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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13
38. 씬. 번화가. (밤)
준석 : (꽃다발을 뒤로 숨기고 윤희 옆으로 걸어가는데)
노래방에서 뛰어나오는 수찬.
수찬 : (윤희의 목에 팔을 걸면서) 야, 서비스라고 테이프 줬다.
윤희 : (그 순간 눈에 들어오는 준석)
준석, 윤희, 수찬 굳어져서 서있는.
수찬 : (윤희의 목에서 팔을 푸는)
준석 : (다가와 윤희의 팔을 나꿔채서 걸어가는)
윤희 : (당황한 표정으로 준석에게 끌려가면서 수찬을 돌아보는)
수찬 : (허탈하고 미안한 표정으로 윤희에게 가라는 고개짓)
39. 씬. 길. (밤)
달리는 준석의 차.
굳어져서 운전하고 있는 준석. 그 옆에 앉아있는 윤희.
뒷좌석에 던져져 있는 꽃다발.
40. 씬. 야외 장소. (밤)
멈추는 준석의 차.
준석, 차에서 내리는.
윤희, 차에서 내려 뒷좌석에서 꽃다발 꺼내 준석 앞에 서는.
윤희 : 고마워요. 남자한테 꽃 받아보는 거 처음인데. 직접 주시면 좋잖아요?
준석 : 그 친구가 대체 윤희씨한테 뭡니까?
윤희 : ......
준석 : 나하고의 약속까지 깨면서까지?
윤희 : 우리 약속한 적 없잖아요?
준석 : ......
윤희 : 팀장님이 시간 내라고 하면, 그게 약속이 되야 하는 건가요?
준석 : 피곤하다고 했어요, 윤희씨. 피곤하다는 사람이 노래방에서 나옵니까?
윤희 : 꼭.....취조하시는 거 같아요?
준석 : 난 나 외에의 누군가가, 아니 나 이외의 다른 남자가 윤희씨한테 우선순위가 되는 걸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말했잖아요? 난 옹졸한 놈이라구.
윤희 : 오늘 수찬씨한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아시잖아요?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팀장님보다 순위를 높게 매겨서가 아니라, 단지 위로해주고 싶었을 뿐이예요.
왜냐하면, 친구니까요. 친구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니까요.
준석 : (톤 높여서) 그 친구 소리 좀.
윤희 : (멍하니 보는)
준석 : 왜 하필이면 그런 사람하고 친구를 하겠다고 그러는 겁니까? 백수찬이 어떤 인간인지 모릅니까?
윤희 : (빤히 보면서) 어떤 인간인데요?
준석 : 몰라서 묻습니까?
윤희 : 전요. 제 눈으로 본 것만 믿어요. 남들이 뭐라고 수군거리든
제가 보고 그 말이 맞다 싶지 않으면 그냥 그 사람이 보여주는 것만 믿어요.
준석 : 제비에 전과자, 남들이 지어낸 얘깁니까?
윤희씨도 그런 과거가 있는 사람이란 건 인정하지 않았나요?
윤희 : 그런 과거가 있었다는 것만요. 그건 인정 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 친구가 될 자격이 없는 건 아니예요.
제가 뭔데요?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결혼할 여자 뻔히 있는 거 알면서 세컨드나 하겠다고 하는 제가,
누구 자격을 따져서 친구 삼고 말고 그래요?
준석 : 아무 말 말라는 거군요. 넌 그 인간보다 뭐가 그렇게 나아서 이래라 저래라 시비냐 그거군요.
결혼할 여자까지 있는 놈이 사랑이라는 핑계로 멀쩡한 여자 세컨드나 만들려 하면서
남의 과거 가지고 시비 걸 주제나 되냐 그거군요.
윤희 : 정말 왜 이러세요? 그런 뜻 아니란 거 아시잖아요?
준석 : (돌아서며) 갑시다.
윤희 : (멍하니 보고 있는)
41. 씬. 번화가. (밤)
수찬, 걸어가는. 악세사리 파는 노점상 앞에 서는.
