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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쉼터 스크랩 `공경恭敬` / 한국인의 마음
ysoo 추천 0 조회 77 15.10.31 23: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

 

 

 

한국인의 마음

 

공경恭敬
존경심을 가지고 공손히 섬기다

 

하늘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공경하고
사물까지도 소홀히 대하지 않았던 우리 조상.
나이의 많고 적음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존경심을 가지고 공손히 섬겼던 그 마음은 문화재를 통해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하나 : 한국의 전통사상에 나타난 공경심과 그 의미

둘 : 남존여비가 아닌 공경에 기초한 조선시대 부부관

셋 :현대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약방藥方, 공경

 

 

01.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111호 상주동학교당 유물. 상주동학교당에 보존되어 있는 동학교에 관한 유물로, 동학을 제창한 최제우는‘사람이 곧 하늘’임을 내세웠으며 최시형은 하늘을 공경하고 인간을 공경하며 사물을 공경할 것을 강조했다. ⓒ문화재청

 

 

한국의 전통사상에 나타난 공경심과 그 의미

 

하늘 공경, 중생 공경, 약자 공경, 사물 공경

 

 

‘동방의 예의지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의 슬픈 자화상을 그려 보자.
젊은 연예인들이 반말과 막말을 해가며 싸운 사건이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모 경제단체의 비정규직 20대 여성이 해고된 뒤 한 달도 채 되 지 않아 자살했다. 유서에는 직장 상사로부터 상습 성추행을 당한 사실과 정규직이 되 지 못한데 따른 절망감이 담겨 있었다. 모 백화점에서 모녀가 주차요원을 폭행하며 무릎을 꿇린 사건이 있었다. 모 아파트에서 어 떤 주민의 횡포로 경비원이 자살했다.


차별과 무시, 냉대와 멸시, 폭언과 막말이 난무하는 우리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미덕은 서로를 공손하게 존중하는 마음이다. 이러한 공경심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전통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단군왕검의 하늘 공경은 원효 대사의 중생 공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퇴계 선생의 약자 공경을 거쳐 동학의 사물 공경에 이른다.


 

사람 사랑이 하늘 공경의 길이다.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에는 『고기古記』를 인용한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환국의 환인천제가 환웅천왕에게 천부인天符印을 하사하면서 널 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세상에 나아가 하늘의 이치로 교화하라고 명한다. 이에 단군조선으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건국이념은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재세이화在世理化이다. 이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경천애인 敬天愛人, 곧 하늘의 이치를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경천이 단군왕검과 관련해서 언급된 역사서는 『단군세기』이다.
아직 위서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이 책에는 단군왕검의 8대 조칙(이는 보통 우리가 배우는 국사 책에 나와 있는 고조선 8조금법과는 다른 것임)이 나와 있다.

제3조에‘ 네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하늘을 공경하는 것이다.’라고 언급된다. 부모에 대한 효가 하늘 공경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하늘을 공경하고 부모를 공경한다고 해서 이러한 공경을 수직적인 복종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항상 경천敬天, 하늘 공경은 애인愛人, 사람 사랑을 동반해야 한다.

 

우리 민족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에서 알 수 있듯이 공경과 사랑은 따로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하늘을 공경한다는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굴종적인 태도로 섬긴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늘의 보편적인 이치(天理)’를 존중한다는 것이다. 이치 존중의 마음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경천敬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보여준것처럼 가장 사회적으로 약한 자를 섬기는 것 이 진정으로 하늘을 섬기는 것이다.

우리 배달민족의 고유한 공경이란 이런 점에서 수직적인 관계의 일방적인 태도가 아니다. 공경과 사랑의 변증법은 원효의 보경普敬, 두루 공경 사상에서 잘 드러난다.

 

 

02.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인『법화경』의 삽화. 이 경전에는 상대방의 처지를 존중해서 상대방과 같은 방식으로 대해야 한다는 중생 공경 정신이 담겨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중생 공경이 보살의 길이다.

 

또 일연 스님의 『삼국유사』에 원효 대사를 다음과 같이 찬술한 대목이 있다.

 ‘무호만가풍舞壺萬街風’, 즉 춤추는 호로병이 온갖 저잣거리를 바람처럼 걸어 다닌다는 것이다.
그 당시 최고의 학승인 원효 대사가 시장 바닥에서 춤추고 노래하며 보통 사람들을 교화하는 행동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원효 대사의 막힘없고 거침없는 자유로운 행동은 보경普敬, 두루 공경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자를 중생이라고 부른다.

