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한 번은
실컷 울어버려야 했다
흐르지 못해 곪은 것들을
흘려보내야 했다
부질없이 붙잡고 있던 것들을
놓아버려야 했다
눅눅한 벽에서
혼자 삭아가던 못도
한번쯤 옮겨 앉고 싶다는
생각에 젖고
꽃들은 조용히
꽃잎을 떨구어야 할 시간
울어서 무엇이 될 수 없듯이
채워서 될 것 또한 없으리
우리는 모두
일년에 한 번씩은 실컷
울어버려야 한다.
***
가진다는 것, 가지지 못했다는 것,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는 것,
다시 가진다는 것, 가지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이제 더 이상은...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니, 가지지 못한다는 것...
삶을 살아내는 일은 결국 이렇게 같은 것이면서도 다른 것들의 반복입니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 듯 반복되는 일상을 몇 번 돌고 나면
어느새 바쁜 걸음을 멈춰야 할 순간이 오지요.
잰 걸음으로 급하게 서두를 때는
'에휴... 쉬어 갈 수 있었으면... 잠시라도 모든 것이 멈춰버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듯한 길을 걷곤 하지만
정작 나도 모르는 사이에 끝을 만나게 되면
뒷걸음질치듯, 걸어온 길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하지만 끝을 향해 오는 동안 가득 담아 온 무거운 욕심과 마음의 짐들로
한 걸음도 되돌아 갈 수 없을 테지요.
누구도 그 마지막 순간을 알지 못하기에
그렇게 우리는 가지는 일을 반복하며 또 하루를 걸어갑니다.
그러할수록 마지막 순간은 더욱 무거워질 뿐이라는 걸
알지 못한 채, 생각하지 않은 채...
1년에 한 번, 온 세상을 눈물로 씻어버리는 장마...
생각해 보면 자연은 앞을 보지 못하면서 앞을 본다고 자부하는 우리에게
진짜 삶을 가르쳐주기 위해 애써 우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무섭도록 쏟아져 내리는 그 빗줄기에
세상은 꼭 쥐었던 손을 조심스레 펴 보입니다.
손안에 담겨 있던 초록빛 욕심들이
빗줄기에 씻기어 하나씩 흘러가 버리곤 하지요.
그러는 동안 자연은 이야기 합니다.
가지는 것의 부질없음을, 욕심내지 않음의 편안함을,
그리고 힘듦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는 일의 아름다움을요.
지금 창밖엔 눈물이 한창 흐르고 있습니다.
저 눈물을 맞으며 꼭 쥔 손을 펴 보이고 있는 세상을 바라보며
비워냄의 의미를, 새로이 일어섬의 의미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