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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02
씬1. 준희의 집 전경,
깊은 밤에서 아침되는.
우유배달부 그앞을 지나가는.
은수 : (E) 왜 빤스만 입고 설쳐?
씬2. 준희의 집, 침실.
은수(출근 준비 한), 준희(속옷차림에 침대맡에 앉아 고개숙인)의 옷을 이것저것 꺼내 보이며 묻고 있다.
은수 : (O.L, 옷을 들어, 준희 코 앞에 대고) 뭐 ,입을건지 말해, 골덴바지? 아님, 청바지?
준희 : (고개 작게 흔든다)
은수 : (밝게, 꼬시는) 내가 애기나면 존댓말 써줄께. 애기두 없이 소꼽장난두 아니구. (다시, 밝게) 우리 가는 거다. 응?
간다? 간다? 간다?
준희 : (은수, 하는 양이 이쁘다, 웃으며) 양복, 줘.
은수 : 왜? 양복 싫어하잖아?
준희 : 청바지 입고 가면 의심해. 혼전 관계처럼 보이는 거 싫어.
은수 : (심각하게) 너, 총각처럼 안보여, 오해 하지마. 나두 시장가면 새댁이나 아줌마라 그런다. 걱정마.
(하고는, 청바지 주며) 입어.
준희 : (입으려하면)
은수 : (뺏으며) 아니다. 양복 입어라. (하고는 양복을 꺼내려하고)
준희 : (그런 은수 이쁘고)
씬3. 주방.
준희랑 은수, 우유에 빵먹으며 얘기하고 있다.
은수 : (O. L) 만약 의사가 당신 애 낳을 수 없어요하면, 의기소침해 하지말고, 어떡하라고?
준희 : (은수. 하는 양, 이쁘다, 편하게 웃으며) 네, 그럴 줄 알았어요, 하고, 당당하게 나오라 그랬어.
은수 : 그리고, 챙피하니까. 그 병원 바로 옆 병원 가서 고치자 그랬지? 절대 의기소침해 하면 안돼?
애기 못나도 내가 너 안 버릴꺼니까, 알았지?
준희 : (어이없게 웃으며) 난 날 수 있어.
은수 : (넥타이 매주며) 그럼 범인이 나란 거야? 이봐, 본인은 생리양도 많고, 날짜도 아주 칼처럼 정확해,
둥근달이 뜨는 보름부터 닷새간. 범인은 불행히도 그댈거야.
준희 : 근데, 은수야, 꼭 가야되니?
은수 : (안되겠다 싶어, 나가버린다)
준희 : ?
씬4. 거실.
은수, 전화기를 들고, 다이얼 누른다.
준희, 나와서는, 전화기 잡으려하며, '그러지마'하고 은수 전화기 안빽기려 몸 피하는데, 신호음가고 신호 떨어진다.
은수 : 아, 아버님이세요? 네, 저 은수예요.
준희, 결국 지고, 쇼파에 앉아 담배 피워물고, 못당하겠다듯 웃으며 본다.
은수 : (준희보고 여우처럼 웃으며) 네, 네, 저흰 너무 잘지내요. 아버님은, 건강 하시구요. 요즘도 강의 많이 하세요?
제가 엊그제 아버님 어머님 쉐타 사 보냈는데, 벌써요? (웃고) 고맙습니다. 사실 몇날며칠 고른 거 거든요.
참 아버님 병원가요. 전 별탈 없는 거 같은데, 준희, 아니 준희씨가....너무 걱정마세요. 요즘 불임 거의 백프로 고친대요.
준희씨요?....(준희 보며) 지금 화장실 갔는데....네, 네, 건강하세요. (하고는 전화 끊고, 준희 본다) 어쩔래?
준희 : (고개 절레절레 흔들며, 웃으며) 갈래..... (웃고)
씬5. 준희 집, 현관, 앞.
준희, 양복 입고 조금 어색하게 서 있고,
은수, 현관문을 키로 잠그며,
은수 : 남잔 백프로래. 정자가 많이 안나오면, 주사기로 그걸 추출한대. 그래서 뱃속에 넌댄다. 정자가..
준희, 은수 툭치고.
윗층 사람 내려오다 은수 말을 듣고는 웃으며 간다.
은수 : (가는 윗층 사람 들으라고) 오늘, 고등학교 동창 정자 만날 거야.
준희 : (웃고)
은수 : 갔지?
준희 : 그래, 갔어.
은수 : 그럼, 빨리 뽀뽀해.
준희 : (편하게, 은수 볼에 입맞추고)
은수 : 열시쯤에 내가 델러 갈께.
준희 : 말하기가 그런대.
은수 : (무섭게 보고)
준희 : (져주며, 웃는) 말할께.
은수 : (준희 안고, 좋아하며) 아이고, 착해라.
준희 : (웃고)
씬6. 영희의 집, 주방.
영희, 성우(출근준비한 상태) 밥을 먹고 있다.
성우 : (O.L, 국 먹으려다가) 첫사랑?
영희 : (국에 밥 말아먹으며, 무심히) 그래.
성우 : (어이없게 웃으며, 안 믿는다는듯 고개를 흔들며 다시 국 먹는다)
영희 : (나름대로 심각한, 장난끼 있는) 그거 무슨 뜻이야?
성우 : 엄마, 거짓말 시킬 걸 시켜라. 엄마, 아버지랑 열아홉에 결혼했는데, 첫사랑이 어딨어.
코흘리개때, 동네 오빠는 첫사랑이라고 할 수 없지.
영희 : (뻐기듯, 웃으며) 난 조숙했어.
성우 : ?
영희 : 난, 정확히 열다섯부터 그 오빠가 좋았었어. 엄마두, 너처럼 과거 있는 여자야. 엄마가 지금 얼굴이 이렇다고,
너 우습게 보지? 니 아버지가 그냥 구제하듯 선심써서 나랑 결혼한줄 알지? 나두 왕년엔 괜찮았어.
그러지 마, 주성우. 너두 늙어. 내 주름살 아이펙, 너두 쓰지, 뻐기지마라.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성우 : (귀엽다는듯 웃고, 물 마시다가, 굳어지며, 장난끼) 엄마, 그 아저씨 주씨랬지? 나두 주씨구?
그럼, 혹시, 나, 그 아저씨가 났어?
영희 : (벙찐다) 넌, 상상을 해도, 야, 이 나라 주씨가 한두명이니? 이 나라 주씨가 다 니 아버지야?
(정색) 너, 니 아버지 얼굴 기억안나?
성우 : (웃음) 중학교때 돌아가신 양반이 왜 기억이 안나. 농담이야. 엄마두 이제 늙나보네, 농담도 못알아듣고.
영희 : (반찬 집어드시고) 그럼, 늙지 안늙어. 말마라, 전번에 버스 탔는데, 운전수가 요금 안냈다고 날 개잡듯 닥달하더라,
그래서 난 냈다고 악을 썼지. 그렇게, 악랄하게 버티고 억울해서 주먹을 부들부들 떨면서 정거장에서 내렸는데,
왠걸, 불끈 쥔 주먹에 요금이 있는 거 있지?
성우 : (웃고)
영희 : 내 손모가지만 아니면 (왼손으로 오른손목 잘라버리는 시늉하며) 야, 늙으니까, 왜 이러니,
완전히 똥배짱만 늘고, 우기기는 왜 그리 우기는지, 그날 이후로, 내가 내 별명 졌잖니?
성우 : (웃으며) 뭔데?
영희 : 윤-, 배째라.
성우 : (물 먹다, 푸하하하, 터뜨리고)
씬7. 주차장.
성우, 차안에서 문 열고,
영희, 서서 배웅하고 있다.
성우 : (웃음기 밴) 이건 경곤데, 엄마 바람피는 거 싫어.