무심히 발길을 멈추는 수찬.
수찬 : (꽃모양 반지를 들어보는) 얼맙니까?
42. 씬. 동네 길. (밤)
멈추는 준석의 차.
윤희, 꽃다발 들고 앉아있는.
윤희 : 조심해서 가세요. 화나셨다고 운전 무섭게 하지 마시구요. (차에서 내리는)
준석의 차 떠나는.
윤희 : (돌아서서 걷는데)
서있는 혜미.
혜미 : (다가오는)
윤희 : (피해서 가려고 하는)
혜미 : 정말 말귀 못 알아듣는 사람이군요.
윤희 : 댁하고 입씨름할 기운 없거든요.
혜미 : 좁은 동네예요. 댁이 준석씨 차에서 그런 거나 들고 내리면, 어떤 소문 날 거 같아요?
윤희 : 아무도 본 사람 없잖아요? 고혜미씨 밖에는. 고혜미씨는 이미 다 알고 있는 사람이구.
왜요? 직접 소문이라도 내시게요?
혜미 : 이젠 뻔뻔해지자 작정이라도 한 사람 같군요.
윤희 : 그쪽이 그러는데 나라고 못할 거 있겠어요?
혜미 : (순간, 긴장하는. 약국에서 수찬과 마주쳤던 장면이 떠오르고) 무슨 뜻이죠?
윤희 : 우리 다 뻔뻔한 건 마찬가지 아니냐구요. 결혼할 남자가 다른 여자랑 평생 같이 가겠다는데도
좋다고 하는 당신이나, 나나 다를 게 뭐가 있냐구요?
혜미 : (그 얘기였어) 다른 게 있죠. 난 내가 결혼할 남자를 위해서 모든 걸 참아내고 있는 거구.
당신은 어떻게 하면 그 남자 체면에 먹물을 튀길까 궁리나 하는 거구.
윤희 : 당신한테는 항상 그게 제일 중요하지. 체면.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 정말 그 남자를 위해서 모든 걸 참아내고 있는 건지?
혹시 당신이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체면 때문에 참아내고 있는 건 아닌지?
다가오는 고사장의 차.
윤희 : (고사장의 차를 보고, 집 쪽으로 걸어가는)
고사장 : (차에서 내리는)
혜미 : ......
43. 씬. 고사장 집 서재. (밤)
고사장, 혜미 앉아있는.
고사장 : 사모님이 가만 안 계셨을텐데. 아직도 그 친구 정리 안 한거냐?
혜미 : .....
고사장 : 왜 대답이 없어?
혜미 : 데리고 가겠대요.
고사장 : 뭐?
혜미 : 정윤희, 떼어놓고 갈 수 없어서 데리고 가야겠다네요. 그거 용납해주면 저와 결혼하겠대요.
고사장 : (벌떡 일어나며) 이런 되먹지 못한 놈.
혜미 : (일어나 고사장 잡으며) 아빠.
고사장 : 지 놈이 감히 어떻게 너한테.....
혜미 : 참으셔야 해요. 제가 참는 것처럼 아빠도 참으셔야 해요.
고사장 : 니가 그런 수모를 당하는데.
혜미 : 아빠와 절 만만하게 보니까 그런 짓도 할 수 있는 거예요.
고사장 : 내가 지 집안을 위해서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데.....
혜미 : 그러니까 만만하게 보는 거라구요. 아빠. 참으세요. 참으셔야 마지막에 이길 수 있어요.
평생을 그 집안을 위해서 헌신해 오셨잖아요? 그런데 남은 게 뭐가 있어요?
명색뿐인 사장. 그 명패 하나예요. 권한이라곤 눈꼽 만큼도 내주지 않는 모진 집안이예요.
아빠도, 저도 지금까지 당한 수모 다 돌려줘야 하잖아요.
고사장 : (애잔하게 보면서) 니가 모르는 게 있다. 그 인간들 우리한테 이렇게 함부로 해선 안돼.