깨달은 이가 부처이고, 깨달았지만 아직 중생에 대한 자비심으로 인해 해탈하지 않은 자가 보살이다. 보살의 자비심은 중생과 한 몸이라는 자각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자비심이 바로 동체대비심同體大悲心이다.

중생과 한 몸이므로 보살은 중생 교화를 위해 먼 저 온갖 중생을 두루 공경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를 원효 대사는 보경, 두루 공경이라고 부른 것이다.

 

보경, 두루 공경은 다시 말하면 중생 공경이다. 이는 모든 중생의 가능성을 신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중의 하나인 『법화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 나는 그대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대들은 모두 다 부처가 될 수 있기에.’

이렇게 원효 대사의 중생 공경은 모든 존재자 사이의 차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또한 중생 공경은 상대방의 처지를 존중해서 상대방과 같은 방식으로 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불교에서는 동사섭同事攝이라고 부른다.

 

동사섭이란 깨달은 자가 높은 위치에 서서 어둠에 갇힌 사람들을 계몽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위치에 서서 그들의 방식으로 스스로 깨닫도록 돕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원효 대사가 말하는 보경普敬은 바로 보살행의 구현인 것이다. 이러한 두루 공경은 퇴계의 주경主敬사상으로 이어진다.

 

 

03. 원효대사 영정. 원효의 막힘없고 거침없는 자유로운 행동은 보경, 즉 두루 공경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표준영정 전시실

 04. 성학십도 중 태극도(제1도). 천도(天道)에 기본을 두고 인륜(人倫)을 밝히고 덕업(德業)을 이룩하도록 노력하는 데 있는 것이라고 그 대의를 밝히고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약자 공경이 만인 공경의 길이다.

 

퇴계 선생은 ‘주경主敬’사상으로 유명하다. 보통 조선시대의 성리학은 흔히 엄격한 사회적 차별의 신분제 사회와 남성중심주의의 가부장제를 옹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성리학의 대가라면 퇴계 선생도 철저하게 남녀를 차별했을 것이라는 인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퇴계 선생은 손자에게 부부가 서로 공경하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인륜을 저버리고 만복의 근원인 부부 관계를 깨트린다고 가르쳤다. 이처럼 퇴계 선생은 손자 며느리까지 마음으로 챙긴 것이다.

 

철저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퇴계 선생의 이러한 약자 공경은 그의 주경 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래 성리학은 인간관계인 인륜을 중시한다. 이 인간관계를 공경이라는 사상으로 다시 재해석한다면 모든 사람을 공손하게 존중하라는 의미가 된다.

 

모든 사람을 공경하려면 우선 약자부터 공경해야 한다. 진정한 예절이란 이러한 약자에 대한 공경심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차별적인 상하관계와 강자 중심의 복종관계가 지배적인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서 바람직한 예절이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공경하는 것이다. 이러한 평등한 공경은 동학사상에서 절정에 다다른다.

 

 

05. 『삼국유사』에는『고기(古記)』를 인용해 환국의 환인천제가 환웅천왕에게 천부인(天符印)을 하사하면서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세상에 나아가 하늘의 이치로 교화하라고 명한다. ⓒ문화재청

 

06. 퇴계 이황 동상. 퇴계 선생의 주경 사상 속에는 약자를 배려하고 공경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두피디아

 

 

사물 공경이 모든 공경의 왕도이다.

 

인간이 자연을 공경하지 않고 인간이 타인을 공경하지 않으며 인간이 자신을 공경하지 않는 사회, 한 마디로 생명을 공경하지 않는 사회가 문제이다.

최제우 선생은 동학을 제창하며‘사람이 곧 하늘(人乃天)’임을 내세운다. 이어 2대 교주인 해월 최시형 선생은 3경三敬을 부르짖는다. 즉 하늘을 공경하고 인간을 공경하며 사물을 공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군왕검의 경천으로 부터 원효의 보경을 거쳐 퇴계의 주경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공경 사상을 종합한 것이다.