영희 : 그 아저씨, 여편네 있는 사람이야. 설마, 열다섯때 날 못잊고 여적 혼자겠니?
성우 : 내 소원이 뭔줄 알어요?
영희 : 뭔데?
성우 : (장난) 나두 혼자, 엄마두 혼자, 모녀 둘이 손잡고, 무덤까지 멋지게 같이 가는거야.
영희 : (맘에 안드는, 약간은 꾸짖는) 에미 앞에서- 멋지게 어딜가? 장난질 칠게 따로 있지.
성우 : (웃으며) 죄송해요.
영희 : (머뭇대다 눈치보며) 너, 오늘 정민이 결혼식 갈꺼니?
성우 : (외면하고, 시동 걸고, 어렵게 영희보며) 네.
영희 : (답답하다, 괜히 땅바닥 보며) 맘, 다치지마.
성우 : (차마 못보고) 네.... 갈께요. (하고, 가고)
영희 : (성우의 차, 멀뚱히 보고)
씬8. 사무실.
현주, 영어로 손님과 상담하고 있다.
한쪽에서 인부들, 재석과 타일을 보며 뭐라뭐라(색이 떨어진다. 유치하다 등등) 얘기하고 있다.
현주 : (영어로, 웃으며) 이건 계약위반이예요. 무턱대고 화낼 일이 아니잖아요. 나도 화낼 수 있어요.
(짜증난다) 이봐요, 데빗, 데빗!
성우, 현주의 고함에 서류보다가 고개 들어, 현주 본다.
준희, 한쪽에 앉아서 서류보다, 현주 보고 성우 눈치 보고(무슨 일 날까 싶은 정도) 있다.
현주 : (영어로) 데빗, 일단, 일단 내 말 좀 들어요.
성우 : 심현주 뭐야?
현주 : (송화기 손으로 막고) 벽 색깔이 맘에 안든다고. 벌써 세번인데, 완전히 막가파예요.
성우 : 웃기네. 계약기간 끝났어, 어제부로. (한쪽에 있는 서류 들어보이며) 계약 서류 여깃으니까, 언제든지 오라그래. 끊어.
현주 : 데빗, 굿바이. (하고, 끊어버린다)
성우 : (어이없다) 야, 심현주 그렇게 거두절미하고... 진짜 끊냐?
현주 : (서류 들척이며, 상관없다는듯) 선배가 하라며요.
재석 : (인부들에게, 이걸로 다시 색 올려서 찍으세요 하고 지시 하고는, 현주보며 맘에 안든다) 저, 저, 화상.
현주 : (재석보며) 김대리님 나랑 아침부터 한 판 붙고 싶니?
재석 : 웃통 벗고 붙자면 붙는다. 붙을래?
현주 : 웃통은 약하고 홀딱 벗고 붙자면 붙을께.
재석 : (열받는다) 어후, 어후, 저것두 여자라고, 넌 챙피도 모르냐?
현주 : 챙피? 울엄마가 안갈쳐줬어. 울엄만 무조건 당당하라 그랬거든.
재석 : 어후, 저 누무 주둥아리........
현주 : (장난끼, 입술 내밀며) 뽑고 싶지?
재석 : 야, 돈다, 돌아. 너, 따라와, 창고에서 그 누무 주둥아리 뽑히도록 힘들게 일해봐, 나와! (하며, 나가버린다)
현주 : (웃으며) 오케이. (하고, 따라 나가고)
성우, 두사람 하는 양 보며, 다시 서류 보려다가, 이상해 고개 들면, 준희 머뭇대며 서 있다.
씬9. 사무실 복도.
성우, 준희(머뭇댄다) 서 있다.
성우 : (아이한테 하듯) 말해. 사표 얘기 아니면, 다 들어... 아니다, 장담 못한다. 무슨 일인데?
준희 : (말하기 난감하다) 저, 저요. (사이) 오늘... 오, 오전에...
성우 : (웃음) 말을 왜 더듬어? 내가 무서워?
준희 : (멎적은, 웃음기 밴, 작심하고 어렵게) 저, 오늘요, 은수랑, 병원, 가기로 했는데.. 오후에 다시 들어올께요.
성우 : (놀리듯) 부인 애 가졌니?
준희 : (수줍게 웃으며, 고개 못들고) 아뇨, 상담하러요.
성우 : (준희 귀엽다듯 보고, 너그럽게 웃으며) 그게 그렇게 챙피해?
준희 : (멋적어, 웃는데)
그때, 하숙 경쾌한 걸음걸이로 오며.
하숙 : 니들 거기서 뭐해?
씬10. 전시실 안.
성우, 테이블에서 차 마시고 있고.
하숙, 같은 테이블에서 전화하고 있다.
하숙 : (O.L) 물론 적금 넣지? 보험? 말해서 뭐하니, 은행 가는 길에, 내가 그것만 빼고...그럴리가 없잖아.
(달래는) 여보, 임과장님. 여보...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고정하시고, 전화 끊어요.
(귀가 안들리는 척) 뭐라구? 뭐라구? 안들려?
성우 : (하숙하는 양 보고, 웃고)
하숙 : 어어, 들려. 만나서 얘기하자고? (밝게) 좋지. 그래, 끊어. 여보, 안녕. (하고, 전화 끊고)
성우 : (차 마시며, 입가에 잔뜩 웃음기가 밴)
하숙 : (한숨 쉬며, 차 마시다, 성우보고) 뭐가 그렇게 좋냐?
성우 : 어, 서준희, 애가 아직도 귀여운데가 있더라.
하숙 : 나이 든 티 내네.
성우 : (웃고) 형부는 왜 그러는 거야?
하숙 : 내가 엊저녁에 하두 힘들어서, 집안 청소를 파출부 시켰거든. 그랬다고, 밤새 나를 살림 못하는 여자로 들들들들 볶더니,
그래도 분이 안풀려서 저러잖니. 날이 갈수록 왜 저런지 모르겠다.
성우 : 자격지심이야. 형부 만년과장 벌써 몇년째야.
하숙 : 자격지심? 얘가... 너, 임과장 우습게 보지마. 저 사람, 이 세상에 젤 잘난 사람이야.
요즘같은 불경기에 안 짤리는 것만도 능력이야. 자격지심 같은 거, 절대 없는사람이야.
성우 : (흐뭇한) 형부가 그렇게 좋아?
하숙 : 그 사람이 하늘이면, 난 땅이야. (성우 눈치보듯, 장난) 다만, 그사람이 쫀쫀한 건, 우리끼리만 알자.
성우 : (웃고)
하숙 : 오후에 우리 신랑이랑 밥 먹자? 토요일 오후에 노처녀 할 일도 없을테고, 괜찮지?
성우 : 아니. (하숙 눈길피하며) 오늘, 정민이 결혼식이야.
하숙 : (걱정스런) 몇신데?
성우 : (외면하며) 3시. 잔무 남은 것 좀 보고, 가보게.
하숙 : 쇼크 받지마.
성우 : (외면하며, 쓰게 웃으며) 내가 사람한테 한두번 차여봐? 괜찮아. (하면서도, 답답한 얼굴로 창가쪽으로 고개 돌리고)
하숙 : (성우, 깊게 보고)
씬11. 산부인과 병원 전경
씬12. 병원 복도.
준희, 대기석에 잔뜩 긴장한 채 앉아있다. 임산부들, 혹은 다른 환자들 주룩 앉아있다.
그때, 진찰실 문 열리고 은수, 진료복 차림으로 밝게 얼굴 디밀고는.
은수 : 준희야!
준희 : (보면)
은수 : (손짓하며) 선생님이 너, 들어오래.
씬13. 진찰실.
은수(충격받은, 뭔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 준희(굳은 얼굴로) 앉아 있다.
