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을 전환하라
가장 미국적인 패션 디자이너, 미니멀리즘 패션의 대명사로 불리는 캘빈 클라인(66세).
그의 어릴 적 꿈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었다. 캘빈 리처드 클라인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캘빈은
식료품점에서 일하는 부모님을 보면서, 식료품점 체인을 만들어 돈을 벌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막대한 부를 일군 것은 패션 디자인이라는 재능을 통해서였다.
캘빈 클라인은 어려서부터 그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그래서 일반 고등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했던 부모님의 뜻과 달리 그는 산업예술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고교 졸업 후 유명 패션
전문학교인 FIT에 입학하며 자신의 재능을 선보일 기회를 찾았다.
하지만 당시 FIT의 학습 내용은 패션 실무에 관한 것보다는 무역 등 따분한 것들로 가득했다.
캘빈은 학습에 흥미를 붙이기 위해서
스스로 패션에 관한 교과 과정을 만들어 공부를 했다. 또한 그는 학생 때부터 미국 패션업계의
필독 신문인 <위민스 웨어 데일리> 에서 잡일을 하며 패션 업계에 문을 두드렸다.
졸업 후 그는 드레스를 만든 한 회사에 취직했지만 주급 55달러라는 적은 급여가 불만스러웠다.
3개월 뒤 직장 상사에게 터무니없는 급여 인상을 요구하고 그것이 받아들이지 않자
바로 사표를 냈다.
여기까지의 삶은 단지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자부심 강한 여느 젊은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
‘캘빈 클라인’이라는 이름 자체가 거대한 브랜드로 태어난 것은 1968년 그는 낮에는 회사 일을 하고
밤에는 잠을 줄여 가며 자신만의 디자인을 만들었다.
자신의 브랜드를 내놓으려는 순간, 회사 사장이 문제를 삼았다. 월급쟁이가 회사 일 외에 자신의 브랜드를 갖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디자인은 자신의 전부라며 사장에게 소송을 걸지 말아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사장은 결국 소송을 걸지 않았고, 캘빈은 자신의 브랜들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해도 이름 없는 디자이너가 매장을 열기는 역부족,
호텔 방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전시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요크호텔의 6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잘못 내린 사람들이 캘빈의 의상을 보고 주문을 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캘빈에게는 주문받은 옷을 만들 밑천이 없었다. 이때 어릴 적 동네 친구이자 평생 사업 동지 배리 슈워츠가 캘빈에게 돈을 빌려 주었고, 캘빈은 그에게 회사 지분을 주었다. 둘은 미친 듯이 일에 매달렸다. “일주일 내내 하루 24시간씩 일했죠.
배리와 난 새벽 3시까지 물건을 실어 나르고
전시실에 있는 간이 의자에서 자곤 했어요. 거기 있으면서 안 해본 일이 없어요.”
이 후 캘빈은 패션의 역사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청바지였다. 튼튼한 바지에
불과했던 청바지는 캘빈의 손을 거쳐 고급 유행 아이템으로 거듭났다. 아울러 마케팅에 도입한
섹시 코드는 이후 모든 섹시 광고의 본보기가 됐다. 캘빈은 당시 열다섯 살이었던 브룩 쉴즈를
모델로 발탁하고 ‘캘빈과 나 사이에는 아무 것도 없어요’ 라는 도발적인 광고 카피를 만들었다.
여성 운동가들은 캘빈의 광고에 역겨움을 표시했지만, 소비자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열광했다.
소모품에 불과했던 속옷도 캘빈을 만나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트렌드로 발전했다. 당시 대부분의
여성 속옷은 3장이 함께 들어 있는 염가 판매용 옷에 불과했다.
어느 누구도 눈여겨보는 시장이 아니었다. 캘빈은 속옷에도 섹시 코드를 입혔다. 올림픽 장대높이뛰기 선수인 팀 힌티너스를 모델로 발탁했는데, 팀이 흰색 속옷을 입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포스터는 사람들이 훔쳐 갈 정도로 큰 반항을 일으켰다.
여성용 속옷을 디자인할 때도 그는 여성적 이미지를 강조하는
대신 중성적 이미지로 승부수를 던졌다. 캘빈 클라인의 이런 역발상 전략은 속옷을 매 계절마다
사야 하는 필수 패션 품목으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캘빈은 여느 성공한 창업자들이 그러하듯 일중독이었다. 일을 즐겼고 완벽을 추구했다.
“뒤돌아보면 제 인생에는 일밖에 없었습니다. 일을 하고 있으면 재미있어서 지겹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죠.” 일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성공으로 부를 거머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