약점을 잡힌 쪽은 그 인간들이다.
혜미 : 무슨 말씀이세요?
고사장 : ......
혜미 : 아빠?
고사장 : (앉으며)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
혜미 : 약점이라뇨?
고사장 :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거라. 니가 알아둬야 할 건, 그 놈한테 니가 그런 수모를 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그놈, 너 아니면 다른 어떤 여자하고도 결혼 못한다.
혜미 : ......
44. 씬. 고사장의 집 거실. (밤)
고사장, 혜미 서재에서 나오는. 영자, 앉아있는.
혜미 : (자기 방으로 올라가는.)
고사장 : (자기 방으로 가려고 하면)
영자 : (일어서며) 그러니까 제가 뭐라고 했어요? 행정고시 패스 했을 때, 공무원 하라고 했죠. 그게 제일 속 편하다고?
그런데 당신 야심 있다면서 그 회사로 들어갔죠? 그래서 결과가 뭐예요?
평생 그 노친네 뒷수발이나 들고, 사모님이라는 마귀같은 할망구한테 끌려다니면서 종노릇이나 하고?
결국 딸한테 첩 꼴이나 보게 살게 만들려고 평생을 그 집구석 머슴 노릇을 한 거냐구요?
고사장 : 그 천박한 버릇. 엿듣는 거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건만.
영자 : 그럼 어떡해요? 엿듣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아지는 게 없는데?
이젠 어떻게 할 거예요? 혜미 저 거 평생 속앓이 하면서 사는 걸 봐야 하냐구요?
고사장 : (말상대 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들어가 버리는)
영자 : (울면서 주저앉는) 저 뭐도 안 물어갈 고집 때문에.....
45. 씬. 창고. (밤)
덕길, 얼굴에 오이 붙이고 누워있는. 고니 잠들어 있고.
덕길 : 양, 501마리. 502마리.
수찬, 들어오는.
수찬 : (오이 붙인 덕길 보고) 아이, 깜짝이야? 그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덕길 : 내일로 날 받았어야.
수찬 : 선 봐?
덕길 : 본다. 선. 양.....워따, 너 때문에 잊어뿌렸잖냐.
수찬 : 선본다면서 자지 왜 양양거리고 있는데?
덕길 : 나는 말이다. 참말로 요상시러운 것이 여자만 만난다고 허믄 잠이 안 와부러.
수찬 : 얼굴에 오이만 붙이면 뭐하나, 나가서 또 거시기 거시기 하다가 올 건데. (화장실로 들어가는)
덕길 : (벌떡 일어나 얼굴에 붙인 오이 던지면서) 초를 쳐분져, 초를.
46. 씬. 욕실. (밤)
수찬, 들어와서 거울 앞에 서는. 주머니에서 반지 꺼내보는.
수찬 : 나쁜 놈. 아무리 세컨 제안이라도 반지로 하면 뭐가 어때서.
풀반지라도 좋아라 할 물건인데, 그 놈은. 하여간 가슴에 못 박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쓸쓸한 표정으로 반지, 애끼 손가락에 끼워보고) 주책은 너다, 백수찬. (반지 빼서 주머니에 집어넣는)
47. 씬. 윤희의 집 마당. (아침)
선우, 덕길, 미희 서있는.
덕길 양복 차림이다.
미희 : 출근하는 사람을 왜 잡고 그래, 엄마는.
선우 : 12시 시내에 있는 정다방이야, 정다방.
미희 : 요즘도 그런 촌스러운 다방 이름이 있나. 어울리네. (아니꼽게 덕길 보면서)
덕길 : 알겄어라, 그려서 아예 양복도 입고.
미희 : 양복 입고 배달하겠어요?
덕길 : 못 헐 것도 없지라.
미희 : 오늘 대리점 배달할 서류들 엄청 많을텐데.
선우 : 그래서 점심시간으로 잡았잖아?
넌 다른 일도 아니고, 고니 아빠 선보는 일인데 돕지는 못할망정. 인정머리 없이.