남자 의사 난감한 얼굴로 설명하고 있다.
의사 : 자궁 근종이 심합니다. 계란이나 주먹만한 크기라면, 자궁에 손상없이 떼낼 수 있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예요.
만약 이런 경우, 무리하게 애가 생긴다면, 애가 근종에 눌러 사산 될 수도 있습니다. 자궁척체 수술 해야 합니다.
은수 : (눈가 그렁한, 애써 웃으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무슨, 무슨 수술을 해요?
준희 : (걱정스런) 은수야.
은수 : (눈가 붉어져, 준희에게 소리치는) 가만 있어! (의사 보며, 당돌하게) 전 선생님이 무슨 말씀하시는지 잘 이해가 안되요.
생리도 양두 많고, 주기도 한번도 거른 적이 없어요. 내 몸에 그렇게 큰 혹이 있었으면, 내가 모를리가 없어요.
(사이) 검사, 다시해요.
준희 : (답답하다)
의사 : 생리통 심하셨죠?
은수 : 아뇨.
준희 : 심했어요.
은수 : (준희보며, 눈물 그렁해, 큰소리) 너, 가만있어! 제발, 가만있어. 소리치기 전에 가만 있어!
(의사보며, 가라앉은) 참을만 했어요. 참을만 했어요.
의사 : (한숨 쉬고, 준희보며) 지금 당장 수술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언제 편하신 날, 오세요.
미리 전화주시면, 날짜 잡아놓겠습니다.
준희 : (의사 보고) 근종이 더 크게 자란다든가, 악성으로 변하는 일은 없죠?
의사 : 없습니다.
준희 : 됐습니다.
은수 : (소리치는) 뭐가 됐어! 니맘대로 뭐가 됐어!
준희 : (은수 보고, 안스런 얼굴로 보고, 한숨 쉬고, 외면하고) ....
은수 : 검사 다시 해요.
의사 : 더이상 검사는 없습니다.
준희 : (차마 은수 못보고, 손잡으며) 가자. (하고, 일어나려하는데)
은수 : (준희 손 뿌리치며, 눈물 주룩 흐른다) 인공수정해요. 그럼 되죠?
의사 : (답답한) 자궁이 문제면 인공수정 못합니다. 대리모를 쓰실 건, 아니잖습니까?
은수 : (이 앙물고, 눈물 참으려 천장 한번 보고, 다시 의사 보며) 대리모.....어디서 구하면 되요?
씬14. 병원 복도.
은수(옷 제대로 입은 상태), 눈물 그렁한 채 이 앙다물고 진찰실에서 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잠시후, 진찰실 문 열리고, 준희 뛰어나와 은수의 팔을 잡으며.
준희 : 은수야, 이러지마.
은수 : (준희 안보고, 다부지게 눈물 닦고) 밤에 얘기해.
준희 : (기분 풀어주려, 달래는) 난, 애 필요없어. 너두 앤데, 애 둘이나 필요없잖아. 요즘 사람들 자기들끼리 사는게 좋아서
일부러도 애 안갖는데, 이러지마. (하고는 얼굴 만지려하며)
은수 : 손대지마.
준희 : (손 내리며) 울지마. 전하고 다른 거 없어. 화내지마. 무섭다.
은수 : 안내. (하고, 고개 피하고, 다시 눈물이 그렁하게 차오른다, 애써 참으며, 준희보고) 회사 가.
준희 : (은수, 안타깝게 보다, 안고)
은수 : (이 앙물어, 눈물 참고, 준희떼내며) 남들봐. 나, 오늘 늦어. 주물공장 들러야 돼. 가. 밤에 얘기해. (하고, 가고)
준희 : (그런 은수보고)
씬15. 병원 앞. 주차장. 몽타쥬성.
은수, 서둘러 나와 차 타고, 가는.
준희, 병원에서 나와 그렇게 가는 은수 보고.
씬16. 달리는 은수의 차.
눈물이 그렁한데도, 애써 안울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은수 : (오기있게, 혼잣말) 괜찮아...지금까지...애 없어도....잘 살았어.....괜찮아....
씬17. 길거리.
준희, 담배 피우며 걸어간다.
회상1.
은수, 배에다 베개넣고 아기밴 흉내하며, 그 위에 접시 올려 놓고 라면 먹고 있다.
준희, 라면 먹다가 그 모습 너무 우스워, 베개를 빼고, 은수 그 베개 잡으려하다, 두사람 장난치고.
회상2. 1부, 45씬.
준희 : (고개 돌리고, 피하고)
은수 : (준희 두 뺨을 양손으로 잡아, 자기 보게 하고는) 그런데도 애가 안생기는 건, 둘 중 하나가 문제가 있단 얘기야.
근데, 난 아니거든. 그럼 누구겠어?
회상3.
아기옷방을 유리창 너머로 구경하는 은수와 준희.
은수 즐거운 얼굴로 아이처럼 엄지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고, 준희 그런 은수보며 웃고.
현실.
준희, 걸어가다가, 공중전화 앞을 지나친다. 그러다 다시 멈춰서서 공중전화 보는.
씬18. 갤러리 앞, 주차장.
은수, 주차하고 시동 끄려는데, 핸드폰 울리고, 안받으려다가 스피커폰 누른다.
준희 : (E) 은수야, 아직 울어? 은수, 울면 미운데, 난, 애기 필요없어. 맨날 울고, 칭얼대고.. 귀찮아.
은수 : (눈가 그렁해진다, 생각하듯 듣고 있다) .....
준희 : (E) 은수야.... 준희, 은수 많이 좋아해. 공장가면, 열두시 넘어오겠다. 조심하고, 집에서 보자. 너 안 울지?
(사이) 목소리 한번 안들려 줄래? (체념하는) 밤엔 웃으면서 보자. 끊을께. (끊고)
은수 : (눈물 복받히는)
씬19. 공중전화 안.
준희, 전화를 걸고 있다.
준희 : (맘아픈, 눈가 그렁해, 이 앙다물고) 네, 네... 제가 안된대요. 그러게요. (어렵게) 포기하세요, 힘든가봐요.
(사이) 은수, 걔가 원래 너그럽잖아요. 봐준대요. 죄송해요. (마음 아픈, 창가로 시선 트는, 말을 못잇겠다)
아니예요, 다투긴요, 은수요? 전혀요, 전혀 문제 없어요. 네.
(F.O)
씬20. 문화센터, 복도.
강의 끝나는 음악 들리고.
씬21. 강의실.
강의 다 끝나고, 현철 칠판 닦고 있고,
주부들 '월요일에 뵈요, 안녕히 계세요' 등등하며 나가고 현철, 고개 까닥까닥하며 '네,네'하고.
그러다, 강의실 뒤쪽(영희 있는 쪽)으로 시선 돌리고.
영희, 조금은 부자연스럽게 고개 숙이고, 가방에 노트며, 필통 등을 넣고는, 일어나 뒷문을 여는데, 문이 안 열린다.
현철, 어느새 와서는,
현철 : (입가에 웃음기 머금은) 이쪽 문은 안 열립니다.
영희 : (철렁하고, 여전히 고개 숙이고) 아, 네. (하고, 숙인채 앞으로 가려하면)
현철 : 저....
영희 : (등 돌린채) ...
현철 : 오늘... 친구분들은 안오셨나봐요?
영희 : 네. (하고는 다시 가려는데)
현철 : 저, 제가요. 거길 조금 아는 거 같은데... (하며, 머리 긁으며, 영희 앞으로 다가와) 혹시 이름이, 윤영희 아니세요?
영희 : (고개 숙인채) 네-에....
현철 : (반가운 웃음, 번지고) 저, 저 모르시겠어요? 저, 만리동에 살던 주현철이라고 하는데, 모르겠어요?