 

해월 선생의 경물 사상은 모든 사물이 하늘님(한울님)을 모시고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모든 개개의 사물이 다 신령스러운 것이다. 해월 선생은 사물 공경이 제대로 되어야 3경이 완성된다고 강조하였다. 특히 환경이 파괴되고 자연을 도구로 여기는 생각이 만연한 현대 기술문명의 사회에서 사물 공경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해월 선생의 세 가지 공경 사상은 사물 공경으로 시작해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경으로 전개된다. 이 시대에 사회적 약자란 어린이와 여성을 뜻한다. 가부장제의 모순으로 천대 받던 어린이와 여성에 대한 공경이 특히 강조된다. 현대 우리 사회는 어린이와 여성만이 아니고 성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차별 대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모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공경하는 것이 해월 선생의 3경 사상을 실현
하는 길이다.

 

하늘을 공경한다는 것은 곧 모든 사물을 똑같이 공경하고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공경한다는 의미이다. 우리 민족의 전통 사상의 역사적인 흐름 속에서 단군왕검의 경천敬天은 원효의 보경普敬과 퇴계의 주경主敬을 거쳐 해월의 3경三敬으로 구체화된다. 물론 이러한 공경심의 발휘는 새로운 사회 건설과 연결되어 있다.
단군왕검에게서는 하늘 공경은 개 천(새 세상의 열 림)과 연결되고 원효의 보경은 정토(부처의 나라)와 연결되며, 퇴계의 주경은 대동사회와 연결되고 해월의 3경은 개벽과 연결된다.

 

심각한 환경오염과 극심한 사회적 차별의 세상을 바꾸어 새로운 세상을 여는데 가장 필요한 미덕이 바로 공경심이다. 사물을 공경하자. 사람을 공경하자.

이는 결국 하늘을 공경하는 길이며 생태적이고 사회적인 세상을 여는 길이다.

 

 

글. 김성우 (兀人고전학당 연구소장, 철학저술가)

 

 

 

01. <회혼례도>. 회혼례는 해로한 부부의 혼인 예순돌을 축하하는 기념잔치로, 늙은 부부가 혼례의 복장을 갖추고 혼례의 식을 재연하며 자손들의 헌수(獻壽)를 받고, 친족·친지들의 축하를 받는다. ⓒ국립중앙박물관

 

 

남존여비가 아닌 공경에 기초한 조선시대 부부관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건 정말로 큰 인연이 있어야 한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더구나 부부로 만난다는 것은 전생에 억겁의 인연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관련 통계에 의하면 20대 커플의 평균 연애기간은 100일 이내라 하고,또 2014년에만 30만 5천여 쌍이 결혼해서 무려 11만 5천 여 쌍이 이혼했다고 한다.요즘 우리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풍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시대 부부관계와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며 오늘날 우리들의 부부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다.

 

우선 조선시대 부부들은 유교적 가르침에 따라 예禮를 중시했다. 상대방을 대할 때 예를 지켰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예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라고만 알고 있으나, 예의 진정한 의미는‘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다시말해 겉으로만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진심으로 대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퇴계 이황을 들 수 있다. 첫째부인 김해 허씨를 잃은 퇴계는 31살에 둘째부인 안동 권씨와 재혼했다. 그런데 권씨는 정신이 혼미한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다. 퇴계는 17년 동안 권씨와 함께 살면서 권씨를 나무라거나 홀대한 적 이 결코 없었다. 또 그의 나이 46세 때 권씨가 세상을 떠나자, 퇴계는 정성을 다해 장례를
치렀을 뿐 아니라 전처소생의 두 아들에게도 친어머니와 같이 시묘살이를 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권씨의 묘소 건너편 바위 곁에 양진암을 짓고 1년 넘게 머무르며 아내의 넋을 위로해주었다.

 

 

 02. 경상북도 기념물 제42호 퇴계종택. 퇴계 이황의 종가로, 이황은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아내를 나무라거나 홀대한 적 이 없었다. ⓒ문화재청

 

03. 보물 제260호 유희춘 미암일기 및 미암집 목판. 유희춘은 유배, 관직 생활 등의 이유로 자주 부인 송덕봉과 떨어져 살았다. 그러나 이들은 끊임없이 시나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다. ⓒ문화재청

 

 

부부간 소통을 중시하다.

 

조선시대엔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서 부부생활이 대단히 고정적이었을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부부들도 수학이나 관직, 유배, 근친覲親, 여행 등의 이유로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그럼에도 이들의 부부사랑은 쉽게 식지 않았는데, 평소 시나 편지로 끊임없이 안부를 묻거나 사랑을 표현하며 서로 마음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유희춘과 송덕봉 부부였다.

