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시간을 15분까지 늘리는 심층진료 제도가 도입된다. [중앙포토]
이르면 9월부터 중증환자를 15분 가량 심층진료하는 제도가 도입된다. 지금의 '3분 진료'를 깨기 위한 첫 시도다.
복지부, 3분진료 깨는 15분 심층진료 신설
9만~10만원 진찰료, 지금의 4.2배
환자 부담은 3500원 는 2만70000원대
서울대·충남대·순천향대 등에서 시행
내과·소아과 등의 중증·희귀환자 대상
적정 진료로 전환, 환자쏠림 방지 목적
전문가 "의료전달체계 개선 따라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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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6일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것을 줄이고 3분 진료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여건을 갖춘 일부 병원을 대상으로 심층진료 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금은 3분 진료하든 15분 진료하든 진찰료 수가(酬價·의료행위의 가격)가 같다. 의사들이 굳이 오래 환자를 진료할 이유가 없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게 '15분 진료'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대형대학병원) 15분 진료 진찰료(초진) 수가를 지금(2만4040원)의 최고 4.2배인 9만~10만원으로 책정할 방침이다.
환자 부담은 시범사업 기간 중에는 지금 수가와 새 제도의 차액의 5% 정도만 올린다. 이렇게 되면 환자 부담이 2만 7340~2만7840원으로 3500원 가량 늘어난다.
정부는 15분 진료를 일부라도 시행해 본 적이 있는 서울대·충남대병원과 일부 사립대병원에게 먼저 적용하면서 참여 의료기관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사립대 중에서는 순천향대학병원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들 병원의 모든 진료과목에 적용하는 게 아니라 내과·소아청소년과 등의 중증환자나 희귀·난치병 환자에게 먼저 적용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이런 방침을 이달 또는 내달 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해 의결한 뒤 이르면 내달 중 시행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이 외래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15분 진료로 가야할 이유
전북 전주에 사는 최옥현(80) 할머니는 올 1월 갑자기 가래가 자주 나와서 감기인 줄 알고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몇 달 약을 먹었는데도 낫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에 예약했다. 세 시간 가량 갈려 이 병원 내과에서 의사를 만난 시간은 1~2분.
"진료실 들어갔는데 의사가 내 얼굴을 한번도 보지 않았어요. 눈도 맞추지 않고 컴퓨터 모니터만 보더군요."
최씨는 "쪽지에 적어간 질문을 재빨리 물었는데도 단답형의 답밖에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오후 이 병원 호흡기내과 임재준 교수 진료실에서 만났다. 이날은 임 교수가 '15분 진료'하는 날이다. 임 교수는 2년 전부터 독자적으로 이렇게 진료해왔다. 최씨는 "다른 과에서 검사한 엑스레이 영상을 켜놓고 비교해줬고 질문을 다 해결했다. 가래의 원인을 물었더니 '기관지 확장증 때문'이라고 답해줬다"며 "의사가 먼저 질문하더라.계속 진료 받고 싶다"고 말했다.
'3분 진료'와 '15분 진료(심층진료)'의 차이는 이렇게 크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의 내과 진료 대기실. 1~30번 진료실 대기실에 환자들이 빼곡하다. 15분 단위로 4~5명의 환자가 들어간다. 의사들은 두 세 개 진료실을 터놓고 쉴새 없이 오간다. 간호사가 검사결과와 환자자료 등을 모니터에 띄워놓으면 그걸 보고 처방을 내린다. 컨베이어벨트처럼 돌며 '모니터 진료'를 한다.
서울대병원 하루 평균 외래환자는 9000명이다. 평균 진료시간은 3분. 여기만 그런 게 아니다. 상당수 대형병원들이 비슷하다. 그래야만 낮은 수가를 벌충한다.
>> 환자들의 진료에 대한 만족도와 함께 병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여 재발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All lose→All win으로
3분 진료는 모두를 패배자로 만든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장은 "▶환자는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의사는 제대로 진단하기 어렵다. 부족한 것은 고가의 검사가 대신한다. ▶건강보험 재정도 더 나간다"고 진단한다. 권 단장은 "15분 진료는 한국 경제의 압축 성장 부산물인 압축 의료를 깨고 적정 진료로 가려는 시도"라고 말한다.