영희 : (고개 숙인채 가만 있다가, 빼꼼히 눈만 들어 보며) 알어요.
씬22. 호텔 커피숍
영희, 창가보며 망연하게 앉아있는데, 현철 뛰어오듯 와서 앉으며.
현철 : 일 좀 마무리 시키느라....많이 기다렸....냐?
영희 : 아니. 나두, 막 왔어.
현철 : (영희 바로 못보고, 선보는 사람처럼 어색하게 웃으며) 이거, 영 쑥스럽네... 뭐라고 불러야 될지도 모르겠고...
윤여사라고 불러야 되나..허허, 참... (하며, 웃고)
영희 : (현철 못 바라보고, 짐짓 대면대면하면서) 뭐라고 부르긴..이름이 영흰데, 영희라고 부르면 되지.
그리고 내가, 대사 부인도 아닌데...여산 무슨 여사....
현철 : 그래도 되겠냐?
영희 : 벌써, 반말하면서 뭐.
시간경과.
아가씨, 차 놓고 가고.
영희, 새침스레, 커피 제 앞에 놓고, 마시다, 너무 급히 마셔, 입안이 데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닌 척,
현철(인삼차 후후 불어, 소박하게 마시는데) 눈치 보며, 내려놓고.
영희, 현철 보고 싶어도 안보려하며, 창밖 보고.
현철 : (잔내려놓으며, 영희 보며) 인삼찰 제대로 끓였네. 너두 인삼차 먹을 걸 그랬다.
영희 : 난 인삼 싫어.
현철 : (웃으며) 여전하구나. 그 투덜거리는 버릇.
영희 : (커피 마시며, 자꾸 현철 안보려 고개 돌리며) 기억 하나 보네.
현철 : (웃으며) 안 늙었다, 남편이 잘해주나 보다.
영희 : 어? 어.... (하다가, 커핏잔 든 제손에 반지 안낀 것 알고는, 황망히 잔 내려놓고, 손을 숨긴다)
현철 : (영희 하는 양 못보고) ....남편 배 탄다고 들었는데, 요즘도 배 타냐?
영희 : (난감하다) 어? 어...
현철 : (차마시며, 조금은 씁쓸한) 마도로스라....멋있는 직업이야. 나두 배멀미만 없으면 배타고 싶었는데...
영희 : (거짓말 했다는게, 기분 안좋고) .. (탐색하듯) 언니, 잘 있지?
현철 : (얼결에 인삼차 확 들여마시고, 켁켁댄다)
영희 : ?
현철 : (황망하게 물기 입가에서 털어내며) 그, 그럼, 잘있지?
영희 : (탐색하는) 여전히....이쁘지?
현철 : (어색하게 웃으며, 차마 못보고) 이, 이쁘긴....느, 늙었지.
영희 : (답답하다) 그래, 만리동은 언제 떠났어?
현철 : 너, 결혼해서 떠나고도 한참 있었지. 거기서 큰놈 낳고 떠났으니까.
멀리 떠나지도 않았어. 아직도 그 근처에 산다, 공덕동에 살아.
영희 : 언니......친정이..거기랬지, 아마.
현철 : (쓰다) 그.....그래.
영희 : (답답하다, 일어난다)
현철 : (놀라) 왜, 왜? 가려구?
영희 : 아니... 집에 전화 좀 하려구...그이가, 기다릴까봐. 일주일 전에... 일 마치고, 집에 와있거든....
(눈치보며) 하긴 오늘 친구 만난다고 하긴 했는데...
현철 : 그....그래. 만약 친구 만나러 나갔으면 나랑 저녁이나 하고 가자.
영희 : ?
현철 : (버버대며) 어, 우리 마누라 ... 치, 친정이 이사 갔는데...어디냐, 거기가...
그래, 전라도, 순창 순창....고추장 유명한.....거기 갔거든.
영희 : 그, 글쎄....일단 남편한테...물어보구. 남편이 안된다 그러면 안되구. (하며, 홀로 나간다)
현철 : (머리 긁으며, 혼잣말, 입맛이 쓰다) ....
씬23. 화장실 안.
영희, 넋나간, 힘없는 얼굴로 소변을 보고 있다.
영희 : (O. L궁시렁) 어떻게 평생을 혼자 있질 않냐? 생긴 건 멧돼지처럼 생겨 갖고 재주도 좋아. 젊어서도, 그렇게 주변에
여자들만 득시글 거리더니 (사이) 그 언니는 단명한다고, 그 집안에서 오지게 반대도 했는데...
그 점쟁이, 용하다더니 용치도 않네. (투덜투덜, 밑닥으며) 배 터져 죽는 줄 알았네. 사람 급한데, 왜 그렇게, 말을 시켜.
나중에 물어도 될 말을....성질두 여전히 별나지....
그때, 노크소리 요란하고.
여자 : (E) 안나와요!
영희 : (짜증, 작게) 나간다, 기집애야. (하며, 물내리고 일어나고)
씬24. 호텔 커피숍
영희, 커피 마시다, 벙찐 얼굴로 있고,
현철, 생각없이 무심히 말하고 있다.
현철 : 하하하..그때 정말 볼만 했다. 그때 니가 열아홉이었나? 고등학교 졸업 막했을 때니까...대단했지. 시집갈꺼야! 시집갈꺼야!
하하하.... 니 아버지한테 그 긴머리 잡히고도, 악을 쓰던 모습이라니.... 그래, 그렇게 시집 가니까...좋디?
영희 : (커피잔 기분 나쁘게 내려놓고, 가방 들고는) 오빠, 이상하다?
현철 : ?
영희 : 기분 나뻐서, 더는 같이 차 못마시겠어. 갈래!
현철 : 야..야... 너, 왜 화를 내?
영희 : (일어서며) 내가 그 얘기 듣기 싫댔지? 듣기 싫다는 얘길 꼭 그렇게해? 가뜩이나 짜증나있는 사람한테.
오빤, 오빠마누라한테도 그렇게 짓궂어?
현철 : (난감하다) 난 그냥...옛날 생각나서......사실, 니 아버지가, 니 머릿끄뎅이 한두번 잡았냐? 부모 반대 무릅쓰고 결혼해서,
지금은 남보란듯 잘살면..... 됐잖아...웃자고 하는 얘기다. 화풀어. 옛친구 만나서, 옛일 말하는거, 그거 흉 잡는 거 아니야.
(하고, 엉거주춤 일어나 팔 잡으며) 남편두 늦는다는데, 밥 먹고 가자.
영희 : (손 뿌리치며) 오빠, 증말 이상하네?
현철 : ?
영희 : 주부강좌 하더니.... 오빠, 여기나오는 유부녀들 모두 한테 이렇게 해? 아무나, 팔 잡고, 밥 먹자고 늘어져? 제비처럼?
홀애비도 아니고, 가정 있는 사람이?
현철 : 그게......그게.... 건 아니구. 너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서 그냥 헤어지기 서운해서 그래서 그러지.
나, 정말 아무나한테 그런 사람아니다. 그리고... 뭐, 뭐 제비? 야, 이렇게 후줄근한 제비두 있냐? 너, 애두 다 컸다 그러구..
밥 먹고가자. 남편두 늦는데, 집에 가서 할 일 없잖아.
영희 : (외면하며) 우리 남편은 내가 오래면...... 지금 당장이라도 와. 갈께. 월요일에 강의실에서 봐. (하고, 나간다)
현철 : 영, 영희야.... (답답해져 입맛 쓰게 다시며, 난감해지고)
씬25. 현관문 나서기 전.
영희, 투덜거리며 가고 있다.
영희 : 뭐한다고 듣기 싫은 소릴 자꾸해. 내 머리 뜯긴게 뭐그리 재미난 일이라구...지들 사고 쳐서 결혼한거, 내가 모를 줄 알고.
