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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라파엘의 집’ 20주년 기념
시각 장애에 다른 장애가 중복된 시각중복장애인을 돌보는 여주 라파엘의 집이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일 경기도 여주 라파엘의 집에서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보좌주교(리노)의 주례로 열린 감사미사에는 시설 이용자와 가족, 주민과 정관계 인사 등 700여 명이 참석해 이들 장애인을 위해 쏟은 20년의 노력과 결실을 축하하고 격려했다.
지난 1991년 설립된 라파엘의집은 시각장애와 함께 정신지체, 발달장애, 지체장애, 청각, 언어장애 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중복중증 시각장애인을 위한 삶의 터전이다.
이 주교는 이날 오후 라파엘 문화예술센터에서 기념미사를 집전하고, “지난 20년 동안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사랑의 기적이 이곳 ‘여주 라파엘의 집’에서 이뤄졌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는 오늘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이 무가치한 존재로까지 비춰지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치유의 대천사’ 라파엘이 함께하는 이곳 ‘여주 라파엘의 집’에서 “복음으로 희망의 땅”을 가꾸는 좋은 사례를 봤다고 덧붙였다.
현재 여주 라파엘의 집은 19살 이하 21명을 포함해 162명의 장애인을 93명의 직원들이 돌보고 있으며, 연인원 1만 30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의료와 목욕, 이발, 청소 등의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있다.
라파엘의 집은 89명의 장애인이 생활하는 시설과 소성당, 물리치료실과 체력단련실, 세탁실 등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73명의 중증 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시설이 있다.
특히, 정규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하는 이들 시각중복 장애인을 위해 94년에는 국내 최초로 특수학급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기념미사 뒤에는 기념식과 축하공연이 열린 가운데, 클라리넷과 피아노, 색소폰 연주에 이은 신상옥과 안치환의 노래 공연으로 참가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그치지 않았다.
“귀한 나눔의 실천 잊을 수 없어”
한편, 자신도 시각장애인인 라파엘의 집 정지훈 원장(예로니모)는 인사말에서, 지난 20년 동안 도움을 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면서, 외적인 성장에 머물지 않고 그리스도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원장은 몇 해 전 경기도 성남의 한 할머니가 등짐에 가득 지고 온 미숫가루와 150만 원을 사무실에 놓고 갔다면서, 그 “귀한 나눔의 실천”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라파엘의 집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비와 전국의 후원회원들이 다달이 보내주는 후원회비로 운영된다.
한 봉사자는 시각장애와 함께 정신이나 지체 등 두서너 장애를 함께 갖고 있는 이곳 장애인들을 돌보려면 ‘신앙’과 함께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이곳의 직원과 봉사자 중 가톨릭신자의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