 정도, 참 자주 왔다 갔다 했습니다.
최창의: 현재 3선 교육감으로서 8년 정도 경북 교육을 이끌어 오셨는데요. 그동안의 소감이나 보람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영우: 제가 처음엔 중, 고등학교 국어 선생이었습니다. 교사부터 교감, 장학사, 그리고 교장, 도교육청의 장학관을 하면서 시도 평가를 받으면 항상 우리가 중간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런데 교육감이 되고 나서 교육이라는 것은 관심 정도에 따라서 성과가 나타나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좀 부족한 분야는 특별히 행사에 참여하고 대담도 하고 이러면 달라지고 발전해요. 그게 교육감의 보람이죠. 힘이 들 때는 어려운 판단을 할 때예요. 그런 경우에는 토론 과정을 거치거나 해서 최종 판단을 내리려고 합니다.
최창의: 각 지역 교육청마다 내세우는 교육의 목표가 있지 않습니까? 특색사업도 있고요. 경상북도 교육의 지표와 특색사업은 어떠한가요?
이영우: 이제는 강의식 수업을 없앨 때가 됐습니다. 질문하고 토론하고 대화하고, 교사가 아닌 학생 활동이 많아지는 수업이 되어야 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학생활동중심 수업을 밥 먹듯이 외치고 다닙니다. 이것이 교실 개혁이고, 교육 개혁의 출발이고 핵심입니다. 또 하나는 학교폭력, 인성 이런 것 때문에 참 어려워하는데, 저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올바른 인성과 조화로운 사회성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동아리 활동이 가장 낫겠다 싶어 공부 동아리, 취미 동아리, 운동 동아리를 지원해 보니까 효과가 괜찮아요. 다른 하나는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 취업을 시키는 데 역점을 두었습니다. 경북 57개 특성화고 취업률이 올해 4월 1일 국민건강보험에 잡힌 통계를 봤는데 61퍼센트입니다. 4년제 대학의 취업률이 56퍼센트가 안 되는데 참 높지요.
최창의: 교실 수업의 변화, 이것은 전국에 있는 교육감님들의 핵심 목표입니다. 경상북도가 강조하는 학생활동중심 수업은 시작한 지 5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달라지고 있습니까?
이영우: 교사 혼자 이야기하고 학생들은 받아 적고 이렇게 하던 수업 방식을 학생 활동 중심으로 바꾸려고 하니까 이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온갖 이야기를 다 하면서 강조하고, 교사들에게는 학생활동중심 수업 연수를 시킵니다. 학교와 지역 교육청 단위로 노력하고, 또 지도할 강사를 지역별로 계속 양성하는데도 제가 원하는 목표에 한 30퍼센트쯤 도달했을까요? 수업 연구교사, 수업 선도교사, 수업 명인 같은 걸 만들고 시상도 하면서 온갖 걸 다 하는데 쉽게 안 고쳐져요. 하지만 이것이 우리나라 교육의 틀을 바꾸는 하나의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계속 얘기를 하고 다닙니다.
최창의: 교육감님 기대치만큼 안 된다고 해도 교실수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생님들은 많지 않은가요.
이영우: 거꾸로 수업이라는 것도 있고, 하부르타 수업이라는 것이 있지요. 그런 방법을 받아들여서 다양하게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있는데 보통 젊은 교사들입니다. 아직도 많은 교사들이 옛날 강의식 수업을 하지요. 그래서 그것을 바꿀 수 있도록 원격연수 같은 노력도 합니다. 또 경상북도에는 교과별 연구회가 63개 있는데 이런 수업을 하는 사람을 내세워서 시범수업을 한다든지, 자신이 변화된 과정을 강의한다든지 하고요. 이런 노력을 앞으로 한 4,5년은 더 해야 교사들의 50퍼센트 정도가 달라지지 않겠나 싶습니다.
최창의: 수업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군요. 그런데 교실에서 아직 그만큼 수업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 못해 아쉬운 것이지요?
이영우: 그렇습니다. 여름방학 때 교육감들 4명과 같이 영국을 방문했는데 한 중학교를 가 봤어요. 교실 책상 구조가 학생들이 서로 마주 보면서 수업을 하게 되어 있고 선생님은 뒤에 서 있는 거예요. 선생님은 아이들 사이로 다니면서 이야기를 하며 도와주고, 학생들끼리 발표하고 협력하는 수업이 이루어지더라고요. 한때 우리도 이런 식으로 분단 협력 수업하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열린교실이라고 옛날에 서울 중심으로 바람이 일어났지요. 종도 없어야 한다, 복도도 없어야 한다, 문 확 열어놓고 해야 한다 이랬지요. 정말로 이제는 그런 식으로 수업이 개선되고 바뀌어야 해요.
최창의: 경북 교육의 두 번째 특색사업으로 강조하신 게 학생 동아리였지요. 동아리활동을 정책사업으로 삼은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이영우: 제가 경주에서 교장을 할 때가 2000년이었는데, 학생 자체 동아리가 10개쯤 있더라고요. 자기 동아리를 신입생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2시간 줄 테니 한 달 동안 준비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 뒤 아이들을 전부 모아놓고 10여 개 동아리가 발표를 하는데, 연극을 하거나 영상 화면도 만들고 온갖 걸 다 하면서 우수한 신입생들을 데려가려고 애쓰더라고요. 자기들 스스로 신나서 그러는 걸 보고 힌트를 얻어서 교육감이 된 뒤에 동아리 활성화 정책을 세워 학교현장에 널리 퍼뜨렸습니다.