지금 그말 꺼내면 지는 안 면죽 스러울 것 같애. (하다가, 뒤돌아, 궁시렁) 여편네가 얼마나 해멕였으면 저렇게 피둥피둥
살이 쪘을까. 지 재미나게 산다고, 자랑하는 거야, 뭐야. 배사장처럼 배 디밀고, 웃긴 왜 그렇게 웃어, 칠칠 맞게.
하고, 뒤돌아 나가려다가, 문 열리는 바람에 그 문에 얼굴 부딪히고, 손으로 얼굴가리고 아파 죽겠어서 소리치려다가
유리문에 비친 현철 모습에, 간신히 참고 '죄송합니다'하는 남자한테 낮은 목소리로 '가요' 하고.
손내리고, 가방 고쳐메고는, 밖으로 나간다.
씬26. 호텔 앞. (도어맨 있는)
영희, 나와서 가려는데, 현철 성급히 나와서는 영희에게.
현철 : 여, 영희야.
영희 : (보면)
현철 : 잘가라고.....화내지마라. 내가 너무 반가워서...
영희 : (실망) 알았어. 벌써....잊었으니까....오빠 갈 길 가.
현철 : 그래... 차-, 가져왔니?
영희 : 어, 으응.
현철 : (계면쩍다) 그, 그래.
영희 : 오, 오빠 찬 어딨어?
현철 : (머리 긁으며) 어...나, (손짓하며) 저기 저...아래 지하주차장에....
영희 : 그, 그래. 그럼 가. 난, 뒤로 돌아가면 바로 주차해 놨어. (하고, 거짓말 하고서도 찝찝하다)
현철 : 그래. 그럼 다음에 보자. (하고는 성큼성큼 지하주차장 쪽으로 가고)
영희 : (가는 현철, 서운하게 보고는, 머뭇대며, 도어맨에게, 괜히 쪽 팔려 하면서) ....버스, 버스정류장이 어디예요?
씬27. 지하주차장 (차 나오는 곳)
현철, 풀이 죽어 굳은 얼굴로 괜히 뒤를 돌아보며 털레털레 걸어들어간다.
그때, 주차권 받는 곳에서 주차원 소리친다.
주차원 : (놀란) 아니, 아니, 아저씨, 거기로 왜 들어가요!
현철 : (놀라, 보면)
주차원 : 거기 차 나오는 길인데, 사고나요. 차가지러 가실거면, 거기 뒤로 돌아들어오세요.
현철 : 아, 네.... (하고, 멋적게 고개 인사하고, 뒤돌아 가려다가, 주차원쪽 보며) 저, 아저씨,
그런데, 여기 공덕동 가는 버스 어디서, 타야되요?
씬28. 성우 사무실.
사무실, 텅텅 비었다.
성우, 서서 옷 입으며 전화 받고 있다.
성우 : (O. L) 네, 네, 심현주씨, 퇴근 벌써, 벌써하셨습니다. 월요일에 다시 전화하세요. (끊고, 다시 옷 입다가, 준희 쪽 보며)
서준희, 퇴근 안해?
준희 : (인테리어, 칼라 도면 보고 있다가, 고개 들고) 네... 먼저 하세요.
성우 : (슬리퍼에서 신발 갈아신으며) 왜, 넌 집에 안가?
준희 : 낮에 못한 일이 좀, 밀려서....
성우 : (어이없게, 웃으며) 야, 니가 할 일이 뭐 있어? 집에 부인 어디갔니?
준희 : (작게 웃음띤) 출장 갔어요. 밤늦게 온데요.
성우 : (장난끼) 너, 갈데, 없지?
준희 : (웃으며) 네...
성우 : (동생한테 하듯) 그럼, 프리네. 잘됐다. 나랑 데이트할래? 내 차, 아까 보니까, 기름이 간당간당해서 그래, 싫음 말구.
씬29. 성당 전경.
웨딩마치, 오르간 소리 나고.
씬30. 성당안 (명동성당 정도로 큰).
성우(O. L), 문쪽에 기대 멍하니, 서 있다.
카메라, 성당앞 무대로 이동하면, 어린 남자 사도 오르간을 치고 있다.
식이 다 끝난 다음인지, 식장 어지러져 있고, 청소부들 두엇 청소하고 있다.
준희, 성우 옆에서 두리번거리다가, 뭔가 이상해 하며.
준희 : 여기서, 누구, 결혼.....했어요?
성우 : (쓴 웃음 지으며, 고개 외면하고)
준희 : (성우 괜히 멎적어져, 자기도 문에 기대 딴청한다)
성우 : (이 앙다물고, 맘 다잡고, 애써 웃으며) 서준희.
준희 : (보면)
성우 : (준희 보며, 편히) .......배고프다. 뭐... 먹을래?
씬31. 도로+차안. 어슴프레한 저녁.
준희, 묵묵하게 차몰아 가고.
성우, 팔짱 끼고 앞만 보며, 입가에 쓴웃음 짓다가, 그러다 이내 허탈한 느낌들고, 서글프고, 창가로 고개 돌리고.
준희, 그런 성우, 간간히 백밀러로 보며, 자기도 모르게 굳어지고(어둡게가 아닌).
그렇게 가는 두사람.
씬32. 은수의 갤러리.
인정과 동진, 얘기하고 있다.
동진 : (웃으며) 너두 어린앤데, 어린애가 싫다는 말은 좀 그렇다, 야.
인정 : (밝게) 난 생긴 것만 이렇지, 실상은 하나도 안 어려요. (둘레 살피고, 동진 앞으로 바싹 얼굴 디밀며, 살짝)
나요, 포르노도 봤어요.
동진 : (어이없는 웃음) 야...너 그런 거 보면 안돼. 감정에두 세포가 있는데, 그런 거 보면, 그 세포가 다 죽어서....
사람이 향기가 없어지는 거야. (동생한테 하듯) 절대 그럼 안돼, 알았지?
인정 : 네.
동진 : 정말이다.
인정 : 정말이라니까요. (새끼손가락 내밀며) 약속할래요? 난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키는 버릇이 있는데...
동진 : 좋아. 약속해.
하며, 손가락 건다. 동진, '이제 됐다, 약속지키는 거야'하고 손가락 빼려는데, 인정 손가락을 풀지 않는다.
동진, 순간 놀라 인정 보면, 인정 밝게 웃으며.
인정 : 나, 손가락 힘 되게 세죠, 아저씨? (그리고 손가락 푼다)
동진 : (귀엽다는듯 웃고)....(둘레 살피며) 니네 선생님은 어딜 갔는데, 이렇게 늦냐?
인정 : 어디 안갔어요.
동진 : ?
인정 : 작업실에서 지금 작업하세요.
동진 : 아까 없댔잖아?
인정 : 갤러리에 안 계신댔죠.
동진 : (일어나며, 야단치듯, 장난끼) 이 자식, 맹랑하네. 실없이 바쁜 사람 갖고 놀리고.... 에이 나쁜 놈.
씬33. 작업실.
은수, 멍하니 앉아있고, 동진 그 옆에 답답한 얼굴로 앉아있다.
동진 : 준희씨가 너한테 뭐 잘못했니?
은수 : 잘못했으면 니가 때려줄래?
동진 : 못 때려줄 것도 없지, 뭐.
은수 : (건조하게, 동진 보며) 너, 그때 나, 왜 찼니?
동진 : ?
은수 : 말해.
동진 : (난감하게 웃으며) 그만 두자.
은수 : 왜 찼어?
동진 : (은수 못보고, 장난끼) 그냥... 그냥. 우리, 사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알잖아. 그냥... 질렸어.
은수 : (동진만 보는)
동진 : (애써 웃으며, 얼버무리는) 그냥.....나, 장남인데, 우리엄마가...너 보고, 엉덩이 작다고, 대 못잇겠다고...
