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돌돌이
어느 날...
낮 동안 노닐다가 어둠과 추위에 몰려 평소보다 조금 늦게 집으로 들어왔다.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날카롭고 뾰족한 느낌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찌! 릿!’
흠마!!!~
랑(내가 남편을 칭할 때 쓰는 말)의 눈빛이 나를 향하면서
예사롭지 않은 불만스런 전파를 쏘고 있었다.
“왜?”
나도 퉁명스럽게 쏘아댔다.
나? 요즘...
별로 고분고분하지 않다.
이유는 세월이 그리 만들었다고 사료된다.
이어서 랑이 하는 말이 이랬다.
“방학이 무섭다! 이젠 더 살 거 없지?”
방학이 무섭단다.
난 방학이 좋기만 하구만~~
이봐요. 랑씨!
난 방학 없음 못 산다구요.
부부일심동체가 아니라 부부이심이체이다.
사실, 요 며칠 동안 나에게 지름신이 강림하셨다.
지르고 또 지르고
필요한데 어쩌라고~~
또 질렀다.
관리실에서 인터폰이 온다. 택배 찾아가라고...
평소에는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지르질 못하다가
시간이 많은 방학이 되면 지르고 또 지르다보니
랑의 입장에선 성질이 단단히 난 모양이다.
그 날도 커다란 포장 박스 두 개가 거실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고
추운 날씨에 관리실에 찾으러간 랑이 한꺼번에 못가져 오니까
성질이 난 모양이다.
박스 안에 들어있는 한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 집 돌돌이다.
로봇 청소기로 쇼핑몰에서 질렀다.
광센스, 저소음, 지능형, 로봇 청소기.
LCD, 야간 식별, 빛 감지, 직진, 회전.
동그랗고 빨간 녀석이 날 유혹했다.
얼른 우리 집으로 오라고 돈을 보냈다.
발도 없는 녀석이 빨리도 도착한 거다.
내가 집에 있을 때 왔으면 좋았을 것을 외출한 날 와서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으며
주인인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밥을 먹이고 시간도 정해주면서 청소를 시켰다.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청소할 때 마다 돌돌돌~ 툭! 돌돌돌~ 툭!
소리도 경쾌하고 보고 있으면 신기하기 그지 없다.
뱅글뱅글 돌면서 직진하다가 장애물에 받치면 툭! 방향을 바꾸고
제자리 걸음으로 한바퀴 돌다가 다른 곳으로 청소하러 간다.
어머나~~
그기에다 말까지 했다.
"청소를 시작하겠습니다." 라면서 신고식도 하고
"청소를 마쳤습니다." 라고 보고도 확실하였다.
요렇게 귀여울 수가 있나!
내가 제안했다.
랑이 화가 나 있다는 사실을 단순한 내 머리가 잊어버렸던 것이다.
"여보! 우리 저 녀석에게 이름 하나 지어주자.
나는 '돌돌이'라고 지어주고 싶어. 자긴? 뭐라고 짓고 싶어?"
"정서이!"
"뭐라고?"
"이정선! 말 안듣고 청소도 잘 안하는 당신 이름이 제일 잘 어울려!"
흐~~미 !!!
그런다고 정선이도 아니고 '정서이~~?!' 니은(ㄴ)은 어디로 팔아 버린걸까?
말도 안된다며 '돌돌이'로 하자고 살살 꼬셔 봤지만 허사였다.
나의 꼬시는 능력은 에프학점이다.
하는 수 없이 로봇은 이름이 두 가지가 되고 말았다.
나는 '돌돌이'
랑은 '정서이'
청소를 하는 로봇에게 명령한다.
"돌돌아~~청소 잘 해라~~아이구~~이쁘기도 하징~~"
"돌돌이는 뭔 돌돌이!! 정서이지!
야!!! (집게 손가락을 세워 로봇을 향해서 )
정서이~!!! 청소 깨끗이 잘 해!!!"
우리 집 돌돌이는 아이큐가 의심스럽다.
분명히 지능형이라고 했는데 ~~^^*
내 명령도, 랑의 명령도 다 잘 따르니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 지 모르는 게다.
돌돌아~~
넌 내 통장에서 지불된 내 소유란다. 기억해 다오.
하지만 내가 봐 준다.
네가 청소만 깨끗히 한다면 ~~~^^*
그리고 소망한다.
너가 '정서이'가 아니라 '돌돌이'로 우리 집 호적에 바르게 올라올 수 있기를...
또...
네의 임무를 성실히 잘 수행하면 돌돌이 보다 더 멋진 이름으로 개명해 줄 생각도 있단다.
'돌돌이' 를 업그레이드 시켜서 '똘똘이'로 개명해 줄테야.
2008 - 01- 12
첫댓글 ㅎㅎㅎ그러게 평소에 청소도 좀 하시지 게으름 피우니까 그런 말 듣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돌돌이에 한표! 왜냐면 지기님이 힘내라꼬^^*
ㅎㅎㅎ 감솨 감솨~~돌돌이 만세!!!
ㅎㅎㅎ 배달 되어진 따끈한 글에 이끌려 이리로 왔지요? ㅎㅎ 지름신이 강림? ㅎㅎ 그 재미도 제법 쏠쏠한데.....그 재미를 모르시나봐요 ㅋ...이젠 돌돌이 때문에 선아님 게으름이 극에 다다를텐데 우짜꼬?
산골님..오랜만~~~게으름의 극치를 부려야죠 ㅋㅋㅋ
넉넉하신 형부의 미소와 같이 함 뵙고 싶군요.....
그래요~~산골님..방학 때 시간내서 저녁 식사합시다.
이건 다 선아님의 필력의 결과가 아닌가 하네요^^* 홧팅!~~~
그 돌돌이 어디거예요? 그런거 사볼라고 이년전쯤 인터넷을 휘젓고 다녔는데, 확신이 서질 않아서 포기했거든요. 공개적으로 밝히시기가 뭐 하다면 멜로라도 자세한 후기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으시구요.
피플475란 사이트 쇼핑몰에 있어요. 정확한 이름은 로보제키.. 가격은 148.000원이구요. 먼지를 생각보다 잘 제거해 주네요. 아무래도 사람 손으로 하는 것보다야 못하지만..그리고 방과 방사이 턱이 있으면 손으로 옮겨야 하는 정도는 수고를 해야하죠. 사이트 알려줄게요. http://www.people4080.com/main/index.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