 

16세기 학자이자 관료인 미암 유희춘은 근친과 유배, 관직 생활등의 이유로 자주 부인 송덕봉과 떨어져 살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서로‘지우(知友: 나를 알아주는 친구)’라고 여길 정도로 금슬 좋은 부부였다. 그 이유는 끊임없이 시나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선조 2년(1569) 2월이었다. 당시 미암은 외교 담당 부서인 승문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며칠째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숙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비가 오다가 눈으로 바뀌면서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덕봉은 미암이 못내 걱정스러워 새로 지은 비단 이불과 평소 입는 외투인 단령을 보자기에 싸서 갖다 주도록 했다. 뜻밖의 물건을 받은 미암은 크게 감동했는지 임금이 하사한 술상과 함께 이러한 시를 지어 보냈다.

 

 ‘ 눈이 내리니 바람이 더욱 차가워/

그대가 추운방에 앉아있을 것을 생각하노라 /

이 술이 비록 하품下品이지만 /

차가운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으리’

 

그러자 덕봉도 모처럼 시심詩心을 발휘하여 이러한 화답시를 지어 보냈다.

 

‘ 국화잎에 비록 눈발이 날리지만 /

은대(승문원)에는 따뜻한 방이 있으리 /

차가운 방에서 따뜻한 술을 받으니 /

속을 채울 수 있어 매우 고맙소’

 

그날 밤 미암이 6일 만에 퇴근하고 비로소 집으로 돌아왔는데, 일기를 보면 서로의 반가움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적극적인 사랑 표현

 

조선은 유교사회로 희로애락 등 인간의 감정을 최대한 숨겨야 했던 것처럼 말하고 있다. 특히 부부간의 애정표현은 더욱 금해야 했던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부부들은 의외로 자연스럽게 사랑을 표현하며 다정다감한 부부생활을 했다. 심지어 부부간의 성문제에 있어서도 의외로 개방적이고 적극적이었다.
먼저 퇴계는 앞에서처럼 부부간에 서로 예를 지킬 뿐 아니라 손님처럼 공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공적인 자리에서이고, 사적인 자리, 특히 잠자리에선 서로 다정다감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원이엄마의 한글편지(1998년 안동의 한 무덤에서 발굴)를 보면, 이들 부부는 평소에도 적극적으로 사랑을표현하며 살았던 듯하다. 예컨대 부부간 잠자리에서 원이엄마가 ‘이보소! 남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며 사랑할까?’ 라고 하니, 남편 이응태가 ‘ 둘이 머리가 새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의 부부들도 쉽게 하기 어려운 애틋한 사랑표현이 아닐 수 없다.

추사 김정희의 경우도 아내 예안 이씨에게 보낸 수많은 편지에서‘비록 집밖에 나와 있어도 한결 같이 당신을 생각한다’ 고 말하거나, ‘ 엎드려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 끝이 없다’라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04. 원이엄마의 한글편지.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를 보면, 이들은 평소에도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살았음을 알수 있 다. ⓒ안동대학교박물관

 

05. <평생도> 중‘ 혼인식’ 장면. 말을 타고 가는 신랑 신부의 행렬을 그린 것이다. 강에는 원앙이 한 쌍 노닐고 있어 신랑신부의 금슬을 기원하는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강 주위의 물이 오른 버드나무와 집안에 만개한 살구꽃으로 보아 봄임을 알수 있는데, 이는 인생의 시작을 의미하는 혼례식의 이미지와 상통하는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나를 알아주는 친구

 

조선시대 사람들의 가장 이상적인 부부상은 나를 알아주는 친구인 지우知友였다. 더 나아가 서로를 키워주는 관계인 인생동료가 되고자 했다.

예컨대 18세기 남대문 밖의 한 서당 주인이었던 윤광연은 아내 강정일당을 부인이자 벗이요, 스승처럼 여기며 살았다. 정일당이 그의 학문이나 서당일, 일상생활 할 것 없이 모든 것을 조언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아내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차원을 넘어 한 평생 자신의 스승으로 여기며 살았던 것이다.