은수 : (외면하며, 말꼬리 자르며) 니네엄마 선견지명이 대단하구나.
동진 : (웃음 순식간에 가시고, 은수 보고) !
은수 : (눈가 그렁해지는 것, 참는다)
동진 : (어두운) ......무슨 일이야?
은수 : ..... (동진 보고, 눈가 그렁해져, 애써 웃으며) 나....애....못 갖는다.
동진 : !
시간경과.
은수와 동진 앉아있다. 동진 넋이 나간듯하고. 은수는 눈물그렁해 말하고 있다.
은수 : 난 준희가 불안해. (동진 보고, 애써 웃으며) 걔가...자꾸 날 떠날 것 같애. 나, 어떡하니, 동진아.
동진 : (고개 숙이고 한숨만)
은수 : (맘 아픈 것 참으며) 그래서 애기....... 갖고 싶었어. 준희...나 안 사랑한다.
동진 : (보고)
은수 : 걘, 나랑 결혼하기도 싫다 그랬었어. 근데, 내가 막 우겼다, 결혼하면, 잘 해주겠다고, 난 돈두 많다구,
그냥 옆에만, 옆에만 있어주면 된다고, 내가 막막... (울음이 입밖으로 터져 나올 것만 같다, 참기가 힘들다,
그래서 참으려 애쓰고) 꼬시고, 졸랐다. 넌, 내가 너한테 차이고, 그래서 유학가서 홧김에 걔 만난 줄 알지만....아니야.....
동진 : (차마 못보고) 알...어.
은수 : 난 있잖아. (웃으며, 울며) 아직도......준희 보면, 설랜다.
동진 : (맘 아프게 눈 감고)
은수 : 3년을 같이 살았는데도... 지금도 걔가 너무 좋아서, 가슴이 쿵탁쿵탁쿵닥해.....
걘 그냥 혼자 살면서.....작업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그 작업, 나 땜에 못하게 된 거 너 알지?
동진 : (맘 아퍼, 외면한다)
은수 : 뉴욕에 있을 때, 나 만나러 오는 중에, 건널목 건널때... 내가 막 빨리 오라고 ....내가 조바심 나게 손짓만 안했어두,
걔... 안다쳤을 텐데. (눈물 터뜨리고 마는) 근데 말이야. (눈물 닦고, 동진 보며) 난 걔가 다쳐서 차라리 좋았다. 신났었어.
동진 : (보면)
은수 : 왠줄 알어? 내가, 책임져 줄, 수 있으니까. 나, 나쁜 년이지?
동진 : (보고) ....
은수 : (복받치는) 동진아, 나 불안해. 너 걔가 얼마나, 얼마나 이쁜지 모르지? 걔 내 옆에 묶어두고 싶어. 그래서, 애 갖고 싶었어.
(눈물 닦고) 이젠, 걜....영원히 잡을, 빌미가, 없어졌어.
동진 : (못보고, 고개 숙이고) .......
은수 : (눈물 닦고, 짐짓 밝게) 정말.....넌 나......왜 찬 거야?
동진 : (천천히, 차마 은수 못보며) 그땐......그냥... 니가 ......싫었어.
은수 : !
씬34. 전철 안. (34씬 초입까지, 몽타쥬성)
동진, 좌석에 넋나간듯 앉아있다.
씬35. 은수의 갤러리 앞, 주차장.
인정,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하고 인사하고 가고.
은수, '그래'하고는 피곤한듯, 차문 열고, 운전해 나가고.
씬36. 강남역 에스컬레이터.
동진, 허탈한 쓴 웃음 지으며 가고 있다.
씬37. 길거리.
동진, 허탈하게 쓴웃음 지으며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그런, 동진의 모습 위로, 순경의 호각소리 요란스레 나고,
동진 무슨 소린가 싶어, 고개 들면.
야타족 같은 여자애들 악! 악 괜히 괴성을 지르며 동진 앞으로 돌진해 달려오고,
동진 피하면 여자애들, 우르르 역내로 뛰어들어간다.
순경들, 너댓명 멀리서 호각불며 애들 쫓아오고 있다.
그때, 세미와 장어 손을 잡고 죽자사자 뛰어오고 있다. 그러나 다리 아픈 장어는 세미의 걸음을 맞추기가 역부족이다.
장어 : (헉헉대며) 아퍼, 아퍼, 가슴 아퍼, 다리 아퍼, 아퍼!
세미 : 잡히면, 철창이야, 어서와.
세미, 장어 그렇게 동진 앞을 스쳐가고, 동진 답답한 얼굴로 세미일행 보는데,
그때 순경1, '니들 서!'하며 뛰어오자,
동진, 발을 걸어, 순경1을 넘어 뜨린다.
순경들, 순경1을 '장순경' 하며, 일으켜세우고, 동진 '아이구, 죄송합니다'하며, 일으켜 세우며, 곁눈질로 세미 간쪽 본다.
세미와 장어는 한쪽 가게 건물에 바짝 기대 서 있다.
순경1 : (짜증난) 아구, 다리야, 아구, 다리야! 염병! 다리야!
동진 : 이런,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장순경님 괜찮으세요? (하면서, 세미 쪽 보고)
장어, 뭔가 싶어 보려하면, 세미 장어를 말리고 더욱 벽에 붙게 하고.
카메라, 동진 있는 곳으로 가면, 순경들, '먹자 골목 쪽으로 돌자고'하고.
순경, '아이, 재수없어, 이기자님 제발 있을 자리에 있어요'하며 투덜거리며 가고.
동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하며 굽신 절하고, 뒤도는데,
세미, 장어 어느새 옆에 서 있다.
세미 : 돈 있으면... 밥 좀 사주세요?
씬38. 분식집.
장어, 세미 밥을 먹고 있다.
동진, 장어 보고.
장어 : (밥 먹으며) 우린 정말 아무짓도 안했어요. 어떤 못된 여자가요, 남자랑 잤대요, 그리고는...
지갑을(동진의 옷에서 꺼내는 시늉하며) 이렇게 했대요. 우린 정말 안했고요. 어떤 못된 여자가, 그런 거예요.
동진, 짜증스런 얼굴로 시선을 세미에게로 돌린다.
장어, 국물을 마시다 동진에게.
장어 : (웃으며) 우리 세미 디따 이쁘죠, 형?
동진 : (장어 보며) ?
세미 : (밥 먹으며) 장어는 남잔 무조건 형, 여잔 무조건 나빼고 모두 나쁜년이예요. 찐득거리는 거 아니니까, 신경 안 써도 되요.
동진 : (조금은 짜증 섞인) 니들 도대체 뭐해먹고 사냐? 밥은 맨날 어디서 먹고, 잠은 도대체 어디서 자?
장어 : 밥은요...
세미 : (말꼬리 자르며, 기분 상한) 이거 취재예요, 취조예요?
동진 : (뭐 이런게 다 있나 싶다) ....
세미 : (동진을 쪼려보며, 냅킨을 물에 적셔 손가락을 닦고는 입안에 깊게 넣는다)
장어 : 세미야...
동진 : (세미 손목 잡으며, 버럭) 뭐하는 짓이야?!
세미 : (동진 눈 피하지 안으며) 오바이트 할려구요.
동진 : (어이없다, 손목 놓고, 지고 만다) 좋아, 안 물을께. 아무 것도 안물을께. 됐냐?
세미 : 됐어요. (하고, 다시 밥 먹다가) 아저씨, 돈 많으면 만원만 줄래요?
동진 : (찝찝한 얼굴로 잠시 생각하다가, 지갑에서 돈을 꺼내준다)
세미 : (지갑 보며) 돈 많네.
