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연습이 필요해!

지조이 선교사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자신이 쓴 책이 있는 데 혹시 보내 드려도 되느냐고 물었다. '당근' 좋다고 했다.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받기 때문에 멀리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분이다. 신평로교회를 사역하면서 교회에서 후원하는 분이셨다. 남편과 함께 N국을 오가며 사역을 하는 분이시다.
무슨 책일까? 궁금해 졌다. 며칠이 지나자 책이 도착했다. 포장을 뜯으니 노란 색이 먼저 보였다.예영커뮤니케이션에서 출간한 <엄마연습>이었다. '엄마연습' 그동안 지나온 시가들이 스쳐 지났다. 특수한 선교라 공적인 자리에서 다 공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미국인 남편과 함께 N국 선교를 하게 되면서 미국과 한국 그리고 N국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위험천만한 사역이고, 잘못하면 목숨도 보장할 수 없는 지역인지라 바라보는 나도 걱정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아이들 양육이었다. 세 명의 딸을 둔 엄마로서 삼국을 오가는 형편이라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할 것 같은데, 어떻게 길렀을까? 집에서 홈스쿨로 대신한다고 한다. 홈스쿨,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그래서 인지 다른 내용도 아닌 자녀 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2012년 청년국 예배 중 특송
"자녀를 낳으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엄마'지만, 그것은 단지 생물학적인 시작일 뿐 진실로 완성은 날마다 계속되는 일상의 연습이며, 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9쪽)
엄마는 되는 것이 아니라 연습이며 훈련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신의 살을 찢어내고 얻어내 자녀들을 향한 엄마, 그것도 위대하지만 참 엄마는 연습과 훈련으로 가능하다. 나의 이야기를 잠깐 언급하면 첫째가 태어날 때 난 밤을 새워가며 아내 곁에 있었다. 진통이 시작된 지 하루가 지나도 아이는 나올 생각을 안했다. 아니, 나오려고 했지만 나오지 못했다. 그렇게 긴 밤은 난 아내 곁에 머물며 첫 아이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아빠가 절로 되지 않듯, 엄마 또한 절로 되지 않는 법이다.
"나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사람인가? 왜 아기는 나오지 않는 것일까? 얼마는 더 견뎌야 할까? 아니, 얼마를 더 견딜 수 있을까?"(19쪽)
문장이 가슴을 아리게 한다. 첫째의 출산을 지켜보았던 나의 마음, 아내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렇게 첫 아이를 낳는다. 첫 아이를 안은 마음은 기쁨도 있었지만 '뭔가 쓸쓸하고, 낯설고 알 수 없는 느낌'(22쪽)이었다. 배 안에 있는 태는 엄마와 분리되지 않았다. 그러나 태어난 즉시 엄마와 아이는 분리되고 서로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간다. 자신의 일부를 분리시켜야 하는 엄마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마음은 후에 다시 품에서 떠나보낼 때 또 다시 여러 번 겪게 될 것이다.
사회에서 비서로, 선교단체에서 간사로 노하우를 쌓았던 저자, 그러나 실전은 언제나 쉽지 않다.이론과 실전은 많이 다르다. 부모 밑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살다가 삶의 정글 속으로 들어가 먹이를 물어다 새끼에게 먹여야 하는 능동적인 존재가 되고 보니 세상이 이전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23쪽)는 말이 마음이 뭉클해진다. 삶은 즐겁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막내는 귀염둥이다. 그런데 그 아이가 죽을 고비를 세 번을 넘겼다. 마지막은 차가 아이 위로 지나갔다. 하나님의 은혜로 뼈하나 금이 가지 않았다. 자식을 지키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그 때 부모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든다. 저자도 큰 딸의 사고를 겪으면서 그 마음을 가졌다.(40쪽) 부모는 사람이다. 완전하게 자식을 보호할 수도 지도할 수도 없다. 그럴 때마다 부모는 자녀를 주님께 맡기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엄마, 아빠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사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씨름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설 줄도 알아야 한다. 엄마 아빠는 최선을 다할 수 있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님의 도우심이 필요한 것이다. 완벽하려고 애쓰기보다는 주님께서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시도록 기도하는 부모가 되는 것이 훨씬 쉽다."(41쪽)
사연 없는 무덤 없듯, 사연 없는 삶도 없다. 아이를 셋이나 키우는 저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무수한 사연으로 채워져 있다. 그렇다 '부모의 고민은 끝이 없다.'(47쪽)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부모를 키운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는 삶을 배우고, 인생을 경험한다. 무엇보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배운다.
가볍게 시작된 독서가 무거운 감동으로 이어간다. 하나님 앞에서 진실과 성실로 살아가는 지조이 선교사님의 통찰력 있는 문장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믿음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싶은 부모들에게, 아이를 갖게 된 초보 엄마들에게 꼭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문장담기]
“나는 절대적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한 사람이구나. 아이를 낳았다고 다 엄마가 되는 것이 아니구나.”(34쪽)
“애하나 키우는 게 얼마나 깊은 학문인지 알아?”(47쪽)
“자녀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부모 자신이라고 생각한다.”(89쪽)
“자식들과 대화할 줄 아는 부모가 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겠지만 보고 자란 것이 달라 어색하고 서툰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습하면 된다.”(98쪽)
- 저자
- 지조이 지음
- 출판사
- 예영커뮤니케이션 | 2013-10-25 출간
- 카테고리
- 종교
- 책소개
- 세 자녀를 하나님의 명품으로 기르는 엄마의 육아메시지 12년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