미희 : 나 먼저 가요.
덕길 : 아니어요, 사장님. (따라가면서) 같이 가서요.
선우 : 시간 약속 꼭 지켜야 해.
덕길 : 야, 야. 알겄구먼요.
48. 씬. 준석의 사무실. (아침)
준석, 일하고 있으면, 윤희 커피 내려놓는.
윤희 : 11시에 간부회의 있으시구. 12시 반에 로얄 호텔에서 바이어하고 점심 약속 있으시구요.
4시 반에 모델 하우스에서 분양 사항 브리핑 있으십니다.
준석 : (보면)
윤희 : 왜요?
준석 : 스케줄 외울 줄도 압니까?
윤희 : 세 개 밖에 안 되잖아요.
준석 : 네 개는 못 외웁니까?
윤희 : (보다가 피식 웃는)
준석 : (웃는)
윤희 : 왜 그러세요? 번번히, 병 주고 약 주고.
준석 : 진짜 번번히 왜 그럽니까? 병 주고, 약 주게 만드는 거 내가 좋아서 그러는 거 아닙니다.
윤희 : 그냥, 삐치지 않으면 안돼요? 옹졸한 건 알겠는데요.
팀장님 그럴 때마다 심장이 툭 하고 떨어지는 거 같단 말이예요.
준석 : 정말입니까?
윤희 : 네?
준석 : 내가 하는 거에 따라서 심장이 떨어지기도 하냐구요?
윤희 : (곱게 흘겨보고)
준석 : 이젠 좀 삐친 게 풀리는 거 같네.
윤희 : 진짜 옹졸한 건 아시죠?
준석 : 안다고 몇 번이나 말했습니까?
윤희 : 근데요, 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칠 때가 있거든요.
준석 : 좋잖습니까?
윤희 : 뭐가요?
준석 : 은근히 긴장 되고.
윤희 : (어이가 없고)
준석 : 정윤희씨는 그렇게라도 긴장 시키지 않으면 칠랄래 팔랄래 할 스타일이라서요.
윤희 : 말 너무 험하게 하시네. 칠랄래 팔랄래라뇨? 이 양반 말 너무 심하게....
두사람 마주 보며 웃으며 얘기하는데. 노크 소리.
준석 : 네.
들어오는 고사장.
윤희 : (긴장해서 인사하는)
준석 : (얼굴에 웃음 사라지며 일어서서 인사하는)
고사장 앉고.
윤희 : 차 준비하겠습니다.
고사장 : 됐네. 자넨 나가보게.
윤희 : 네. (인사하고 나가는)
고사장 : 이리 와서 앉게.
준석 : (앉는)
고사장 : 아침부터 이런 얘기 하긴 좀 그렇네만.
준석 : .....
고사장 : 혜미한테 해괴한 소리를 들어서 말일세.
준석 : .....
고사장 : 난 자네와 혜미 의사소통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하네만.
제정신 박힌 친구가 그런 말을 했을리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
준석 : ......
고사장 : 내 생각이 맞는 거겠지?
준석 : ......
고사장 : 만약에 자네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면, 생각을 바꾸게.
왜 바꿔야 하는지는 어머님께 가서 여쭤보고.
준석 : .....
고사장 : (일어나며) 회사에 나와선 일만 하게. (나가는)
준석 : .....
49. 씬. 사무실. (낮)
수찬, 희섭 앞에 서있는.
수찬 : 모델 하우스에 지원 나갔다 오겠습니다.
희섭 : 그럴 거 없는데. 다른 사람 보낼테니까 백수찬씨는 그냥 있어요.
수찬 : 그럼 다른 일이라도?
희섭 : 어쩌나, 당장은 시킬 일이 없는데. (서류만 보는)
수찬, 맥이 풀려 자리로 가서 앉는.
대한 : (야비한 눈빛으로 수찬을 보며 씩 미소 짓는)
50. 씬. 회사 복도 일각. (낮)
희섭, 영재 서서 커피 마시고 있는.