장어 : (벌떡 일어나 지갑 안 보고, 돈 많은 걸 알고 기분 좋아 앉으며, 세미에게) 돈 많다. 이, 형 부잔가봐. 돈 많어, 분명히 봤어.
세미 : (동진에게, 꼬나보며) 돈 많으면, 나랑 놀래요. 술두 마셔주고 춤도 쳐주고 그러는데, 5만원 밖에 안하는데.
동진 : (황당하다) 너, 몇살이야?
세미 : 스물 둘, 미성년자 아니예요, 걱정마세요.
동진 : (짜증나는 것 참고) 너, 이렇게 사는 거 아니야.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이야.
세미 : (비웃음) 어떡하냐? 난 아저씨 동생이 아닌데.
동진 : (가방 챙겨 일어나며) 너, 상종 못할 기집애구나.
세미 : (쓴 웃음)
장어 : (놀라) 형, 왜 그래요? 왜, 우리 세미한테 기집애라 그래요? 기집애는 욕인데, 왜 욕해요!
동진 : (돈 놓고, 주인에게) 계산하세요. (하고, 문 쾅닫고 나가버린다)
장어 : 형!
세미 : (장어 잡는다) 놔둬.
장어 : (세미 팔 끌며, 동진 간쪽 보며) 세미야... 우리 저 형한테 빌붙자. 우리 안 싫어하는데...기자면, 쉘리, 멜리 얘기하고
돈 좀 달래자. 걔들 잡아가게 하고... 우리 걔들 땜에 장사도 안되고, 불쌍하게 보이자, 그래서 돈 조금만 더 얻자.
세미 : 먹물 싫어.
장어 : (앉으며, 세미 눈치 보며, 다리 주무르며) 나, 다리 아퍼. 찬데서 자서, 그런가봐.
세미 : (물 먹다가 짜증스레, 탁 내려놓고) 어후!
씬39. 거리.
동진, 저벅저벅 걸어가는데, 세미 숨을 헉헉대며 뛰어와 '아저씨, 잠깐만'하며 동진의 앞을 가로막는다.
동진, 짜증스레 보면,
세미 : 살인사건, 살인사건 범인을 알아요.
동진 : ?
씬40. 편의점 앞.
장어, 쥬스를 빨고 기분 좋게 두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다.
세미, 캔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
동진, 그런 두사람 별로 내키지 않게 보며 수첩과 펜 잡고 앉아있다.
세미, 맥주 내려놓고, 입가를 기분 좋게 닦는다.
세미 : (장난끼 가득한) 동두천 곰보아줌마집에서 지지난주 수요일 새벽 3시 반경에, 잭슨이란 흑인 미군 살해 사건 난 거 아시죠?
동진 : (수첩에 펜데대고 내키지 않는 눈빛으로 세미보며, 의심하는) 기억 나.
장어 : (좋아서, 세미에게) 기억난데, 세미야.
세미 : (동진만 보며) 그 사건 범인이 잭슨이랑 동거했던 스완이란 애였던 것도 아세요?
동진 : 알어. 걔가 도주해서, 강원도 삼척에 박혀있는 걸, 인근 주민 신고로 삼일 만에 잡힌 것도 알고. 그거 알려줄려고 그랬어?
세미 : 아뇨. 그 사건 진범, 스완이 아니예요. 걘 내 친군데, 그런 짓을 저질를 만한 애 못되요.
동진 : (별로 믿기지 않는) 그럼, 누군데?
세미 : 난 진범을 알아요.
장어 : (동진에게, 자랑하듯) 세미는 되게 많이 알아요. 중학교도 나왔어요. 20등도 했어요. 내가 봤어요.
동진 : (세미 보며) 그래, 진범이 누구야?
세미 : 조나산. 잭슨, 호모였어요. 잭슨의 파트너가 조나산인데, 걔가 죽인 거예요.
동진 : (약간 믿기는) 니가 봤어?
세미 : (맥주 마시며, 딴청) 뭘요?
동진 : 조나산이, 잭슨 죽이는거 봤냐구?
세미 : (동진 심각한게 재미나다, 동진의 눈 뚫어지게 보고)
장어 : (세미 천진난만하게 보며) 세미야, 아는대로 말해 드려.
세미 : (동진 보고 여전히 웃는다)
동진 : 조나산이 정말, 잭슨을 죽였어?
세미 : (놀리듯 웃으며) 죽였어요.
동진 : 누가 그래? 니가 보지 않았다면 그걸 본 사람이 있을 거 아니야.
세미 : (손바닥 내밀며) 돈 없인 말 못하지.
동진 : (세미 보다가, 돈 주며)
세미 : (받아 넣고)
동진 : 누구야, 본 사람이.
세미 : (웃음이 터지려는거 참으며, 턱으로 장어 가리키며) 장-어.
동진 : (받아쓰려다가, 고개 들고) .......
세미 : (웃음 참으며, 동진에게서 눈 안떼고 맥주 먹으며) 꿈속에서, 봤대요.
동진 : (짜증난다) 이 자식들이, 증말.
장어 : (웃다가, 갑자기 얼굴 굳어진다)
세미 : (여전히, 웃음기 밴, 비웃음은 아니다) 살인 사건 하나 더 아는데. 그건 만원에도 얘기할 수 있는데.
동진 : (기가 막히고, 차라리 귀엽다 싶어, 껄껄껄 웃어버린다)
장어 : (동진 웃는 것보고 괜히 히히히 웃고)
세미 : (맥주마시다, 문득 동진을 뚫어지게 보고)
동진 : (웃다가, 느낌이 이상해 세미보고)
씬41. 영희 집, 거실.
영희, 아무 생각도 없이 대걸레(단정한)로 거실을 닦고 있다. 그 얼굴 위로.
현철 : (E, 편한) 남편은 잘 있니?
영희 : (E) 어...어.....잘 있어.
영희, 고개 절레 절레 젖고 혼잣말.
영희 : 다 늙어서, 무슨 치장을 할거라고 거짓말을....주책이지. 나두, 이제 아주 막가네. 막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사는 게 지겨워.
(하다가, 문득 현철 생각하고) 그....오빠는 뭐하나, 이 시간에.
씬42. 현철의 집(원룸식), 베란다.
현철, 속옷차림으로 속옷빨래를 널며 무선전화기로 전화받고 있다.
현철 : 나한테 너무 신경쓰지마라. 민철인 잘 있지? 나... 어제 봤는데....괜찮아. 김치? (냉장고쪽 보며) 많어.
니들 자꾸 나한테 살갑게하면, 죽은 에미 더 생각나. 걱정마. 그래, 다음주 토요일에 보자. 어어, 끊는다. (하고, 전화 끊어,
바지춤 앞에 꽂고, 빨래 마져 널고) 이 자식은 꼭 바쁠때만 전화를 걸어. 한가할 때 걸면 좀 좋아. 얘기도 많이 하고.
(빨래 다 널고, 돌아서 나가려다 베란다 유리문에 자기 모습 비치는걸, 물끄러미 보다, 머리 쓸어넘기며) 되게 많이 늙었네.
내 얼굴이지만 참 보기 싫다. (하고는 화분 밑에 숨겨둔 담배를 피워물고, 베란다(바깥으로 난 문) 열고, 담배연기 날리다,
문득 입가에 웃음기 밴다) 윤영희...... (그러다, 문득 얼굴 굳어지며, 약간 짜증스런) 밸 빠진 놈, 남의 여편네 이름 부르며,
뭐가 좋아, 헤죽거려. (하다가, 다시 영희 생각 난다) .....이거 클났네. 작은 일이 아니네. 되게 보고 싶네. 허허,
(머리긁으며) 난리났네. (하며, 생각하는)
씬43. 영희의집, 베란다.
영희, 베란다에 기대 골똘히 생각하며 서 있다.
