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고향 에세이】
청양 장평초등학교 ‘동문 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된 사연
― 존경하는 원로 역사학자 정구복 교수(모교 18회)님 전화를 받고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청양 장평초등학교 제29회)
“다름이 아니라 윤 선생님께 부탁할 것이 하나 있어요.”
고향 선배님의 반가운 전화였다.
낙암 정구복 교수(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님이었다. 고향인 충청남도 청양군 장평초등학교 10년 선배다.
▲ 청양 장평초등학교 제18회 낙암 정구복 교수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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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은 언제나 후배를 깍듯이 대한다. 각종 지면과 인터넷 카페에서 글로 소통하고 전화로도 자주 통화하는 사이지만 선배님은 늘 존댓말을 쓴다. 필자가 언젠가 말씀드렸다.
“교수님, 저보다 연치가 10년이나 높으신 대 선배님이신데, 말씀을 낮추시지요.”
하지만 선배님은 그럴 수 없다고 하셨다.
“같이 늙어가는데 존중해야지요.”
한평생 대학 강단과 국가 주요 교육기관에서 수많은 후학을 가르치면서 높은 경지의 학문과 훌륭한 인품으로 존경받아온 학자다.
후배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히 묻어나는 원로 학자님 말씀에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 낙암 정구복 선배님과 어느 추운 겨울날 대전에서 만나 함께 식사를 하고, 서대전시민공원에 세워진 단재 신채호 선생 동상 앞에 섰다.(2020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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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가 길었다.
선배님이 오랜만에 부탁하시는 말씀의 요지는 이랬다.
모교인 장평초등학교가 학생 수 감소로 날이 갈수록 걱정이 크다는 것, 모교가 존치돼야 동문들도 출신학교에 대한 의미가 있지, 학교가 사라지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것. 뜻있는 출향인과 동문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무엇이든 도울 방안이 있으면 다 같이 고민해 보고 노력해 보자는 뜻이었다.
그와 같은 염려에서 우선 재학생들과 교직원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었다.
학교 홈페이지에 <동문 게시판>도 개설했으니, 후배 학생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유익하고 따뜻한 글로 참여해 달라는 간곡한 말씀이었다.
▲ 청양 장평초등학교 홈페이지 <동문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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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의 자상한 안내에 따라 모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먼저 정구복 선배님의 따뜻한 격려 옥고가 올라와 있었다.
■ 제목 : 자랑스러운 모교를 위해 드리는 말씀!
저는 장평초등학교 18회 졸업생 정구복입니다. 저는 현재 경기 용인시에 살고 있습니다.
장평은 저의 고향이고, 저의 부모님, 형제들이 그곳에 모셔져 있습니다. 1년에 한두 번 고향을 찾아갑니다만 영상으로 매일 아침에 한 번씩 고향을 둘러보고 일과를 시작합니다.
오늘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내일 18회 동문이 1년에 한 번 만나는 날입니다. 18회 동문회 회장을 맡고 있어 고향의 모교 소식을 전하려고 모교 홈페이지를 찾았습니다.
우선 모교의 교육에 전심전력하시는 김명열 교장 선생님과 23분의 교직원 선생님들. 그리고 25명의 후배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후배 여러분은 우리나라의 희망의 꽃이고 내일의 일꾼으로 건장하고 구김 없이 자라고 있음을 축하드립니다.
후배 여러분 마음껏 뛰놀고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며. 글 쓰고 읽는 즐거움을 부지런히 하고 있음을 마음으로나마 후원하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모교를 위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힘껏 하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인사말을 올립니다. (2025.5.7. 정구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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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답글을 달았다.
“존경하는 정구복 선배님 귀한 게시글 잘 읽었습니다. 저에게도 모교 홈페이지 ‘동문 게시판’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 나서 정구복 선배님이 부탁하신 대로 필자도 글을 한 편 올렸다. 지난해 고향 선산에 성묘하고 모교 앞을 지나면서 느낀 소감을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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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에세이】
내 고향 청양 장평초등학교 명칭석을 바라보며
― ‘꿈나무’가 계속 자랄 수 있게 해 주소서!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충남경찰청 정보관,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전 금강일보 논설위원, 청양군 장평면 중추리 출신
내 고향 청양군의 인구를 알아보았다.