최창의 : 아이들이 스스로 자율활동을 하는 동아리 1만 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셨다고요.
이영우 : 구미여고라고 있는데 학생 수가 한 천 명이 됩니다. 가을에 동아리 축제를 하는데 그 학교에 130여 개 동아리가 있답니다. 또 김천의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는 동아리가 353개 있답니다. 한 학생이 2개에서 3개 동아리를 하고 있고,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잘해서 수시모집 자료로 활용한답니다. 그런 걸 봤을 때 2018년까지 1만 개 동아리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동아리는 자생 동아리여야 돼요. 선생님이 이동해 가면 없어지는 동아리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아리 활동 활성화가 인성, 사회성 키우는 데 최고이고, 졸업한 뒤에도 선후배 사이에 동아리로 연결이 되지요.
최창의: 전국 곳곳마다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해서 학교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요. 경북의 ‘명품학교’는 어떤 목표나 내용을 가지고 움직이는지요.
이영우: 명품학교의 기본은 학생이 즐거운 학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노래하고 춤추고 운동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그러면 노래하고 춤추고 운동하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도와줄까요? 바로 1인 1악기를 다루도록 하는 겁니다. 그러면 최고의 인성교육이 됩니다. 영광중학교라는 작은 사립학교가 있는데, 미술 선생님이 학교에 안 나오고, 성적도 나쁘고, 계속 싸움질이나 하는 학생들을 지도해 보니까 말이 먹히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그 학생들 8명을 데리고 모둠북 치는 연습을 했대요. 한 여섯 달 하니까 아이들이 전혀 결석을 하지 않고 공부도 잘하고 착해지더랍니다.
최창의: 명품학교에서 아이들과 교육이 달라지고 있군요. 명품학교가 중점을 두는 교육과정은 무엇입니까?
이영우: 악기 연주와 운동 이 두 가지를 명품학교 속에 넣고, 학생활동중심 수업이랑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면서 현장 체험학습을 많이 다니라는 것입니다. 이제 책상 앞에서 책으로만 받아들이는 지식은 옛날 지식이고 사람은 움직이면서 현장 체험을 해야 합니다. 사실은 우리가 이렇게 추진하고 있는 핵심 사업을 모아서 정부가 자유학기제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내놓은 거예요. 그걸 보면서 교육이 서로 다른 것 같지만 결국 핵심은 모두 같구나 생각했습니다.
최창의: 이영우교육감님은 세 번이나 직선제 교육감으로 선출되셨기 때문에 정확하게 이 문제를 답변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 선거 과정의 폐해를 들면서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거든요.
이영우: 선거 때 현장에 가서 들어 보니까 온갖 이야기를 다 하는 거예요. 첫째, 할머니들하고 아주머니들이“이놈의 사교육비 때문에 못 살겠다. 교육감 되면 어떻게든 사교육비 좀 낮춰 달라.”하고 정말로 간절하게 호소를 하는데 현장에서 듣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둘째,“우리 아이가 어디 가서 맨날 돈 뺏기고 두드려 맞고 온다.”그런 이야기를 구구절절 듣자면 학교폭력을 어떤 식으로든 잠재워야 되겠다는 결심이 서게 되더라고요. 이런 상황을 직접선거가 아니면 접할 수 없습니다. 손 붙들고 이야기하고, 앉아 대화하면서 민의가 직접 반영되는 것이 선거라는 걸 체험했습니다.
최창의: 교육감 선거 비용이 많이 든다거나 얼굴도 제대로 모르면서 찍는다고 하는데요.
이영우: 그러면 군의원, 시의원 이런 사람들은 누가 제대로 압니까? 촌에 있는 사람이 도지사를 어떻게 압니까? 적혀 있는 경력 보고 찍고 이러지 사실 잘 모르거든요. 교육감 직선제 폐지한다는 말은 시도지사 직선제도 폐지해야 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직선제를 하는 까닭은 민의를 피부로 느끼고 교육정책에 반영하고, 교육부에게 휘둘리지 않고 지역 특색에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볼 때 선거 비용은 교육을 하기 위한 하나의 필요 경비인데 직선제 폐지는 말도 안 됩니다. 교육감 선거는 차츰 정착이 되어가고 있어요. 지방자치시대에 교육도 꼭 자치가 되어야 해요.
최창의: 마지막으로, 안동시대를 맞이하는 교육감님의 각오나 청사진을 간략하게 덧붙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영우: 안동청사로 옮겼는데 여기가 어떤 곳이냐면 바로 옆의 영주, 예천과 함께 선비문화, 양반문화, 유교문화의 삼각지가 형성되는 곳입니다. 이곳은 소수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과 퇴계 선생 같은 유학자도 있고 해서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시대적 요청과 결합이 잘 되는 곳이에요. 조상의 문화와 인성 교육을 활성화시키고 체험 학습을 강화해서 참된 인재를 키우는 것이 제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경북 교육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