거실에서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냉정한 사람이지만---'으로 시작하는 가요 흘러나온다.
영희 : (넋놓고, 한숨 쉬며, 혼잣말) 연애... 하고...싶다.
씬44. 레스 토랑 전경. 아담한 느낌의 세검정 알프스 정도.
씬45. 레스토랑 안.
성우, 와인을 마시며 준희(와인 안마시고, 차마시는)를 탐색하듯 보고 있다, 무척 귀여워하는 얼굴이다.
준희, 전화하고 있다.
준희 : (웃으며) 혼자는, 성우선배랑 있어.
성우 : (준희가 이쁘다)
준희 : 공장에서 언제 떠나?.....서울엔 1시쯤 되야 오겠네. 잠깐 (하고, 성우에게 자기 손목에 찬 시곌 들어보인다)
성우 : (작게) 너, 가고 싶을 때.
준희 : (은수에게) 한시간쯤 후에. 은수야, 너, 웃고 다니지?
씬46. 은수의 거실
평상복 차림으로 소파에 다리 올리고 앉아있는 은수, 자기 핸드폰으로 전화받고 있다.
준희 : 집에서 보자.
은수 : (건조한, 가라앉은) 그래, 집에서 보자.
준희 : (E) 그래. (전화 끊고)
은수, 전화기 내려놓고 머리 쓸어 올리며 앉아있다. 은수의 얼굴 위로 의사, 이펙트.
의사 : (E) 아이, 가질 수 없습니다.
은수, 답답하고. 그 때, 전화벨 울리고. 은수, 전화기 본다.
신호음 가다 응답기 돌아가면 '(준희가) 저희는 지금 절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은수가) 메세지를 남겨주세요.' 한다.
그리고 '삐' 소리 나면,
동진 : (E) 은수야, 집에 없니? 나, 동진인데 걱정되서 전화했다.
은수, 전화받지 않고, 눈가가 그렁해 아무 생각이 없는 얼굴로 앉아있는.
씬47. 레스토랑 안
준희 : (차마시는데, 손이 떨린다)
성우 : (준희, 손에 눈길가고) 손, 언제 다쳤니?
준희 : (고개숙이고, 편하게) 뉴욕에서, 건널목을 잘못 건너서요.
성우 : 많이 아펐어?
준희 : (고개 끄덕이다, 문득 고개 들고 선하게 웃으며) 하지만, 한가지 크게 배운게 있어요.
성우 : (너그러운, 웃음띤) 뭔데?
준희 : (선하게 웃으며) 다음에 다시 태어나면, 건널목 신호등을 잘지켜서 건너야지. 그래서 절대로 손 같은데 다치지 말아야지.
그리고, (맘아픈) 판화.. 해야지. (하고, 환하게 웃다가, 굳어지며 왼손으로 자기 오른손 만지며 창가로 눈길 돌리고)
성우 : (그런 준희 홀린듯 보고 있고)
준희 : (고개 돌려) 참, 오늘 간....그 결혼식 누구 결혼식이었어요?
성우 : (잠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애써 웃으며) 어, (준희, 못보고) 그 사람, (준희 보고, 웃으며, 사소하게) 내, 옛애인.
정확히, 두번째 남자.
준희 : ?
시간경과, 인써트 - 창밖에서 본, 두사람.
준희 : (성우 보는)
성우 : 첫번째 사람은 조건이 안맞았어. 유부남이었거든. 두번짼 조건이 맞았지. 잘생기고, 학벌도 좋고, 직업도 좋고.........
무엇보다, 부인없는 총각이었어. 우린 사랑했어. 결혼할 줄 알았어. 사랑하고, 정말, 그는 날 사랑했으니까.
근데, (준희 보고 웃으며) 그 집에서 반대했어.
준희 : ....
성우 : (가볍게) 내가 홀어머니에 외동이라고, 안된대. (안보고) 그사람은 부모를 설득시킨다고 자신했어. 기다리라고 했지.
그런데 안기다렸어.
준희 : ?
성우 : (서글픈 웃음) 그사람은 부모를 버릴 사람이 아니었거든. 내가 하두 만나주질 않으니까, 어느날은 집앞에서
꼬박 열여섯시간을 기다리더라. 그날 그 사람은...이봐라, 난 이렇게 인내심이 많다, 너두 나처럼 이렇게 질기게 인내심있게
기다려줘라. 부모님 설득시켜, 다시오마. 그리고 3년이 지났는데 (짐짓 가볍게 웃으려 해도, 물기 가득 밴) 안오드라.
기다리지 않는다고 그때도 분명, 난 그렇게 말했는데, 그 3년 동안 난 아무래도, 기다린거 같애. 그런데, 청첩장이 온거야.
준희 : ....
성우 : (준희 보고, 어색하게 웃으며) 바보 같지. 안기다린다고 했으면 그랬어야 하는데, 왜 기다려.
(서글픈 웃음지으며, 잔 들며) 서준희, 오늘 주성우 술 마셨다.
준희 : 네.
성우 : (서글프게 웃으며, 머리 쓸어넘기고)
준희 : (그런 성우 보고)
씬48. 레스토랑 앞.
성우, 약간 취한 얼굴로 그래도 흐트러지지 않은채 서 있다.
준희, 그 옆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다.
성우 : 나, 택시 잡아주고 가라.
준희 : (성우, 약간 고개 숙여 보며, 걱정스레) 차 타고 가세요. 종업원이 차 갖고 나온다고 했어요.
성우 : 아니, 됐어. 너두 피곤해. 몇시간을 내 얘기 듣느라, 벌서구. 쏘리. (하고, 목인사하다 약간 휘청이고)
준희 : (성우, 팔 잡으며) 괜찮아요. 팔 잡아드릴께요. 괜찮죠?
성우 : (고개 들고, 준희 보며, 대견하다는듯 웃으며) 넌, 어떤 여자한테도 이렇게 친절해?
준희 : 친절하게 대할, 아는 여자가 없어요. 여자라곤 엄마하고, 이모하고, 은수 밖엔 모르는대요, 뭐.
성우 : 아니.
준희 : (보면) ?
성우 : 넌 이제 주성우도 아는거야.
준희 : (약간 굳어있다, 웃고) 네.
씬49. 도로.
거리의 풍경. 달리는 준희의 차.
씬50. 차안.
성우, 조수석에 앉아 무표정하고 쓸쓸한 얼굴로 차창에 기대 바깥의 백밀러를 보고 있다.
준희, 무표정한 얼굴로 운전해 간다. 성우가 조금은 신경(마음이 가는) 쓰인다.
성우 : (혼잣말하듯) 난, 봄이 싫어. 마음이 너무 설레. 너무 이뻐. 사람들은 바보야. 이렇게 이쁜 계절에 결혼을 하고, 그럼,
자기 여자나, 남자를 보느라, 계절을 못보잖아. 바보들.... 봄인데 봄을 보지.
준희 : .....
성우 : (또박또박, 조금은 장난처럼) 내 나이 서른셋 술을 한잔 마시고, 기분이 조금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준희 보며) 너 남자 아니지?
준희 : (성우가 안스러운 마음에 작게 웃고)
성우 : (다시 창가 보며) 유부남은 남자가 아니야. 어린앤, 남자가 아니지. 고로 난 남자가 아닌 인간하고 얘기하는거야.
(그러다, 다시 자기 생각에 빠진다, 천천히 머리 쓸어올려 손 머리 위에 두고, 그 자세 그대로, 눈물 그렁 해지며)
서준희....내 생각인데.....
준희 : (보면)
성우 : 내, 생각인데..... (눈물이 날 것 같아, 입술이 다 떨린다, 모질게 참고, 강하게) 사랑은... 없어.
하는 성우의 얼굴에서 엔딩 타이틀 오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