수찬, 지나가는.
희섭 : 점심 안해요? 백수찬씨?
수찬 : (그냥 멋쩍게 웃으며 지나가는)
희섭 : 에이, 정말. 그냥 나가라고 하던지, 이거야 원 사람이 할 짓이 아니지.
영재 : 저기요, 부장님?
희섭 : (보면)
영재 : 그날이요. 7월 9일이요.
희섭 : (굳어지는) 그, 그날이 왜?
영재 : 납품과 이과장님 부친상 당한 날이잖아요.
희섭 : 그런데?
영재 : 그날 연락 받고 다 같이 병원으로 가던 길에 부장님 전화 받고 갑자기 볼 일 있다고 빠지셨잖아요?
희섭 : 내, 내가 그랬나?
영재 : 입사 동기라서 무슨 일이 있어도 빠지실 분이 아니신데?
희섭 : 아, 그게 왜?
영재 : 이과장님이 섭섭해 하지 않으실까해서요. 다음날부터 몸살나셔서 결근 하셨었잖아요?
그럼 결국 장례에 참석 못하신 건데?
희섭 : 그 사람 별 걸 다 기억하고 그러는구만. (걸어가려고 하면)
영재 : 근데, 그날이 희한하게도 그 날이더라구요. 연수연이라는 여자 죽던 날이요.
희섭 : (걸어가다가 움찔하는)
영재 : (옆으로 지나가면서) 그냥 그렇다는 거죠 뭐.
희섭 : (걸어가는 영재의 뒷모습을 보는.)
51. 씬. 비서실. (낮)
미나, 모니터 보면서 신났다.
윤희 : (보면)
미나 : 창피하다. 그런 사람이 같이 직원이라는 게. 또 올라온다. 같은 여자로 그런 사람은 공공의 적이다.
윤희 : 일들은 안하고 정말 왜들 그런데.
미나 : 워낙 우리 회사가 심심했잖아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팀장님 이미란하고 스캔들 외에 이렇다할 스캔들 하나 없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윤희 : 그만 좀 해요. 남의 일이라고 정말 너무 함부로들 말한다.
미나 : 영업부 미스김이 그러는데요. 작전에 돌입 했대요.
윤희 : 작전요?
미나 : 꿔다놓은 보릿자루 만드는 거요. 우리 회사가 그런 쪽으론 일가견이 있잖아요?
권고사직 한번 없이 제 발로 사표 내고 나가게 하는 거.
윤희 : ......
52. 씬. 사무실. (낮)
윤희, 들어와서 희섭에게 가는.
윤희 : (서류 주는) 검토해보시라네요. 팀장님이.
희섭 : 뭐하러 직접 가지고 내려와. 이따 회의 들어갔을 때, 주면 되지.
윤희 : 빨리 보시면 좋잖아요. (수찬을 보면)
수찬 : (우두커니 앉아있는)
윤희 : (마음이 짠한, 눈짓으로 잠깐 나오라는)
수찬 : .....
53. 씬. 옥상. (낮)
윤희, 서있으면, 수찬 걸어오는.
윤희 : (음료수 주는)
수찬 : (받고) 자리 안 지켜도 되냐?
윤희 : 바이어하고 약속 있으셔서 나가셨어.
수찬 : (끄덕이며 음료수 따서 마시는)
윤희 : 힘들지?
수찬 : 좋다 뭐. 아무 일도 안하고 월급 받고.
윤희 : 취업 광고 난 데 몇 군데 있던데.
수찬 : (보면)
윤희 : 경력직 사원 모집하는데도 있고.
수찬 : 내가 무슨 경력이 있는데?
윤희 : 우리 회사 한 달 다닌 건 뭐 경력 아닌가?
수찬 : 그 친구가 다른 데로 보내라고 하디? 앞에서 얼쩡거리는 거 꼴 보기 싫다구?
윤희 : 왜 그래? 그렇게 옹졸하진 않다.
