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
(요한 17,21)
오늘 복음의 말씀은 어제 복음에 바로 이어지는 부분으로서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기 전 홀로 남겨질 제자들과 모든 이를 위해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간절한 마음으로 아버지 하느님께 세상에 남겨질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기도하십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
예수님의 이 기도의 말씀은 우리 모두를 당신 자신, 곧 예수님 안으로 초대하여 그를 통해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가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일치의 삶을 살아가도록 이끄는 초대의 말씀입니다. 이 초대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계속되는 예수님의 기도 안에 예수님께서 우리를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일치로 초대하는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신 그 사랑이 그들 안에 있고 저도 그들 안에 있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26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그 사랑 안에 완전히 빠져듭니다. 내 것 네 것을 구별하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에게 완전히 빠져들어 내 사랑 그 사람 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내 사랑 외에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이 세상 천지에 오직 내 사랑 그 한 명만이 존재하며 나의 온 존재는 그 사랑 안에 완전히 빠져들어 나와 너가 사라지고 우리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사랑의 특성, 곧 사랑 그 외에 모든 것을 배제하고 이 세상 천지에 내 사랑만이 남는 이 사랑의 독점성과 완전성은 나와 너가 아닌 사랑 안에 그 둘을 하나인 우리로 만들어 줍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 안에 우리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함몰되는 하느님 사랑의 완전성 안으로 우리를 초대해 주십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요한 17,21)
예수님과 하느님이 사랑 안에 완전히 하나였듯이, 우리도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 안에 하나가 되는 사랑의 기적, 바로 이 기적으로 예수님은 우리 모두를 초대해 주십니다. 이 초대는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이야기하듯,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우리 모두가 완전한 행복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향한 그리고 우리를 향한 사랑 어린 마음의 발로라 할 수 있습니다.
홀로 남겨질 사랑하는 이를 위해, 그가 홀로 남겨져 견뎌내야 할 고독과 외로움, 슬픔과 고통을 하느님께로부터 비롯되는 평화로 위로를 얻게 되기를, 그 위로를 통해 위안을 얻어 예수님이 하느님과 하나였듯이 그들 역시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참된 일치의 삶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예수님의 마음이 바로 이 기도의 문장 안에서 분명히 읽혀지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면에서 오늘 독서의 사도행전이 전하는 바오로 사도의 모습이야말로 바로 오늘 복음이 이야기하는 하느님의 사랑을 온전히 체험한 사람의 전형의 모습으로서의 바오로를 전합니다. 자신을 박해하려는 사람들의 독기어린 질문과 협박에도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 바오로는 어떠한 두려움도 없이 그 사랑의 힘으로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예수님의 복음을 선포합니다. 왜냐하면 그에게 용기를 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 그의 온 마음을 가득 채웠기 때문입니다. 바오로가 체험한 그 하느님의 사랑을 오늘 독서는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그날 밤에 주님께서 바오로 앞에 서시어, 그에게 이르셨다. “용기를 내어라. 너는 예루살렘에서 나를 위하여 증언한 것처럼 로마에서도 증언해야 한다.”(사도 23,11)
자신을 찢어 죽이려고 덤벼드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바오로가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오늘 독서가 전하듯 그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온전히 체험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함께 하시기에 바오로는 두려워할 이유도 겁낼 필요도 없이, 하느님이 주시는 사랑의 체험으로 용기를 얻어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에게 주어진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 같은 모습은 바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하느님께 청하는 그 일치의 기도, 하느님과 온전히 하나가 된 이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과 언제나 함께 하며 자신의 온 삶을 투신하고 그로써 삶의 의미를 넘어 삶의 참된 행복을 찾은 이들의 모습, 오늘 말씀은 바로 이 진리를 우리에게 선포합니다.
오늘 화답송의 시편의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에 꼭 새기십시오. 우리 주 하느님은 우리를 지켜 주시고 우리가 피신할 산성이 되어 주시며, 우리 몫의 유산 우리 운명의 제비를 쥐고 계신 분이십니다. 그 분과 함께 할 때 우리는 그 분으로부터 생명의 길을 깨우쳐 알게 되고 그 길로 나아가 주님의 얼굴을 뵈오며 기쁨에 넘치는 삶, 평안과 평화로운 삶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오늘 말씀이 전하는 이 하느님의 사랑을 여러분 모두가 깨닫고 받아 누림으로서 그 사랑으로 초대해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하느님과 온전히 하나가 되어 하느님이 주시는 사랑 속에서 기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시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하느님, 저를 지켜 주소서. 당신께 피신하나이다. 주님께 아뢰나이다.
“당신은 저의 주님.” 주님은 제 몫의 유산, 저의 잔. 당신이 제 운명의 제비를 쥐고 계시나이다.”
(시편 16(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