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언약(수 5:3)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유대인 학살을 그린 영화 ‘쉰들러리스트(1993)’에서 독일 군인들이 유대인 남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바지를 내리게 합니다. 유대인들은 오랜 시간 종교 예식으로 할례를 행하였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이스라엘이 요단강을 건너고 하나님이 약속한 땅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가나안 원주민과의 치열한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황량한 광야의 삶을 끝내고, 새 하늘과 새 땅의 삶을 기대해야 했습니다. 하나님은 다시 한 번 여호수아에게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할례를 행하라(2절)고 명령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명령했던 유대인의 오랜 전통인 할례 예식을 상기시키셨습니다.
할례는 유대인 남자 아이가 태어난 지 팔 일째에 생식기 표피를 제거하는 종교 예식입니다. 아브라함은 구십구 세에 할례를 받았고, 드디어 이삭을 낳기도 했습니다. 고대 중동 지역에서 할례 예식을 행하는 민족도 있었지만 유대인의 종교 예식은 분명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많은 민족 가운데 선택한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들, 하나님의 백성이라 구별된 이들에게 행했던 종교 예식이었습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유대인 가운데 남자 군사(성인)들은 광야에서 모두 죽으며(4절), 하나님이 약속한 땅에 들어가는 자들은 광야에서 태어나 할례를 받지 못한 이들이 포함되었습니다. 광야는 이스라엘에게 분주함과 초조함에 쫓기며 영적인 방황의 시기를 지나는 과정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할례가 긴급한 삶의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하나님은 이들에게 할례를 행하고 그의 땅(나라)으로 들어가기를 명령하셨습니다.
하나님이 가나안에 들어가는 이들에게 다시 할례를 명령하신 이유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구별된 백성으로 그와의 영원한 언약(창 7:10)의 표징이기 때문입니다. 안식년에는 종을 해방해야 하지만 주인과 계속해서 살려고 하면 귀를 뚫고 평생 그의 종이 되었습니다(출 21:6). 뚫린 귀는 종이라는 표식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은 할례를 통하여 일평생 변할 수 없는 표식을 몸에 지니고 살면서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민족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야곱의 딸 디나가 히위 족속의 세겜에게 욕을 보여서, 야곱의 아들들이 그들에게 할례를 받으면 결혼을 허락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창 34장). 히위 족속의 하몰과 아들 세겜 그리고 모든 이들이 할례를 받고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야곱의 아들들은 그들을 몰살했던 역사가 있었습니다. 할례를 받은 자들은 할례를 받지 않은 자들과의 구별을 강조했던 이스라엘의 역사는 신약의 교회에서도 할례자와 무할례자로 차별을 하는 전통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안식일법과 동일하게 할례 예식을 율법적으로 매우 엄격하게 적용했습니다.
구약의 할례는 신약의 세례와 비교가 됩니다. 하나님이 선택한 언약 백성의 영원한 표징이 되어 이스라엘이 세상과 구별되어지는 삶을 요구하듯이, 세례는 믿음의 고백과 선포로 예수 그리스도와 고난과 죽음, 부활에 연합되어지는, 교회의 구성원이 되어지는 신앙 예식입니다. 알레고리컬하게 표피를 잘라내는 아픔의 고통이 마치 죄악의 고백과 회개의 비통한 시기에 비교가 되어 세상과 구별되어지는 과정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약속한 땅(나라)에 들어가는 이스라엘에게 할례를 요구하였습니다. 할례는 하나님과의 영원한 언약에 참여하는 표징이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은 몸에 행해진 영원한 표징을 이제는 마음에 할례를 행하기를 권면합니다(롬 2:29). 세상과 구별된 삶으로 살아가는 영원한 언약의 표징을 마음에 새기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기를 기도합니다. 단지 몸에 새겨진 흔적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과 삶에 새겨진 영적 할례를 통하여 구별된 삶을 살아가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