 

나에게 한 가지라도 잘하는 것 이 있으면 기뻐하여 격려하였고, 나에게 한 가지라도 허물이 있으면 걱정하여 문책하였다. 그래서 반드시 나를 중도의 바른 자리에 서게 하며, 천지간에 과오가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비록 내가 우둔하여 다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말과 바른 충고는 죽을 때까지 가슴에 새겼다. 이 때문에 부부지간에 마치 엄한 스승을 대하듯이 했고, 조심하고 공경하여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다. 매번 그대와 마주할 때는 신명을 대하는 것과 같았고, 그대와 이야기할 때는 눈이 아찔하였다.

그래서인지 윤광연은 정일당이 세상을 떠나자 그녀가 남긴 글들을 모아 문집을 간행했다. 또 주변의 이름난 문사들을 찾아다니며 서문이나 행장, 묘지명, 발문 등을 받음으로써 그 문집의 가치를 더욱 빛내려 했다.

 

또한 18세기 서유본과 이빙허각 부부는 서로를 키워주는 인 생 동료이자 학문적 동료였다. 여성 실학자였던 이빙허각은 한글로 된 가정백과서 『규합총서』를 집필했는데, 이 책을 쓰는 데 있어서 남편 서유본의 역할은 정말로 컸다. 평소 그는 빙허각과 함께 옛 책을 읽으며 진지하게 토론해주었다.

책을 쓸 때도 늘 곁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주고, 궁금한 것을 실험할 때도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심지어 두 사람이 모르는 것은 남들에게 물어서 알려주기도 했다. 더 나아가『규합총서』를 쓴 뒤에는 시를 지어 축하해줄 뿐 아니라 그 책의 제목까지 지어줬다. 이 에 따라 빙허각은 해마다 사시사철 피어나는 100가지 꽃잎을 따서 술을 빚는 이른바‘ 백화주百花酒’를 담아 남편에게 대접했다.

그리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그녀도 역 시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에만 누워 있다가 「절명사絶命詞」한 수를 남기고 남편을 따라갔다. 이렇게 두 사람은 인생의 동료이자, 더 나아가 학문적 동료이기도 했다.

 

현대의 부부관은 너무 외형적이고 편협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가깝다는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것이다. 또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은근하게 포용해주는 마음을 잃고 말았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조선시대 부부관을 통해 좀더 상대를 배려하면서 자연스럽고 평안하게 부부생활을 해나갔으면 싶다.

 

 

글. 정창권 (고려대학교 교양교직부 초빙교수)

 

 

 

 

 

 

 

 

현대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약방藥方, 공경

 

최근 신문에 보도된 내용이다.

2015년 3월, 교실에서 크레파스를 집어던진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나무라며 꿀밤을 때렸다는 이유로, 학부모가 다음날 교실로 찾아가 담임 여교사의 머리카락을 붙들고 벽에 머리를 내리치는 등 수차례 폭력을 휘두른 사건이 일어났다.
며칠 뒤 밤이 늦어 귀가가 무섭다며 호소하는 20대 여성이 그를 도와준 경찰관의 얼굴을 하이힐을 신은 발로 차 중상을 입 힌 사건이 발생했다.얼마 전 백화점에서 무례하다며 주차안내원을 무릎 꿇린 사건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고 몇 해 전에는 교사에게 무릎을 꿇게 한 사건도 있었다.
말다툼이나 새치기, 약자를 무시하는 행동들은 이제 한국사회의 예사로운 일상이 되어 버렸다.


 

도덕성 회복을 위한 기본가치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얼마나 무례하고 비도덕적인가를 생각하면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청소년들이 쓰는 말에는 욕설이 많아졌고 비속어가 넘친다. 불손한 아이들과 공중질서를 무시하는 사람에게 점잖은 주의조차 주기 어렵다. 밤길은 벌써 무서워졌으며 야간에는 택시 타는 것까지 두렵다.

신종 범죄는 늘어나고 부모를 죽이고 아내와 남편을 죽이는 사건이 놀랍지도 않은 세상이 되어버렸다.


동방예의지국을 자랑하던 우리나라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인간 되는 교육’이 실종한 것 이 가장 큰 이유며, 매사에 공경을 다할 때 이 큰 병을 치유하는 길 이 열린다고 생각된다.현대사회에 있어서 국민 성격형성에 미치는 TV의 역할과 힘은 매우 크다. 그런데 TV 드라마에 부모에게 존댓말을 쓰는 자녀는 거의 보이지않는다. 아이들은당연히, “ 아빠그랬어? 저랬어?”하며,관계가 좋은 모녀 사이에도 마치 친구에게 말하듯이 따지고 싸운다.