수찬 : 안다, 내 속이 비비틀려서 그냥 해본 소리야.
어젠 괜찮았냐? 어제 그 친구 뿌하니 심상치 않던데?
윤희 : 내 애교가 장난인 줄 알아?
수찬 : (웃고 마는)
윤희 : 그러지 말고, 다른 데 좀 알아보자. 친구, 못 버텨.
전에도 그런 식으로 버티다 버티다 사표 낸 사람들 몇 있는데.
수찬 : 악질 회사구나.
윤희 : 힘들어서 어떻게 회사 생활 하려고 그래? 그러지 말고.
수찬 : 나, 애 아버지야.
윤희 : .....
수찬 : 고니 놈 생각하면 못 버틸 것도 없어. 눈칫밥 먹으면서 버티고 있으면 그래도 월급은 나올 거 아니냐?
그걸로 나 고니놈하고 먹고 살아야 해. 들어가서 자리 지켜라. (걸어가면)
윤희 : (속이 상해서 보는) 그러기에 잘 좀 하고 살지 그랬어? 이 웬수야?
수찬 : (E 걸어가면서) 그러게. 잘 좀 하고 살 걸. 그럼 나 때문에 속상해 하는 너 안 봐도 되는 건데.
54. 씬. 미희의 회사 복도. (낮)
덕길, 강형사 걸어오는.
강형사 : 그럼 국수 먹게 되는 거네요?
덕길 : 국수는요, 오늘 처음 얼굴만 봤는디요.
미희, 직원과 얘기하고 있는.
강형사 : 시작이 반이죠. 덕길씨 얼굴 보니까 뭐 잘 된 것 같은데.
덕길 : 잘은요, 근디 사람이 인연이라는 게 있는 건지 워떤 건지.
지가요, 여자만 보믄 거시기 거시기 함서 말을 심하게 더듬는 버릇이 있는디.
강형사 : 그 여자 분 앞에서 안 그랬구나?
덕길 : 아니요, 그랬지라.
강형사 : 근데 그게 무슨 인연인가?
덕길 : 근디 성품이 후덕해서 그런가 지가 물까지 흘림서 거시기 거시기 허니께,
냅킨을 내미시면서 그러시대요. 사람이 참 순박하신 거 겉다구.
미희 : (직원에게 버럭) 일 정말 이 따위로 할 거야?
주위에 있는 사람들 모두 깜짝 놀라고.
55. 씬. 미희의 사무실. (낮)
강형사, 덕길, 얘기하고 있으면, 수민 턱 괴고 듣고 있는.
수민 : 어머, 어머, 정말이예요? 오른쪽으로 보면 진실이고, 왼쪽으로 보면 거짓을 얘기하는 거?
강형사 : CSI에 나왔다니까요.
미희, 책상 탁 치며 일어나는.
미희 : 진짜 너무들 하시네. 제가 몇 번이나 말씀 드렸어요? 여긴 여행사 사무실이지 수사본부가 아니라구?
덕길 : 오늘 사장님 뭐 안 좋은 일 있으셨어라? (강형사 끌고 일어서며) 긍께 J건설하고 수연이 죽은 거 하고
뭣이 연관이 심하게 있다 그 말씀이신디?
수민 : 전요, 이 사건은 그룹형 비리, 뭐 그런 거랑 심하게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희 : 넌 왜 따라 나가니?
수민 : 시킬 일 있으세요?
미희 : 니가 형사야?
수민 : 너무 궁금하잖아요. (덕길, 강형사, 수민 우루루 몰려나가면서 뭐라고 떠들어대는)
미희 : 진짜 그룹으로 싫다, 싫어.
56. 씬. 대한의 집 거실. (낮)
선우, 보경, 하니, 앉아있고, 정숙 쟁반에 폭립 담아오는.
선우 : 아니, 이게 뭐야?
정숙 : 이사 와서 동네 분들께 인사도 제대로 못드리고. 홈쇼핑에서 시킨건데 같이 드시자구요.