그 동안 일부 의사들이 이런 틀을 깨려 시도했다. '개인 돌파'다 보니 한계가 분명했다. 그래서 정부가 이번에 제도화하려는 것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진료시간이 늘면 환자가 ▶증상 ▶병력 ▶가족력 등을 의사에게 충분히 얘기할 수 있다. 이런 걸 의사가 충분히 들어야 진단이 정확해진다"며 "환자도 치료법을 충분히 듣데 돼 과잉·과소 진료를 예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어떻게 운영하나
15분 진료 수가를 10만원으로 정해도 병원에는 손해다. 그래서 서울대·충남대 같은 국립대병원이 먼저 나섰다. 서울대병원은 임 교수를 비롯해 내과·소아청소년과·신경외과·유방외과·피부과·산부인과 14명의 의사가 참여한다. 주당 외래진료 한 타임(반나절)만 한다. 초진환자가 주 대상이다.
송민호 충남대병원장은 "15분 진료를 하며 다른 데서 가져온 검사 결과를 충분히 비교하고 가족의 질병 이력을 확인할 수 있다"며 "불필요한 검사가 줄어들고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환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도 있다. 모든 환자를 15분 진료하는 게 아니다. 다른 병원에서 진단을 못하거나 치료하기 힘들다고 의뢰한 사람이 대상이다. 환자 부담 증가도 불가피하다. 상급종합병원 진찰료(현재 2만4040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다 부담한다. 원칙대로 하면 15분 진료 수가(9만~10만원)도 환자가 다 내야 한다. 하지만 당분간 지금보다 15% 정도만 늘어나게 제한한다. 이 제도를 본격 시행하면 이보다 더 늘어나게 된다. (비용부담)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예방의학) 교수는 "15분 진료 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수 있어 꼭 필요한 환자가 가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 제도 보완이 따르지 않으면 환자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안기종 회장은 "15분 진료의 질이 따르지 않으면 수가만 올리는 꼴이 된다. 15분 진료의 평가 기준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3분 진료가 시행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15분 진료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앞에 설명했던 것 외)
대혀병원과 국립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상황
>> 사람들은 개인 의원은 믿을 수가 없고 큰 병원에 가면 시설도 좋고 의사들도 믿을 만하다고 생각되어서 모두 큰 병원을 선호한다. (개인 의원은 점점 영세화되고 있다.) 만일 대형병원에서 15분 진료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면 원하는 분들은 특별한 "백"이나 연고, 높은 지위가 없는 한,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야 할 것이며 이는 새로운 부조리를 만들 수 있다.
ex) 통상 의대 교수들은 하루 중 오전이나 오후 반나절 외래를 본다. 이를 한 세션이라고 부른다. 정상적이라면 오전 세션 외래는 아침 9시부터 12시 정도까지다. 오후는 2시부터 5시까지다. 그래야 하루 8시간 근무하는 간호사나 의료기사와 근무 시간을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지난해 내과 교수의 한 세션 평균 외래 환자 수가 45명이었다. 이를 3시간, 180분 기준으로 나누면 환자 한명 당 4분이다.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 빼면 정확히 3분 진료가 된다. 외래 환자가 많은 내분비내과나 순환기내과는 한 세션에 외래 환자가 평균 90명이다. 정규 세션에 환자를 1분 30초만 봐야 한다.
생각해볼 점
1. 미국은 이전부터 환자 한명 당 의료상담 시간이 한국보다 길다. 수익구조가 환자수와 연결되는 병원에서 이러한 진료가 가능한 것은 비싼 진료비가 있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체계가 국내와 다른 미국의 경우, 의료서비스의 질은 많은 환자들을 유치할 수 있는 길이다. 이와달리 한국은 공적인 의료보험제도로 인해 의료비가 일정하며 의료서비스의 질을 키우기 위해 환자 당 진료시간을 늘이는 것 보다 최대한 많은 환자들을 짧은 시간안에 진료하는 것이 더 이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료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의사들을 어떻게 생각할까(특히 개인병원)
2. 보건의료문화를 개선하려는 일부 의사들의 노력이 현실로 이루어지면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도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이로인해 국가재정부담이 올라갈 것이며 어쩌면 서민들의 증세가 당연시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고속득자들을 상대로 증세정책을 펼치는 현 정치권과 과연 맞다고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