물론 그 가운데 서로를 향한 애정이 깔려있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사람은 사소한 것에서 공감하고 배우며 따라한다. 가족 간에 서로를 공경하는 마음이 말씨와 몸가짐에 나타나는 동시에 사랑과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국민드라마가 나올 수는 없을까?

 

 

01. 우리 전통의 인사법인 절은‘몸을 굽혀 경의를 표하는 인사’를 뜻하는 것으로 서로에 대한 공경의 태도가 담겨있다. ⓒ아이클릭아트

 

02. 직접 얼굴을 대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나누는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상대를 낮추고 폄하하는 글들이 공경의 문화를 훼손시키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은 체면을 알고 예절을 아는 것이라 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예의염치가 아닐까?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사회규범일 것이다. 아마 체면의 본질은 부끄러움일 것이고 예절의 핵심은 공경심일 것이다. 돌이켜 부끄러운 줄 알면 남의 눈을 찌푸리게 하는 일 이 적어질 것이요, 공경하는 마음을 새겨 지닌다면 주위에 비난이 줄고 오히려 대우 받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공경하는 마음과 행동이 사회에 뿌려진다면,작게 시작한 이 변화가 이 나라 이 사회를 밝고 살만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TV, 인터넷, 도서, 영화 등이 발달한 현대사회는 좋은 본보기도 빨리 전파되기 때문이다.

 

공경의 정의와 그 발로

 

여기서 공경의 개념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공경恭敬은 밝고 진실하고 성실하며 경건한 마음상태다. 따라서 공경은 몽매하지 않고 거짓되지 않으며 게으르지 않고 경박하지 않다. 공경은 아름다운 말씨와 공손한 태도, 겸손한 처신과 성실한 생활로 나타난다.

따라서 공경심을 지닌 사람의 말은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믿음직스럽다. 그리고 그의 행동은 예절 바르고 성실하여 칭찬을 독차지하고 성과를 잘 낸다. 조선사회를 지배하던 성리학의 핵심가치가 경敬이었는데, 왜 하필 경敬이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공경이 과연 현대인을 건강하게 하고 중병에 걸린 현대사회를 치유할 수 있는지 얘기하려 한다.

먼저 자기 스스로에 대한 공경이다. 우선 자신을 공경하는 대가는 심신의 건강이다. 공경은 수신修身의 열쇠다. 자신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가다듬어 자신의 내면과 영적인 가치를 높이려 노력할 것이며, 음식을 함부로 먹 지 않는 등 건강을 위하여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경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은 주위를 아름답게 하며 어떤 환경에 처하더라도 결국은 그 주인에게 성공이란 선물을 안길 것이다.

 

가정에서의 공경은 가정의 화목과 단합, 사랑과 질서를 가져오며,직장에서의 공경은 근무 분위기를 밝게하며 업무능력을 높일 것 이다. 상하가 서로 공경하는 직장의 생산성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상대적으로 높을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리라. 요즈음 젊은이들 가운데,서로 아는 사이인데도 인사를 잘 하지 않고 인사하더라도 모양이 예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마음으로는 그러지 않은 것 같은 데 배우지 않아 그런것 같다.

오늘 저녁을 같이 한분이 이야기하길, “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오랜만에 할아버지께 왔는데, 절을 하지 않아 절을 하는 법이라고 가르치니까 예쁘게 잘하더라.”고 하셨다. 특히 학교에서는 공경이 왜 필요한지, 좋은 점 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야한다.

 

 

03.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숙명여대에서 한 학생이 교수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 다. ⓒ연합콘텐츠

 

04. 2010년 7월 21일 영휘원 재실에서 전통문화 체험을 위해 열린 ‘훈장님에게 배워봅시다’ 행사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인사예절을 배우고 있다. ⓒ연합콘텐츠

 


