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제야, 공부하러 안가니?"
"엄마, 전원일기만 보고 갈께요.."
일요일 아침 11시면 난 어김없이 문화방송의 "전원일기"를 본다.
어릴때부터 보아온 "전원일기".
옛날 "그대 그리고 나"의 김정수 작가가 집필했을때는 고등학교
우리국어선생님(정원주샘) 께서도 그 탁월한 구성력과 줄거리에 반해서
수업시간에 자주 인용하셨던 엄청난 드라마.
물론 그런점에 이끌려서도 보지만, 난 복길이를 보기 위해 전원일기를 본다.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김지영을 캐스팅, 지금은 인기정상에 올라가 있는 그녀.. 그녈 보고 있으면 난 내
첫사랑과의 가슴아픈 추억을 떠올린다.
첫사랑과 똑같이 닮은 사람을 우연히 만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경우는 지금까지는 그녀가 내 첫사랑이자 마지막인 짝사랑이고, 그녀와 닮은 김지영은 똑같이
짝사랑을 하고 있다.
과연 똑같이 생긴 사람에게서 첫사랑의 아픔과 기쁨을 느낄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런 주제를 정말
재미있게 풀어나간 감독이 있다.
"이와이 순지..."..
그의 영화가 국내에 개봉되지는 않았지만,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순지열풍"은 이 영화 "러브레터"에
연연한다고 생각한다.
"신인류"라 자처하는 순지감독은 "영화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바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조금은 쉬운 영화잡지
"씨네21"에서 강한섭 교수의 "예술영화 엄따"논쟁을 보았다.
사실 그게 실린 글과 반론들도 내겐 너무 어려워서 보다가
말았다.
지금 박광수 감독에 대해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하고있다.
그는 31억원이라는 거금을 쏟아부어 흥행참패가 뻔한 영화
"이재수의 난"을 감독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자기는 흥행에 신경을 쓰지 않고, 이 영화도
상업영화가 아니라고 했다.
마치 자기만 영화를 보면 되고, 자기 영화이력에 그럴듯한
영화한편이 올라간것에 무척이나 고무된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심오한 주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특정계층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좀더 재미있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볼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작가나 감독이 가지고 있는 걸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한다. 일부 사람들은 만화를 저질스럽고,
쓸모없다고 말들하지만(일례로 딴지일보에서는 토마토가 일본 만화를 빼꼈다고 개난리를 한번
지었었다. 미친놈..)
엄청난 지식들을 만화로 만들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매일 그 지식을 접하는 일본인들과, 한달에 평균
책 1권도 읽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비교할때 누구의 미래가 더 밝다 할 것인가?
이런점에서 우리 교주님고 부교주님의 차이도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교주님(서태지)께서 퍼트리고자 하시는 말씀은 어느누구보다 심오하다고 자부한다. 그건
부교주님(신해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교주님은 아주 쉽고 흥겹게 만들었지만, 부교주님은 조금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암튼 이 "러브레터"를 보면서,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정말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학교 창고 비슷한 곳에서 보았는데, 보기전에 주최자가 자신은 이 영화를 보고 삼일정도 잠을 못잤다고
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난 일주일이었다.
지금도 가끔씩 이 영화를 생각할때면 가슴 한구석에서 찐한 뭔가가 느껴진다.
물론 여주인공인 미호의 청순한 매력에 이끄린 걸 부인할
수는 없다.
줄거리는 못보신 분들을 위해 접어둔다.
아무래도 줄거리를 알고 이 영화를 보면-특히 이영화는-
그 감동이나 재미가 반감될 것이므로..
이점에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 철저히 영화에 대한 걸
비밀에 부친다. 바로 관객들을 위한 것이다. 이런 그의
규칙에 돌아가신후 절친한 친구에 의해 깨졌다. 그의 유작 "와일드 아이즈 샷"의 줄거리가 그 친구에
의해 유출된 것이다.
요즘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 파문"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심감독은 개봉당일까지 시사회를 하지 않으려 했으나, 말빨좋은 기자들의 꼬임에 넘어가 시사회를
가졌고, 엄청난 혹평을 받고 있다.
영화가 뭐 기자나, 평론가한테만 보여줄라고 만든 건 줄 아나..
관객들한테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겠어..
개봉도 하기전에 그렇게 혹평을 하고, 줄거리를 유출시키면 관객들 영화 볼 맛 나겠나..
그건 그렇고, 내가 본 영화중 최고의 엔딩장면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내 영화이력 최고의 실수로 인해
그 감동이 깨어져 버렸다.
바로 감동과 재미를 주는 영화는 두번 보지 말아야 한다는 거..
너무 재미가 있어 한번 더 본게 처음 볼때의 그 느낌은 지금 없어져 버렸다.
다시는 그런 실수 하지 않으리..
아!! 그러고 보니 사랑도 마찬가지 인거 같은데..
첫사랑의 느낌을 그 사람과 닮은 사람에게서 과연 느낄수 있을까..?
영화도 사랑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사실 나의 그 첫사랑에 대한 짝사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만약 고백해서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 사랑이 지금 사랑보다 좋은 느낌일까..?
안타까움,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
그녀가 지금처럼 발톱의 떼만큼 생각하지 않아도,
이 마음.. 이 사랑.. 이 느낌만은
평생 내 마음 깊은 속에 넣어두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