『청양군은 전체 인구 2만 9809명(7월 기준) 중 65세 이상이 1만 1921명으로 전체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는 전국 19.51%와 충청남도 21.8%보다도 높아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2024.9.23. 청양신문)
내 고향 모교인 장평초등학교(옛 赤谷國民學校) 학생 수를 알아보았다. 전체 학생 수 28명(남 16명, 여 12명), 교원 11명.(2024.10.4. 네이버 학교 검색 정보)
▲ 모교인 장평초등학교(옛 赤谷國民學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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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웃 동네인 ‘미당초등학교’는 2024학년도 학사운영을 끝으로 내년 3월 1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안타까운 기사(청양신문 2024.9.30.)를 읽었다.
지난 추석 명절에 청양군 장평면 중추리 선산에 성묘하러 가다가 모교인 장평초등학교 앞에 차를 세웠다.
정문 앞에 세워진 ‘장평초등학교’ 명칭석(石)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이 거대한 돌의 생명력은 천 년, 만 년 갈 것 같은데, 내 모교인 초등학교의 미래는 어찌 될 것인가.
▲ 청양 장평초등학교 정문 앞에 서있는 명칭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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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가래울’ 동네에 살았던 나는 초등학교 운동장이‘우리 집 안마당 놀이터’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구슬치기와 딱지치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굴렁쇠도 굴렸다.
농촌에서 ‘학교’의 의미는 단순히 ‘학동들의 배움의 터’로서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학교는 그 지역의 대표적인 ‘열린 공간’이다.
각종 행사가 개최되는 ‘문화의 장’ 일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배출되는 선후배 동문의 끈끈한 우정도 학교가 존재함으로써 가교역할을 할 수 있었다.
학교 운동장의 고운 흙도 변함없고, 학교를 푸근히 감싸고 있는 뒷산 소나무 숲 역시 여전히 푸르른데 학생 수만 놀랍게 달라지고 있다.
그 옛날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없었던 ‘꿈나무 자람관’도 학교대표 건물처럼 근사하게 버티고 있는데, 여기서 꿈을 키워야 할 어린 학생들은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니, 이를 어찌하면 좋은가?
몇 해 전엔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던 장평중학교가 사라졌다. 이젠 내 고향 모교인 장평초등학교마저 학생 수 감소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으니, 출향인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심경을 감추기 어렵다.
바라건대, 저출산 인구 감소 대책을 시급한 국가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정부에서도 다각도로 강구하고 있으니, 농촌 인구 감소 대책이 획기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믿으면서 한가닥 희망을 걸어 본다.
모교 출신 학자, 문인, 사업가 등 저명인사도 많다. 청양군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지혜를 짜내고 있는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도 많다.
이 분들의 남다른 애향심이 고향 발전과 더불어 농촌 인구 증가책으로 이어지기 기대한다.
그리하여 명절에 고향 모교인 장평초등학교 앞을 지날 때마다 손자에게 “이 학교가 할아버지가 다녔던 초등학교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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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향수가 되살아 나는 교가 가사를 다시금 떠 올려본다.
이 노래를 작사하신 분은 대한민국 민속계의 거목이었던 청양 출신 임동권 박사(서라벌예술대학장, 민속학회장 역임)이다.
작곡하신 분 역시 대한민국 예술계에서 크게 존경받았던 저명 작곡가 김대현 교수다. 그 유명한 「자장가」·「들국화」·「고향의 노래」 등을 작곡하신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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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가
임동권 작사
김대현 작곡
1. 망월산아 그 모습 의젓도 하다
아침저녁 우러러 배우는 우리
줄기찬 그 정기를 이어받아라
몸과 마음 튼튼히 갈고닦아서
2. 중추천아 굽이쳐 맑기도 하다
쉴 새 없이 흐르는 부지런함은
앞으로 전전하는 기상이로세
몸과 마음 씩씩히 갈고닦아서
3. 장수평아 네 품이 넓기도 하다
오곡이 무르익어 풍년이로세
넓고 깊은 그 뜻을 아로새겨라
몸과 마음 꿋꿋이 갈고닦아서
{후렴} 빛내자 우리 학교 적곡초등학교
▲ 청양 장평초등학교 교가 - 내 고향의 주요 지명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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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나의 모교 교가이기도 하지만 내 고향의 상징적인 지명이 1, 2, 3절(1절 : <산> - 망월산, 2절 : <하천> - 중추천, 3절 : <평야> - 장수평)에 다 들어가 있어 ‘내 고향의 노래’라고 해도 좋다. ■
2024. 10. 4.
필자 윤승원 - 고향 이야기는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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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카페 댓글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5.05.09.17:21
윤 선생! 감사합니다.
좋은 글쓰기를 후배들이 모범으로 삼아 대문호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교 살리기 힘을 합칩시다.
윤병전 동문과도 전화 통화했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