초등학교시절 들은 이야기다. 고관인 아버지를 믿고 교만한 아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가정방문 오셨다. 그때 하늘같던 자기 아버지가 황급히 버선발로 뛰어나가 쩔쩔매는 모습을 보고 그 후 학생의 태도가 공손해졌다는 것이다. 선생님을 공경하는 것은 교육의 시작이다. 교사들도 교사로서의 임무를 잘 수행하는지 경건히 반추해보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학부모는 자신부터 선생님들을 공경해야 하고 또 자녀들로 하여금 선생님을 공경하게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보고 동영상을 찍고 하는 일은 공경스럽지도 못하거니와 당연히 학습효과도 나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에도 예절이 있어야한다. 얼마나 많은 댓글에 욕지거리와 저속어가 많은가. 식당에서 식사를 할 때도 예의가 있다. 예절의 본질은 공경이며 공경은 예절로 나타나는데, 그 가장 큰 특징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같은 옷이라도 예복禮服이 가장 멋있다. 혼례,즉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신부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젊
은이가 노인을 공경하는 모습은 매우 아름다우며 서로가 공경하는 보행과 자동차 운전은 거리를 아름답게 하리라. 일찍이 공자孔子는 상복을 입은 사람이나 앞을 못 보는 장님, 국가의 도판圖版을 들고 걷는 사람을 보면 반드시 변색하거나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한다. 이처럼 근로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거나 공동체를 위하여 애쓰는 사람에게 예를 표하는 모습 또한 아름답다.

 

정치에 공경이란 찬란한 빛 이 비치면 얼마나 좋을까! 공경스런 행정가는 자만하지 않으며 국민과 국가를 위하여 노심초사할 것 이다. 대형 국책사업의 설계와 추진은 물론, 작은 다리를 하나 놓거나 집을 하나 지을 때도 신중을 기할 것이다. 공경이 있는 행정에는 ‘설마’나 ‘대강대강’이 없다.

공경이 무엇인지 알고 실천하는 정치인은 당파를 초월하여 나라를 위할 것이고 자신의 본분을 되새겨, 말 한마디라도 깊 이 생각한 뒤에 할 것이다.

 

춘추시대 위나라의 거백옥 伯玉은 깊은 밤 혼자 수레를 몰고 가더라도 국법을 꼭 지켰으며, 고구려의 동천왕은 조용히 앉아있는 자신에게 국을 쏟은 궁녀를 전혀 나무라지 않았다 한다. 공자는 공경으로써 자기 몸을 닦으라 했다. 공경으로 수양하는 이는 남을 가르치려 하지않고 자주 나무라거나 충고를 일삼지 않는다.

 

 

05.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주관하는 ‘제27회 대한민국 공익광고대상’ 수상작. 일반부 금상 수상작인 ‘사람을 위한 도구가 사람을 향한 흉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편 등 상대에 대한 공경심이 없는 인터넷 악플의 심각성을 꼬집는 작품들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한국방송광고공사

 

 

공경의 보상

 

거 친 말과 무례한 행동, 교만과 방종, 나태와 편법이 난무하는 우리의 현대를 치유하는 약방은 공경이라 할 수 있다. 이기주의와 배금주의拜金主義, 경박한 출세주의와 천박한 자본주의가 득세한 오늘의 한국은, 스스로를 공경하고 이웃을 공경하며 국가와 역사 앞에 경건히 고개 숙이는 데에서부터 치유해 나가야한다.

 

그러나 이것은 매우 어렵다. 사람은 경건하기보다 나태하기를 좋아한다. 누운 자세는 앉아있는 것보다 편하다. 앉는 것도 단정히 오래 앉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바른 자세로 앉아있는 것은 공경의 모습이다. 하기 힘들기 때문에 수양이 된다. 수양이 깊어지면 선성善性이 가득한 인간내면의 가치가 드러나고 자연히 인간존중으로 나가게 된다. 나도 가치 있고 타인도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포스트모던 사회의 제일덕목인 타인에 대한 배려配慮가 우러난다는 말이다.

 

공경의 보상이 또 있다. 경건한 삶은 길운을 가져온다.
옛말에 ‘ 경승태즉길敬勝怠則吉이요 태승경즉멸怠勝敬則滅’이라 했다.
즉, 경건함이 태만함을 이기면 길하며 태만함이 경건함을 이기면 멸망한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상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만으로 실패하고 경건으로 성공하였던가를 보면 알 수 있다.

 

몇 년 전 살던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서는 만나는 모든 학생이 공손히 인사를 하여 참으로 기분 좋고 보기 좋았는데, 그 동네 학교의 교장선생님의 교훈 때문이라 들었다. 시민들이 서로 양보하고 존중하는 세상은 아직 멀게 느껴지지만, 우선 학생들이 고운 말하고 예쁘게 인사하는 모습이라도 자주 보고 싶다.

 

 

글.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문화재청. 문화재사랑.

MAY 2015. VOL.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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