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카메라를 좀 오래 만져왔다. 그 대종은 빈티지, 그러니까 오래 된 라이카들이다.
라이카라 하면 일반적으로 으례 그런 오래 된 라이카 카메라를 일컫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그 가치를 논하더라도 올드 라이카 쪽으로 치중돼 왔던 것도 물론이다. 물론 라이카도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제는 흐름이 디지털이니까 라이카에서도 디지털 카메라를 내놓고 있고,
디지털 라이카는 애널로그가 그랬듯이 역시 디지털 카메라들 중에서도 최상위 고급기종에 속한다.
나도 애널로그에서 디지털 쪽으로 라이카가 변화하던 그 정점의 시기를 겪은 장본인이다.
그게 한 20여년 전 쯤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애널로그 라이카를 계속 고집해왔다.
나의 라이카에 대한 관심은 하드웨어 그러니까 기종들이었다. 사진 촬영에도 관심은 있었지만,
워낙 카메라에 치중하다보니 그냥 도외시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나름의 호구지책적인 관점과도 연계됐던 것이기에 그걸 설명으로 말하자면 좀 복잡하다.
이런 나에게 변화가 오고있는 것이다. 빈티지 애널로그에서 디지털 라이카로 옮겨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의 이유는 디지털 라이카로 찍은 사진에 대한 일종의 호기심 그리고 갈증이다.
쉽게 말해 디지털 라이카로 찍은 사진들이 마음에 다가오면서 호기심과 갈증을 자꾸 자극하고 있는 것인데,
이로 인해 디지털 라이카 카메라들에 대한 욕구 또한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올드 라이카로 찍은 옛 필름사진들도 무척 좋아하고 아끼고 갖고싶어 한다.
가끔씩 이베이(eBay)에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이 라이카로 찍은 오리지널 옛 사진들이 올라오면 그걸 갖고싶다.
그래서 경매에 참여하고픈 욕구를 느낀다. 물론 만만찮은 가격이라 내게 그 사진들이 오기는 쉽지않다.
그래서 그냥 보기만 할 뿐일 때가 많다.
올드 라이카 사진에 대한 나의 이런 기호가 이제 디지털로 찍은 사진으로 옮겨온 것은
그 사진들이 주는 강력한 인상 때문이다. 나는 특히 디지털 라이카로 찍은 흑백의 사진들을 좋아한다.
예나 지금이나 라이카 카메라와 렌즈는 흑백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던 건 주지의 사실이다.
디지털 라이카는 여기에다 흑백사진 촬영에 라이카 특유의 ‘경조흑백(black & white high contrast)’ 시스템을
보태고 있어 흑백사진의 질을 높이고 있는 점이 나로 하여금 디지털 라이카를 선호케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얼마 전에 Leica X Vario를 구매한 것은 전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카메라로 지금껏 적잖은 흑백사진들을 찍었고, 그 사진들은 남들 보기에는 초라한 수준이기는 할 것이지만,
아직 초보인 처지의 나로서는 적어도 나를 실망시키지는 않고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이 카메라도 디지털 라이카로서는 2000년도 초반에 출시된 것이니 거의 빈티지 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조흑백‘ 시스템을 처음으로 추가한 기종이라는 점에서 아직 그 기능은 쌩쌩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나로서는 이즈음 내가 갖고있는 X Vario 외에 다른 디지털 라이카 카메라에 대한 약간의 구매욕구가 느껴진다.
물론 충동적인 요소도 다분히 있다. 다른 기종에 대한 이런 저런 리뷰나 정보를 많이 접하고 있는 탓이다.
이런 디지털 라이카에 대한 리뷰와 관련해서는 호.불호가 엇갈리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에 별로 구애를 받지않고 있다.
흑백사진, 그 하나에 대한 나름 나의 강렬한 인상이 나를 압도하고 있는 탓이다.
구매욕구가 느껴진다해서 구매로 연결되는 건 물론 아니다. 나의 현재의 이런 저런 처지를 감안하자면 우선 가격적인 측면에서 비싸다.
그러니 결국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모를 일이지 않겠는가.
나는 지금 디지털 라이카인 X Vario와 함께 애널로그 빈티지 라이카인
스크류마운트 타입의 III(f)와 R 타입의 SLR 등 세 대를 갖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