보경 : (집어 들며) 시장했는데 잘됐네. 왜 사모님도 초대하지 그랬어요?
정숙 : 혼수 보러 가신다고 시간이 안 된다고 하셔서요.
선우 : 그 아줌씨가 우리 집 말고 밑에 사람 집 가는 거 봤어?
내 속이나 긁으려고 우리 집도 들락거리는 거지.
하니 : 참, 그 얘기 들으셨어요?
보경 : 무슨 얘기?
하니 : 회사에 일 터진 거요?
보경 : 회사에? 우리 바깥양반은 회사 얘기 집에 와서 절대 안해.
하니 : 백수찬씨 큰일 났더라구요.
정숙 : (긴장하는)
57. 씬. 동네 길. (낮)
대한의 차 다가오고, 대한 운전하고 그 옆에 수찬 앉아있는.
수찬 : 고맙습니다, 차도 태워주시고.
대한 : 술이나 한 잔 하자니까 그러시네.
수찬 : 진짜 생각이 없어서요.
대한 : 이럴 때 일수록 마음 맞는 사람하고 한잔 하면서 맺힌 것도 풀고 그래야 하는데.
수찬, 대한 차에서 내리는.
수찬 : 마음만이라도 고맙습니다.
대한 : 뭐 어려운 일 있으면 기탄없이 얘기하고 그래요. 와이프 친구면 내 친구도 되는 거 아닙니까?
내가 부장님하고 차장님한테도 시간 날 때마다 이러시면 안 된다.
이건 비인간적인 처사다 하고 말씀을 드리고 있으니까.
수찬 :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걸어가는)
58. 씬. 대한의 집 거실. (낮)
대한, 들어오면, 책, 쿠션등이 날아오는.
대한 : (놀라서 피하고) 뭐? 뭐야?
정숙 : 사람이니? 사람이야?
대한 : 왜, 왜 이래?
정숙 : (손에 잡히는대로 마구 던지면서, 화병 같은 것도 던져서 깨지고)
대한 : (다가와 정숙 손잡으며) 왜 이러냐니까?
정숙 : 그냥 나 하나만 잡으면 되잖아? 멀쩡하게 사는 사람 왜 해꼬지는 하냐구?
대한 : (정숙 어깨 잡고 흔들면서) 야, 오정숙. 정신 차려. 나 니 남편 위대한이야.
정숙 : 이름이 좋다, 위대한? 그렇게 위대해서 그딴 짓을 하냐? 이 좁쌀만도 못한 인간아?
어디 할 짓이 없어서 사람 뒷조사해서 그걸 회사 게시판에 올려?
대한 : (정숙의 뺨을 찰싹 때리는)
정숙 : (주저앉는)
대한 : 너 그 놈하고 아무 사이 아닌 거 아니지?
아무 사이 아닌데, 그 놈한테 무슨 일이 있든 너하고 무슨 상관이야?
정숙 : (얼굴 가리고 울음 터트리며)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지. 그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잖아.
네가 이러면.....내가 어떻게 너하고 사니? 이 돌대가리같은 인간아.
59. 씬. 창고. (낮)
고니, 수찬 밥 먹고 있는.
수찬 : 잘 들어라, 고니야?
고니 : 야?
수찬 : 아저씨가 예전에 했던 얘기들 있지, 인생의 목표가 어쩌니 저쩌니 했던 거.
고니 : 제비 수업 말이여라?
수찬 : 그래, 그거. 그런 건 다 잊어버려야 하는 거야.
고니 : 벌써 잊어뿌렸는디. 아니, 기양 잊어버린것은 아니구요.
아저씨 맞는거 보고, 이것은 배울것이 아니구나 깨달아버렸거든요.
수찬 : (고니 머리 쓰다듬으면서) 그래, 똑똑하다. 아저씨가 새로운 거 하나 알려주고 싶은데.
고니 : 알려주서요.
수찬 : 사람은 말이다, 고니야. 다른 거 없어,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을 일만 안하고 살면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고니 : 많이 창피하셨어라? 그 아저씨한테 맞은 것이?
수찬 : ......아저씨는 다른 소원 없다. 고니야. 니가 나처럼만 안 살면 돼.
고니 : 그것은 아저씨 장가가서 아들 낳으면 하셔야 하는 말씀 아니어라?
수찬 : (애잔한 눈길로 보는)
60. 씬. 병실. (밤)
유회장 옆에 서있는 윤희, 준석.
준석 : 아버지.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제 사람입니다.
윤희 : (울먹한 심정으로 준석과 유회장을 번갈아보는. 유회장 손을 잡는) 죄송합니다. 회장님.
준석 : 윤희씨는 그러지 말아요. 죄송은 나 혼자만 해도 되요.
윤희 : 회장님? 임시직이었던 저 정규사원 만들어주시고, 비서로 옆에 두시고 귀여워해주셨는데,
은혜를 이런 식으로....정말 죄송해요.
준석 : (윤희 어깨 감싸며) 이 사람 잘못 없습니다, 아버지.
아시잖아요? 아버지 아들이 못나서.....이 사람 많이 아프게 하는 거.
그러니까 화를 내시려거든 저한테만 내세요.
윤희 : (울면서 뛰쳐나가는)
61. 씬. 병원 일각. (밤)
윤희, 준석 앉아있는.
윤희 : (회상에 잠기는)
*3회 12씬)
윤희 : 저.....회장님 비서실에서 근무해도 될까요?
간부 : (놀라 보는) 정윤희씨, 너무 그렇게 과한 거 말고.....
윤희 : 너무 과한가요?
회장 : 비서 일을 해보고 싶나?
윤희 : (서글프게 미소 짓는) 심은하 같은 비서가 되고 싶은 거, 회장님 아들을 넘보겠다는 거 아니라고 했는데......
그때 회장님 진짜 재미나 하시면서 큰 소리로 웃으셨는데.
준석 : (윤희의 손잡는)
혜미 : (E) 이런 건 하지 말아야죠.
준석 : (고개 들면)
서 있는 혜미.
혜미 : 모든 일에는 정도가 있는 거 아닌가요?
준석 : .....
혜미 : 나 준석씨하고 할 말이 좀 있으니까 정윤희씨는 그만 가봐요.
윤희 : ......(일어서려고 하면)
준석 : (윤희의 손을 잡는)
윤희 : (난감하고)
준석 : 데려다 주죠. (윤희를 데리고 걸어가려고 하면)
혜미 : 생각이 너무 없으시군요? 가봐요, 정윤희씨.
윤희 : .....(난감해하며, 걸어가는)
준석 : (매섭게 보는) 서로 다 이해된 부분 아니던가요?
혜미 : 여기까지 이해하겠다곤 하지 않았어요.
준석 : 여기까지가 어디까집니까?
혜미 : 내가 시부모님으로 모셔야 할 분들 앞에까지 저 여자가 얼쩡거리는 거요.
준석 : 용납하겠다고 해서 고혜미씨와 결혼 하겠다고 한 겁니다.
혜미 : 그럼 용납 할 수 있는 단계까지만 하세요. 고양이가 쥐를 몰아도 도망 갈 구멍은 보고 몰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죽을 일 밖에 남지 않은 쥐는 고양이를 무는 법이죠.
준석 : 참을 수 없으면 그만둬요. 오래전부터 답은 나와 있는 거 아니었습니까?
혜미 : .....
준석 : (걸어가 버리는)
62. 씬. 길. (밤)
운전하는 준석의 차. 버스 정류장에 서있는 윤희.
준석 : (차 멈추는) 타요.
윤희 : .....
준석 : (차에서 내리는) 왜 바보 같이 그냥 와요? 내가 데려다 준다고 했는데.
윤희 : .....
준석 : 고혜미 앞에서 주눅 들어서 그러지 말아요.
윤희 : 나.....그래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고혜미씨가 가라고 하면......가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준석 : (애잔하게 보다가 감싸 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